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 구성>
불국사 경내에 들어서면 우선 대석단(大石壇)과 마주치는데 불국사의 건물은 장대하고 독특한 석조구조 위의 목조건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석가정토 구역은 아미타정토 구역보다 석조 구조가 한 단 높게 조성되어 아미타정토는 1층, 석가정토는 2층으로 보인다.
대석단은 크게 양분되어 그 아래와 위의 세계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곧 석단 위는 부처의 전유 공간으로 불국토이고 석단 아래는 범부의 세계다. 동쪽의 석가모니 세계는 석단에 마련된 청운교와 백운교를 통하지 않고는 오를 수 없으며 서쪽의 극락전 역시 석단에 마련된 연화교와 칠보교를 통해서 올라갈 수 있다. 비로전이나 관음전 일곽 역시 대웅전 및 극락전을 통해서만 다다를 수 있다.
이 석조 구조는 길고 짧은 장대석ㆍ아치석ㆍ기둥석ㆍ난간석 등 잘 다듬어진 다양한 석재로 화려하게 구성되어 있다. 강우방은 불국사의 석조 구조 중 석가정토 구역의 경우 단순한 기단이 아닌 정토 건축의 목조건물 제1층에 해당하는 부분이 석조 구조로 번안되었다고 설명했다.
정토건축이란 건축 양식의 하나로 지상에서 멀리 떨어진 하늘에 있는 불국토를 상징하는 건축 양식으로 대체로 2층의 누각 형태를 띤다. 이러한 중층의 정토 건축은 중국의 석굴사원의 벽화에 많이 나오는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정토건축물로는 1052년에 건축된 일본 평등원(平等院)의 건물로 알려져 있었는데 불국사는 그보다 훨씬 앞선 8세기 중엽 계획된 것이다.
흔히 불국사를 방문할 때 놓치기 쉬운 것이 경내로 들어가기 전의 석축이다.
불국사는 다른 사찰과는 달리 경내로 들어서면 크게 둘로 갈라지는데 석축 위는 불국이고 그 아래는 범부의 세계다. 단아한 모습의 석축은 1층 기단엔 큰 돌, 2층 기단에는 작은 냇돌을 쌓았으며 그 사이에 인공적으로 반듯하게 다듬은 돌로 기둥을 세워 지루하지 않게 변화를 주었다. 또한 석축 중간에 다리 즉 연화⋅칠보교, 청운⋅백운교를 내고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처마가 돋보이는 범영루와 좌경루를 세워서 수평적으로만 둘러진 것 같은 석축에 변화를 주었다. 불국세계의 위엄을 상징하는 이 석축으로 불국과 범부의 세계가 구분되지만 연화⋅칠보교와 청운⋅백운교가 두 세계를 이어주는 것이다.
한편 불국사의 석축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공법이 사용되었다고 김동현 박사 등은 적었다.
고구려에서 많이 사용한 그랭이 공법으로 이 공법은 동북아시아에서 주로 우리나라 건축물에서만 보이는 한국적인 것이다. 그랭이 공법은 간단하게 말하여 기준 돌의 형태에 맞추어 돌을 다듬어 쌓은 것이다. 백운교 좌우의 거대한 바위로 쌓은 부분에서 확연하게 발견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천연바위를 그대로 둔 채 장대석과 접합시켜 수평을 이루도록 했다. 이러한 작업이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울퉁불퉁한 바위의 곡선과 장대석의 직선이 맞이음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신영훈은 불국사를 창건하면서 이와 같이 어려운 작업을 채택한 것은 불국사가 상징하는 의미가 그토록 컸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불국사 앞에 연못이 있다는 사실도 발굴로 밝혀졌다. 청운교 앞에 계란형으로 구품연지로 불리는 동서 39.5미터, 남북 25.5미터의 연못자리가 발견된 것이다. 사찰의 기단을 보면 토함산의 물을 끌어들여 연못으로 물이 떨어지게 하는 홈통같은 배수구가 있는데 여기서 물이 떨어지면 물보라가 생겨 장관이었다고 한다. 특히 못 위에 놓인 청운⋅백운교와 연화⋅칠보교, 긴 회랑과 경루, 종루 등 높은 누각들이 거꾸로 물 위에 비쳐 절경을 이루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불국사의 연못이 재현되어 이들 아름다운 광경을 실제로 볼 수 있는 날이 있을지 모르겠다. 불국사의 세 구역인 석가정토, 아미타정토, 연화장세계에서 석가정토를 먼저 들어간다.
<석가정토>
『법화경』에 의하면 석가모니가 법화경을 설한 영취산을 그가 상주하는 정토로 삼는다. 석가정토는 아미타 정토보다 훨씬 넓은데다 측면에서 볼 때도 석가정토의 석조구조가 아미타정토의 석조구조보다 3미터나 돌출되어 있다. 그만큼 불국사는 석가정토 구역을 강조한 건축물이다. 이 구역안의 구조물을 차례로 살펴본다.
① 청운교와 백운교
불국토는 청운교ㆍ백운교 등 돌계단으로 올라가는데 지상과 천상을 연결하는 다리의 중간 부분에 아치형 터널이 있어 밑에 물이 흐르는 다리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지상에서 천상으로 상승함과 동시에 강 또는 바다를 건너 하늘에 있는 불국토에 도착한다.
불국사의 가장 특징적인 조형물 중 하나인 석축(석단)의 위는 부처의 나라인 불국이고 그 밑은 아직 거기에 이르지 못한 범부의 세계를 뜻한다. 석단은 크고 작은 돌을 함께 섞어 개체의 다양성을 나타내는데 석단은 불국세계의 높이를 상징함과 동시에 그 세계의 굳셈을 상징하기도 한다. 두 모퉁이 위에는 경루와 종루가 있다.
석단에는 대웅전을 향하는 청운교‧백운교(국보 제23호), 극락전을 행하는 연화교‧칠보교(국보 제22호)의 두 쌍의 다리가 놓여 있는데 층층다리가 국보로 지정된 예는 세계에서도 그 유례가 흔치 않아 불국사가 예사롭지 않은 건물임을 알 수 있다. 청운교‧백운교는 석가모니불의 불국세계로 통하는 자하문에 연결되어 있고 칠보교‧연화교는 아미타불의 불국세계로 통하는 안양문에 연결되어 있다.
청운교는 18계단으로 높이는 신라 척도로 12척(3.82미터)이고 폭은 16척(5.16미터)이다. 백운교는 16계단으로 높이는 10척에 폭은 16척이다. 다리의 숫자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데 일반적으로 청운교‧백운교가 33계단으로 알려진다. 33천(天)을 상징하는 것으로 욕심의 정화에 뜻을 두고 노력하는 자들이 걸어서 올라가는 다리라는 설명인데 현존하는 유일한 신라의 다리다(신영훈은 원래 36계단이라 설명). 두 개의 돌다리가 45도의 경사로 높다랗게 걸려 있는데 계단을 다리 형식으로 만든 특이한 구조를 하고 있다.
특히 백운교를 옆에서 보면 직각삼각형 모양이다. 백운교의 높이와 폭과 계단의 길이를 간단한 비로 나타내면 약 3 : 4 : 5가 된다. 피타고라스 정리에 따르면, 직각삼각형에서 직각을 낀 두 변을 a 와 b, 빗변을 c라 할 때 a²+b²=c²이다. 백운교의 비 3 : 4 : 5에서도 3²+4²=5² 인 관계가 성립한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동양에서는 ‘구고현의 정리’라고 한다.
구(勾)는 넓적다리, 고(股)는 정강이를 뜻하며, 넓적다리와 정강이를 직각으로 했을 때 엉덩이 아래 부분에서 발뒤꿈치까지가 현(弦)이다. 직각삼각형에서는 밑변이 ‘구’, 높이가 ‘고’, 빗변이 ‘현’이 된다. 중국의 수학책인 『주비산경』은 서양보다 500년이나 앞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한 장의 그림으로 증명했는데, 이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대한 수많은 증명 중 가장 간결하고 우아한 증명의 하나라고 이경미 박사는 설명했다.
화강암의 장대석으로 계단을 갈고 양쪽 난간에는 원통형의 돌을 이었으며 계단 위에 설치된 세 줄의 등연석은 각각 너비 70센티미터, 길이 6.2미터나 되는 거대한 한 개의 돌로 되어 있다. 장방형의 돌기둥 위에 밭쳐진 홍예는 반원을 이루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U자를 뒤집어 놓은 모양으로 우리나라 석교나 성문의 홍예의 시원을 보여주고 있다.
아치의 구조법은 석빙고의 천장구조와 유사하다. 골격이 되는 아치의 틀을 먼저 만들고 그 사이를 장대석처럼 다듬는 판석을 치밀하게 축조해 천장을 완성시키는 방식인데 골격에 의지하고 그 위에 덧쌓아서 골격과 천장돌 사이에 요철이 생겼다. 그러므로 이 형식은 전체를 아치로 만든 구름다리나 성문들과는 달리 일정 간격으로 세우고 이를 구조재로 하여 그 사이를 석재로 쌓거나 판석을 얹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석빙고의 아치와 또 다른 방법을 채택했다.
신영훈은 석빙고형의 아치를 ‘속틀’이라 가칭하고 마구리에 해당하는 또 하나의 홍예석을 ‘겉틀’이라고 명명한다면 속틀이 여러 개의 돌을 쌓아 완성시킨 반면 겉틀은 좌우로 한 돌씩 반달같이 다듬어 틀어 올렸다. 이러한 이중 아치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으므로 ‘불국사형 아치’로 부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신라인들은 다리의 아치 축조에 있어도 남다른 창의력을 발휘했다.
또한 석빙고의 아치는 같은 크기의 돌을 아치로 쌓아 올려 무지개 형상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정상부에 다른 돌보다 조금 크기가 다른 석재를 꽂아 마감했는데 이를 ‘아치종석’이라 부른다. 그런데 겉틀의 아치종석은 밑 부분이 넓고 위가 좁은 사다리꼴의 모습인 반면에 속틀 아치종석은 반대로 위가 넓고 밑이 좁아 역사다리꼴이다. 보편적으로 아치종석은 어느 나라의 것이든 대부분 속틀의 모습을 하는데 불국사의 겉틀 아치종석은 반대다. 특히 속틀 골격의 아치종석 위로 겉틀의 아치종석이 놓여있다. 이것은 아치종석의 뒷몸이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천장돌의 하나로 구조되어 보다 단단히 결구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런 구조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네스코(한국유산) > 경주역사지구 답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주역사유적지구 답사(66) 불국사(4) (0) | 2021.12.18 |
---|---|
경주역사유적지구 답사(65) 불국사(3) (0) | 2021.12.16 |
경주역사유적지구 답사(63) 불국사(1) (0) | 2021.12.15 |
경주역사유적지구 답사(62) 석굴암(12) (0) | 2021.12.15 |
경주역사유적지구 답사(61) 석굴암(11) (0) | 2021.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