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노벨상이 만든 세상/우주

우주의 설계자와 스티븐 호킹(1)

Que sais 2020. 9. 1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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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설계자와 스티븐 호킹>

현 우주가 빅뱅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빅뱅어떻게 탄생할 수 있느냐이다. 이 질문에 종교적인 해석이 개입되면 매우 난해한 문제로 변질되기도 한다. 우주가 정말로 전지전능하신 신이 친히 창조한 것인지 아니면 우주가 폭발해 저절로 생겨난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위대한 설계(Grand Design)

2010,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박사는 다소 껄끄러운 이 문제에 대해 캘리포니아공대 리어나드 믈로디노프 박사와 함께 쓴 위대한 설계(Grand Design)에서 명쾌하게 설명했다.

리어나드 믈로디노프(1954~)

그들의 결론은 신이 우주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저절로 생겨났다는 것이다. 우주는 창조주의 위대한 디자인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저절로 생겨났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인 중 지식인이라면 거의 건드리지 않는 신을 과감하게 부정한 것으로 저명인사로 인기를 끌기 위한 것도 아니며 특히 그가 아인슈타인에 비견되는 과학자라는데 파급효과가 지대했다.

호킹은 지금까지 과학적 연구 결과를 볼 때 우주중력의 법칙과 양자이론에 따라 무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고 단언했다. 우주라는 ()가 무()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두 명은 이 자연 발생이 바로 인간과 우주가 존재하게 된 이치이므로 여기에 우주가 창조되고 작동하는 데 신을 개입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호킹 박사이란 단어를 자주 언급했으므로 그동안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정작 그 자신은 신을 믿지 않으며 책에서도 분명히 무신론에 가까운 주장을 펼쳤다.

그의 말은 모든 것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필연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신은 우주를 창조할 필요가 없고 따라서 우리 인간을 창조할 필요도 없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서 명쾌하게 설명했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간이 입증할 수는 없지만, 찰스 다윈생물학에서 창조자의 필요를 제거했듯이 인간과 우주가 존재하게 된 이치를 물리학의 법칙들이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과학이 신을 불필요하게 만들 수 있다.’

 

호킹 박사는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한다.

우선 우리가 사는 이곳이 유일한 태양계라는 주장은 틀렸으며 우리 은하에만도 셀 수 없이 많은 태양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의심의 여지가 별로 없다고 역설했다. 또한 생명체의 존재가 그를 둘러싼 환경의 특성을 말해준다는 '인류학적 약원리(weak anthropic principle)'도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인류학적 원리자연의 원리지적 생명체의 탄생과 생존에 적합하게 맞춰져 있다는 생각을 말한다. 인류학적 원리강원리와 약원리로 나뉘는데, 강원리는 존재 자체를 위해 자연의 원리가 정해지는 것이라고 보는 반면 약원리환경에 따라서 생명체가 생겨난다는 주장한다.

호킹의 설명은 명쾌하다.

스티븐 호킹(1942~2018)

우주가 오로지 인간에 적합하게 맞춤 제작됐다고 보면 변화는 전혀 일어나지 않아야 하므로 이것이 오히려 더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호킹은 그러면서도 이런 우연한 발생이라는 개념을 원용하여 이 세계가 신의 작품이라는 증거로 제시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구약성경'천재일우의 설계'라는 개념이 들어 있었는데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크게 받은 전통 기독교'의도에 따라 작동하는 지적인 세계관'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물리학의 천재 스티븐호킹>

스티븐 호킹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죽은 지 딱 300, 뉴턴 탄생 300주년이 되는 194218, 영국 옥스퍼드에서 의사인 프랭크 호킹이사벨 호킹맏아들로 태어났다. 당시 아버지국립의료원기생충과 과장이었는데 8살 때 가족은 런던 근교 세인트앨번스로 이사 갔다. 그는 매우 내성적인 아이였는데 그들의 가족은 집에서 식사하기 전 조용하게 책을 읽은 뒤 밥을 먹었다고 한다. 그는 처음 여자전문학교세인트앨번스 소녀학교를 다녔는데 소년들도 10살까지 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다. 11세인트앨번스학교로 전학하였는데 처음에는 그의 명석함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한 친구는 그가 똑똑한 꼬마 과학자였다고 회상했다.

17의 나이에 장학금을 받고 옥스퍼드 대학입학했는데 그의 성적이 옥스퍼드대학에 입학할 정도는 아니지만 물리시험 성적이 우수하여 시험관을 놀라게 한 덕에 특별 입학이 허용되었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을 숭배하는 평범한 학생으로 체격도 왜소하여 내성적인 성격이므로 친구들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초창기 대학 생활을 혼자서 지내다가 친구들과 어울렸고 유명한 옥스퍼드 조정팀에서 키잡이가 되기도 했다. 조정팀은 원래 체격이 좋아야하지만 키잡이는 노를 젓지 않기 때문에 왜소한 학생이 적격이였다.

3년 뒤 최우등으로 졸업한 그는 우주학을 배우기 위해 케임브리지 대학원으로 갔다. 케임브리지 대학원에서 우주론박사과정을 막 시작할 무렵 계단에서 자주 굴러떨어지는 등 어의없는 사고를 겪더니 몸속의 운동신경이 차례로 파괴되어 서서히 온몸이 마비되는 루게릭병에 걸렸다고 판정받았다.

Dennis Sciama(1926~1999)

천재성을 막 싹 틔우던 21살 때로 의사는 2년의 시한부 인생선고했다. 의사 판정대로라면 1965에 그는 이미 죽었어야 하지만 그의 병세는 의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느리게 진행되었고 지도교수인 스키아마교수의 지도하에 상대론과 우주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루레릭병을 진단받기 직전에 사귀었던 제인 와일드와 결혼하여 세 명의 아이를 낳았다.

호킹박사의 결혼식

1985년 제네바에 있는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를 다녀온 후 폐염 진단을 받았고 기관지절개수술로 파이프를 통해 호흡하고 목소리를 완전히 잃었지만 극적으로 건강을 회복했다. 이후 스티븐 호킹이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두 개의 손가락으로 음성합성기 등을 통해 말하고 글을 쓸 수 있었다. 이러한 신체적인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론물리학에서 세계적인 학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이론물리학의 특수성 때문이다. 그와 정상우주론 제창자프레드 호일과의 첫 조우 장면은 그야말로 전설적이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천문학 연구소에 있는 프레드 호일(1915~2001) 동상

프레드 호일영국왕립학회에서 자신의 정상우주론(우주가 팽창하면서 새로운 물질이 계속 생성되어 평균 밀도가 꾸준히 유지된다는 가설)에 관한 강연을 하면서 우주가 영원히 팽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팽창과 수축 사이를 꾸준히 맴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연이 끝나자 젊은 대학원생인 호킹호일에게 질문했다.

 

호킹 : 교수님이 말씀하신 그 양은 발산(특정한 값, 즉 극한에 가까워지지 않으면서 극한이 없는 것을 의미)합니다.

호일 : 그렇지 않네.

호킹 : 그렇습니다.

호일 : 그걸 어떻게 알지?

호킹 : 제가 알아냈으니까요.

 

그의 장담은 그가 곧바로 정립한 이론으로 증명되었고 곧바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호킹은 일약 유명인사가 된다. 이론물리학은 사고능력만 있으면 연구할 수 있는 학문이어서 루게릭병이 오히려 호킹으로 하여금 연구에 매진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루게릭병에 걸린 사람으로 가장 장수한 기록을 갖고 있다.시한부인생을 살고 있는 호킹은 자신이 죽기 전에 인류의 최대 의문을 풀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우주의 만물은 어떻게 시작했을까. 탄생의 순간은 어떠했을까.’

 

한마디로 우주의 청사진을 밝혀보자는 원대한 꿈이었다. 그는 우주 탄생 이유와 소멸 여부를 해석하면 우리 인간이 왜 지구라는 곳에 있는가를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 현재와 같은 우주가 되었는가이다.

1960대만 해도 과학자들은 우주 출발점이 없고 불멸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빅뱅가설은 이를 순식간에 뒤집었다. 빅뱅이란 극도로 작은 것한순간에 폭발하여 현 우주가 생성되기 시작되었다는 것으로 이는 우주폭죽처럼 작은 것이 한 순간에 폭발하여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설명을 들으면 누구나 어떻게 아무것도 없던 한 점무에서 우주가 생길수 있었느냐라는 질문을 던진다. 호킹도 바로 이 질문을 제기했다.

그는 루게릭병임에도 불구하고 제인과 결혼하여 다소 안정을 찾자 보다 본격적으로 우주의 시작과 끝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재현하는데 도전했다.

로저 펜로스(1931~)2020년 노벨물리학상

마침 호킹옥스퍼드의 젊은 수학자 로저 펜로스 블랙홀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펜로즈 교수는 당대로서는 놀라운 가설을 발표했는데 그것은 사건의 지평면 안쪽 블랙홀의 정중앙에 모든 질량이 줄어들어 완전히 사라지는 점(특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거대한 물체사라지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호킹은 이 생각을 뒤집어서 생각했다. 물질이 유에서 무로 변한다면 그 반대 즉 무에서도 유가 가능하지 않겠는가이다. 호킹의 발상전환은 곧바로 아인슈타인의 중력상대성이론의 재해석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중력우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해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아인슈타인중력이 두 물체 사이에 영향력을 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왜곡시키는 힘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시간과 공간직물처럼 짜여있다고도 설명된다.

Artist concept of Gravity Probe B orbiting the Earth to measure space-time, a four-dimensional description of the universe including height, width, length, and time.

직물 위에 올려놓는 물체가 클수록 예를 들어 지구보다 큰 목성을 올려놓으면 더 움푹 파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직물이 한계점으로 늘어난다면 즉 엄청난 그 무엇이 직물에 가해진다면 극적인 상황이 일어난다. 즉 물질이 사라질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며 이때 지나가는 물체가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것이 유명한 블랙홀로 간단하게 말하여 직물이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하고 공간이 뚫리며 이곳에서는 물리법칙이 통하지 않고 시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호킹의 천재성은 이때부터 발휘된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의하면 특이점에서 물리법칙이 통하지 않고 시공간이 사라지는데 호킹은 이와 반대 상황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특이점의 방향을 바꾼다면 팽창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특이점에서 공간, 물질, 시간이 뿜어져 나왔다는 것으로 이는 빅뱅과 같은 상황이다. 특이점이라는 작은 공간빅뱅을 만들었다는 것 즉 우주 탄생에는 시점이 있다는 것이다.

우주의 시초가 있다는 호킹의 설명은 곧바로 빅뱅대폭발의 원인이 무엇인가로 귀결된다. 물리학적인 문제로 들어가면 여기에서도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넘어야 한다. 대폭발을 설명하려면 미시세계를 이해해야하는데 문제는 중력의 법칙을 거스리는 원자는 없다는점이다. 그런데 20세기 최대의 역작이라고 볼 수 있는 양자론중력이론과는 매우 다른 결과를 도출시킨다. 상대론거시세계에서는 정확하게 작용하지만 미시세계에서는 중력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양자론과 상대성이론이 상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자론에서는 혼돈으로 가득 차있다고 설명한다. 그동안 설명되던 전자원자핵 주위를 궤도에 따라 도는 것이 아니라 전자가 불쑥 나타나고 사라지는 혼돈 상황인데 이 상황에서도 값은 작지만 중력이 작용해야 한다절대적인 명제가 생긴다.

사실 물리학계에서 상대성과 양자론을 결합시키는 것이 기본 명제였다. 상대성이론을 도출한 아인슈타인이 죽을 때까지 매달린것도 자신의 중력이론과 양자론을 접목시키는 이론 즉 만물이론을 만드는 것이다. 결국 아인슈타인은 이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호킹은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 그는 자신의 질병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론을 완성시키기 전에는 죽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한마디로 자신에게 닥친 신체적인 역경을 만물의 이론을 만들라는 채찍으로 생각했다.

호킹의 생각은 단순하다.

빅뱅이 일어나는 순간에도 중력과 양자이론상충한다는 것이다. 이는 블랙홀 안에서도 두 이론상충한다는 뜻으로 이를 통합하는 것이 결국 블랙홀과 빅뱅을 이해하는 기본이라는 것이다. 블랙홀 경계에서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는 것은 어떤 것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양자역학에서는 미시세계에서 빈공간이 존재하지 않고 에너지 파동이 작은 입자를 생성하는데 이때 항상 양에너지와 음에너지가 쌍으로 발생하여 서로 충돌하면서 모든 것을 파괴한다.

호킹은 이들 가상의 한 쌍을 블랙홀 옆에 두면 어떻게 될까 즉 입자가 어떻게 되는지를 검토했다. 호킹입자양성과 음성으로 나뉘지만 둘의 진로는 분명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음성입자블랙홀로 유입되지만 양성입자는 에너지가 충분해 블랙홀로 빨려 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발산한다는 것이다. 블랙홀탈출할 수 있는 입자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것이 유명한 호킹 복사.

호킹 복사 모식도

이를 풀어서 설명한다면 빅뱅은 기본적으로 블랙홀의 반대이며 우주의 모든 물질을 포함하는 무한히 작은 점인 특이점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호킹 박사1975에 이를 정리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거대 질량이 수축·붕괴해 생긴 무한히 작은 점인 블랙홀에는 엄청난 중력이 존재해 모든 것을 빨아들여 파괴되므로 블랙홀에는 아무런 구조도 정보도 없다는 것을 순수한 수학적 계산을 통해 입증했다.'

 

그런데 블랙홀 중력의 가장자리(‘사건의 지평선’)에선 이른바 호킹 복사라는 에너지 방출이 일어나 블랙홀은 결국 질량을 잃어 소멸한다고 밝혔다. 호킹 복사는 애초 정보가 아닌 소실된 정보이므로, 결국 과거의 정보블랙홀 소멸과 더불어 흔적 없이 존재를 상실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