물리 노벨상이 만든 세상/컴퓨터와 튜링

독일 패망의 주인공, 컴퓨터와 튜링(3)

Que sais 2020. 9. 26. 18:00

youtu.be/1IQxA3PxDcA

<트랜지스터 발견>

 

영국에서 콜로서스를 개발하여 암호를 해득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펜실베니아 대학의 무어 공대에서 모클리와 에커트1945진공관을 사용하여 최초의 전자식 계산기ENIAC(Electronic Numerical Integrator And Calculator)을 만들었다. ENIAC은 전체 무게가 30의 거대한 기계로, 170의 바닥 면적을 차지했다. 사용하는 전력도 엄청나서 스위치를 넣었을 때마다 (西) 필라델피아 지역전구 밝기가 어두워졌다고 한다. ENIAC에는 무려 18,000개의 진공관이 사용되었다.

진공관에서 나오는 열을 냉각시키는 데 날마다 10여 층에 해당하는 물이 소비되었고 진공관이 터지고 고장나는 데 들어가는 보수 점검이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이와 같이 진공관을 사용하는 컴퓨터1세대라고 하는데 2세대로 불리는 트랜지스터가 곧바로 개발되지 않았다면 사실 오늘날과 같은 컴퓨터 세대로 넘어오지 않았을 것으로 학자들은 생각한다.

1904년 영국의 플레밍(A. Fleming) 에디슨의 효과를 이용하여 2극 진공관을 만들었고 1907년 미국의 드포리스트(Lee de Forest)는 이를 보다 개량하여 증폭기 역할을 하는 3극 진공관을 만들었다. 진공관의 개발은 즉시 통신에 새 바람을 일으켰으며, 진공관라디오뿐만 아니라 모든 전자 기구필수적인 부품이 되었다. 그러나 신개발품인 진공관결정적인 단점이 있었다.

진공관은 일정한 성능을 내기 위해서 최소한의 부피와 크기를 가져야 했다. 진공관은 그 안을 진공으로 유지하거나, 희박한 공기전류가 흐를 수 있도록 많은 부속물을 포함하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약 관이 깨지거나 누전 되는 것이 있으면 교체해 주어야 했다. 초기의 라디오나 TV 수상기 진공관손쉽게 교체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디자인 요건 중에 하나였다. 뿐만 아니라 진공관은 높은 전류가 소비되며 필라멘트가열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등 여러 가지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ENIAC진공관의 단점을 단적으로 알려준다. 그 당시 18천개의 진공관을 사용한 컴퓨터를 켜면 진공관들이 많은 열을 내면서 펜실바니아주 동부 전역의 불빛이 가물가물해졌다고 한다. 물론 진공관 중 몇 개만 고장나도 컴퓨터 전체의 적동이 중지되었고 하루 24시간 내내 작동시킬 때에는 매달 약 2천 개의 진공관교체해 주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컴퓨터의 작동을 제어하는 프로그램을 바꾸기 위해서 기술자들이 몇 시간 동안이나 전선들을 기계 앞쪽에 꽂으면서 분주하게 일해야 했다.

진공관을 사용하는 한 이런 단점들을 개선할 수 없었다. 진공관이 아닌 다른 방식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했던 것이다. 원리 자체를 바꾼다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인류사를 보면 우연에 의한 발견이 획기적인 발명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각 국은 전쟁 중에 엄청난 위력을 보인 레이더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것을 위해서는 극히 짧은 파장의 전파를 검출하는 장치가 필요했는데, 진공관고주파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다.

레이더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던 미국의 벨연구소에서는 반도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규소나 게르마늄 같은 반도체는 상당히 제한적으로 전류를 흐르게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게다가 규소나 게르마늄불순물을 첨가하면 전도성증대한다.

물론 단지 불순물이 들어 있다고 해서 반도체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금속이나 불순물의 양이 전기전도성에 영향을 미치지만 불순물이 많을수록 전도성이 나빠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다만 어떤 정해진 범위 내의 불순물이 특정 금속에 들어 있을 때에 한하여 전도성이 증대하는 것이다. 전도성불순물 원자의 수에 따라서 변할 뿐만 아니라, 그 종류에 따라 몇 십만 배, 몇 백 만 배로 변하기도 한다.

 

<n-p형 반도체 탄생>

벨연구소에서 반도체 연구를 주도하던 바딘(John Bardeen)과 브래튼(Walter Houser Brattain)전하물 속에 게르마늄 다이오드를 침전시키고 직류를 연결시켰을 때 표면 부근에서 전류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러한 현상은 금속 접촉에 의해서 생기는데 특히 불순물이 첨가되었을 때 나타났다.

게르마늄 원자최외각 껍질4개의 전자를 가지고 있다. 순수한 게르마늄 결정의 경우에는 4개의 전자가 이웃한 게르마늄 원자의 전자와 쌍을 이루어 모든 전자가 안정된 결합을 보인다. 그런데 이런 게르마늄 결정불순물을 첨가하면 어떻게 될까?

비소 원자의 경우최외각 껍질에 5개의 전자를 가지고 있다. 비소 원자게르마늄 결정에 섞으면, 비소 원자의 최외각 전자 5개 중 4는 이웃한 게르마늄 원자의 최외각 전자 4개와 쌍을 이룬다. 따라서 1개의 쌍을 이루지 못한 전자가 나타나고, 이 전자는 게르마늄-비소 혼합물에 전압을 걸 경우, 양극쪽으로 움직인다.

한편 게르마늄비소 대신 약간의 붕소를 첨가하면 아주 특이한 현상이 나타난다. 붕소 원자의 경우 최외각 원자가 3인데, 3개의 전자게르마늄 원자의 최외각 전자 중 3개와 쌍을 이룬다. 그렇다면 게르마늄의 쌍을 이루지 못한 나머지 1개의 전자는 어떻게 될까? 많은 사람이 이 전자가 게르마늄-비소 혼합물의 경우처럼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놀랍게도 이 전자전공과 쌍을 이룬다. 게르마늄붕소를 섞을 경우, 순수한 게르마늄 결정전자가 발견되는 자리에가 진공처럼 행동하게 되는데 이것을 전공이라고 한다. 게르마늄-비소 혼합물전압을 경우 전자양극을 향해 움직이듯이 전공음극을 향해 움직인다. 전공 역시 전류를 운반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유전자를 가진 게르마늄-비소 반도체‘n(negative)형 반도체라고 하며, 양전하처럼 행동하는 자유전공을 가진 게르마늄-붕소 반도체p(positive)형 반도체라고 한다.

이제 게르마늄 결정의 반n형 반도체, 나머지 반은 p형 반도체로 만들고 각각에 전극을 연결시키면 어떻게 될까?

먼저 n형 반도체음극, p형 반도체양극에 연결하는 경우, n형 반도체 전자양극 쪽으로, p형 반도체의 전공음극 쪽으로 이동할 것이다. 따라서 결정 안에는 전류가 발생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n형 반도체양극, p형 반도체음극을 연결할 경우에는 결정에 전류가 흐를 수 없게 된다.

n-p형 반도체의 이런 성질을 이용하여 반도체의 결정에 교류를 걸어주면, 한쪽 방향의 전류는 흐르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전류가 흐르지 못하게 된다. n-p형 반도체진공관과 마찬가지로 정류기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반도체를 이용하여 진공관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단번에 획기적으로 해결한 것이 바로 트랜지스터. 트랜지스터전기적 신호증폭하고 전달하는 반도체 장치트랜지스터옮긴다저항한다는 두 말을 합쳐서 만든 것이다.

이를 보다 심층적으로 연구던 벨연구소의 쇼클리(William Bradford Shockley), 브래튼, 바딘 등은 3극 진공관가 같이 증폭기로 사용할 수 있는 n-p-n형의 트랜지스터를 제작하였다. 이것이 컴퓨터 등 전자 제품에서 안 쓰이는 곳이 없는 접합 트랜지스터. 트랜지스터의 발명으로 바딘, 쇼클리, 브래튼1956노벨 물리학상을 함께 수상했다. 그들의 노벨상 수상 업적점접합형 트랜지스터 발명과 개량으로 라디오, 전화 발달의 공헌이었다. 반도체 물질로는 실리콘(규소)과 게르마늄이 많이 쓰인다. 납이나 아연에 포함되어 있는 게르마늄불순물을 정제하기는 쉬워도 열에 약하여 6570도 이상이 되면 반도체의 특성이 아주 나빠져 높은 온도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다.

실리콘지구상에서 산소 다음으로 풍부한 원소로서, 실리콘의 산화물이산화규소차돌이나 모래가 주성분이다. 실리콘태양전지를 만드는 원료로서 1970대 말에 국내에서 에너지 파동이 일어나자 차돌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발표된 적이 있었다. 그 발표를 보고 전혀 쓸모가 없는 차돌 밭의 땅 값이 뛰었다는 일화가 있기도 했지만 실리콘은 아주 흔한 물질이다. 이렇게 흔한 실리콘을 정제하면 훌륭한 반도체 물질이 되지만 0.1퍼센트의 불순물이라도 섞여 있으면 효과가 없다.

다행스럽게도 1952구역 정제법이라는 기술이 개발되어 이 문제점이 해결되었다. 이것은 녹은 결정체응고할 때 불순물은 녹은 부분에 남아 있기 쉬우며 굳은 부분에는 극히 소량만 섞여 있는 현상, 편석효과(偏析效果)를 이용한 것이다. 이 방식을 68 되풀이하면 99.9999999, 9자가 9개 이상 붙어 있는 마법의 돌이 생산된다. 현재는 910이 붙어있는 제품도 생산된다.

트랜지스터진공관이 갖고 있는 모든 문제점을 한 번에 해결했다. 트랜지스터진공상태가 필요 없기 때문에 진공관에 비해 크기가 크게 줄었으며 깨지거나 누전이 생기지 않는다. 또한 상온에서 작동하므로 적은 양의 전류로도 사용이 가능하고 준비기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100만 분의 1와트라는 극소한 전력에도 작동하는 외에 수명이 거의 반영구적이며 또 진동에 강하고 작용이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도체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전되었다. 클리칭(Klaus von Klitzing)1980년 반도체의 전기적인 특성재료의 결정 구조재료의 구성 성분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어떤 식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당시까지 정설이었던 반도체의 전기적인 특성은 그 반도체의 결정 구조에 의한다는 생각에 반대되는 것이었다. 이것을 양자 홀 효과라고 하는데 그의 발견은 반도체제어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의 연구에 의해 극저온과 강한 자기장 내에서는 어떤 재료에서 얼마나 되는 길이와 두께의 도선을 만들어야 정확히 1Ω()의 저항이 되느냐를 결정해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는 이 연구로 198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1948년 쇼클리 등에 의해 트랜지스터가 발명된 후, 트랜지스터의 개발은 눈부신 것이었다. 처음에는 반도체를 이용한 트랜지스터저주파에만 사용되었으나 1950년대 후반부터 라디오파에도 사용되어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만들어지고 소위 트랜지스터 시대를 출현시켰다.

한편 1958에는 몇 개의 트랜지스터를 조합한 반도체 칩으로 이루어진 IC(집적 회로)가 발명되면서부터 컴퓨터의 성능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한다. 1965 집적회로의 발명자이자 반도체회사인 인텔의 고든 무어실리콘 칩에 집적되는 전자소자의 수량이 해마다 두 배씩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추후 무어1년이 아니라 2년마다 두 배가 될 것이라고 수정했지만 그의 예상은 적중하여 1965에는 트랜지스터가 겨우 64 들어있었으나 1999년 제품에는 2,800만 개집적됐을 정도이다.

여하튼 1960에 들어서는 각 회사마다 IC, LST, VLST, ULST를 거쳐 바이오칩 등 좀더 많은 집적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어 더욱 작고 강력한 반도체기술을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소형화됨에 따라 에 조합되는 트랜지스터의 수는 수백 개에서 수백만 개로 급증하였고, 배선 부분의 폭이 100나노미터에 접근하여, 21세기 초에는 수십 억 개의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초소형 반도체 소자 덕분에 인공 위성과 우주선 등이 여러 가지 기능을 할 수 있음은 물론, 가정에서 라디오, TV, VTR, 도난 경보기, 게임기 등 여러 전자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하여 이들 전자 제품을 원격 조정하는 일도 가능하여 집으로 들어가는 도중에 필요한 방송을 비디오로 녹화 예약하거나 전자 레인지의 스위치를 넣는 일도 가능하게 되었다. 현대 문명으로 표현되는 전자 혁명은 바로 반도체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9년 정보기술(IT)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두 가지 기술이 태어난다.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인터넷이다. 인텔의 기술자 마르시언 에드워드 호프 박사1969 칩 한 개에 컴퓨터 한 개가 들어가는 회로를 설계했다. 최초의 마이크로프로세서도면 위에 탄생한 것이다. 1971년 인텔4비트4004를 생산했는데 4004의 크기성냥갑만 했지만 무게는 30톤에 이르는 에니악과 성능이 비슷했다.

1983년에 애플사에 의해 퍼스널컴퓨터(PC)가 등장한다. 애플사의 PC마우스와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를 채용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고 이제 누구나 가정에서 한 두 대씩 설치할 정도로 폭발적인 보급 실적을 보였다.

한편 1969 미국 국방성의 고등연구기획성(ARPA)은 당시 소련의 침략에도 파괴되지 않을 컴퓨터 네트워크를 연구하면서 몇몇 대학의 컴퓨터를 연결하는 아르파넷(Arpanet)을 구축했다. 이것이 세계적으로 접속 범위를 확대하면서 컴퓨터 네트워크인 인터넷으로 발전했다. 이제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 사용자들은 인터넷 안에 형성된 가상 공간인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에서 실생활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의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컴퓨터가 없는 세상은 생각할 수도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