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 C형 간염 퇴치 가능
2020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는 존재조차 알 수 없었던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분리·발견하면서 치료의 실마리를 제공한 하비 알터(Harvey J.Alter) 미국 NIH(국립보건원) 박사, 마이클 허튼(Michael Houghton) 캐나다 앨버타대 박사, 찰스 라이스(Charles M. Rice) 미국 록펠러대 바이러스학과 교수를 선정했다.
그런데 그들의 수상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그들의 발견이 매우 오래전으로 하비 알터 박사의 경우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된 지 거의 40년 만에 C형 간염이 완치 단계에 이르자 이들의 공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간염은 말 그대로 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을 칭한다.
간에 염증을 일으키는 간염 바이러스는 5가지 유형(A, B, C, D, E형)이 밝혀져 있는데, B·C·D형은 급성 및 만성으로 진행해 간경변과 간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A형 간염과 B형 간염 바이러스는 1960년대 중반 발견됐다.
그런데 1972년 당시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수혈 환자들을 연구하던 하비 알터 교수는 의문의 감염 사례들을 처음 보고했다. 알터 교수는 환자들의 혈액을 침팬지에게 수혈한 결과 침팬지에게서도 증세가 발현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질병은 이후 '비A, 비B형 간염', 즉 A형도 B형도 아닌 제3의 간염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정체는 불분명으로 ‘침묵의 살인자’로 알려졌다.
마이클 호턴 교수는 1989년 제약회사 카이론에서 문제의 바이러스 즉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유전 서열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고 이 바이러스를 C형 간염으로 명명했다. 애초 'A형도 B형도 아닌 간염'(Non-A, Non-B 간염)으로 불릴 정도로 미지의 영역이었던 새로운 간염 바이러스가 규명되자 혈청검사로 진단이 가능해졌다. 더욱이 C형 간염 바이러스가 간암과의 연관성이 있음을 발견하여 질환에 경각심을 갖게 했다.
1997년 워싱턴대학에서 연구하던 찰스 라이스 교수는 C형 간염 바이러스의 내부 단백질 구조를 처음 밝혀냈다. 특히 그는 2005년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실험실 모델을 확립, C형간염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 특히 유전적으로 변형한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침팬지에게 주입해 이 바이러스가 간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그의 공이다. 침팬지를 대상으로 한 것은 인간과 침팬지에게만 감염하여 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즉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존재만으로도 간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 C형 간염 바이러스가 피를 통해 전염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 일조했다.
이들 세 명의 공적은 간단하다. 이들이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해 간암, 간경변 등과 같은 질병에 맞설 수 있도록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해 이들은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존재를 밝힌 사람들로 치료약을 발명한 사람은 아니다. 이번 노벨상이 특별히 주목받은 이유다.
<기적의 치료약 개발>
간염은 간의 염증성 질환을 총칭하는 단어로 거의 모든 간 관련 질환은 간염으로 불린다. 간염은 인간의 사망 순위 원인의 9위로 꼽힌다. 히는데 간염의 종류는 바이러스성 감염, 독성 간염, 알코올성 감염, 자가면역성 감염으로 나뉘는데 이곳에서는 202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이러스성 감염에 대해서만 설명한다.
바이러스성 간염이란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인 간염을 말한다.
한국의 경우 B형간염이 절대 다수인 86%를 차지하고, C형간염이 12%, A형 간염은 2%라고 한다.
B형 간염의 경우 태어날 때 어머니로부터 감염이 된 수직감염과 출생 이후 감염된 후천적 감염으로 나뉜다. 후천적 감염 중 95%는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며 자연스럽게 병균을 처리하며 별다른 치료 없이 완치(resolution) 된다. 그러나 약 5-10% 환자의 경우 완치되지 못하고 만성 간염으로 발전한다.
C형 간염의 경우, B형 간염에 비해 비교적 적은 약 10-15%정도의 환자가 스스로 치유되지만 85-90% 이상의 경우 만성 간염으로 발전하며 이 중 약 10-20% 환자에게서 20-30년 이내에 간경변 및 간암 등이 발병한다.
간염은 급성과 만성이 있는데 감기에 걸린듯, 발열, 근육통 등의 비특징적 증상만 나타나기도 하는데 C형 간염의 경우 심각한 급성 증상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알려진다.
만성 간염은 감염부터 6개월 이후를 의미하며,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만성 보균자부터, 간경변(cirrhosis) 및 간암(HCC)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보이게 된다.
B형 간염은 우리나라 전체 바이러스성 간염 중 86%를 차지할 정도로 한때 우리나라 인구의 근 10%에 달하는 사람이 B형 간염 보균자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B형 간염은 원래 태어날 때 어머니로부터 수직 감염된 경우가 아니라면, 성인의 경우 감기 정도의 증상만 보이다가 쉽게 완치되는 질병으로 제대로 치료받는다면 B형간염은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된다.
특히 1980년대 초등학교에서 B형 간염 예방 백신 접종이 일반화된데다가 1991년 신생아에게 B형 간염 예방 접종이 의무화되었고, 신생아가 수직감염되는 것 또한 예방조치가 취해지기 때문에 1990년 이후 출생자 중에서 B형 간염보균자는 거의 없다.
C형 간염의 경우, C형 간염 바이러스의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데 B형 간염에 비해 비교적 적은 약 10-15%정도의 환자가 스스로 치유되지만 85-90% 이상의 경우 만성 간염으로 발전하며 이 중 약 10-20% 환자에게서 20-30년 이내에 간경변 및 간암 등이 발병한다.
C형 간염의 경우 대다수는 평상시에는 증세가 나타나지 않으나 시간이 지나면 간경화와 간암의 강력한 원인이 되며, B형 간염이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즉 에이즈와 동시 감염되거나, 알코올 중독, 남성인 환자에서 간경화가 더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간경화의 27%, 간암의 25%는 이 C형 간염이 원인이다.
김승업 박사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인체의 면역력을 길러 바이러스를 간접적으로 공격하는 인터페론으로 치료했는데, C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에 기반을 둔 연구로 완치율 98% 이상의 치료제가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치료제보다 모든 연구의 근본이 되는 바이러스를 '발견'한 공로를 높이 샀다는 것이다.
사실 얼마 전만 해도 C형 간염은 예방 백신, 마땅한 치료제가 없으며 잠복기가 몇 년이므로 감염돼도 조기 발견도 어려워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 이유다. 특히 혈액이나 체액으로 타인에게 조용한 전파를 일으킬 수 있어 더욱 위험한 것으로 지적되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나 폐결핵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간주됐다.
그런데 2015년경부터 100% 완치에 가까운 신약이 개발되었는데 기적의 약으로 불리는 Sofosbuvir 등이다. 한국의 경우 대체로 12주〜24주 치료 후에 완치율이 95%~100%에 육박하는 효과를 보인다. 학자들은 한국인의 경우 바이러스 유전자 유형의 특성 때문에 완치율이 상당히 높다고 설명한다.
<노벨상위원회>는 이들이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해 이전까지 A형 간염이나 B형 간염으로는 설명되지 않던 만성 간염의 주요인을 규명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C형 간염 바이러스가 마침내 그 정체를 드러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들의 발견 덕택에 혈액 진단과 신약 개발이 가능해져 수백 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들의 발견 덕분에 C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첨단 혈액 검사가 가능해졌고 수혈 후 간염 위험이 크게 낮아져 전 세계 공중보건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다.
실제 C형간염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로 C형 간염 바이러스를 근절할 수 있는 단계가 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이 질환을 전 세계에서 퇴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천연두가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과 같은 맥락으로 바이러스성 질병과의 싸움에서 인류가 승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예시된다.
이들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대유행 시대에 더욱 의미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의학사상 C형 간염처럼 단기간에 바이러스를 극복한 선례가 없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펜데믹을 일으킨 코로나19도 퇴치할 수 있는 치료제가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참고문헌 :
「'침묵의 살인자' C형간염 완치 토대 마련한 연구자 3인 노벨상」, 김잔디, 연합뉴스, 2020.10.05.
「"C형간염 종식에 희망"…미·영 학자 3명에 노벨의학상」, 신유리, 연합뉴스, 2020.10.05.
「2020년 노벨 생리의학상 美 올터·라이스, 英 호턴 공동수상」, 이복진, 세계일보, 2020.10.06.
https://namu.wiki/w/%EA%B0%84%EC%97%BC
https://namu.wiki/w/%EB%B0%94%EC%9D%B4%EB%9F%AC%EC%8A%A4%EC%84%B1%20%EA%B0%84%EC%97%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