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간류 연구는 어려워>
학자들은 이족보행과 크게 늘어난 뇌의 용량, 잘 발달한 언어는 인간이 인간답게 진화하는데 결정적이라고 설명한다. 이족보행이야말로 인간이 일반 동물로 차별화되는 첫 단계라 볼 수 있다.
2족 보행이 인간의 전유물이므로 아르디는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져 수많은 곳에서 연구가 진행되었다. 440만 년 전의 아르디가 직립보행했다는 것에 학자들이 놀라워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시 아르디가 살던 주변 상황이 어땠느냐이다. 인류 조상이 지금의 인류와 같은 모습으로 어떤 환경에서 걷게 되었는가는 인류 진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야말로 근래 놀라운 연구가 발표되었다. 400만 년 전에 이미 지금의 인류처럼 똑바로 서서 걸을 수 있었다는 내용은 그동안의 고인류의 진화로 설득력있게 설명하던 통설이 모두 틀렸다는 것이다. 즉 인류 조상 호미니드가 영장류처럼 나무를 탈 수 있는 능력을 굳이 희생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당시의 고인류는 삼림에서 나무도 타고 걸을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이러한 새로운 주장은 매우 광대한 연구를 기초로 한다.
뉴욕시립대학교의 허맨 폰쳐 박사는 사람과 함께 살아있는 유인원, 원숭이가 걸어가거나 나무에 올라가고 있을 때 움직임을 비교분석했다. 먼저 침팬지, 침팬지의 한 부류의 보노보스, 고릴라, 긴팔원숭이 등이 걸어가고 있을 때 고관절, 다리뼈, 근육 등의 움직임을 정밀 촬영했다. 그리고 첨단 장비를 활용해 뼈와 근육에 어느 정도 힘이 가해지고 있는지 그 수치를 산출했다.
분석 결과 이들 영장류들은 넓적다리와 허벅지 뒤쪽의 근육과 힘줄인 햄스트링, 그리고 무릎 부분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고 있었다. 이는 영장류들이 나무를 오르내리면서 이들 근육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반면 작은 골반을 갖고 있는 사람은 고관절 굴곡근(hip flexors)과 햄스트링(hamstrings)이 연결된 궁둥뼈(ischium)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부위를 사용하여 허벅지 뒤쪽의 햄스트링에 가능한한 적은 힘을 가하면서 다리를 앞으로 뻗으며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폰쳐 박사는 호미닌으로 이를 적용하여 어떻게 걸었는지 걷는 모습을 추정해냈다. 여기에 아르디, 루시 등 오스트랄로피테쿠스도 포함시켰다. 놀라운 것은 이들을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한 결과 이들 인류 조상들이 현재의 인류와 다름이 없을 정도로 유사한 방식으로 걸음을 걷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 인류 조상들이 영장류들처럼 어그적 거리는 모습으로 걸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준다. 한마디로 그동안 정설로 알려진 일부 고인류학자들의 주장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폰쳐 박사는 추정에 머물었던 아르디의 직립보행을 보다 확고하게 입증할 수 있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르디는 지금의 인류처럼 궁둥뼈가 있었으며, 고관절 굴곡근을 사용해 직립보행을 하고 있었다. 또한 아르디의 궁둥뼈 모습이 다른 영장류처럼 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아르디가 현재의 인류처럼 직립보행을 하면서 나무 위를 오르내리는 등 지상과 나무의 세계를 넘나들며 원시 세계를 살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면 왜 육지로 내려왔느냐는 질문이 제기된다. 그동안 산림에서 내려온 것은 사바나 등 기후가 변하여 내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폰쳐 박사는 사바나 때문이 아니라 인류 조상들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을 하는 과정에서 나무 위에 사는 것보다는 직립보행을 선호했다고 설명했다. 즉 인류 조상이 여러 가지 목적 이유로 나무에 사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으로 미국 켄트 대학의 오웬 러브조이 박사는 매우 특이한 이유를 제시했다. 아르디가 나무에서 발생하는 부상을 피하기 위해 땅 위로 내려왔다는 것이다. 사실 나무타기의 귀신인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져 죽거나 부상당하기도 한다.
위 연구로 그동안의 가설들이 상당히 휘청거린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것은 고인류의 연구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으로 당연한 이유이지만 화석 등의 자료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수백만 년 전의 인류 유골이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것은 기적이나 마찬가지다.
화석 기록이 워낙 적은 데다 시기는 수십만 년씩 차이가 있어 중요한 점을 놓쳤거나 엉뚱하게 해석하는 등의 오류도 있기 마련이다. 단편적인 자료로 과거를 구성해야한다는 뜻으로 고인류에 대한 설명이 수시로 바뀌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근래 또 다른 연구가 나타났다. 약 330만 년 전의 루시의 두 살배기 유아가 직립 보행을 했지만, 원숭이처럼 나무도 탔다는 것이다.
에티오피아어로 평화란 뜻의 ‘셀람’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여자아이의 화석은 2001년 에티오피아 북동부 디키카 지역에서 발견됐는데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아이 화석이다. 두개골과 몸통, 팔과 다리 뼈 등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돼 있었다.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의 제레세나이 알렘세게드 박사는 셀람이 원시적 이빨과 작은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하체 뼈를 보면 현생인류처럼 두발로 곧게 서서 걸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어깨뼈와 굽은 손가락, 굵고 짧은 목 등 상체는 고릴라와 매우 비슷하다. 실제로 유인원처럼 자유롭게 나무타기를 했다는 의미인지, 진화과정에서 남아 있는 특징인지는 아직 논란 중이다.
컴퓨터 단층촬영에서는 돋아나지 않은 채 턱에 들어 있는 치아들이 나타났다. 화석화되기 매우 어려운 설골이 보존돼 목소리를 내는 방식도 추정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혀 근육에 붙어 있는 설골이 침팬지와 비슷한 점을 들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가 침팬지와 비슷한 소리를 냈을 것으로 추정했다.
셀람의 두뇌 용량은 약 330㏄로 성인 아파렌시스의 63〜88% 정도다. 3살짜리 침팬지의 두뇌 용량은 성체의 90% 이상인데, 그에 비해 셀람의 두뇌 성장속도가 느린 것은 사람에 가깝게 진화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유년기가 긴 것은 현생인류의 특징이다.
한편 다트머스대학 제레미 드실바 교수는 셀람의 발 뼈 화석을 분석한 결과, 두 발로 걷는 데 필요한 여러 구조뿐만 아니라 원숭이처럼 나무를 오르는 데 필요한 구조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디키카 유아의 엄지만 한 크기 발 뼈는 인간과 비슷해 직립 보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지만, 엄지발가락과 연결된 내측경상골(medial cuneiform)이 오늘날의 인간보다 더 굽어있고 각도도 약간 더 컸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오늘날 원숭이가 어떤 것을 잡을 때 하는 것처럼 엄지발가락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설명이다. 즉 디디카 유아의 어깨 구조를 보면 나무를 타고 엄마에게 매달려 이동할 수 있었다는 결론이다.
그동안 오스트랄로피테쿠스아파렌시스인 루시가 두 발로 직립 보행한 것은 사실로 나무 위 생활을 버리고 두 발로만 걸어 다녔다고 설명했다. 드실바 교수는 디키카 유아의 신체 특성상 어른보다 더 나무를 잘 탔을 것으로 보이며, 포식자를 피해 부모보다는 나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적으로 디키카 유아는 루시보다 12만 년 전에 살다가 화석이 됐다. 고인류에 대한 연구가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할 것이다.
특히 연구진은 사암에 묻혀 있던 화석에 붙어 있는 사암 알갱이를 5년간 하나씩 긁어낸 끝에 원형을 복원했는데 아직 꺼내지 못한 발뼈가 발굴되면 더 많은 의문이 풀릴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하고 있다.
<인간으로의 진화>
학자들은 근래 인간의 변종이 지구상에 수없이 많이 존재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인간의 변종은 100만 년을 훨씬 넘도록 존재하는 것은 물론 수십만 년 정도로 짧은 종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직립보행에 성공한 인간만 지구의 패자로 성공했다. 그만큼 직립보행이 인간의 진화에 중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도구의 사용 및 불의 발명이 인간이 지구상의 최고 동물로 자리매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제일 먼저 이족보행에 대해 설명한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인간과 유인원의 결정적인 차이는 보행법이다. 서서 걷는다는 것은 공통 조상에서부터의 분파를 알리는 궁극적인 개조 변화를 의미한다. 많은 학자들이 직립보행이 가능한 인간은 기묘한 창조물이라고 설명한다. 휘어진 척추, 기다란 팔다리, 아치형 발, 섬세한 동작이 가능한 손, 거대한 두뇌와 꼬리 없는 두 다리를 갖고 있다.
학자들은 인간들이 직립보행을 택한 것은 직립보행을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이는 어떤 연유로든 인간이 나무에서 내려왔기 때문인데 아프리카 평원의 특성상 물이 귀하고 먹이 경쟁이 치열하므로 다른 동물들과 생존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직립보행을 해야 했고 도구를 사용해야 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두 다리로 서면 먹이를 잡아 운반하는데 팔로 안을 수 있다. 또한 초원에서 걷고 뛰는 데도 네 다리 보다는 두 다리로 걷고 두 팔로 풀을 헤치며 가는 것이 유리했다는 것이다.
직립 보행은 그야말로 엄청난 변화이다. 문제는 두 발 보행이 기이한 형태의 이동방법이라는 점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약 250종의 영장류가 있는데 이 중 한 종만 제대로 두 발로 걷는다. 지구 상에 살고 있는 어떤 동물도 인간과 같은 골격을 갖고 있지 않다. 유인원도 인간처럼 서서 걸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거리는 인간처럼 계속 걸을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단순히 뼈가 발달한다고만 되는 것이 아니라 근육의 집합체 내에 두뇌와 협동하여 직립보행이라는 희한한 구조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신경 신호의 입력 및 출력 체제가 갖추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자에 따라 인간을 특징짓는 요소로 커다란 두뇌를 꼽기도 하지만 인간의 두뇌가 커진 것은 200만 년 전에 지나지 않는다. 직립과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지 수백만 년 후의 일이다. 즉 두 발 보행이 이후에 나타나는 여러 신체적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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