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부터 우주가 확장한다는 것이 알려지자 우주에 관한 연구는 다음 세대의 과학자들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의 기수가 유명한 조지 가모프이다.
가모프는 1904년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태어났는데 오데사 노보로시아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할 때부터 젊고 능력있는 원자핵 물리학자로 전도가 유망했다. 1923년 르메트르가 벨기에에서 영국 케임브리지의 에딩턴 학생일 때 그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갔다. 그곳에는 팽창하는 우주를 도출한 프리드만이 있었다. 그는 역동하는 우주에 대해 프리드만으로부터 직접 배웠는데 이후 프리드만이 건강 악화로 사망하여 사실 가모프가 프리드만의 우주론을 계승한 유일한 제자였다.
가모프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그에 의해 비로소 르메트르의 원시 원자에 핵물리학이라는 옷을 입혔기 때문이다. 그는 그의 제자인 앨퍼와 함께 이 일에 전념했다. 당대의 사람들은 과학기술의 한계 때문에 우주론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극소수 과학자들만 우주론에 관심을 갖고 있을 때였다.
이때 영국의 세실리아 페인은 영국에서 여자의 대학교 입학을 허락하지 않자 미국의 하버드 대학으로 가서 태양의 스펙트럼을 조사하고 있었다. 태양을 구성하는 원소가 무엇인지 밝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대에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낙사고라스가 이야기한 태양의 주성분이 암석과 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것은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을 보고 그것이 태양에서 떨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운석은 불이 붙은 채 떨어지는데 하늘에서 그만 한 열을 내는 것은 태양밖에 없었다. 그런데 운석을 조사해보니 주로 철로 이루어져 있었으므로 태양이 철로 구성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20세기 초에 원소에 대한 지식이 쌓이면서 태양이 철로 되었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많은 학자들이 태양의 주성분이 철이라고 우겼는데 20세기에 개발된 첨단 장비인 분광기에 의하면 태양의 흡수선이 철의 흡수선과 매우 유사했다. 세실리아 페인은 철이 태양의 주성분이라는데 의문을 갖고 철저히 태양의 스펙트럼을 조사한 결과 매우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모두 철의 흡수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수소와 헬륨의 흡수선을 합해 놓은 것과 모양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결론으로 태양은 수소 90%, 헬륨 10%로 이루어졌다고 발표했다.
태양이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다른 별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마디로 우주는 거의 수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하늘에 떠있는 뜨거운 태양이 수소와 헬륨 같은 기체 덩어리라는 말에 과학자들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했다. 심지어 페인의 주임교수인 헨리 러셀은 그녀의 박사 학위 논문에 이런 문구를 넣으라고 말했다.
‘이것은 거의 확실히 사실이 아닐 것이다.’
사실이 아니라면서도 그녀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한 것이 의아하지만 페인은 아얏소리하지 않고 교수의 말에 수긍하고 학위를 받았다. 태양이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되었다는 것은 페인만이 아니다. 독일의 프리츠 후터만스가 괴팅겐 대학에서 태양이 에너지를 발산하는 과정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들은 태양이 대부분 수소로 이루어져 있고 거기에 헬륨이 약간 포함되어 있다면 태양에서 나오는 빛과 열은 수소가 타면서 나오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수소 4개가 합쳐질 수 있다면 헬륨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는데 이때 수소가 타는 것은 지구상에서 나무가 타는 것과는 다른 것으로 학문적으로는 ‘핵융합’을 의미한다.
수소 1kg이 핵융합을 일으키면 0.9929kg의 헬륨이 만들어진다. 여기에서 0.0071kg이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도출된 ‘E=mc²'에 따라 엄청난 양의 에너지로 바뀐다. 이를 알기 쉽게 말하면 수소 7.1g 즉 각설탕 1개 반 정도 무게의 수소가 약 640조J이라는 에너지로 바뀌는데 이것은 전 지구인이 1년 동안 석유와 석탄을 태워 얻는 에너지의 10배에 해당한다. 태양은 지금 이 순간에도 1초에 5억 8400만 톤의 수소를 5억 8000톤의 헬륨으로 바꾸고 있는데 그렇다면 태양이 고갈되지 않느냐고 걱정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50억 년은 더 빛날 수 있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두 사람은 여하튼 수소 4개가 모여 헬륨으로 바뀌면 태양의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수소 4개가 헬륨으로 변하는지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아직 중성자의 존재가 발견되지 않아 수소 핵융합 과정을 상세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인데 1932년 중성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쉬운 것은 후터만스다. 그는 공산당원이므로 독일의 박해를 피해 러시아로 갔지만 러시아에서도 체포되어 고문을 받은 후 감옥에 갇혔고 1940년에 석방되었는데 이번에는 독일의 게슈타포에 체포되어 감옥을 전전하느라 중요한 시간을 수소 핵융합 이론에 전혀 손을 댈 수 없었다.
그의 뒤를 이어 연구를 발전시킨 사람이 한스 베테다. 베테는 원래 독일 튀빙겐 대학에 적을 두고 있었지만 어머니가 유대인이므로 해고당한 뒤 영국으로 갔다가 미국으로 건너갔다. 러시아인인 가모프도 러시아를 탈출할 계획을 세웠는데 우여곡절 끝에 1933년 벨기에에서 열리는 솔베이 회의에 러시아 대표로 선정되자 아내와 함께 학회에 참석한 후 러시아로 돌아가지 않고 조지워싱턴대학에 자리잡았다.
당시 미국에서는 원자폭탄을 만드는 ‘맨하튼 계획’에 거의 모든 핵물리학자들이 동원되었는데 가모프는 러시아 붉은 군대 장교였다는 이력 때문에 참가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그는 별들의 에너지 원천에 관한 문제 등을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었는데 이때 한스 베테가 가모프에 영향을 받고 수소 핵융합 과정을 깊이 파고 들었다.
그는 태양 속에서 수소 4개가 융합해 헬륨 하나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첫 번째 과정은 보통 수소와 중수소가 참여한다. 중수소는 보통 수소에 중성자가 하나 더 들어가 있는 것으로 1932년 중성자가 발견되어 질량이 다른 수소가 있다는 것이 알려진 것이다.
두 번째는 중수소가 아닌 보통 수소와 탄소가 등장한다. 만약 태양의 내부에 원래 탄소 원자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태양 내부가 뜨겁고 압력이 커서 탄소와 수소가 부딪칠 기회가 많으며 결국 탄소가 수소를 헬륨으로 바꾸는 공장 구실을 한다. 베테는 태양에서 두 가지 핵반응이 일어나 에너지를 발산한다고 설명했고 이는 다른 별에서와 마찬가지다. 그는 1967년 별 내부에서 벌어지는 에너지 합성 과정을 밝힌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원시핵의 상태>
태양이 수소로 이루어진 커다란 공이며 태양이 에너지를 발산하는 이유는 수소가 핵융합을 일으켜 헬륨으로 변하는 과정이라는 것은 우주에 있는 무수한 별도 태양과 같은 방식으로 빛을 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우주의 기본이 수소로 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수소는 우주의 시작과 더불어 생겼을 것이 틀림없다. 그 다음에 수소가 뭉쳐 헬룸이 되고 같은 방법으로 핵융합을 통해 더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학자들은 수소가 헬륨을 만드는 것까지는 이해했지만 그 뒤의 과정을 풀 수는 없었다. 특히 어떻게 탄소가 처음부터 태양에 들어가 있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이에 도전한 사람이 가모프다. 그는 두 가지의 문제를 핵물리학을 접목하여 설명코자 했다. 가모프는 태양에 탄소가 어떻게 들어갔는지 설명하려면 르메트르의 원시 원자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르메트르의 중성자로 이루어진 차가운 원시핵 대신 수소로 채워진 뜨거운 원시핵을 생각해 냈다. 큰 원자를 쪼개서 작은 원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간단한 원자인 수소로 채원진 원시핵이 융합을 일으켜 점점 큰 원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르메트르가 원래 큰 원자를 쪼개서 작은 원자를 만들었다면 가모브는 가장 기본적인 원자에서 큰 원자로 핵융합하는 과정을 도입했다. 즉 원자를 만드는 방법에서 르메트르와 가모프는 정 반대였다. 가모프는 이어서 핵융합을 일으킬 방아쇠가 폭발이라고 생각했다.
가모프의 생각은 사실 매우 단순하다. 허블이 외부 은하들이 멀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관측으로 증명했으므로 시간을 거꾸로 돌리면 외부 은하들이 한곳으로 모여든다. 즉 현재와 같은 거대한 우주를 태양크기 정도로 몰아넣으면 그 안은 그야말로 온도와 밀도가 어마어마하게 높은 수소로 아수라장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모프는 이런 원자핵이 존재한다면 이 원시핵이 불안해서 언젠가 폭발을 일으킨다. 폭발은 인간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로 이 폭발과정에서 수소의 일부가 헬륨으로 바뀌고 헬륨보다 더 무거운 원소인 탄소도 합성될 수 있다. 가모프는 이렇게 우주의 역사 초기에 탄소가 만들어졌으므로 태양에 탄소가 들어갈 수 있다고 가정했다. 계속적인 연구로 가모프는 헬륨이 태양이 만들어질 때 이미 우주에 깔려있었다고 생각했다. 가모프는 태양의 원재료가 될 헬륨은 물론이고 탄소 순환에 참여할 탄소까지도 우주의 초기 폭발 때 생겼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서의 우주 초기 조건은 뜨거운 원시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문헌 :
『처음 읽는 우주의 역사』, 이지유, 휴커니스트,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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