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앨런 콕스(Allan Cox)는 캘리포니아의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기묘한 비정상적인 현상을 추적하고 있었다. 화산암인 현무암은 지표면 위로 올라와 굳어지면서 지구의 자기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부 현무현은 현 지구장의 북극과는 반대 방향인 남쪽을 가르키고 있었다. 다소 놀랍지만 자신들의 관측을 기초로 하면 암석은 약 100만 년마다 한 번씩 지구자기장의 방향이 완전히 역전되었다. 즉 어떤 시대의 자북극은 남극에 있었다는 뜻이다. 그는 이 지자기 역전이 지난 400만 년 동안 아홉 차례나 있었는데 그 기간은 10만년에서 100만 년까지 불규칙했다.
캠브리지 대학의 란콘도 여러 지질 시대에 걸친 유럽의 암석을 측정한 결과 신생대 제3기 이전에 자극의 위치가 시간에 따라 점진적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러한 자극의 경로는 북미에서의 암석과도 유사한 모습을 이루고 있음을 발견했다. 지질 시대에 따른 대륙이동이 사실이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한편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프레드 바인(Fred Vine)은 헤스의 유명한 강의를 들은 후 그의 이론을 더욱 발전시켰다. 바인은 인도양에서 실시된 한 영국 연구팀의 자기장 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일을 맡았는데 그는 지구 자기장이 여러 번 역전을 일으켰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나침반의 바늘이 북극을 가리키지만 자기장이 역전된다면 남극을 향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증거는 화산 용암이 식어 바위가 될 때 안에 갇힌 아르곤 가스를 이용하여 연대를 측정하는 아르곤 방사성 연대측정법으로 얻을 수 있다. 결론은 지구의 자기장이 거의 백만 년에 한 번씩 역전을 일으켰음을 발견했다.
바인과 그의 지도 교수인 매튜스(Drummond Matthews)는 1963년 자장 이상대는 해저 확장의 결과라고 발표했다. 해양저가 확장하고 지자기의 반전이 일어난다면 현무암질 마그마는 해령 축에서 상승하여 암맥으로 변하게 되며 이것이 축으로부터 떨어져 옆으로 확장된다는 것이다. 앞에 설명된 내용을 풀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은 발견에 의해 도출된 것이다.
①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처럼) 경계선이 일치하면서 멀리 떨어진 대륙들의 지층에서 발견된 화석 생물들 간의 유사성.
② 그러한 지역들의 암석과 지질학적 구조의 유사성.
③ 전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지각소멸, 예를 들면 오스트레일리아판의 북쪽 가장자리가 유라시아판의 아래로 끌려들어가고 있다. 한때는 고요한 바다 밑바닥이었던 에베레스트 산은 지난 4000만 년 동안 솟아올라 지구에서 가장 높은 산이 되었다. 스위스 알프스 산맥의 꼭대기에 있는 암석도 먼 옛날에 맨틀 속 640킬로미터 지점에 있다가 대륙 충돌의 결과로 솟아오른 것이다. 한편 태평양판의 서쪽 가장자리는 아시아판 아래로 끌려들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과 그 주변 지역에 화산과 지진이 많이 발생한다.
④ 대양저의 구조와 조성, 길이 73,600킬로미터의 대서양 중앙 해령의 판들 사이의 틈은 지구 맨틀이 끓어올라 새로운 지각이 형성되면서 생겨났다.
⑤ 대양저의 암석에 남아 있는 자기의 방향은 양쪽이 거울에 비친 상처럼 줄무늬 형태를 띠고 있는데, 그 ‘성장선‘은 해양판의 확장을 말해준다.
해저 확장 속도는 일 년에 2.5~12.5센티미터로 장소에 따라 차이가 있다. 여하튼 새로운 학문에 의해 대륙이동설로부터 출발한 해저확장설은 판구조론이라는 새로운 지구론을 유도한다. 종래의 관점이라면 지구의 횡단면에 보이는 지구의 중심부는 용융된 납과 완전히 용해되지 않은 암석층에 둘러싸여 있고 그 표면을 얇고 견고한 지각이 감싸고 있다. 현대에도 이런 지각의 형태는 변하지 않았으나 과거의 이론과는 달리 지각 그 자체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판구조론이다.
대륙이나 거대한 섬 같은 지각층 윗부분의 지괴(地塊)는 지각층 아랫부분의 플레이트 같은 판상(板床) 위에 위치한 것으로 추정한다. 전 세계적으로 암석권으로 알려진 이런 지각판은 취약권이라 불리는 반 액체 상태의 광대한 맨틀 위에 떠 있다. 그 결과 취약권을 뚫고 나온 용암이 두 개의 지각판을 갈라놓는 틈새로 흘러들어 가면서 이 지각판과 대륙이 분리된다.
판구조론에 따르면 대서양에는 중부 대서양 해령(海嶺)을 중심으로 동서 양쪽에 해저 분지가 존재한다. 이는 동서 양쪽의 해저 분지가 분출된 용암이 양쪽으로 흘러내려 응고하면서 형성된 것을 의미한다.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아프리카의 거대한 지각판은 이런 광대한 분지의 점진적인 확대로 인해 계속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판구조론은 레무리아 대륙의 존재를 믿는 연구가들에게 치명적인 사망선고를 내렸다. 결론은 대륙 규모의 땅덩이가 대서양 해저 분지에서는 아예 존재할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대서양의 함몰지대라고는 카리브해 근처에 있는 작은 규모의 지대 하나 뿐인데 그 역할 또한 남ㆍ북 아메리카의 거대한 지각판의 장력을 조절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한다. 만약 대륙 규모의 레무리아가 실제로 존재했다면 그 또한 지각판 위에 있어야 하는데 거대한 지각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륙의 이동은 2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억 년 전이라면 지구를 석권했던 공룡들의 세상이며 인간이 속한 포유류는 지구상에 태어나지 않았을 시대로 대륙의 경우보다 거의 열배 가량 젊은 것이다. 물론 레무리아 대륙의 사망 선고는 아틀란티스 대륙의 사망 선고나 마찬가지이다. 대륙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데 문명이 있었다는 것이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판구조론을 도입하면 대양의 바닥이 왜 상대적으로 육지보다 젊은 편인가에 대한 설명도 가능하다. 대양의 바닥 중에서 1억7,500만 년보다 오래된 곳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 사실은 대륙의 암석들이 수십억 년씩 된 것과 비교하면 수수께끼와 같은 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헤스는 판구조론을 도입하여 이 질문을 매끄럽게 해결했다. 그는 바다 밑에 있는 암석들은 해변에 도달할 때까지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여하튼 헤스는 대륙이동설을 지지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륙들은 미지의 힘에 의해 해양 지각 사이로 움직여가지 않는다. 그보다는 맨틀 물질이 해령의 꼭대기 표면으로 올라와 거기서 측면 방향으로 옮겨갈 때 그 위에 수동적으로 올라탄 채 움직인다.’
원래 판이 움직이므로 ‘대륙 이동’이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대륙 이동으로 표현했다. 학자들은 이 거대한 움직임을 일으키는 힘은 지구의 핵과 맨틀에서 발생한다. 철질인 핵은 지름이 약 2,400킬로미터로 압력은 지표면의 360만 배, 온도는 약 6,600도다. 이 온도는 태양의 온도 약 6,000도보다 약간 높다. 이러한 엄청난 열이 방출되기 때문에 맨틀에서는 대류와 거대한 요동이 일어난다. 지각 바로 아래에 위치한 맨틀은 밀도가 높은 층으로 두께는 약 2,880킬로미터로 두께 64킬로미터 정도의 단단한 맨틀 상층부가 지각과 함께 판을 형성하고 있다. 아래로 내려가 지구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맨틀은 핵에서 받은 열 때문에 점점 더 뜨거워지고 걸쭉한 스프처럼 천천히 움직인다. 지진과 화산은 지구 내부에서 방출되는 열이 솟아오르면서 일어나는 표면의 현상이다.
<판구조론 증명>
대륙이동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은 많은 암석들이 과거의 지구 자극(磁極)의 방향에 대한 ‘기억’을 보유한다는 원리에 기초했는데 이들 자극에 대한 정리된 이론은 1970년 한네스 알벤 박사와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네엘(Louis Eugene Felix Neel, 1904〜2000) 박사가 큰 업적을 이루었다.
프랑스 리용에서 태어난 네엘 박사는 1924년부터 1928년까지 프랑스의 천재학교로 알려진 에콜노르말쉬페리외르를 졸업한 후 당해 연도에 그곳의 시간 강사가 되었다. 1932년 스트라스부르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37년부터 1945년까지 그 곳에서 과학 교수로 임용되었다. 1945년부터는 그르노블에서 교수직을 맡았고, 이듬해인 1946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의 관리자가 되었으며, 1954년부터 1970년까지는 그르노블 공과대학교, 1970년에는 연구소장 직을 맡았다. 1949년부터 1969년까지는 프랑스국립과학연구소의 위원, 1952년부터는 프랑스군의 과학 고문으로, 북대서양 조약 기구 과학 위원회의 프랑스 대표자로 있었다.
그의 공헌은 컴퓨터의 메모리 단위에서 많은 응용법을 낳은 것으로 유명하다. 1930년경에 그는 강자성체의 반대 개념으로, 자기장의 새로운 성질인 반강자성체를 제안했고, 네엘 상태가 되면 반강자성이 사라진다는 것도 밝혀냈다. 그는 1947년에 페라이트가 강자성을 띌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으며 평범한 암석도 약한 자기력을 띈다는 사실을 밝혀내어 지구의 자기장에 관한 연구를 가능케 했다. 결론적으로 베게너의 판구조론이 옳다는 것이 증명된 것도 바로 그의 업적에 의해서다. 그는 자철석이 강자성 물질이 아니라 준강자성 물질임을 밝혔다. 준강자성 물질은 그 내부에 서로 상반된 자석 역할을 하는 물질들 특히 다른 이온들이 함께 섞여 있어 자성이 서로 상쇄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한 부분이 더 우세해서 결과적으로는 강자성 물질들과 비슷한 성질을 보여주는 물질이다. 원래 강자성 물질은 높은 온도에서 자성을 잃어버린다. 이것은 온도가 올라가면서 운동에너지가 점점 커져 어느 온도에 이르면 원자자석들이 나란히 배열된 사태를 도저히 유지할 수 없으므로 결국 흩어지면서 자성을 잃는다. 이 온도가 바로 퀴리 부인의 남편인 피에르 퀴리의 이름을 붙여 ‘퀴리 온도’라고 한다. 그런데 준강자성 물질은 퀴리온도에 도달하지 않아도 자성을 잃을 수 있다. 이 온도를 ‘네엘 온도’라 부른다. 이것은 물질의 자성을 이용한 메모리소자 개발 등 고체물리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용암 속에 철 원자와 다른 자기 물질들은 나침반 바늘이 남북을 가리키듯이 자기적 남북 방향으로 배열된다. 그러한 용암들은 냉각된 후 응고할 때 그 안의 자기 물질이 용암에 있을 때 가졌던 방향 그대로 고착된다. 그런 ‘화석화한 나침반 바늘’이 기운 정도는 암석이 융해되어 있던 때의 지구의 자극에서 그 암석이 얼마나 떨어져 있었는가를 알려준다. 극에서는 자기 입자들이 수직 하방을 가리킨다. 적도로 접근하면 그것들은 덜 기운다. 적도에서는 전혀 기울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암석의 자기적 성질의 측정으로부터 우리는 암석이 응고할 때 위치했던 위도뿐 아니라 극의 방향을 추론할 수 있다. 대륙이 이동했다면 대륙이 이동하는 동안 위도상의 위치를 바꾸었을 것이기 때문에 자기의 탐구는 이 운동을 파악할 수 있는 절대적 증거가 된다.
1906년 프랑스의 베르나르 브뤼느는 지구의 자기장이 때때로 남북의 방향을 바꾸며 이런 사실이 암석에 영구히 기록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용암이 식어갈 때 자석의 성분을 가진 철광석의 작은 결정들이 당시의 지구 자장의 방향에 따라 정렬되면서 자장을 띠게 되며 이들 암석이 식어서 단단해지면 그 방향을 유지해 자장의 방향을 기억하는 것이다. 이런 기억을 뒤쫓아 학자들은 지구 자장의 남북이 과거 어느 시기에 바뀐 것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① 지난 70만 년 동안 지금과 같은 남북 방향의 자장을 가지고 있었다.
② 그 이전 250만 년 전까지 지금과는 반대 방향의 자장을 가졌다.
③ 이 기간 동안에도 여러 번 잠시 동안 방향이 바뀐 시기가 여러 번 있었다.
1950년대 영국의 지리학자 스탠리 런콘(Stanley Runcorn)이 자기장의 방향이 바뀐다는 것을 확인했다. 유럽에서 암석의 자기적 특성을 통해 같은 지역에서 다른 시대의 암석의 자기적 성질을 보면 지구의 자극은 과거 동안 다른 시기에 위치를 바꾼 것이다. 이 결과는 자극이 지구의 지질학적 역사 동안 이동했거나 유럽 대륙이 이동하고 자극이 같은 곳에 머물렀을 것이란 해석이었다. 당대의 학자들은 대륙의 이동이 아닌 자극이 이동했다고 추정했다.
계속되는 연구에 의해 유럽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자극도 지구의 과거 다른 시기에 분명히 다른 위치에 있었음이 발견되었다. 만약 하나의 극이 있었다면 모든 대륙에 대해 같은 시기에 같은 위치에 나타나야 한다. 이 내용은 대륙이 이동하지 않았다면 설명되지 않는다. 유일한 다른 설명은 지구가 과거에 몇 개의 자극을 갖고 있었다는 것인데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이 결과는 베게너의 주장 즉 판게아가 붙어 있었다면 극의 이동 경로는 서로 다른 대륙들에 대해서 일치하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즉 자극은 정지해 있지만 대륙이 이동했다는 것이다. 지자기에 의해 대륙이 이동되었다는 증거를 찾았지만 과학자들은 보다 명확한 증거를 요구했다. 이 문제는 생각보다 빨리 진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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