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냉동인간의 부활, 언제?

냉동인간의 부활, 언제?(I)

Que sais 2020. 8. 28.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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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인간 기억도 살아날까?

 

고대 이집트인들은 아주 다양한 물질들을 이용해 미라를 만들었다. 영국 브리스톨대학 리차드 에버세드는 이집트인들이 박테리아를 막고 수분을 차단하기 위해 식물성 수지밀랍 등 다양한 물질들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과학자들은 시신에 붕대를 감기 전 수분을 제거하기 위해 천연탄산소다를 사용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습기 찬 무덤 안에서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방부제를 사용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연구팀은 기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 분광기를 사용해서 이집트인들이 미라 제작 시 각종 식물에서 얻은 수지, 기름, 향료, 동물성 지방, 밀랍 등을 사용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중에는 중동에서 수입된 노가주나무히말라야삼목의 기름과 같은 값비싼 재료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 기름들은 박테리아를 막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전반적으로 동물성 지방보다는 구하기 쉬운데다가 자연적으로 굳어 수분 침투를 막는 식물성 기름이 많이 사용되었다. 송진과 밀랍의 사용량도 많은 이유는 이들 재료가 미생물과 수분 침투를 막아주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미라가 살아난 적은 없다. 사실 미라를 만드는 제작 방법을 생각하면 미라가 다시 살아나올 것을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미라들의 모습과 형태는 살아있는 사람과 너무나 다르므로 아무리 생전에 위대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경애심이 사라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과학이 발전하자 인간의 아이디어는 한이 없이 발전한다.

스티븐 호킨스 감독의 로스트 인 스페이스는 최첨단 과학문명이 세워 놓은 미래 사회에 절대 절명의 위기가 찾아오는 것부터 시작한다. 에너지의 고갈, 테러 집단의 출몰, 연일 계속되는 전쟁으로 지구 전체가 혼란 속에 빠지자 인류가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기 위해 은하계 탐사를 결정하고 탐사대를 모집한다.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돈 웨스트 소령이 조종하는 쥬피터 2는 우주 과학자 존 로빈슨 박사의 가족들을 냉동 캡슐에 안치하고 생명체의 생존 가능성이 가장 높게 나타난 알파 프라임행성을 향해 떠난다.

공전의 흥행에 성공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는 지구에서 알파센타우리의 판도라까지 ISV 벤처스타우주선으로 100명의 지구인을 6년간 편도 비행으로 옮긴다. 이때 승무원들은 냉동 수면 캡슐 구역에서 냉동수면한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장거리 우주 여행이므로 승무원들을 냉동처리한 후 목적지에 도착할 때 해동시킨다는 것이다.

냉동인간이 장거리 우주 여행에서 필연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장거리 여행에 필요한 승무원들의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것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는 것이 냉동인간이다. 장거리 여행 자체가 협소한 공간에서 오로지 달리기만 하는 것이므로 냉동인간은 시간을 선용하게 만들어 준다. 한마디로 여행 기간 동안 나이를 먹지 않는다.

우주 여행에만 냉동인간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 데몰리션은 냉동인간 문제를 매우 심층적으로 다루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포악한 악당 피닉스와 거칠지만 정의로운 경찰 스파르탄이 대결하여 결국 정의가 이긴다는 헐리우드의 전형적인 이야기인데 이 영화가 특별히 관심을 끈 것은 인체의 냉동과 해동과정이 과학적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세밀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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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탄은 뛰어난 경찰이기는 하지만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무엇이든지 사정없이 파괴하므로 파괴자라는 의미의 데몰리션맨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피닉스를 체포할 때도 인질 모두 화재로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나 스파르탄은 70, 피닉스는 종신형을 받고 냉동감옥에 갇힌다.

인간을 벌주기 위해 인간을 냉동감옥에 수감한다는 영화의 기본 아이디어는 많은 논쟁을 야기했다. 냉동인간은 다시 살려내야 한다는 기술이 전제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냉동된 후 정말로 다시 되살아 날 수 있는가는 과학이 해결할 일이지만 냉동인간이 실제로 가능하다면 냉동감옥은 여러 가지 긍정적인 면도 있다. 우선 이런 형태의 감옥은 간수가 필요 없으므로 죄수를 관리하는데 골머리를 썩이지 않아도 될 만큼 능률적이다. 생명유지 프로그램이 입력된 컴퓨터에 일임하면 그만이다. 죄수의 입장에서도 그다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냉동당하는 순간만 지나면 옥살이의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또한 냉동은 생체 시계마저 중단시키므로 아무리 오래 감옥살이를 하더라도 늙지 않는다.

그러나 이 방법에 많은 사람들이 반대한 것은 인간이 다른 인간의 시간마저 구속시킬 자격이 있느냐이다. 또한 영화에서는 냉동 죄수에 대한 정신 개조까지 암시하고 있는데 그것을 바라는 죄수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한국방송 드라마 그녀가 돌아왔다는 심장마비로 쓰러진 여자 주인공이 지하 연구실의 냉동캡슐에 갇혀 있다 깨어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다루고 있다. 거의 죽음에 다다른 사람을 얼려 오랜 시간 뒤에 녹여서 생명 현상을 이어가도록 하겠다는 냉동인간이 드라마적 장치로 사용되었다. 드라마에서 냉동인간은 기적처럼 깨어나 시대를 뛰어넘어 부자를 둘러싼 삼각 사랑에 빠진다.

이런 소재가 가능한 것은 현재 불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냉동인간이 되어 불치병 치료제가 개발된 수십 년이나 수백 년 뒤에 해동되어 불치병을 치유하고 다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위 시간이동을 한 셈인데 엄밀하게 말하면 냉동인간은 꽁꽁 얼어 죽은 사람을 의미하는데 몇 십 년 또는 몇 백 년 동안 얼어있던 사람이 살아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시베리아에는 몇 만 년 전에 살았던 매머드의 냉동된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그들이 해동되자마자 살아나 초원을 거니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과학 프로그램에 가끔 나오는 금붕어 급랭실험이 있다. 살아있는 금붕어를 영하196도의 액체질소에 넣으면 순식간에 얼어버린다. 언 금붕어를 얼마 후 해동시켜 물에 넣어주면 다시 살아 헤엄치기 시작한다. 이 신기한 장면에 놀라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인데 사실 이 실험에는 약간의 트릭이 있다. 실제로 금붕어 어항을 액체 질소에 넣으면 금붕어 주위의 물만 순식간에 얼 뿐 금붕어는 얼지 않는다. 그래서 해동시키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금붕어 급랭실험에 고무되었는지 1962년 미국의 로버트 에팅저(Robert Ettinger) 교수는 불멸에의 기대 The Prospect of Immortality를 출간하여 인간을 냉동으로 보존하는 것이 가능하며 해동시켜 다시 살려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940년대에 개구리의 정자를 냉동시키려는 과학자들의 연구를 토대로 인체 냉동보존의 아이디어를 창안했다. 사람의 경우 동물들과는 다른 문제점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해동 기술만 완벽하면 냉동인간은 원리적으로 가능하다는 논조였다.

로버트 에팅저 교수의 아이디어에 착안하여 1960년대에 환각제인 엘에스디(LSD)를 만들어 많은 청소년들을 중독에 빠뜨려 악명을 얻은 티머시 리어리(Timothy Leary) 교수냉동보존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티머시 리어리 교수의 사후에 출간된 저서인 임종의 설계 Design for Dying에서 냉동보존으로 부활하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냉동보존에 집착했다. 그는 말년에 암 선고를 받고 자살계획을 세워 자신의 죽음을 인터넷에 생중계할 정도로 괴짜인데 그가 냉동인간이 되지 못한 것은 당대에 사람을 냉동시킬 만한 기초 기술조차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어리 박사가 사망하자마자 놀랍게도 그의 아이디어가 실현된다.

1967112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심리학 교수이자 <생물냉동학재단>의 설립자인 제임스 베드포드 박사는 세계 최초의 냉동 보존 인간이 되었다. 그는 간암이 폐로 전이되어 사망했는데, 유언대로 의료진은 그를 냉동 처리한 다음 질소액체 보관장치 안으로 옮겼다.

냉동인간을 막상 시도하더라도 각국의 법규가 다른 것도 문제점이다. 프랑스의 경우 냉동인간이 들어 있는 냉동캡슐묘지의 일종으로 간주한다. 그러므로 묘지의 사용 연한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처리할 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아직 이런 문제가 대두되지 않고 있는데 한국의 법규도 프랑스처럼 분묘의 사용연한이 있으므로 추후 이들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있다.

일부 부호들은 매우 특별한 장례를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도 있다. 자신을 상속자로 지명해 놓고 육체를 냉동 보존한 후 미래의 어느 시점에 깨어나 억 만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되찾는다는 계획이다. 신탁해 놓은 은행이 망하지 않는다면 저율의 이자를 받는다 하더라도 엄청난 자금을 깨어나서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흥미로운 것은 냉동인간 보관회사인 알코어사에 보관된 냉동 인간 중 자신의 몸 전체가 보존된 이는 절반 뿐으로 나머지 절반은 뇌만 냉동 보존되고 있다. 이처럼 뇌만 보존하는 것은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몸 전체를 보존하는 비용은 20만 달러인 데 비해 뇌만 보존하면 8만 달러밖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 사실 뇌만 보존해도 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신체의 경우 DNA를 이용해 복제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하여 해동된 머리를 자신의 DNA를 이용하여 복제한 신체를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팀버튼 감독의 화성침공 Mars Attacks이 바로 이런 소재를 등장시켰다. 조그마한 마스크를 쓴 화성인들이 TV여성 아나운서의 머리를 치와와 개의 몸통에 붙인다. 이런 수술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이 있겠지만 실제로 이와 같은 실험이 진행된 적이 있다. 19984월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처브 대학의 로봇 화이트 박사는 원숭이 두 마리의 몸을 통째로 바꾸는 실험에 성공했다. 목이 바뀐 붉은털원숭이가 의식을 갖고 눈을 깜빡인 것이다.

그의 실험은 매우 정교했다. 우선 화이트 박사는 몸의 혈관과 다른 원숭이의 머리 혈관을 서로 연결하고 금속 죔쇠를 척추와 머리에 부착하여 머리를 몸에 고정시킨 후 인공 튜브를 이용해 기관과 식도를 연결했다. 원숭이는 6시간 후 의식을 회복했으며 시각과 청각 기관이 정상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물론 척수까지 연결된 것은 아니므로 새로 얻은 몸을 움직인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큰 파장을 갖고 왔는데 라는 존재가 뇌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의 산물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화이트 박사는 원숭이가 의식을 회복한 것을 통해 다음과 같이 기염을 토했다.

 

이 실험을 통해 당신이나 나나 기본적으로 우리는 모두 양쪽 귀 사이에 존재하는 1.6kg 짜리 두뇌 조직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게 됐다. 마음과 영혼이 모두 그 속에 있다.’

 

그는 머리와 척수를 연결하는 수백만 가닥의 신경다발인 척수를 잇는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머리만큼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억력과 지능, 시각과 청각, 그리고 자기 몸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리만 냉동시킬 경우 앞으로 척수의 신경을 연결해야 하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지만 후대에는 해결되리라는 낙관이다. 이를 부정적인 면으로 생각하면 탐욕스런 재산가가 자신의 뇌를 이식하기 위해 젊고 건강한 몸을 가진 젊은이들을 납치하거나 인신매매하는 사건이 벌어질지도 모르지만 냉동인간의 미래는 인간의 과학기술 능력에 달렸음은 물론이다.

여하튼 인간을 꽁꽁 얼렸다가 되돌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은 실제로 세포단계에서 성공했기 때문이다. 1946년 프랑스의 생물학자 장 로스탕개구리의 정자를 얼렸다가 복원한 적이 있다. 세포는 대부분 물로 이뤄져 있으므로 얼리면 뾰족뾰족한 얼음 결정이 만들어지는데 이 결정이 세포막을 찌르면 세포가 손상된다. 그러므로 그는 세포액을 글리세롤이라는 동결억제제로 바꿔 넣어 얼음 결정이 생기지 않도록 했다. 세포를 글리세롤 등에 담그면 삼투압 현상으로 세포 내에서 물이 빠져나오고 그 자리에 동결억제제를 들어가게 한다. 이를 이용하여 1960년부터 소의 정자, 사람의 정자를 냉동하고 해동할 수 있다. 특히 정자는 수분이 적고 정자를 이루는 단백질이 냉기에 강해 냉동이 쉬운 편이다.

그러므로 국내에서 일부 병원은 난임 치료를 위해 환자들의 정자, 난자 혹은 수정을 마친 수정란을 냉동 보관한다. 결혼 시기가 늦어져 난자를 미리 동결해두려는 미혼 여성, 암 치료 등 의학적 치료 과정에서 정자나 난자의 손상을 피하기 위해 동결하는 경우도 있다.

세포를 동결하는 방식은 종류에 따라 다르다. 세포가 클수록 내부에 수분이 많아 동결과 해동이 모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부피가 거의 없는 정자는 표본을 채취한 뒤 30분에 걸쳐 천천히 동결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반면 수정을 마친 수정란은 1분 내에 빠르게 동결시킨다.

수정란보다 다루기 어려운 난자의 경우 더 복잡하다. 수분이 얼며 얼음 결정이 생기는 현상을 막기 위해 유리화 동결기법을 사용한다. 난자에 동결 억제제를 넣은 뒤 10초 안에 온도를 영하 200도까지 떨어뜨린다. 이렇게 하면 난자의 세포질 내에 있는 수분이 동결억제제와 함께 얼면서 슬러시 같은 상태가 되며 동결된 세포는 1시간 내 임시탱크에 옮겨진 뒤 다시 바이오탱크에 저장된다.

해동도 비교적 간단하다. 빠르게 동결한 세포는 빠르게, 느리게 동결한 세포는 느리게 녹인다. 해동된 이후의 기능이 해동 이전과 유사하다는 사실은 임상적으로 확인됐다. 크기가 작은 세포는 동결과 해동 과정에서 내외부의 온도차가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간단히 냉동 보전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냉동인간처럼 냉동 보전하고자 하는 기관의 부피가 커질 경우이다.

근래의 연구 결과는 냉동인간이 결코 꿈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세포 단계가 아니라 금붕어나 개구리, 미꾸라지의 경우 영하 196도로 급속 냉각시킨 다음 미지근한 물에 넣어 해동시키면 되살아난다고 한다. 쥐와 개의 경우 4시간 30분 동안 냉동 상태에 있다가 아무 이상 없이 깨어났다

자연계에서 최장 기간 냉동 보관되었다 부활한 기록을 가진 동물은 가시곰벌레. 8개의 다리를 가진 몸크기 50㎛〜1.7의 곰벌레는 (Water Bear)으로도 불리며 행동이 굼뜨고 느릿한 완보(緩步)동물이다. 놀라운 것은 영하 260도에 얼리거나 100도에서 여섯 시간 가열하는 것은 물론 사람에 비해 1,000배의 치명적인 농도의 방사성 물질에 노출돼도 죽지 않으며 심지어 음식과 물 없이도 30년을 살 수 있는 불사에 가까운 존재다.

이탈리아 밀라노 자연사박물관120년 전에 만든 표본 속에 있던 가시곰벌레가 그 표본을 연구하기 위해 꺼냈는데 120의 건조 상태를 거쳤음에도 부활했다. 남극에서 채집한 뒤 30년간 냉동 보관해오던 이끼 속에 섞여 있던 곰벌레에 물을 주자 깨어나서 알까지 낳는 데 성공했다.

가시곰벌레의 능력은 이만이 아니다. 진공 중에 방치해 두어도 휴면 상태로 살아남을 수 있는데 학자들은 가시곰벌레야말로 우주 공간에 떨어져도 죽지 않을 것으로 추정한다. 사실 수분을 방출해서 몸을 움츠리고 휴먼 상태가 되면 이런 내성을 지닐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곰벌레는 지구가 멸망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바퀴벌레보다도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툰드라 지대에서 동면하는 양서류인 도룡룡영하 35도 이하에서도 목숨을 보존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얼어있는 이들 동물은 몸을 움직이지도 않을뿐더러 심장도 작동하지 않고 혈액순환도 정지하며 신경활동도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 놀라운 것은 얼음 결정이 피하나 근육 사이에도 스며들어가 있으며 세포까지도 얼려놓는다. 몸이 언다고 하는 것은 생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에는 치명적인데 그 이유는 얼음 결정이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 세포 내 기관들을 파괴시키기 때문이다. 생물의 모든 대사가 엉망진창이 돼버림에도 불구하고 이들 동물들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인간을 냉동시키는 방법은 잘 알려져 있다. 우선 냉동 보존을 신청한 사람이 사망하면 곧바로 시신에 심폐 소생 장치를 연결해 호흡과 혈액순환 기능을 되살린다. 그런 다음 정맥주사를 놓아 세포가 썩지 않도록 한 후 곧바로 알코어사로 옮겨 가슴을 열고 갈비뼈를 분리한다. 다음에는 몸속의 피를 비롯한 모든 체액을 빼내고 동결억제제(CryoProtective Agent)DMSO를 채워 넣는다. 이렇게 처리한 시신을 영하 196도로 급속 냉각한 질소 탱크에 넣고 해동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얼음결정의 형성을 피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동결억제제는 일반적으로 글리세롤(DMSO, DeMethyl SulfOxide), PR-OH(PROpHandiol), EG(Ethylene Glycerol) 등이 많이 쓰인다. 동결억제제를 생리식염수에 섞은 뒤 여기에 소포를 담그면 세포질 내의 물이 세포 밖으로 빠져나오고, 그 자리에 동결억제제가 들어갈 수 있다. 한마디로 삼투압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동결법은 완만동결법(Slow cooling method)과 초급속동결법인 유리화동결법(vitrification)이 사용된다. 핵심은 몸에 일부 남은 물이 얼음결정을 이루지 않고 냉각되도록 온도를 아주 천천히 또는 급속하게 떨어뜨리는 것이다.

완만동결법은 오늘날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데 간단하게 말해 기계 내의 컴퓨터가 자동으로 액체질소의 공급량을 조절해 냉동속도를 체크하는 방법이다. 유리화동결법은 최근에 개발된 방법으로 기본 원리는 고농도의 동결억제제를 이용해 세포 내 물을 상당부분 제거하고, 이를 액체질소에 바로 담그는 초급속냉동법이다. ‘유리화라는 이름은 동결과정 중 세포 내 수분과 동결억제제가 결정이 만들어지지 않는 유리처럼 된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이 방법으로는 얼음결정이 형성되지 않는 장점이 있으나 고농도의 동결억제제를 사용함으로써 세포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물론 이 방법도 계속 개선되어 동결억제제농도와 처리시간을 조절해 독성을 줄이고 생존율을 높이는 방법이 개발되어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다.

동결보조제액체질소를 사용하는 이유는 액체질소의 끓는점(-196)이 매우 낮아 급속도로 동결되기 때문이다. 얼음 결정이 생길 시간도 없이 빨리 동결되므로 세포막이 파열되는 것을 막고 순간적으로 분자운동을 멈추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