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류 이동 요인은 성선택>
인간류가 이족보행을 기본으로 한 이유는 나무에서 내려와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류가 나무에서 내려와야 할 필요충분조건이 있었다는 뜻으로 설명되는데 학자들은 우리의 조상들이 나무에서 내려오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가장 큰 요인은 역시 먹이였다. 천연재해로 그들의 근거지인 숲 속이나 그 주위에서 먹이를 구할 수 없게 되자 할 수 없이 땅으로 내려와 다른 먹이를 구해야 했다. 즉 작은 새라든가 땅쥐, 두더지 같은 것이다. 그런데 열매만 먹다가 진귀한 이들 먹이에 점차 맛을 들이게 되자 그 먹이를 얻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오는 일이 더욱 빈번해졌다.
맛있는 먹이의 유혹은 그들로 하여금 지상으로 떼 지어 내려와 막대기로 뿌리를 파헤쳐 일구기도 하고 돌로 오래 된 나무 그루터기를 치고 두들겨 곤충의 유충을 얻기도 했다. 이런 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즉 손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걷는 일에서 해방되지 않으면 안 된다. 손이 여러 가지 일로 바빠지면 바빠질수록 발은 더욱더 스스로 혼자 걷는 일을 익힐 필요가 있었다. 즉 손은 발로 하여금 걸음을 익히지 않을 수 없도록 움직여 나갔고 발은 손이 다른 일을 하도록 해방시켰다.
이런 변화의 주된 요인은 ‘사바나 가설’과 유사하다.
북쪽에서 추위가 내려와 남쪽 지역도 털북숭이가 살기에는 다소 추워지기 시작했다. 추운 기후 영향으로 전에 울창했던 숲도 어느새 광활한 평원이 되었고 서식 동물들도 달라졌다. 그런데 사바나 가설과 다소 다른 것은 일반 원숭이들은 변화된 기후 때문에 숲이 사라진 곳에서 살 수 없게 되자 부단히 숲을 따라 옮기기 시작했고 보다 숲에 더 적응하는 방법으로 진화되었다. 현재의 침팬지처럼 앞발뿐만 아니라 뒷발로도 가지를 휘어잡고 앞발에 몸을 의지하면서 걷는 일을 익혔다. 이것만으로는 이들 원숭이류는 인간이 될 수 없었다.
반면에 아르디는 침팬지처럼 삼림을 찾아 이동한 것이 아니라 먹이가 없는 곳에서도 먹이를 구했다는 점이다.
이빨이나 발톱 대신 돌이나 나무를 도구로 사용하여 다른 식량을 구하는 것이다. 숲 속에서 점차 수가 줄어들어가는 물기 많은 과실들을 구할 수 없어도 돌과 막대기로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작은 동물들을 잡거나 다른 동물이 잡아 놓은 먹이를 빼앗을 수도 있었다. 인간의 조상이 하이에나와 같이 시체청소자라는 설명은 여기에서 나온다. 물론 근래의 연구에 의하면 하이에나가 시체청소만 한 것은 아니다.
여하튼 인간류 선조는 적을 만나면 이 ‘반인간’의 무리는 힘을 합하여 돌과 몽둥이로 방어했다. 이 말은 돌과 막대기를 쥔 우리 조상들이 가까운 주위에 과실이 있느냐 없느냐에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언제든지 먹을 것을 찾아서 멀리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성선택이다.
수컷이 먹이를 구하기 위해 더 먼 곳을 찾게 된 동기가 바로 암컷에게 더 많은 먹이를 주어 자신을 선택하도록 유도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풀어서 설명한다면 인간의 선조가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게 만든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는 먹이를 찾아 암컷에게 주기 위해 숲에서 나와 강을 따라 골짜기 등에서도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강이나 바다 근처로 자리를 옮긴 일군의 집단은 뭍짐승뿐만 아니라 어류나 조개 같은 해산물도 양식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강이나 바다는 숲과 완전히 다르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사냥과는 전혀 다른 도구가 필요하다. 사냥꾼이 당장 어부가 될 수는 없지만 인간은 그 정도의 어려움을 곧바로 극복했다. 인간들이 강에 살고 있는 하마 같은 대형 동물도 먹이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인간의 조상이 강에서 살기 시작하자 새로운 곳으로의 이동은 거의 필수적인 조건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항상 미지의 세계를 찾아가는 데 신비스러울 정도로 용기를 발휘한다. 그들이 모르는 다른 곳에 보다 더 살기 좋고 먹이를 쉽게 얻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숲 속에 있던 인간의 선조 집단이 땅으로 내려와 나일강이나 해변을 따라 사하라 사막을 넘어 이동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국 이런 이동이 아시아까지 이루어져 세계의 패자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물론 미지의 세계로 이동하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곳으로의 이동은 항상 불확실성을 갖고 있으므로 수많은 좌절을 겪으면서 난관을 이겨나가야 했을 것이다. 바로 이런 난관들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 인간류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데 이 모든 것들이 인간이 커다란 뇌와 지능을 갖도록 진화가 이루어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현생인류가 세계적으로 분포될 수 있었던 이유로 다지역기원설과 아프리카기원설이 있지만 이들의 기원 역시 호모에렉투스가 아프리카에서 연안을 통해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데는 의견을 같이한다. 이 부분은 현대 인류 즉 우리와 직결되므로 뒤에서 다시 설명한다.
한편 2006년 1월, 미국과 에티오피아 등 다국적고생인류학발굴팀은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북동쪽으로 약 225㎞ 떨어진 사막지대 '미들 아와시'(Middle Awash)에서 420만 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아나멘시스'의 화석을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아나멘시스는 약 400여 만 년 전에 살았다고 추정되는 남자 화석의 총칭이다. 아나멘시스는 해부학적으로나 연대기적으로 440만 년 전의 '아르디피테쿠스'와 앞에 설명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아파렌시스' 즉 루시 사이의 간극을 메워줄 수 있을 것으로 학자들은 기대한다.
여하튼 아르디로부터 도출된 이와 같은 발견은 그동안 정설로 알려진 ‘사바나 가설’을 침몰시키는데 충분하다고 연구팀들은 설명한다. 특히 근래의 연구에 의하면 아프리카에서 세렝게티와 같은 사바나가 나타난 것은 200만 년 전 이후일 것으로 비정한다. 200만 년 이전은 현재의 사바나보다 더욱 삼림색이 강한 환경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는 뜻으로 이를 감안하면 루시나 아르디가 사바나가 아니라 삼림에서 살고 있었다는 가능성이 보다 많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근래의 공통된 의견은 사람과(科)의 동물 즉 사람같이 생긴 생물체의 근원을 지금부터 약 400만 년 전 이전에 태어난 아르디로 간주하며 이후 다양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태어났다고 인식한다. 그러므로 ‘아르디'에 관한 연구는 『사이언스』지가 발표한 2009년 최고의 과학적 성과로 선정되었다.
21세기 들어 인류 조상에 대한 비약적인 연구는 이를 연구할 수 있는 화석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인데 참고적으로 박선주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등 국내전문가들이 선정한 ‘21세기에 발굴된 5대 인류 화석’은 다음과 같다.
① 투마이 : 700만 년 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조상
② 투마아이르디(아르디) : 440만 년 전 인류-침팬지 중간모습
③ 세이디바 : 180만 년 전 원인-인류의 진화고리
④ 투마이이달투 : 16만 년 전 아프리카 기원설의 증거
⑤ 투마플이로레시엔시스 : 18,000년 전에 살았던 난쟁이 인류
<성선택 풀어보기>
학자들은 마음을 인류가 영원히 풀 수 없는 문제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그것은 인간의 마음이 놀랍도록 복잡한 적응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적응들이 어떤 생물학적 기능을 완수하기 위해 진화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이 의문은 인간에게 왜 다른 동물과는 달리 폭발적인 진화가 가능하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으로도 대체할 수 있다.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그런 의문과 해답의 단초를 제시했다. 그는 1859년 『종의 기원』으로 당시 유럽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던져주었다. 그의 이론을 일반적으로 ‘자연선택론’이라고 부르는데, 그가 내린 결론은 인간이 침팬지와 유사한 영장류 조상으로부터 진화했다는 것이다.
그의 자연선택론은 기존의 세계관과 윤리관을 송두리째 뒤엎는 것이어서 종교계에서는 신성을 모독하는 이론이라며 배척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선택론’이 당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이해의 지평을 넓혔다는 것은, 그가 사망한 뒤 영국이 배출한 위인들에게만 허락되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장되었다는 점으로도 알 수 있다.
그런데 다윈은 『종의 기원』이 발간된 지 12년 후인 1871년에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이라는 책을 발간해 유럽인들에게 보다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다윈의 자연선택론은 왜 어떤 동물은 살아남아서 자신의 유전자를 대물림하고, 또 어떤 개체는 자손을 못 남기고 죽는지에 대해 다른 이론보다 비교적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공한다. 많은 조류의 암컷들이 알을 품고 있는 동안 포식동물의 눈에 띄지 않도록 우중충한 색을 갖게 된 것, 그리고 가젤의 몸이 천적보다 빨리 달릴 수 있도록 발달한 것도 자연선택 때문이다.
그런데 자연선택이 설명해 주지 못하는 특성들도 있다. 가령 어떤 동물의 경우에는 생존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쪽으로 진화한 것처럼 보인다. 공작 수컷의 화려한 깃털, 엘크(elk) 수컷의 무겁고 거대한 뿔에서 엿볼 수 있듯이, 수많은 동물이 생존에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다.
다윈은 자신의 이론에 반하는 것처럼 보이는 특성들, 즉 생존에 불리한 이런 특성들이 어떻게 발달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다윈이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인간의 마음과 공작새 꼬리가 서로 비슷한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며, 그것은 성선택 때문에 생긴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이다. 성선택이야말로 진화가 성립되기 위한 필수 요건의 하나라는 설명이다. 이 말은 고인류의 이해에 성선택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므로 보다 상세하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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