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이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놀란다. 세계적으로 그렇게 유명한 호킹 박사가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니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경력은 그야말로 화려한데 1974년 영국왕립학회의 회원이 되었고 왕립학회에서 아인슈타인상과 휴즈 메달을 받았다. 1980년에는 세기의 인물에게 주어지는 명예훈장을 받았으며 2009년에 미국 최고시민훈장인 대통령 자유훈장을 받았다.
이런 사람의 전기가 영화로 나오지 않을 리 없다.
2014년 한국에서 개봉된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인데 원명은 「만물의 이론(The Theory of Everything)」이다. 제목이 로맨스물로 바뀌었지만 큰 틀에서 스티븐 호킹이 주장한 우주 만물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공식을 찾고 싶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만물의 이론은 아인슈타인이 도전했으나 실패했고 아직 어느 학자도 도출하지 못한 물리학계의 궁극적인 과제중 하나이다.
사실 아인슈타인 이후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물리학자는 케임브리지 대학의 석좌교수인 스티븐 호킹 박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에 문외한이더라도 휠체어에 앉은 그의 사진을 한 번쯤 보았을 것이다.
그가 아인슈타인에 못지 않은 대중적 인지도를 갖고 있는 것은 그가 일반인들에게 이해가 어려운 블랙홀과 양자물리학을 결합해 우주와 시간의 기원을 탐구한 내용이 오히려 일반인들에게 크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킹 박사가 노벨상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얘기는 공공연하게 돌아다녔다. 사실 노벨상 수상자 선정위원회가 검증하기 어려운 이론 물리학보다는 실험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실험 물리학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벨상을 주는 것이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의 연구 업적은 여러 가지이지만 우주에서 밀도가 무한한 '특이점'이 가능하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하여 빅뱅 이론의 정착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우주의 시작이 있었으니 종말도 있다는 사실을 제시하며 우주에 대한 인간의 이해 폭을 넓혀주었다. 또한 블랙홀이 물질을 빨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방출하기도 한다는 '호킹 복사'도 주장했다. 그러나 가장 큰 취약점은 그의 주장을 입증할 실험적 증거를 찾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되었다.
호킹 박사 외에도 업적에 비해 노벨상 수상이 험난했던 이론 물리학자들은 많이 있다.
대표적인 이론 물리학자 피터 힉스의 경우도 유사하다. 그가 1964년 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 입자’를 제안하여 우주 생성 과정에 대한 열쇠를 제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힉스 입자를 1964년 처음 제시한 그는 2013년에야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2012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힉스 입자를 발견한 덕분인데 그가 논문을 제시한 지 50년 후이며 그의 나이 84세였다. 힉스로서는 현존 최대 규모 입자가속기인 거대강입자가속기(LHC)가 탄생하여 힉스 입자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었으므로 노벨상을 받았는데 이는 매우 특이한 예로 한마디로 그는 대단한 행운아가 아닐 수 없다.
아인슈타인 역시 19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지만 그의 수상 제목은 상대성이론이 아니라 빛과 전자의 움직임 등을 다루는 광양자이론에 대한 기여다. 이 이론 자체는 오늘날 디지털 카메라는 물론 자동문 등 수많은 분야에서 활용되지만 아인슈타인을 뜻하는 상대성이론은 아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2020년 검증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블랙홀을 연구한 세 명의 과학자들에게 노벨물리학상이 돌아갔다. 블랙홀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증명한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관측으로 그 존재를 확인한 라힌하르트 겐젤(Reinhard Genzel) 독일 막스플랑크 외계물리학연구소장과 앤드리아 게즈(Andrea Ghez)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들이 ‘우주에서 가장 낭만적인 현상 중 하나인 블랙홀을 발견한 공로로 2020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여한다’고 분명하게 선정 이유를 밝혔다.
노벨상위원회는 세 사람의 업적을 설명한 보도자료 첫 부분에 펜로즈 교수가 블랙홀이 일반상대성 이론의 직접적인 결과라는 사실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 라인하르트 겐첼 소장과 앤드리아 게즈 교수는 보이지 않는 아주 무거운 물체가 은하계의 중심에서 별들의 궤도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공로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사제지간인 라인하르트 겐첼과 앤드리아 게즈는 펜로즈의 이론을 바탕으로 칠레에 있는 유럽남방천문대(ESO)에서 적외선 망원경으로 은하 중심의 별들을 정밀 관측해 눈으로 보이지 않으나 질량은 태양의 400만 배나 되는 초대형 블랙홀의 존재를 증명해냈다. 즉 두 교수는 우리은하 중심의 별의 움직임을 관찰해 은하 중심에 아주 무겁지만, 무게에 비해 작은 무언가가 있다는 점을 증명해냈는데 그것이 바로 블랙홀이라는 뜻이다.
앤드리아 게즈는 2018년 여성 과학자로서 55년 만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도나 스트리클런드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에 이어 네번째 여성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가 됐다.
이는 그동안 블랙홀로 지구인들을 울고 울렸던 스티븐 호킹의 노벨상 문제를 다시금 되새기게 만들어준다.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블랙홀으로 2020년 노벨물리학상이 수여되었다면 그가 포함되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현재까지 살아있었다면 수상했을 개연성이 높지만 그는 문지방을 넘기 직전인 2018년 사망하였으므로 노벨상 수상 자격 자체가 영원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비운의 과학자가 된 것이다.
스티븐 호킹은 워낙 현대 과학계에 미친 영향이 많으므로 ‘끄새 이야기’에서 여러 면으로 다루었다. <물리 노벨상이 만든 세상>의 「스티븐호킹 (1), (2), (3)」과 「블랙홀 (1), (2), (3), (4), (5)」이다. 그러므로 이곳에서는 스티븐 호킹으로 파생된 타임머신 등을 비롯한 여러 주제 등과 특히 2020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세 사람의 과학자들의 업적을 중점적으로 설명한다. 그러므로 원고의 전개상 위에 설명된 내용과 약간의 중복되는 부분이 있음을 이해하기 바란다.
<타임머신을 타고 싶어요>
프랑스의 한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제작한 「내가 바라는 세상」은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는 260명의 지구촌 어린이들이 미래에 대한 예측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그 메시지는 이렇다. 인간들이 일부 부정적인 요소들을 슬기롭게 제거할 수만 있다면 꿈과 환상이 어우러진 희망찬 미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260명 어린아이들의 가장 큰 소망이 '타임머신을 타고 싶다'는 것이었다.
엄밀한 의미에서 타임머신이란 말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상상력에서 도출되어 알려졌다. 그러므로 스티븐 호킹이 타임머신이란 말을 만들어낸 장본인은 아니며, 스티븐 호킹을 타임머신의 아이디어 제공자라고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서 스티븐 호킹을 타임머신의 주인공으로 상정한 것은 타임머신이 만들어 질 수 있는 가능성을 많은 사람들이 고대하고 있었는데 이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타임머신이 가능할지 모른다고 주장한 사람은 스티븐 호킹이기 때문이다. 즉 타임머신의 이론적 배경을 스티븐 호킹이 만들어 주었다는 데 중요성이 있다.
그의 설명은 단순하게 들릴 수도 있다. 간단하게 말한다면 그는 블랙홀이 유입된 정보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기 때문에 타임머신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논 장본인이다.
호킹은 일반 사람들의 상식과는 달리 블랙홀은 소모한 에너지만큼 홀쪽해지기도 하며 마침내 증발하기도 한다고 발표했다. 미니 블랙홀이 에너지를 내뿜을 때는 검은색이 아닌 흰색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이론에 의하면 미니 블랙홀이 소멸되면 그 자리에는 빛만 남게 된다. 이것이 유명한 호킹 박사의 증발 이론으로 이 이론에 따르면 웜홀을 통해 시간이동이 가능하며 다른 우주가 있을 수 있다는 상상도 가능하다.
아이러니컬한 일은 스티븐 호킹 개인은 타임머신 제작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사실 흥행에 성공한 SF 영화는 거의 모두 타임머신을 소재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임머신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조지 웰스의 원작을 영화로 만든 「타임머신Time Machine」, 「터미네이터」,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 「타임캅Timecop」, 「스피어Sphere」, 「비지터Visiteurs」, 「12 몽키즈12 Monkeys」 등 수많은 영화들이 현재에서 과거나 미래로, 미래에서 현재로 넘나드는 이야기였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는 특히 흥미롭다. 2029년은 세계를 지배하는 기계들이 인류소탕 작전을 벌이는 참혹한 미래이다. 핵전쟁으로 30억 인구가 소멸하고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은 인간보다 강해진 기계와 전쟁을 치르게 된다. 인간의 저항이 만만치 않자 기계군대의 독재자는 저항군 지도자인 존을 제거하기 위해 사이보그 인간인 '터미네이터'를 과거로 보낸다. 존의 어머니인 사라를 제거하면 저항군의 지도자 존이 태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이에 대항하여 저항군의 전사인 카일이 존의 어머니인 사라를 구하기 위해 과거로 날아간다.
사라의 아들 존이 태어나려면 미래가 현재보다 먼저 일어나야 한다. 그의 아버지 카일은 존보다 늦게 태어나 그의 부하가 되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 그의 아버지가 된다. 존의 어머니가 되는 사라는 뱃속에 있는 아들에게 보낼 녹음 메시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카일을 보낼 때 아버지인 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를 보내지 않았다면 너는 태어나지 않았을 거야."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2029년 존의 아버지인 카일은 존이 보여준 사라의 사진을 보고 반해 사라를 보호하는 작전에 지원한다는 점이다. 그 사진은 1984년 사라가 주유소에서 찍은 것인데 카일은 사라가 죽은 후에 사라에게 반한다. 그들의 사랑은 미래에서 싹터서 과거에서 실현되었으며 다시 미래로 이어진 것이다.
「터미네이터」를 비롯하여 타임머신이 나오는 영화의 주인공들은 과거와 미래를 마음껏 넘나들면서 주어진 상황에 적절히 대처한다.
타임머신을 소재로 한 영화는 대부분 블록버스터 영화로 제작되며 흥행에도 성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처럼 매우 색다른 시간여행을 주제로 삼은 영화도 있다. 성격이 괴팍한 텔레비전 기상통보관 필은 어느 날부터인가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혼란에 빠지는 것도 잠시 필은 곧바로 악몽을 기회로 삼는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에 벌어질 일을 이미 알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아이를 받아주는가 하면 거지 할아버지에게 따뜻한 저녁을 사주기도 한다. 결론은 하루라는 시간을 좀더 가치 있게 이용하는 법을 깨달으며 사랑까지 얻는다는 내용이다.
하루가 아니라 단 20분이나 한 시간 전으로 돌아가기만 해도 수많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루이스 모노 감독은 「레트로액티브 Retroactive」에서 보여주었다.
고속도로에서 작은 교통사고를 낸 범죄심리학자 카렌이 프랭크와 그의 처가 타고 가는 자동차에 동승하게 되면서 사사건건 일이 꼬인다. 프랭크는 고가의 컴퓨터 칩을 팔아넘기는 악덕 사기꾼인데 간이휴게소에서 아내의 부정을 알고 쏘아 죽인 후 카렌마저 살해하려고 한다. 카렌은 가까스로 탈출하여 과거로의 시간 역행 시스템을 연구하는 연구소로 들어간다.
그런데 연구소의 기계 조작 실수로 타임머신에 탑승하게 된 카렌은 20분 전의 과거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자신이 목격했던 살인사건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과거로 돌아갈수록 희생자만 늘어나는 대형사고로 치닫게 된다. 물론 마지막 게임에서 카렌의 의도대로 해피엔딩이 된다. 「사랑의 블랙홀」이나 「레트로액티브」가 주는 의미는 단 하루일지라도 시간여행은 사람들에게 수많은 영감을 불어넣어 준다.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geulmoe.quesais
<슈퍼맨과 타임머신>
타임머신이 실용화된다면 아마 한국인들이 가장 반가워할지 모른다.
한국인들은 매년 설날이나 추석날 차례나 성묘를 위해 고향에 내려간다. 귀중한 시간 대부분을 교통체증으로 도로 위에서 보내게 된다. 그러니 타임머신이 발명된다면 굳이 죽은 조상의 무덤을 찾아 성묘길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들이 살아 있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기만 하면 되니까.
이혼이라는 단어도 사전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수많은 장애물을 헤치고 결혼한 연인들이 막상 결혼한 후에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이혼하는 경우가 많은데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기 이전에 사랑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타임머신이 있으면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의 뜨거운 사랑 현장도 목격할 수 있고, 그 유명한 안토니우스와 아우구스투스 사이의 악티움 해전도 관전할 수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어떻게 거북선을 사용하여 전투에 승리했는지도 목격할 수 있다. 「스타트랙」처럼 역사상 천재 중의 천재라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미래로 데려와 발달된 과학문명을 보여주고 다시 자신의 시대로 돌아가게 만들 수도 있다.
타임머신이라는 아이디어가 세상에 등장하자 과학자들은 곧바로 어떻게 하면 타임머신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가 방법론을 찾기 시작했다. 대부분 과학적인 생각이 결여된 아이디어 차원에 지나지 않지만 타임머신의 발상이 생겨난 초창기에 가장 합리적인 아이디어로 인정된 것은 지구의 자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한쪽 방향의 운동이 앞으로 흐르는 시간과 동등하면 반대 방향의 운동이 거꾸로 흐르는 시간과 동등하다는 뜻이다.
영화 「슈퍼맨」에서 슈퍼맨은 애인인 루이스 레인이 핵폭발의 여파로 죽게 되자 역사의 길을 바꾸기로 결정한다. 그는 지구의 자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적도 둘레를 빙글빙글 돌면서 루이스 레인이 죽기 직전의 과거로 돌아가 그녀를 살려낸다. 물론 루이스 레인이 죽기 직전에 슈퍼맨이 영화에서 구출하였던 사람들은 슈퍼맨이 루이스 레인을 구하려고 역사를 바꾸었기 때문에 죽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죽은 사람이 살아났기 때문에 극적으로 살아난 사람이 죽어야 한다는 것은 썰렁하기 그지없는 아이디어라고 볼 수 있지만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독자들은 안심해도 된다. 두 물리적 현상인 회전의 방향과 시간의 흐름은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슈퍼맨」에서 사용한 논리는 천체의 운동이 시간을 흐르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천체가 운동하니까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므로 천체가 운동한다. 슈퍼맨이 광속보다 빨리 달리더라도 과거로 가는 것이 아니라 광속보다 빨리 달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슈퍼맨은 루이스 레인을 만나지 못하고 지쳐서 달리기를 그만두었을 것이다. 이것이 진실이다.
더구나 우주가 회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설사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갈 수 있다고 해도 다시 과거로 돌아오는 데 중대한 문제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시간 차원에서만 여행을 하고 공간이라는 3차원은 바뀌지 않아야 하는데 지구는 매우 복잡한 방식으로 3차원을 통하여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타임머신이 놓인 지면상의 한 점은 지구 축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지구, 태양, 태양계, 우리의 은하도 운동을 하고 있으므로 과거로 달려가더라도 지구는 자신이 출발했던 장소에 존재하지 않는다. 광속보다 빠른 우주선을 타고 갔다 해도 그곳은 지구가 아닌 컴컴한 우주 공간일 뿐이다.
슈퍼맨이 바보인가? 우주의 회전까지 고려, 슈퍼맨이 과거로 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여하튼 지구는 과거에 있었던 자리에서 이미 옮겨져 있다. 텅텅 빈 허공에서 애인을 찾는다는 것은 넌센스에 불과하다. 슈퍼맨의 애인은 슈퍼우먼이 아니므로 보호복 없이 우주 공간에서 단 1분도 살 수 없다. 슈퍼맨이 불쌍할 뿐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타임머신>
시간여행을 다룬 영화들이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어린아이들처럼 타임머신이 언젠가 발명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누구나 쉽게 시간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시간여행이 정말로 가능한가? 이 해답을 아인슈타인이 쥐고 있는데 어쩐 일인지 그는 타임머신은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아인슈타인이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린 건 그의 상대성이론에 근거한 것으로 절대공간과 절대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려면 필연적으로 아인슈타인과 그의 역작인 상대성이론을 끌어들여야 하지만 상대성이론에 대해서는 대부분 이해할 것으로 생각하므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우선 영화에서 잘 알려진 타임머신은 SF 영화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소설가들이 현실을 풍자하기 위한 기법으로 도입한 것이다.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이 영국의 작가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캐럴』이다. 소설의 주인공 스크루지 영감은 타임머신이라는 복잡한 장치 없이도 자신의 미래를 미리 가본 행운의(?) 주인공이다.
또 유명한 타임머신은 조지 웰스가 1895년에 발표한 소설 『타임머신』으로 그가 고안한 작품 속의 타임머신 장치는 오늘날 시간여행을 의미하는 고유명사로 확정되기에 이르렀다.
타임머신은 물론 조지 웰스가 처음은 아니다. 1888년에 미국의 에드워드 벨라미는 소설 『회고 : 2000년에서 1887년까지』에서 현재 시점에서 본 과거나 미래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으며, 『톰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핀』으로 유명한 마크 트웨인이 1889년에 발표한 소설 『아서 왕궁의 코네티컷 양키』도 같은 소재의 시간여행을 한다.
『아서 왕궁의 코네티컷 양키』는 19세기말 미국의 한 기술자가 정신을 잃은 뒤 다시 깨어나 보니 영국의 아서 왕 시대로 날아갔다는 특이한 소재로 봉건제와 지배계급에 대한 풍자를 담았다. 이들 소설에서는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에 필적할 만한 과학적인 지식은 찾아볼 수 없다.
1930년대 중반에 미국의 냇 샤크너는 『선조의 목소리』를 통해 타임머신의 심각한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타임머신을 타고 멸망 직전의 로마제국으로 갔다가 우연히 자신을 습격한 훈(Hun)족 사나이를 살해한다. 그로 말미암아 그 사나이의 후손인 게르만계, 유태계 혈손들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 중에는 히틀러를 포함한 나치당의 지도자들 상당수가 포함되어 있어서 정치적인 파장이 적지 않았다.
영화 「백 투 더 퓨처」도 매우 극적인 미래와 과거의 이야기를 주제로 삼았는데 『선조의 목소리』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차용한 듯 보인다.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의 1편에서 주인공 마티는 타임머신을 만든 과학자 브라운 박사에 의해 자신의 부모가 결혼하기 전의 과거로 간다. 그곳에서 마티는 어릴 적 어머니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가 마티를 좋아하면서부터 일이 꼬인다. 어머니가 마티의 아버지와 결혼하지 않으면 마티 자신은 태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타임머신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한다면 다음과 같은 유명한 역설이 등장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만약 당신이 태어나기 이전의 과거로 돌아가 어머니를 죽인다면 당신에게는 어떤 일이 생길까? 어머니를 살해하면 당신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당신이 존재하지 않게 되면 과거로 돌아가 어머니를 살해하는 일도 저지를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어머니를 죽이지 않는 한 당신은 계속 존재한다.
다소 유쾌하지 않은 가설이지만 '타임머신'이라는 아이디어가 세상에 발표되었을 때의 문제점을 이보다 정확하게 지적한 것은 없다. 영화 「백 투 더 퓨처」는 바로 이런 모순점을 다른 각도에서 설명한 것이다. 만약 마티가 자신의 어머니가 될 사람과 결혼하여 자신이 태어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면 어떻게 될까? 영화에서는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마티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결혼하여 자연스럽게 인과율의 모순점을 해결했지만 이러한 질문은 타임머신 연구자들을 곤경에 빠뜨렸다.
이 상황을 좀 더 쉽게 말한다면 '존재한다면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하지 않으려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타임머신에 관한 역설은 타임머신이 원천적으로 가능해서는 안 된다는 실망스러운 결론에 도달하는데 여기에서 유명한 '쌍둥이 형제의 패러독스'도 등장한다. 쌍둥이 패러독스의 답은 우주여행에서 형이 돌아왔을 때 아우보다 형 쪽이 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내용도 상술하지 않는다. 타임머신을 읽은 사람은 쌍둥이 형제의 패러독스 정도는 이미 숙지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니 블랙홀
#호킹 박사의 증발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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