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학상의 수상업적을 살펴보면 보통 사람들에게는 도통 이해가 안 되는 난해하고 복잡한 이론이거나 실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노벨상 수상 제목만 보아도 거의 암호 수준의 이야기라고 말을 한다. 더불어 설명되는 이론이나 실험도 일상생활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다. 사실 노벨 물리학상의 내용이 무엇이라는 것을 잘 안다고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며 모른다고 해서 지장이 되는 것도 아니다.
2009년의 노벨 물리학상이 발표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놀란 것은 수상자들의 업적이 인터넷 광통신과 디지털카메라(디카)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인들에게 인터넷과 디카가 없으면 살아가는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우리의 생활에 밀접하게 자리 잡았다.
그 주인공은 영국 스탠더드텔레콤의 찰스 가오 박사와 미국 벨연구소의 윌러드 보일 박사, 조지 스미스 박사 등 세 명이다. 노벨상은 두 부분으로 나뉘었는데 수상 제목은 가오 박사의 「광섬유통신 기술」은 인터넷 광통신의 핵심기술인 광섬유의 개발에 관한 내용이며 보일과 스미스 박사의 「전자결합소자(CCD) 기술」은 필름이 없어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디카를 대상으로 한다.
특히 가오 박사의 노벨상은 노벨상 수상자로는 매우 이례적인 예에 들어간다. 그것은 어떤 신규 아이디어나 발명품의 경우 기초 원리를 도출한 사람에게 수여되는데 광섬유는 가오 박사가 원천적으로 개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광섬유는 이미 1930년대부터 환자의 위나 치과치료 중에 치아를 들여다보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당시 사용된 광섬유는 길이가 짧고 구조가 단순했다. 그런데 이런 광섬유를 현대의 인터넷을 폭발적으로 보급시키는 원동력이 되도록 실용화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수상한 것이다.
광섬유의 이론은 간단하다.
광통신은 ‘전반사 특성’을 이용해 빛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전반사는 굴절률이 높은 매질에서 낮은 매질로 빛을 비출 때 그 각도가 특정한 각(임계각)보다 크면 빛이 매질을 넘어 진행하지 못하고 100% 반사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므로 광섬유는 상대적으로 밀도가 높은 유리인 ‘코어’를 상대적으로 밀도가 낮은 유리인 ‘클래딩’으로 감싼 구조다. 코어를 통해 전송되는 빛은 전반사 때문에 클래딩 부분으로 새나가지 않는다. 즉 광섬유는 전반사의 원리를 통해 빛을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함으로써 먼 곳까지 정보를 전달해준다.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geulmoe.quesais
<세계를 석권한 광통신 이모저모>
인류가 광통신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수천 년 전부터다.
가장 처음 등장한 통신방법은 손에 횃불을 들고 흔드는 방법이다. 기원전 350,000년 전 북경원인은 연기를 이용하여 통신하였다고 알려지는데 이 방법은 현재 바티칸에서 교황을 선출할 때 사용하고 있다. 또한 이 방법으로 고대 그리스는 트로이가 멸망한 사실을 500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에서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높은 산봉우리에 설치된 봉화대에서 불이나 연기를 피워 위급사태를 알려 준 봉화는 물론 등대도 일종의 광통신이다. 그런데 현재의 광통신은 ‘광섬유를 이용해 대량의 정보를 빛으로 주고받는 통신 방법’이라고 좁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현대와 같은 광통신 시대가 열린 것은 19세기부터 전자기학에 대한 많은 발견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맥스웰은 전파나 빛 등이 모두 전자기파이며 다만 서로 파장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전자기파를 이용해 서로 멀리 떨어진 사이에 통신을 하는 방법은 전자기파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던 시절임에도 개발되었다. 또한 적절한 주파수의 전자기파를 발생시키고 이를 송신하고 수신하는 장치도 등장했다.
송신기와 수신기 사이에서 신호를 실은 전자파는 무선통신과 유선통신으로 연결되는데 1837년 미국의 새뮤얼 모스가 전신기를 발명해 수백,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장소로 모스 부호를 보낼 수 있는 장거리 유선 통신 시대를 열었다. 1886년에는 미국의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화를 발명하여 유선통신망은 급속하게 발전해나갔다.
1890년대에 이탈리아의 마르코니가 무선전신 기술을 개발하여 ‘전선’을 설치해야 하는 유선통신의 한계를 넘어섰다. 그는 1900년에는 대서양 횡단 무선통신에 성공하였으며, 이 업적으로 1909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런 무선통신을 이용한 대표적인 기기가 라디오다. 우리가 듣는 AM 라디오는 수백 kHz, FM 라디오는 수십 MHz, 그리고 무선 전화는 수 GHz 정도 파장을 갖는 전자기파를 사용한다.
전선없이 신호를 주고받는 무선통신의 위력은 대단하지만 통신망의 주축은 유선 통신이었다. 무선통신은 같은 주파수 할당이나 혼선의 문제가 있었지만, 유선통신에서는 신호를 실은 전자파가 송신기와 수신기 사이에 직접 연결된 도파로를 지나기 때문에 신뢰성 있게 장거리 전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유선통신의 효율을 증진시키는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제일 먼저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먼 거리에 값싸고 신뢰성 있게 전달하는 것이다. 학자들은 전자기파의 주파수가 클수록 단위 시간당 많은 신호를 운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신호를 실은 전자기파는 송신기에서 수신기로 가는 과정에서 신호의 크기가 작아지는 단점도 해결해야 했다.
학자들이 중심에 도체가 있고 이를 부도체로 둘러싼 다음, 다시 그 바깥을 원통형 도체로 둘러싸고 있는 구조로 전선을 만들면, 전자기파가 두 도체 사이에 갇혀서 지나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전선을 두 도체 축이 같다고 하여 ‘동축케이블’이라고 부른다.
1956년 미국과 영국 간을 잇는 대서양 횡단 제1케이블(TAT-1) 즉 동축(同軸)케이블이 최초로 부설되면서 해저케이블통신이 활기를 찾았다. 이후 대서양·태평양·지중해·남북미·유럽·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부설되었고 1979년까지 주요 해저 동축케이블만도 약 22만 킬로미터에 달했다. 이들로 제공되는 전송용량은 전화회선으로 환산해서 약 75,000회선 정도이다.
그러나 동축케이블은 전송 가능한 전자파는 진동수가 수 GHz를 넘지 않아 에너지 손실이 많았다. 수백 미터나 수 킬로미터로 보내면 신호가 원래 크기의 백 분의 일 이하로 줄어들었다. 따라서 신호를 장거리 전송하려면 수 킬로미터마다 신호를 받은 다음 다시 새 전자파에 실어 보내는 중계기를 설치해야 했다.
이때 획기적인 발명이 등장한다.
1958년에 타운스(Charles H. Townes)가 발명한 레이저다. 레이저는 특정한 주파수의 빛을 만들어낸다. 즉 수백 THz나 되는 높은 주파수의 전자파를 발생시킬 수 있으며 그는 이 업적으로 1964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가오 박사가 도전한 것은 이를 이용해 적은 손실로 빛 신호를 장거리 전송하는 도파로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는 1966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유리로 된 섬유를 레이저신호의 전송로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직경이 빛의 파장 백 배 정도 되는 원통형 유리 섬유를 만들고 이의 중심축에 빛의 파장 정도 직경을 갖는 범위 안의 굴절률을 1% 정도 높인 광섬유 구조를 처음 제안한 것이다.
가운데 유리 섬유의 굴절률을 높이면 전반사 현상으로 빛이 중심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또한, 굴절률 높은 부분의 크기를 파장 크기 정도로 작게 하면 빛의 경로가 여럿이 생기지 않고 하나로 되어 장거리 전송이 가능하다.
그러나 당시 가오 박사의 이론을 근거로 만든 실제 광섬유는 손실이 1,000dB/km 수준이었다. 즉 빛이 불과 20m 가면 원래 세기의 100분의 일 수준으로 작아져서 사실상 장거리 전송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가오 박사는 이런 결과는 불순물 때문이므로 유리의 특성을 이용한 광섬유를 사용하면 손실을 20dB/km (1km에 100배의 손실) 이하로 낮출 수 있으며 1Gb/s 정도의 고속 신호를 전송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오 박사의 예측이 알려지자마자 1970년에 코닝(Corning)사의 모러(Maurer) 박사 등은 티타늄을 도핑하여 17dB/km 수준의 단일 모드 광섬유 제작에 성공했고 1972년에는 게르마늄(Ge)을 도핑하여 삽입 손실을 4dB/km로 줄였다. 이어서 1978년 일본의 <NTT 이바라키연구소>에서 1.55μm 대역에서 단일모드 광섬유 삽입 손실 기록을 0.2dB/km로 단축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광섬유의 삽입 손실도 이와 큰 차이가 없다.
더불어 광섬유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도 확보했다. 광섬유는 ‘모재’라는 유리 기둥으로 만들어진다. 모재는 1,900도 이상으로 가열해 서서히 녹인 뒤 고속으로 잡아당겨 실처럼 뽑아 만든다. 광섬유 모재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실리콘, 케르마늄 같은 재료를 얇은 유리관 안쪽 벽에 증착시켜 광섬유 모재를 안쪽으로부터 만들어 나가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 방식 덕분에 순도가 높은 광섬유 모재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한국의 백운출 교수는 광섬유를 뽑는 속도를 20배 향상시키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러나 여기에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문제점이 있었다. 광섬유를 통해 장거리 전송을 하려면 수십 킬로미터마다 중계기를 통해 신호를 재생해야 했다. 광신호에서 신호를 찾아내어 새로운 광원에 다시 신호를 싣는 과정에는 신호의 광/전 변환(광신호에서 전기 신호로 변환)에 이은 전/광 변환(전기 신호에서 광신호로 변환)이라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데 이 말은 경비가 많이 든다는 뜻이다.
그런데 1986년에 영국 사우스햄프턴 대학의 리키(Reekie) 박사가 광신호를 광/전, 전/광 변환 없이 광신호를 그대로 증폭하는 광증폭기(EDFA, Erbium-doped fiber amplifier)를 발명했다. 1987년에 미국 벨연구소는 중계기 없이 광증폭기만 사용하여 수백 km를 넘는 장거리 전송이 가능한 방법을 개발했다. 광증폭기의 광신호 증폭 기능은 매우 우수하여 넓은 주파수 대역의 여러 광신호를 동시에 증폭해 줄 수 있다. 즉 하나의 광섬유 선로에 적절한 간격마다 EDFA 광증폭기를 설치하면, 이 선로를 통해 서로 일정한 간격(50GHz 혹은 100GHz)의 주파수를 갖는 수십 개의 광신호를 동시에 전송할 수 있다.
광케이블은 과거의 전기신호를 중간변환 없이 그대로 보내는 구리선과 비교하면 '변화' 과정이 필요하지만, 대신 중간에 외부의 간섭에 의한 데이터 손실이 0에 가깝다. 그러므로 구리선 10,000가닥이 할 수 있는 일을 광섬유 한 가닥이 할 수 있다. 광케이블 아이디어가 탄생하자마자 폭발적으로 전 세계로 보급되고 있는 이유다.
광섬유는 즉각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유선 통신망은 물론이 각 국가와 대륙을 연결해주는 해저 케이블에 적격이란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광섬유를 이용한 데이터 통신은 주로 초당 수십〜수백 기가바이트(Giga-byte per second, Gbit/s, Gbps)의 속도를 보인다.
광섬유의 장점은 여러 채널을 통해 다양한 빛을 동시에 보낼 수도 있으므로 각 채널은 서로 다른 빛의 파장을 이용한다. 보통 수십〜100여개의 채널이 이용된다. 현재 하나의 광섬유를 통해 광신호 100개를 40Gb/s 속도로 전달하는 수 Tb/s급 기술은 상용화되었는데 앞으로 수십 Tb/s급 기술도 등장할 것으로 추정한다.
인간 두뇌의 총 용량이 약 2.5 페타바이트로 예상되는데, 초고속 광섬유를 사용하면 한 인간의 모든 기억을 약 10초 안에 전송할 수 있다고 알려진다.
장거리 음성 통화는 물론 IPTV(인터넷 프로토콜 TV)를 고화질로 시청 할 수 있는 것도 모두 광통신 덕분이다. 현재 광통신 기술은 광섬유 한 가닥으로 CD 200장에 담긴 내용을 1초 만에 보낼 수 있다. 학자들은 광섬유가 이보다 몇 배 더 많은 정보를 보낼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런데 광섬유가 활용되는 곳은 초고속 인터넷 외에도 수없이 많이 있다.
광섬유는 정보 통신 외에도 이미징, 채광, 광섬유 현미경, 광섬유 센서, 광섬유 레이저 그리고 빛을 이용한 장식에도 이용된다.
원리는 모두 같으며 빛 혹은 데이터를 빛의 형태로 변환하고 모으거나 먼 거리를 전달하는 것이다. 광섬유 이미징이나 현미경은 작은 것이나 잘 닿기 힘든 곳(예: 기계나 몸 속)을 확대해서 잘 보기 위해서 수많은 광섬유를 하나로 묶어서 보고자 하는 곳에 잘 전달할 뿐만 아니라 마지막에 렌즈를 달아 확대해준다.
광섬유 센서의 동작원리도 비슷한데, 광섬유의 작은 사이즈와 전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 점 때문에 고전압이나 폭발성 물질이 있는 곳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특히 광섬유는 의료분야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위, 장, 식도, 폐 등의 내시경 관찰 및 촬영은 광섬유가 개발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광섬유 채광은 자연광을 모아서 전달하며, 광섬유 레이저는 광섬유와 광증폭기를 혼합하여 신호를 증폭시킨다. 광섬유의 재질과 유도방출을 일으켜 레이저처럼 빛을 증폭시킬 수 있는 도핑 물질에 따라 광섬유 레이저의 효과가 달라진다. 또한 광섬유 커텐과 같은 데코레이션도 가능한데, 일부러 광섬유의 일부분에서 빛이 세어 나오게 함으로써 빛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런 기술 개발에 힘입어 2010년 기준으로 지구를 무려 25,000번이나 감을 수 있는 정도로 세계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우리들이 현재의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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