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의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헬리코박터균

위산 속 헬리코박터균의 두 얼굴(3)

Que sais 2020. 9. 23. 09:12

youtu.be/twcjznARoHA

<헬리코박터균의 선악>

학자들을 어지럽게 만드는 것은 헬리코박터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모두 위장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헬리코박터균의 위점막 세포에 대한 흡착력, 균의 독성정도, 감염자의 저항력, 감염 당시의 연령, 위산의 정도 등에 따라서 유병율이 달라진다.

한편 우리나라 사람60~70%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감염자 10명 중 6명 정도속쓰림, 소화불량 등의 위염 증세를 겪고, 12에게 소화기 궤양이 생기는 정도다. 위암과의 연관관계에 대해서도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의 위암 발생과는 관련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더구나 헬리코박터가 마냥 악당만은 아니라는 설명은 더욱 더 헬리코박터에 대한 선악을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다. 미국 스탠포드대학 캐서린 드 마텔 박사팀헬리코박터에도 순기능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헬리코박터가 오랜 기간 인체에 잠복하면 위궤양 등 소화기 장애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지만 반대로 식도암 및 위식도 역류 질환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아진다는 내용이다.

헬리코박터를 완전히 없애면 오히려 역류성 식도염식도 질환이 증가하고 설사를 일으키며 살이 찌는 등의 부작용도 생긴다고 알려진다. 대장균과 같이 인간의 진화와 함께 우리 몸 속에서 적응해 왔던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설명도 있다. 대장균은 우리 몸 속에 자연스레 존재하는 균이고, 평소에는 아무런 이상을 일으키지 않지만, 외부에서 대량으로 들어온다거나 독성이 있는 변종유입되는 경우에만 질병을 일으킨다.

사실 인류는 오랜 세월 대다수가 헬리코박터감염된 상태였다. 그런데 20세기 들어 항생제가 만들어지고 처방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헬리코박터감염된 사람의 비율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다른 질환을 치료하려고 복용한 항생제헬리코박터까지 죽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헬리코박터 감염률세계 인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특히 선진국일수록 감염자 비율이 낮아 아이들의 경우 6%도 안 된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헬리코박터와 관련해서 전혀 뜻밖의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지난 수십 년 사이 헬리코박터 감염자 비율이 줄어드는 동안 천식이나 아토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이 늘어나고 비만과 당뇨병에 걸리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학자들은 이 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고 추정한 후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했다. 결론은 이 두 현상 사이에는 정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곧바로 제기된 의문은 헬리코박터가 어떤 때는 위궤양을 일으키는 유해균이 되고 언제는 면역계와 내분비계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도와주는 유익균 역할을 하는가이다.

과학자들이 밝혀낸 사실에 따르면 헬리코박터균주에 따라 특성이 다양하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의 상피세포를 지나치게 자극해 궤양을 유발하는 헬리코박터세포독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함유한 균주대장균 대부분은 해롭지 않지만 O157균주처럼 독소를 만들어내는 대장균은 치명적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같은 헬리코박터 균주라도 숙주(사람)의 면역계 특성에 따라 궤양을 일으킬 수도 있고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헬리코박터가 어떻게 천식이나 아토피 같은 알레르기 질환억제하는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연구에서 소아 천식의 경우 헬리코박터가 분비하는 단백질면역계의 T림프구 작용억제천식을 완화한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있다. 헬리코박터비만이나 당뇨병억제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헬리코박터위장 내벽의 상피세포와도 상호작용을 하지만 신경내분비세포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식욕호르몬그렐린을 분비하는 신경내분비세포의 작용억제하는 것이다. 실제로 항생제를 복용해 위에서 헬리코박터가 사라지면 혈중 그렐린 농도가 올라가고 식욕이 증진체중이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헬리코박터는 또 우리 몸의 혈당량 조절에도 관여한다. 헬리코박터가 없을 경우 혈당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당뇨병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류의 절반헬리코박터감염된 상태이지만 이들 대다수는 특별한 증상이 없이 잘 살고 있다는 점은 헬리코박터에 대한 우려가 과장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사람들의 위 속에 있는 헬리코박터지역과 인종에 따라 다르게 진화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학자들은 헬리코박터가 대략 116,000년 전이라는 매우 오래 전부터 인류의 위 속에 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했다. 과학자들은 이 오랜 세월 동안 둘이 함께 진화하면서 서로 공생관계를 맺게 됐다고 설명한다. 헬리코박터인체의 면역계와 내분비계의 조절자 역할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진화의 맥락에서 보자면 인류와 오랜 세월 공존헬리코박터는 기본적으로 유익균이고 일부 변이체가 일부 사람에게 위궤양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최근의 관점이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독소 유전자가 없는 온화한 헬리코박터 균주를 먹여 알레르기나 비만을 예방하자는 주장도 나올 정도다. 마셜 박사헬리코박터 배양액을 마셔 위궤양을 유발하여 악당으로만 치부되던 헬리코박터이지만 근래의 연구결과는 사람과 주변 생명체의 관계를 단순히 친구냐 적이냐라는 이분법적 사고로만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헬리코박터를 박멸해야하느냐 아니냐로 선악이 구별되는데 하리하라는 헬리코박터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위장질환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평소에 소화에 별 장애가 없다면 굳이 헬리코박터박멸시키려는 노력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다만, 자주 재발하는 위염이나 위궤양 등에 시달릴 경우 헬리코박터 감염 여부를 검사받고 이를 없애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국내 유산균 회사에서 배리 박사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쾌재를 불렀다. 헬리코박터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단순히 유산균 음료를 마시면 된다는 홍보도 나왔다. 유산균이 만들어내는 박테리오신이란 물질이 헬리코박터균 성장억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산균 음료만으로는 헬리코박터 전체를 없애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추정한다. 역설적이지만 강산성인 위액에도 견디고 항생제에도 버티는 성질이 강한 독종헬리코박터유산균 음료 정도에 박멸되리라는 것을 쉽게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헬리코박터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항생제와 강력한 위산억제제 등을 복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한다. 항생제 하나만으로는 제균이 50% 이하로 떨어진다. 옛날에는 항생제 하나만 써도 약효과가 좋았지만 지금은 내성이 생겨 세계적으로 제균 성공률이 80% 이하로 떨어진다.

이와같이 리코박터균제균 치료율이 낮은 것은 균이 위 점액에 숨어있는 탓이다. 일시적으로 균이 제균된 것처럼 보이다가 1년 이내에 재발현하는 경우가 많다. 김나영 교수길쭉한 모양의 균이 공처럼 변해 동면하는 모양으로 기절해 있다가 주위 조건이 좋아지면 길쭉한 모양으로 되살아난다고 말했다. 제균에 대한 이견이 첨예화되자 미국 국립보건원은 다음과 같은 절충안을 내놨다.

 

소화성 궤양이 있으면 헬리코박터균을 반드시 제균해야 한다

위염환자에게 발견된 헬리코박터균치료할 필요가 없다

위암과 헬리코박터균상관관계는 분명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위점막이 정상이었을 때 헬리코박터균제균해야 위점막 위축이나 장상피화생, 이형성, 위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세균에 감염돼 20~30이 지난 40~50대 이상헬리코박터균제균해도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고 단지 염증세포의 침윤소실된다는 것이다. 송인성 서울대병원 교수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4050라면 위암을 예방한다고 헬리코박터균을 제거하는 것보다 2년에 한 번씩 위내시경검사를 받아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반면에 감염된 지 얼마 안 된 2030대 젊은 층헬리코박터균제균하면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아줘 위암 예방에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적극 치료해 볼 만하다.’

헬리코박터의 노벨상 수상은 과학이 주는 교훈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랫동안 질병독기와 냄새, 보이지 않는 독 때문에 발생한다고 여겨졌고 매균설은 간단히 잊혀졌다. 말라리아오염된 공기 때문에 걸리고 콜레라악취 때문에 머리털이 붉어지거나 이교도 설교사의 말을 들어 생긴 병적 흥분 때문이라고 여겼다. 결핵설탕이나 그 밖의 것을 너무 많이 먹어서 걸린다고 간주되었다. 니코틴산 결핍 증후군처럼 식단과 관련된 질병의 원인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세균 때문이라고 했다. 헬리코박터노벨상을 받기 전 박테리아위장에 숨어서 끔찍한 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기존 학자들의 공격이 얼마나 거셌는지 배리 마셜학계에서 외면 받았던 사람들의 논문집을 모아 출판하기도 했는데 결국 그들이 승리한 것이다.

 

헬리코박터의 노벨상은 또 다른 긍정적인 효과도 얻는데 기여했다. 그들이 노벨상워렌 박사와 마셜 박사가 수상함으로써 노벨상노벨의 원래 취지에 맞게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줄 수 있었던 의학적 성과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고 많은 학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성과도 얻었다.

 

참고문헌 :

 

헬리코박터균이 뭐에요?, 사이언스타임스, 2005.4.22.

헬리코박터의 정체를 밝힌 호주의 과학자들, 하리하라, 사이언스타임스, 2005.9.8

유산균 음료를 먹으면 헬리코박터가 없어질까?, 하리하라, 사이언스타임스, 2005.10.11

헬리코박터균, 빈혈 일으켜 아이 성장 막아개인식기 써라?, 이민영, 중앙일보, 2015.10.19.

헬리코박터균 오해와 진실, 이병문, 매일경제, 2016.04.06

병 주고 약 주는뗄 수 없는 삶의 동반, 김지현, 한겨레, 2014.04.11.

헬리코박터균이 뭐에요? KISTI의 과학향기 칼럼, KISTI의 과학향기, 2005.04.22.

헬리코박터의 정체를 밝힌 호주의 과학자들, 하리하라, 사이언스타임스, 2005.9.8.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927459&mobile&cid=51007&categoryId=51007

헬리고박터의 두 얼굴, 강석기, 채널예스

교양인을 위한 노벨상 강의, 야자와 사이언스 연구소, 김영사, 2011

100 디스커버리, 피터 매니시스, 생각의날개, 2011

교양인을 위한 노벨상 강의, 야자와 사이언스 연구소, 김영사, 2011

의학사를 이끈 20인의 실험과 도전, 크리스티안 베이마이어, 주니어김영사, 2013

하리하라의 청소년을 위한 의학 이야기, 이은희, 살림,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