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지역 기원설의 반격>
현 지구상에 살고 있는 동양인의 시조가 아프리카에 살았던 한 여자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아프리카 가설’은 다소 충격적이지만 최첨단 유전자기법 사용이라는 이점을 갖고 있으므로 인류의 기원을 찾는 연구에서 보다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또 다른 인류기원의 가설인 ‘다지역기원설’도 이에 맞설 수 있는 충분한 설득력과 증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아프리카가설 자체에 대해서 반박한다. 학자들은 윌슨의 계산법에 잘못이 있다는 치명적인 오류를 발견했다. 가장 먼저 지적된 사실은 연구에 사용했던 147명의 ‘아프리카인들’이 사실은 지난 수백 년 사이에 유전자들이 상당할 정도로 흐려졌을 가능성이 높은 아프리카 출신 미국인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가정조건(假定條件)이 너무나 많아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mtDNA 접근법은 추론 과정에서 비약 즉 현재의 자료들을 가지고 과거를 추론해야 하기 때문이다. 메릴랜드 대학의 유전학자 새러 티슈코프도 이 점에는 동의한다. 또한 프랑스의 진화생물학자 루네스 시키도 똑같은 mtDNA 패턴이라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으므로 주관적이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프리카 기원설은 어떠한 특수한 조건이 존재했기에, 그곳에서 인류가 시작됐는가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에서 살고 있던 호모사피엔스가 어떻게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었는지도 불분명하다.
특히 아프리카 가설은 성서의 이브처럼 여성 단 한 사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유전적으로 같은 성질을 갖고 있는 여성이 10,000명이 있다고 해도 시대를 거치는 사이 계통은 점차 줄어들게 된다. 또 여자아이를 낳지 못하면 미토콘드리아 DNA의 계통은 끊어지고 만다. 그러므로 계산에 의할 경우 평균 10,000세대 뒤에는 단 한 사람의 여성 계열을 제외하고는 다른 계열은 끊긴다.
1세대를 20년에서 30년으로 잡으면 10,000세대는 20만 년에서 30만 년이 된다. 즉 여러 인류 공통의 조상인 미토콘드리아 이브가 20만 년 전에 살아있었다는 것은 그 당시 단 한 명의 여성이 살아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에도 10,000명의 다른 여성이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브’는 현생인류의 기초 유전자를 제공한 ‘특별한’ 여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한 DNA는 부친과 모친 양쪽에서 유전되며 차세대에 전해지기 전에 다시 짜여지는 과정을 거친다. 즉 미토콘드리아의 이브와 동시대에 산 많은 남녀의 DNA가 뒤섞인 형태로 우리 인류에게 남아있게 된다. 현 인류의 미토콘드리아DNA가 미토콘드리아의 이브에게서 유래하더라도 사람의 유전적 특징의 대부분을 결정하는 DNA 중 ‘이브’에서 유래하는 부분은 극히 적으므로 80억 명에 달하는 현 인류가 아프리카의 한 여자로부터 출발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장이 큰 정도가 아니라 너무 비상식적인 포장을 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호주 국립대학의 토른 박사(A.G.Thorne) 등은 먼저 아프리카 가설에서 주장하는 기존 종족에 대한 완전한 대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즉 현대인에게 오로지 하나의 미토콘드리아 DNA계통만 존재한다면 그것은 아프리카의 침략자들과 기존 종족의 여성들 간에 전혀 유전적 결합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약 20만 년에 걸쳐 아프리카와 세계 전 지역에서 완전한 종족대체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상황을 이들은 다음과 같은 비유로 빗대어 말하고 있다. 다지역적 진화로 본다면 마치 수영장의 각 모퉁이에서 여러 사람이 첨벙대고 있을 때 그들은 각각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잔 물결을 일으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처럼 유전적 결합은 종족 간에 서로 교환되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브가설의 종족 완전 대체는 어떤 한 사람이 수영장에 갑자기 뛰어들어 그 물살로 나머지 모든 사람들을 빠뜨려 버린다는 식이다.
이브가설의 단점을 고고학적 증거로 증빙되지 않는다는 점은 다음과 같다.
① 아프리카 유래의 현대인이 다른 종족을 완전히 대체했다.
② 최초의 현대인은 아프리카에서 나타났다.
③ 다른 지역에서의 최초 현대인은 아프리카 사람의 모양이어야 한다.
④ 현대인과 대체당한 종족 간에는 유전적 결합이 절대 없었다.
⑤ 종족대체 전후의 해부학적 불연속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고인류학적 증거들은 이러한 가정을 지지하기는 커녕 오히려 상반된 해석으로 유도된다. 우선 종족대체라는 전제에 대해서 볼 때 기존 종족은 일반적으로 유입되는 종족에 비해 적응성이나 인구 통계학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1950년대 에른스트 마이어는 고인류학을 연구하며 인류 기원에 대한 매우 명쾌한 정리를 했다. 곧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진화했는데 호모하빌리스에서 호모에렉투스, 호모에렉투스는 호모사피언스인 네안데르탈인, 호모사피언스사피언스인 크로마뇽인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특히 크로마뇽인을 호모사피언스사피언스로 부르기도 하지만 이들은 유전자 분석에 따른 비약적인 연구에 따라 네안데르탈인은 네안데르탈인, 크로마뇽인은 호모사피언스로 부르기도 하므로 용어를 주의깊게 살펴보기 바란다.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이렇게 단순하게 계통도가 그려지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학자들은 인류의 진화의 계통수가 다른 동물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한다. 도태되는 종도 많고 어떤 경우에는 여러 호미니드종이 같은 가지에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다지역기원설의 근본 이론이다. 펜실바니아 대학의 커얼리튼 쿤 교수는 1962년 발간된『인종의 기원에서』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전 세계의 인류가 모두 같은 조상으로부터 갈라진 것은 아니다. 세계 인류 중 분류될 수 있는 첫 번째 집단은 각기 다른 지역에서 각기 다른 시대에, 또한 독자적으로 진화되어 온 영장류, 즉 호모 에렉투스의 여러 종류의 후손들이다. 따라서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는 결코 우리의 공통적인 조상으로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쿤 교수에 의하면 25만 년 전에 이미 동아시아인, 폴리네시아인, 아메리카인디언, 중국인과 기타 몇몇 민족을 이루고 있던 몽골로이드와 유럽에 살고 있던 코카소이드, 훨씬 나중에 아프리카 흑인을 이룬 콩고로이드, 호텐토트 및 부시인의 카포이드, 그리고 다시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과 피그미, 멜라네시아인, 파푸아인을 이루는 오스트랄로이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를 한민족에 적용한다면 북한의 검은모루동굴의 원인은 100만 년 전부터 한반도에 원인이 살았는데 이들은 유럽에 살던 사람들과는 조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다지역 기원설에 의하면 아득한 옛날 인류는 약 100만 년 전까지는 한 뿌리였지만 호모 에렉투스 즈음에 여러 갈래로 나눠져 세계 곳곳에서 각자의 특성에 따라 발달했다. 즉 현재의 인류가 지니고 있는 인종적 특징은 각 지역에서 오랜 세월동안 진화해 온 결과라는 뜻이다. 이것은 현생 인류가 유럽과 동시에 아프리카, 중동아시아에도 존재했다는 것으로 황인종의 조상은 황인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아프리카 기원설과 다지역기원설은 워낙 첨예한 문제에서부터 격돌하므로 수많은 반전에 반전을 갖고 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1997년 뮌헨 대학에서 네안데르탈인 남자의 팔뼈에서 DNA를 추출해서 분석한 결과 오늘날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어떤 DNA와도 다르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네안데르탈인과 현대 인류와 아무런 유전적 관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으므로 전통적인 다지역기원설에 큰 타격을 주었다.
2000년 말에도 동일한 내용의 발표가 있었다.
에릭 랜더 박사는 53명을 대상으로 한 미토콘드리아 DNA연구 결과를 통해 현대 인류는 지난 10만 년 이내에 아프리카에 살던 10,000명 이내의 사람들로부터 유래되었다는 아프리카 가설이 다시 등장했다. 그는 현대의 유럽인들은 물론이고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의 사람들까지도 25,000년 전에 고향을 떠났던 수백 명을 넘지 않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후손이라고 발표했다. 이들 발표는 다지역기원설에 치명타를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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