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을 놓친 비운의 천재들/모즐리

천재들의 대체복무 길을 터준 모즐리

Que sais 2020. 10. 2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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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정부1973 이래 시행된 전문연구요원(‘전문연’)의 대체복무 제도정부가 폐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한국의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인해 현역 입영이 줄어들기 때문2020년부터 현역 입영 대상자의 대체복무제 등을 단계적으로 축소한 뒤 2023부터는 아예 폐지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이 세계적인 저출산국이 되어 군입대자가 절대로 부족하므로 군 복무의 형평성 차원병역 자원의 감소라는 상황에서 이공계뿐 아니라 대체복무제 전반의 손질과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대체복무와 전환복무 제도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산업기능요원전문연구요원으로 근무하는 대체복무제도를 없애고 의무경찰·해양경찰·의무소방원 등으로 병역을 대신하는 전환복무제도폐지한다는 뜻이다.

한국 정부의 계획이 이공계 대학 졸업 뒤 취업이나 다른 길로 나아가는 현역 입영 대상자들한테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국내에서 ·박사 학위과정을 거쳐 전문 연구자의 길로 나아가려는 이들한테는 큰 변화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연역 복무를 대신하는 전문연구요원 제도석사 이상 학위를 취득한 사람으로서 지정 업체로 선정된 연구기관에 종사하는 사람, 지정업체로 선정된 자연계대학원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수학 중인 사람을 선발해 3년 동안 대체복무를 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전문연구요원 제도역사1973도에 태어났을 정도로 매우 오래되었다.

1970초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해서 우수한 과학기술인력기능인력의 확보가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자 잉여 병역자원방위산업체 등에 지원하여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는 차원에서 산업기능요원 제도와 함께 도입된 것이다.

특히 최초 도입 당시에는 병역의무 특례 규제에 관한 법률제정되어 특례보충역이라는 하나의 제도로 도입되었으며 <한국과학기술원생(KAIST)>병역특례를 통한 지속적인 과학기술 연구활동 지원을 위해 출발하여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각종 정책 변화 등에 따라 지원 대상을 확대 또는 축소하는 것은 물론 현역병 복무기간 단축에 따라 복무기간을 단축하기도 했다.

그런데 편입 대상자연계 분야 대학 또는 기업부설 연구기관 종사자로 넓혀, 현재와 비슷한 전문연구요원 제도 체제1981년에 수립하여 1993전문연구요원산업기능요원으로 시행한다. 전문연구요원의 복무 기간은 당초 5이었으나 20034, 20043으로 단축되었는데 이중 산업기능요원 제도병역면탈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논란을 일으키며 폐지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당초 잉여병력을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시작했지만 입영 인원자체가 부족하므로 이의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발표에 나오자마자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이공계 대학의 학생회들로 구성된 <전국 이공계 학생 전문연구요원 특별대책위원>는 다음과 같이 성명을 발표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계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국방부가 계획 중인 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안 때문입니다. 폐지안에 따르면 2018부터 전문연구요원 선발 인원은 단계적으로 줄어 2023까지 전면 폐지되고, 특히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 제도2019부터 완전히 중단됩니다. 전문연구요원 제도이공계 석박사 인력이 연구기관에서 3년간 연구, 개발 활동을 의무 수행현역 복무를 대신하는 제도로, 1970대부터 국가 과학기술과 학문발전에 크게 이바지해왔습니다. 하지만 국방부가 밝힌 폐지안대로라면 대한민국의 국방력과 연구개발은 크게 퇴보할 위기를 맞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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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제도가 폐지되면 당장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원이나 일반 이공계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연구인력의 수가 줄어드는 반면 해외 유학과 인력 유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가장 큰 우려는 대학원 연구·실험실에서 연구인력 확보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과학기술계로 볼 때 인재 손실에 따른 과학기술 역량뿐 아니라 첨단기술시대의 국가경쟁력과 국방력 저하마저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공계 대체복무제도는 우리나라만 채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을 비롯하여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상당수의 국가에서, 과학기술계 인재들에게 병역의무대신하여 연구기관 또는 산업체 등에 종사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이 제도의 기원은 뜻밖에도 20세기 초반노벨상 수상이 유력시되던 젊은 물리학자안타까운 죽음에서 비롯되었다. 한마디로 노벨상 사상 가장 안타까운 천재로 불리는 영국의 과학자 헨리 모즐리(Henry Moseley, 1887~1915) 때문이다.

그는 옥스퍼드대학트리니티칼리지를 졸업하고 당대의 슈퍼스타인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 박사의 지도 아래 X선에 관한 연구 등을 진행하였다. 러더퍼드는 방사선에 관한 연구로 1908노벨 화학상을 받았고, 원자핵의 존재발견하여 원자핵물리학의 새로운 장을 연 인물이기도 하다.

원소들의 규칙성을 밝힌 멘델레예프(Dmitri Ivanovich Mendeleev)의 원소주기율표19세기에 이미 나왔지만, 과학자들은 20세기 초까지도 원소들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멘델레예프원자량의 개념을 사용하여 주기율표작성하였지만, 특정 원소의 양성자와 중성자의 개수를 합한 것인 원자량만으로 원소의 성질을 완벽히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271914모즐리는 여러 가지 금속에 의해 생성된 특정 X선의 파장주기율표의 차례에 따라 규칙적으로 감소한다는 중요한 발견을 했다. 모즐리는 바로 원소의 화학적 성격을 결정하는 것은 원자량이 아니라 원자번호, 양성자의 개수로 표현되는 원자핵의 전하임을 실험적으로 밝혀냈다. 모즐리각종 원소에 대해 특성 X선의 스펙트럼을 조사해 본 결과 X선 파장역수의 제곱근원자핵의 전하(원자번호)와 비례한다는 중요한 발견을 했다. 이것이 바로 모즐리의 법칙이라 불리는 것으로서, 특성 X선의 파장을 측정하면 원소의 원자번호가 결정되는 것으로 원소들이 주기율표에서 일정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모즐리의 법칙을 기반으로 하면 원소들의 정확한 원자번호결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원소주기율표 상의 미발견 원소들을 확인하고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모즐리가 한창 중요한 연구성과를 내고 있을 무렵 1차 세계대전발발하였다. 모즐리오스트리아에서 학회참석한 후 연구실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지원 입대하였는데, 역사상 가장 악명높은 전투로 알려지는 1915갈리폴리(Gallipoli) 상륙작전에 참전했다.

갈리폴리, 터키어로 겔리볼루(Gelibolu)라 불리는 항구는 다르다넬스 해협을 바라보는 터키 영토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따라서 1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지중해의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갈리폴리의 점령이 반드시 필요했다.

영국 등 연합군독일과 동맹을 맺고 있던 터키를 통과하여 러시아와 연결하기 위해 갈리폴리 반도 상륙감행했다. 그러나 연합군의 의도와는 달리 갈리폴리 전투는 연합군의 참패로 끝났다.

학자들은 역사상 가장 최악의 전투로 거론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데 영국군과 프랑스군연합군의 사상자가 무려 25 명 이상, 터키군의 사상자 규모 역시 비슷하게 25만 명에 달하였다고 설명한다. 이를 소재로 한 전쟁영화인 리폴리: 최악의 상륙작전(Gallipoli 1915), 은 한국에서도 방영되었다.

 

이 전투의 실패로 당시 영국의 해군장관이었던 처칠(Winston Churchill)자리에서 물러났고, 터키군승리로 이끈 무스타파 케말(Mustafa Kemal)은 국민적 영웅이 되어 나중에 터키의 초대 대통령이 된다.

갈리폴리 전투통신병으로 참전했던 모즐리터키군 저격병의 총격을 받고 결국 27의 젊은 나이로 전사하고 말았다. 모즐리의 참전을 간곡히 만류했던 스승 러더퍼드는 큰 충격을 받고 이와 같은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이후 영국 의회에 편지를 보내는 등 여러 활동을 이어갔다. 아까운 과학 인재들이 전쟁터에 나가 싸우는 것보다는, 대학이나 연구소 등지에서 과학 연구를 계속토록하는 것이 국가에 보다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영국 의회와 정부러더퍼드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후 다른 나라들에도 퍼지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이공계 대체복무제도의 기원이다.

 

모즐리28의 나이로 전사했지만, 바클라(Charles Glover Barkla)가 그의 연구를 계속한다. 바클라원자가 무거울수록 더 많은 전자들을 포함한다고 추론했는데 이는 원자수라는 개념을 향한 움직임이었다. 바클라X선이 물질에 의해 흡수될 때 두 종류의 2차 복사(KL복사선)가 있다는 것을 보인 최초의 사람이었다. 하나질적으로 변화되지 않으면서 산란되는 X이고 다른 하나는 산란물질의 형광복사의 성질로 원래 광선의 선택적 흡수동반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빛의 세기에 대해 그가 유도한 방정식과 실험자료를 비교하여 그는 X이 실제로 전자기 복사선이고 맥스웰-로렌츠 이론과도 일치하며 물질과 상호 작용한다고 결론지었다. 바클라1917노벨 물리학상수상했다. 노벨상이 제정된 이래 가장 아까운 인재로 모즐리를 꼽고 있는 이유는 그가 사망하자마자 그의 이론으로 노벨상이 수여되었기 때문이다.

모즐리가 남긴 업적을 바클라만이 이어받은 것은 아니다. 스웨덴 물리학자 시그반(Karl Manne Georg Siegbahn, 1886~1978)X선 분광기 발명하여 1/arc의 정확성을 이룩했다. 이것은 파장을 1/100,000정확성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바클라의 연구를 계속하여 M복사선도 발견했고 모즐리에 의해 발견된 K선이 이중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밝혔다. 그는 1924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한편 한국에서 과학기술계를 아우르는 대체복무를 폐지하는 정책이 수립되고 있지만 그동안 많은 논쟁을 일으켰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종교적 신념양심의 자유에 따른 병역 거부자들은 군대가 아니라 전국의 교도소에서 36개월간 합숙하며 대체복무를 이행한다. 한국에서 군복무는 아킬레스건 중 하나인데 헌법재판소2018년 정당한 사유가 있는 입영 거부자를 위해 대안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시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군에 입영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체복무대체하지만 그들의 복무기간을 얼마로 정하느냐이다. 육군 현역병의 경우 18개월인데 적어도 현역병보다는 2배인 36개월 또는 40개월은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역병의 2배 이상이라는 것은 징벌적인 성격이 있으므로 이를 단축시켜야한다는 지적도 있어 현역병의 1.5배인 27개월로 정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그러나 결국 여론조사 등을 거쳐 36개월로 최종 결정되었다. 대체복무기간을 너무 축소하면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많다는 뜻이다.

이들은 산업기능요원과 전문연구요원들을 상대로 한 대체복무와는 다소 다르다. 산업기능요원과 전문연구요원들은 상황에 따라 과학기술분야의 연구소, 학교, 기업 등에서 일정기간 훈련만 받고 자신의 업무에 투입되는 것과 달리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요원들은 현역병과 마찬가지로 합숙 복무한다.

현재는 교도소에서 대체복무를 하는데 큰 특징은 교도소 내에서 무기를 휴대하지 않지만 여러 가지 힘든 업무가 부여되어 현역병과 비교할 때 형평성에 크게 어긋나지 않도록 운용된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복무 기간동안 군사훈련을 받지 않으며 특히 무기를 사용하는 시설 방호업무와 강제력 행사가 수반되는 범죄자 경계·감시 업무제외된다.

물론 보수도 있다. 복무 첫 4개월이병, 516개월일병, 1728개월 상병, 2936개월병장의 보수에 준해서 받는다. 휴대전화 사용도 내규에 따라 사용이 가능하며 현역병과 유사한 기준으로 휴가가 부여된다.

 

참고문헌 :

전문연 제도’, 연구인력 정책 틀에서도 논의해야, 오철우, 사이언스온, 2016.05.25.

좀 더 살았다면노벨상 감인데, 최성우, 사이언스타임스, 2016.06.03.

종교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36개월 교도소 합숙'으로 결정, 양승식, 조선일보, 2018.11.29

이공계 대체복무제도의 기원은?, 최성우, 사이언스타임스, 2019.07.27.

대체복무 26일 첫발교도소서 36개월 합숙, 급식-보건 등 업무, 위은지, 동아일보, 2020.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