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에서 슈퍼맨이 석탄을 한 움큼 손에 쥐고 꽉 짜자 잠시 후에 호두만한 크기의 다이아몬드가 영롱한 빛을 발한다. 이 장면은 다이아몬드의 특성은 물론 어떻게 만들어진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실례이다. 물론 다이아몬드가 빛을 발하려면 잘 연마해야 하지만 슈퍼맨이 그런 능력을 손안에 갖고 있다고 설정해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슈퍼맨은 그야말로 모든 면에서 슈퍼맨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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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Diamond)라는 말은 그리스어인 아다마스(Adamas)에서 유래됐다. 이는 A와 Damas의 합성어로 A는 부정을 의미하고 Damas는 정복을 의미해, 다이아몬드는 '정복할 수 없는 것'이란 뜻이다.
보석의 정수로 불리는 다이아몬드, 아름다운 광채를 발하는 이 보석은 아주 희귀하기 때문에 값이 비싸다. 도둑이나 사기꾼들이 가장 탐을 내는 장물이 부피가 작고 값이 비싼 다이아몬드이므로 추리나 액션 영화에서 강탈의 대상으로 자주 나타난다. 영화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스파이더 게임, Along Came A Spider」등 많은 영화에서 다이아몬드를 둘러 싼 암투를 소재로 다루며 공전의 흥행에 성공한 「타이타닉」에서는 바다에 침몰한 배를 탐사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전설적인 다이아몬드를 찾기 위해서였다고 설명된다.
그뿐이 아니다. 다이아몬드는 '전쟁의 친구'라는 말도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유통되고 있는 다이아몬드 원석 중 10~15퍼센트가 아프리카 분쟁지역인 앙골라, 콩고, 시에라리온 등에서 산출되며 내전이 격화될수록 다이아몬드 생산량은 증가한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다이아몬드의 상품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앙골라의 사빔비는 1992년 총선에서 패배했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반란을 일으켰다. 게다가 그들의 뒤를 지원하던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지원이 끊겼는데도 최대의 다이아몬드 산출지인 쿠앙고 계곡을 점령하면서 오히려 자금사정이 호전되었다. 반군의 본부에는 전 세계로부터 다이아몬드 상인들이 몰려들었고 러시아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최신 무기를 공수했다.
콩고도 내전 때 자신을 도와 준 짐바브웨에 음부지 마이의 다이아몬드 채굴권을 넘겨주었다. 이 덕에 변변한 수출품이 하나 없던 짐바브웨는 일약 다이아몬드 수출대국으로 떠오르자 이 채굴권을 빼앗으려는 외인군단끼리 전투가 끊이지를 않았다. 시에라리온의 내전도 다이아몬드가 끼어 든 것이다. 이것은 역으로 말한다면 다이아몬드가 전쟁을 일으켜서라도 확보할 만한 값어치가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다이아몬드의 생산지는 인도, 브라질, 오스트레일리아 및 콩고, 앙골라 등 아프리카 몇몇 국가에 한정되어 더욱더 희소성을 높여주는데 이런 다이아몬드가 한국에서도 발견될지도 모른다.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지는 원리는 맨틀이라는 지하 100마일에서 300마일 사이에 있는 암석층에 있는 탄소 퇴적물이 수백만 년 동안 엄청난 열과 압력을 받아 다이아몬드로 변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더구나 학자들을 놀라게 하는 것은 다이아몬드는 현존하는 물질 중 가장 값이 싼 탄소의 순수한 결정체라는 점이다. 석탄이나 우리가 사용하는 연필의 흑연 등이 모두 탄소다.
영국의 화학자 테넌트(Smithson Tennant)는 이리듐과 오스뮴이라는 새로운 원소를 발견한 것으로 유명한데 1797년에 자신의 다이아몬드를 태워서 생긴 기체를 조사해 본 결과 값비싼 다이아몬드가 탄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를 위해 값비싼 다이아몬드를 태운 과학자들의 정열은 놀랍기만 하다.
연필심에 사용되는 흑연은 다이아몬드와는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1기압 하에서 안정적인 결정구조를 갖는 흑연은 6개의 탄소 원자가 6각형으로 배열돼 있다. 이 6각형을 '벤젠고리'라 하고 이 고리들을 규칙적으로 깔아 층을 쌓았기 때문에 층층이 잘 분리된다.
다이아몬드의 경우에는 모든 탄소 원소 하나 하나를 4개의 다른 탄소 원소들이 둘러싸고 있다. 즉 각 원자들은 정사면체의 꼭지점에 위치하는 다른 탄소 원자들과 결합되어 있다. 그 결과 아주 단단하게 결합된 탄소 원자들의 네트워크 구조를 가진 다이아몬드는 매우 높은 용융점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굳기를 가진다. 즉 다이아몬드는 흑연보다 55퍼센트나 밀도가 높다. 학자들은 탄소가 높은 온도로 가열되자 탄소 원자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게 되었고 이때 탄소에 엄청난 압력을 가하면 탄소 원자들이 치밀한 구조 속으로 밀려들어가 다이아몬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연필심이 다이아몬드로 변형되기 위해서는 고온과 고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슈퍼맨」에서 슈퍼맨이 석탄을 한 움큼 손에 쥐고 꽉 짜면서 다이아몬드를 만든 것도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다이아몬드가 발견될지도 모른다는 설명은 바로 한반도 일부가 이와 같은 고온, 고압 상태에서 형성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놀라운 추정이 나오게 된 것은 지구과학 분야에서 1960년대부터 정설로 인정되고 있는 판구조론(Plate tectonics) 때문이다.
판구조론에 의한 대륙이동설에 의하면 3억 년 전 지구는 초대륙 판게아(그리스어로 ‘모든 지구’라는 뜻)라고 하는 거대한 하나의 대륙이었다. 그런데 약 2억6000만 년 전 곤드와나대륙(초대륙 판게아는 남반구의 곤드와나와 북반구의 로라시아대륙으로 구성된다)의 북쪽 가장자리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땅속 수백 킬로미터의 깊은 맨틀로부터 거대한 불기둥이 대륙지각으로 올라온 것이다. 대륙이 여러 개의 조각으로 갈라지고 그 갈라진 대륙의 틈사이로 깊은 계곡이 형성되고 바닷물이 들어오며 새로운 바다 테티스가 형성됐다. 이때 갈라진 조각 중에서 미래에 한반도를 이룰 조각들이 곤드와나 대륙과 이별을 고하고 북쪽으로 여행을 떠나 두 대륙이 충돌했다.
두 개의 대륙이 충돌했다면 충돌부가 압축된다. 충돌한 두 대륙의 지각물질은 히말라야와 같은 거대한 산이 형성되며 땅 아래로는 이보다 훨씬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이때 지각물질이 들어가는 깊이는 약 100킬로미터 이상의 맨틀 깊이 수준인데 이곳에서 다이아몬드나 코어사이트(coesite)와 같은 고밀도 광물과 에클로자이트(eclogite)라고 하는 암석 등 초고압 광물이 형성된다.
학자들이 한반도에서 다이아몬드가 나올 수 있다고 추정하는 것은 한반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중국대륙과의 연계성 때문이다. 1989년, 중국의 충돌대는 중국 중앙부에 동서 방향으로 발달하고 있는데 중국 친링산맥-다비산 일대와 산동반도의 수루 지역에서 놀라운 암석이 발견됐다. 지하 약 150km 이상 깊은 곳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추정하는 다이아몬드와 코어사이트, 오피올라이트, 에클로자이트 등이 발견된 것이다.
중국에서 발견된 이들 광석은 한반도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중국 대륙에서 확인된 대륙충돌대가 동쪽으로 연장되는데 바로 임진강대까지 연장되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의 조문섭 교수는 임진강대에 있는 암석의 변성조건이 중국 충돌대에서 흔히 관찰되는 온도-압력 조건과 유사하며 임진강대 암석이 변성 작용을 받은 시기가 중국 충돌대에서 충돌 시기를 나타내는 변성암의 변성 나이가 2억3000만 년 전 중생대 삼첩기와 일치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풀어서 설명한다면 중국과 같은 대륙충돌대라면 동일한 광석들이 발견되는 것은 상식이라 볼 수 있다.
1993년, 임진강대에 대한 연구조사 결과 고압 조건에서 만들어지는 석류석, 각섬암 등이 발견됐다. 이들이 발견된 곳은 임진강대의 남쪽 경계부에 해당하는 연천군 미산면 마전리와 포천군 관인면 중리 등 한탄강 부근 도로변이다. 절대연령 측정결과, 이 각섬암의 변성되기 전 원암인 반려암이 만들어진 것은 선캠브리아기 후기인 9억5000만 년 전인데 비해 석류석 결정이 만들어진 것은 2억3000만 년 전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2억3000만 년 전이라는 시기는 바로 중국을 이루고 있는 두 대륙이 충돌한 시기와 일치한다. 특히 석류석 각섬암은 중국의 대륙충돌대에서도 흔히 발견되며 깊은 곳에서 만들어진 에클로자이트가 지표 쪽으로 올라올 때 각섬암으로 바뀌었다고 추정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석류석 각섬암 역시 초고압 조건을 경험했을 것으로 인식한다.
경기 육괴(땅덩어리)에 속하는 강원도 화천에서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고온에서 만들어지는 백립암이 발견되었다. 백립암은 일반적으로 에클로자이트와 함께 발견되는데 경기 육괴에서 발견된 백립암은 두 번의 높은 온도에서 변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대륙충돌의 확실한 증거로 인정되는 다이아몬드, 코어사이트 등의 존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에 2002년 충청도 청양과 홍성 지역에서 고압 조건을 의미하는 에클로자이트의 생성증거가 발견됐다. 충남 청양군에서 발견된 석류석과 옴파싸이트로 구성된 이 암석은 에클로자이트가 변성돼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오창환 교수는 두 대륙의 충돌 때 지하 50∼60㎞에서 800도, 15,000∼17,000기압의 고온 고압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뒤 변성작용을 받으면서 지상으로 서서히 올라와 지표면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했고 이 암석의 생성 시기는 2억2500만 년 전이다. 옴파사이트가 이들 지역에서 발견되자 한반도의 대륙 충돌대가 임진강대 뿐 아니라 충남 청양-홍성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조문섭 교수는 다이아몬드 같은 초고압광물이 임진강대 어딘가에 부존해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임진강대가 임진강 하구일대에서 연천, 포천 북부를 지나가는 것까지는 확인되지만 철원에서 어디로 이어지는지 아직은 불분명하다. 임진강대가 군사분계선 즉 DMZ라는 인공의 벽에 의해 차단돼 있기 때문에 이 지역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다이아몬드가 대륙의 충돌대에서 주로 발견되는 것을 감안할 때 한반도 지역에서도 고압광물인 다이아몬드가 출토될지도 모른다는 것은 상상의 일만은 아니다.
이런 희망을 엿보여 주는 증거도 있다. 국내에서도 다이아몬드가 발견된 예가 있기 때문이다. 1935년 2월, 지질학자 박동길(朴東吉, 1897∼1983)교수가 사금과 석류석을 감정하는 도중에 0.1 캐럿의 다이아몬드를 발견한 것이다. 이 다이아몬드가 한국에서 발견되었다고 하자 학자들 간에 진위 여부로 논란이 벌어진 것으로도 유명한데 현재 서울대학교 25-1동 3층 복도에 전시되어 있다.
참고문헌 :
『생각 1g만으로도 유쾌한 화학 이야기』, 레프 G. 블라소프외, 도솔, 2002
「한국 산맥론(Ⅰ):DEM을 이용한 산맥의 확인과 현행 산맥도의 문제점 및 대안의 모색」, 박수진·손일, 대한지리학회지 제40권 제1호, 2005년, p126〜152
「한반도는 숨쉬고 있다(17) - 한반도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 대륙충돌설」, 최영선, 한겨레, 2007.05.30
「'분리됐던 한반도 2억년전 충돌로 하나됐다' 증거암석 발견」, 신동호, 동아사이언스, 2002.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