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전 지구 동결

전 지구 동결. 「투모로우」, 빙하기 도래(2)

Que sais 2020. 9. 27. 13:03

 

youtu.be/Aev10RryMdY

<단순한 의문>

헤베시가 노벨상을 타게 되는 계기는 단순한 의문점에서 시작되었다. 1911년 그가 하숙하면서 같은 음식이 며칠 혹은 12주일 후 다시 나오는 것 같았지만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는 자기가 먹던 음식에 적은 양의 방사성 물질을 올려놓았다. 얼마후 그는 자신의 의문이 옳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의 노벨상은 하숙집 아주머니를 통해 태어난 것이다.

심층수에 대한 분석은 방사능에 큰 도움을 받았는데 이는 미국과 구소련이 경쟁적으로 대기권에서 실시한 핵실험 결과다. 1963년 북반구의 전지역에 엄청나게 높은 트리튬의 농도를 가진 비가 내렸다. 트리튬은 반감기 12년으로 평상시 우주선에 의해서 대기에 조금씩 만들어졌는데 핵실험을 통해 엄처난 양이 만들어진 것이다.

1970년대 IDOE(International Decade of Ocean Exploration) 프로젝트로 전세계 각지에서 해양탐사가 추진되었는데 이 당시 10여 년에 걸쳐 대서양태평양인도양의 전대양에 걸쳐 광범위한 물리화학적 탐사가 이뤄졌다.

 

이 결과에 의하면 북대서양을 북에서 적도 쪽으로 자르는 단면을 보면 적도지역에서는 표층 근처에서만 트리튬이 발견되지만 고위도로 가면서 북위 40도의 고위도에서는 3,0004,000미터의 깊이에서도 트리튬이 발견되었다. 트리튬은 반감기가 12년에 지나지 않으므로 이 양은 상당히 오래전이 아니라 근래에 형성된 것이다. 즉 트리튬의 농도가 높았던 1963년도의 표층해수가 고위도 지역에서 1970년대 초반까지의 10여 년 사이에 수천 미터 깊이까지 가라앉은 것이다. 바로 이 지역에서 열염분 순환인 심층수 순환이 시작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드 헤베시의 방사능 추적이 어렵기만 하던 바닷속을 보다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바닷물의 이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남극순환류이다. 2,000만 년 전 남극대륙과 남아메라대륙 사이에 바닷길이 완전히 열리면서 남극대륙이 하나의 독립된 대륙이 되자 그 주위를 둘러싸는 남극해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위를 불어대는 편서풍의 영향으로 바닷물이 동쪽으로 밀리면서 남극대륙을 띠 모양으로 둘러싸는 남극순환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남극순환류의 속도는 표층에서 초속 0.4미터 이하로 깊은 곳에서는 이의 1/5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양의 어느 해류에서도 볼 수 없는 표층에서 심층에 이르는 전수층의 해수가 함께 이동한다. 따라서 유량은 1초에 약 200만 톤이나 되는 엄청난 양으로 이는 북아메리카의 5대호 전체를 2일이면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이 해류의 역할은 북대서양으로부터 남하한 북대서양 심층수를 인도양과 태평양으로 이동시킨 후 인도양과 태평양의 심해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길목 역할을 해준다. 실제 인도양과 태평양의 서족 해안 경계지역에서 심층수의 흐름을 측정해보면 남극해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심층수의 흐름을 볼 수 있다.

 

이들 자료는 북대서양의 깊은 바다에서 시작한 바닷물의 대순환이 남극해를 거쳐 결국 북동태평양에 이르는 대장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쉽게 표현하는 개념이 컨베어벨트(conveyor belt)'이다. 깊은 바닷물이 만들어내는 흐름이 하나의 완전한 순환고리를 만들려면 어디에선가 가라앉는 물만큼 다시 표면으로 올라와야 한다. 학자들은 이런 물의 상승과정이 대양의 모든 곳에서 고르게 진행되고 있으믈 발견했다. 이것은 북대서양 표층에서 가라앉은 바닷물이 태평양까지 갔다가 표층으로 올라와 다시 북대서양까지 되돌아오는 거대한 해수의 순환과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자들은 이런 컨베이어벨트가 한번 대순환하는데 약 1천여 년 이상의 긴 사간이 걸린다. 느린 순환이지만 이것은 우리 지구의 기후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과정이다. 이 순환이 깨질 때 지구에 위기가 찾아온다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준 것이 영화 투모로우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아 심층해류의 흐름을 둔화시켜 결국 지구가 빙하로 뒤덮인다는 메시지를 전해준 영화의 참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3000년 전 지구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약 1200년 간 소빙하기를 겪는데 이 시기를 영거드라이아스기라고 부른다. 드라이아스(Dryas)는 고위도 고산지역에서 번성하는 담자리꽃으로 지구가 더워지자 서서이 고산지대로 물러나던 담자리꽃이 이시기에 갑자기 번성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학자들은 이런 기후 변화가 컨베이어벨트의 장애 때문에 생긴 것으로 추정한다. 지구가 따뜻해지고 빙하가 녹으면서 캐나다 서부에 거대한 담수호(애거시호)가 만들어졌다. 이들 담수호가 빙하가 녹으면서 계속 넘쳐나는 물을 견디지 못하고 제방이 터지면서 한순간에 북대서양으로 이를 쏟아 부었다. 이렇게 차가운 담수가 북대서양의 짠물을 희석해 가볍게 만들면서 컨베이어벨트를 멈추어 서게 했는데 이것이 영거드라이아스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지구의 온난화가 빙하를 계속 녹여 대서양에 쏟아붓기 시작하면 이로 인해 북대서양의 열염분 순환이 악화되고 이에 따라 일련의 연결고리가 작동하면서 갑작스런 지구 냉각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투모로우의 기본 구조다. 이 영화 자체는 영화의 속성상 특유의 과장이 들어간 것은 사실이지만 상당히 설득력 있는 내용을 담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구가 차가와진다>

지구의 공전궤도는 타원형이었다가 원에 가까운 모양으로 변화한다. 이 변화는 약 10만년에 한 번씩 반복한다. 그리고 지구의 자전축은 약 22천년마다 돌아가는 팽이처럼 부르르 떨면서 도는 순간이 있다. 또 이 자전축은 4만년을 주기로 기울기가 2224.5° 사이를 넘나든다. 현재는 23.5° 기울어져 있다. 기울기가 커질수록 지표면의 복사열에 영향을 미쳐 계절 간 기온의 차이는 더욱 커진다.

이러한 주기들이 겹쳐지는 시점에 빙하기가 출현한다고 밀루틴 밀란코비치(Milu-tin Milankovitch) 박사가 주장했다. 이 주기를 밀란코비치 주기이론이라고 부르는데 밀란코비치가 이런 내용을 발표했을 때 학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런 지구 운동과 해양퇴적물로 얻은 결과를 연구해 보면 과거 지구 기후 변화의 실제 데이터와 잘 들어맞는다. 따라서 오늘날 과학자들은 밀란코비치의 빙하기 생성이론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밀란코비치의 지구운동 이론에 따르면 온실가스가 아니더라도 이미 빙하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근래 대한파가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2006년 초 유럽·북미·아시아를 급습한 한파는 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전지구적인 한파가 몰려왔기 때문이다. 학자들이 주목한 것은 200511월 중순에 북극점 상공에 정체된 3개의 큰 기단(氣團·공기덩어리)이었다. 일반적으로 겨울철 북극점의 기단은 위에서 내려다볼 경우 울퉁불퉁하지만 둥근 원형에 가깝다. 북위 4050도 상공에서 빠르게 도는 편서풍이 삐죽삐죽 튀어나오려는 북극점의 주변 공기를 둥글게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당시 북극점 상공의 기단은 둥근 모양이 아니라 삼각형으로, 이런 형태는 편서풍이 현저히 약해졌을 때 간혹 나타난다. 편서풍이 약해지면 차가운 공기덩어리들이 편서풍대를 넘어 세 갈래로 돌출되어 남쪽으로 내려온다. 정상적인 편서풍이라면 차가운 극지역의 고기압 공기와 그보다 따뜻한 중위도 지역의 저기압 공기를 분리시키는 울타리 역할을 함으로써 겨울철 북반구 중위도 지역의 기후를 따뜻하게 유지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그 울타리가 허물어진 것이다.

학자들은 이 기형적인 공기덩어리가 가져올 결과를 예상하기 시작했다. 3개의 돌출부가 모두 얼음의 칼끝과 다름없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그린란드와 캐나다 북부, 둘째는 러시아를 거쳐 북유럽, 그리고 셋 중 가장 큰 덩어리가 시베리아와 중국을 거쳐 한반도로 향했다.

학자들이 예상한대로 3개의 칼끝은 각각 미국과 유럽과 동아시아에 기록적 한파를 몰고 왔다. 유럽을 시작으로 미국, 인도, 동아시아에 차례로 강추위가 몰아쳤다. 특히 동아시아를 습격한 한파는 그 중 최고의 파괴력을 과시했다. 극지역의 기단만 맞닥뜨리는 유럽, 북미와 달리 동아시아는 시베리아의 찬 고기압까지 함께 내려오므로 같은 위도의 다른 지역에 비해 수은주가 더욱 떨어졌다.

이와 함께 엄청난 폭풍설(暴風雪)이 한반도 서해안을 강타했다. 시베리아에서 불어온 찬 공기가 황해를 건너면서 바다 위의 모든 수증기를 얼렸기 때문이다. 전라도 전역에서 1938년 기상관측 이래 최대 적설량을 경신했고, 서울의 한파도 대단해 한강이 1965년 이래 가장 빨리 얼어붙었다. 2011, 부산에서는 96년 만에 강추위가 찾아와 해운대 바다가 얼었고, 서울에는 10년 만에 최저기온의 기록이 바뀌었다.

강력한 한파는 한반도만 아니라 일본도 강타했다. 일본 서해안의 니가타현은 한때 폭설로 도시가 마비되었고 송전선 파괴로 원자력 발전이 중단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 또한 최대 45의 폭설이 쏟아졌고 영국은 100년 만에 최악의 혹한을 맞았다. 이쯤 되면 지구 온도가 올라가는 게 아니라 빙하기가 오는 게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한파의 열쇠가 편서풍이라는 것을 밝혀준 일등공신은 이른바 극진동(極振動, Arctic Oscillation)이라는 첨단 기후예측모델이다. 기후변화를 알려주는 예측모델이기는 하지만 한파의 근본 요인이 무엇인가를 묻는 궁극적인 질문에는 해답을 주지 못한다. 가장 큰 의문은 그동안 한파를 차단해주던 편서풍이 왜 약해졌는가 이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투모로우에서 설명된 것으로 적도에서 유럽으로 올라가는 멕시코만류의 흐름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국 국립해양과학센터(NOC)의 해리 브라이든 교수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난 50년간 북대서양 심해 25개 지점의 해류량을 측정한 결과 유럽 해안을 지나는 멕시코만류의 양이 1992년에 비해 30%나 줄었다. 발전소 수백만 개에서 나오는 열량으로 영국과 스칸디나비아반도를 덥히고 있는 멕시코만류가 줄어들면 수십 년 안에 유럽, 나아가 북반구에 빙하기가 닥칠 수 있다.’

 

사실 브라이든 교수의 경고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멕시코만류는 적도의 열기를 북극해까지 전해주는 지구 최대의 난방 보일러이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에서 북대서양의 그린란드 앞바다를 관찰하면 간혹 바닷물이 화장실 변기의 물처럼 소용돌이치면서 해저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소용돌이는 지름이 최대 10마일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며 인근을 지나던 선박이 휘말려 침몰할 정도로 강력하다.

이 소용돌이는 미국 동남부 멕시코만에서 출발한 멕시코만류가 그린란드 앞바다에서 차갑고 염도 높은 물로 변한 뒤 바다 속 깊이 가라앉는 현상이다. 가라앉은 물은 높은 밀도 때문에 주변 바닷물과 섞이지 못하고 심해에서 거대한 물줄기를 형성하면서 남쪽으로 이동하여 남아프리카와 인도양을 거쳐 태평양에 도달한 뒤에야 서서히 상승하면서 해체된다.

물이 빠져나간 만큼 대서양 북쪽의 수위는 낮아진다. 이를 메우기 위해 따뜻한 멕시코만류가 북극을 향해 밀려간다. 이렇게 해서 대서양의 북쪽 끝에서 태평양 한가운데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바닷물의 흐름이 생겨나는데 과학자들은 이를 위대한 컨베이어 벨트라고 부른다. 유럽의 기온은 멕시코만류 덕분에 같은 위도의 다른 지역에 비해 섭씨 510도 정도 높다. 만일 이 흐름이 멈춘다면 유럽과 북미는 최소한 33.5도 기온이 급강하며 이는 결국 빙하기를 초래하는 단초가 된다는 것이다.

학자들 간 아직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한파를 몰고 올 멕시코만류의 감퇴가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은 0.6도 상승했고 극지역의 기온은 더 많이 상승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와 같이 따뜻해진 기후 탓에 북극의 빙하가 녹고, 녹은 담수가 그린란드 앞바다의 염도를 희석시켜 바닷물의 밀도가 낮아지는 바람에 그 물이 깊이 심해로 가라앉지 못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대양 컨베이어 벨트의 가동이 요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멕시코만류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큰 난류로 한반도의 동해를 지나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쿠로시오난류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서울대학교 대기과학과의 허창회 교수는 멕시코만류와 쿠로시오난류는 생성 메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북태평양 북쪽에는 그린란드 해역 같은 침강해류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북서 대서양에서는 북극의 침강해류가 적도의 난류를 끌어당기지만, 쿠로시오난류는 무역풍에 의해 적도의 서쪽으로 밀린 해류가 동남아 해안에 부딪혀 밀려올라가는 식이므로 흐름의 에너지원이 다르다.’

 

투모로우와 같은 빙하기가 도래하는 것이 당연하다면 우리가 궁금한 것은 급격한 기후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며, 또 얼마동안 계속될까 하는 점이다. 투모로우가 오류가 있느냐 없느냐를 지적할 때 가장 먼저 제기된 질문인데 영화처럼 6주라는 짧은 시간에 가능한 일인가이다. 이 문제에 대해 많은 학자들이 6주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빙하기가 도달한다는 것은 불가능 즉 오류라고 말하지만 서울대학교의 김구 교수는 놀랍게도 “6주는 과장된 시간이지만 10년 정도라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지난 42만 년 동안 지나쳐 간 네 번의 빙하기 때에도 간빙기에 비해 이산화탄소의 함량이 평균 100ppm 이상 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이산화탄소 함량의 증가는 곧 온도 상승과 직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의 학자들은 이런 변화는 수만 년에 걸쳐 일어났기 때문에 지구의 기후 변화가 매우 천천히 점진적으로 이뤄진다고 추정했다. 현재 지구의 기후는 약 2만 년 전 가장 극심했던 마지막 빙하기를 지나 천천히 기온이 오르면서 간빙기에 머물러 있으므로 영화처럼 단 6주에 빙하기가 찾아오는 기후변화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근래의 정밀 연구에 의하면 기후가 매우 짧은 시간에 돌변할 수 있다는 증거들을 발견했다. 11만 년 전까지의 기록에 따르면 지구는 그동안 급격한 기후변화를 수십 차례 겪어 왔는데 단 10년 만에 급격한 기후변화가 일어난 적도 있다는 것이다.

투모로우와 같은 빙하기가 초래한다는 다소 불길한 예언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20세기에 들어와 각광받는 카오스 이론(Caos)' 때문이다. 중국 북경에서 나비가 펄럭거리는 움직임이 다음 달에 미국 뉴욕에서 태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으로 지구의 기후는 작은 변화에 의해서도 엄청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