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워즈>
영화 「스타워즈」가 나왔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놀란 것은 서부극을 우주전쟁으로 변형시키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사실 「스타워즈」는 엄밀한 의미에서 가장 비과학적인 영화로 꼽혔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몇 가지 소도구 때문이다.
지능형 로봇이 등장하는가 하면 구원을 요청하기 위해 레이아 공주가 홀로그램으로 나온다. 악을 대표하는 다스베이더의 분장과 목소리도 관중의 주목을 끌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소도구는 역시 레이저건이다. 주인공인 다스베이더와 오비원이 레이저건을 사용하여 결투를 하는데 빛이 순간적으로 생겨났다 사라졌다가 한다. 영화의 내용대로라면 레이저건에 버튼과 같은 장치가 있어 빛을 조종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레이저건은 실제적으로 개발될 수 없는 불가능의 영역이다. 빛의 가장 기본적인 성질 중에 하나는 ‘직진성'이다. 어떠한 빛도 직선으로 나가며 가다가 저절로 멈춰지지 않는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나 회중전등을 킬 때 그 빛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연상하면 된다. 더구나 빛은 서로 부딪쳐도 상호작용 없이 그대로 스쳐 지나간다. 빛으로 이루어진 칼날은 아무리 휘둘러도 부딪치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는 뜻이다.
레이저의 이런 성질을 군에서 좌시할리 만무이다.
1972년 월남전의 전략적 요충지였던 탄호아 철교는 스마트 폭탄(smart Bomb) 이란 레이저무기에 의해 폭파됐다. 그 이전까지 미군은 난공불락으로 버티는 다리를 폭파하기 위해 수없이 공격을 했으나 100여대가 넘는 비행기가 희생되기만 했을 뿐이다.
스마트폭탄은 고공에서 폭탄을 투하시킨 후 레이저를 이용해서 이 폭탄을 표적까지 유도하는 일종의 레이저유도폭탄이다. 대공포로부터 안전한 위치에 있는 항공기가 레이저광을 표적에 비추면 반사되어 나오는 레이저광을 폭탄에 장치된 수신기가 받아 폭탄에 붙어있는 날개를 움직여 표적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다. 이 폭격의 성공은 군사무기에서 레이저의 효용성을 단적으로 보여주었고 레이저기술은 극비의 국방과학기술로 취급되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비밀무기 중에 하나로 등장한다.
레이저병기의 강점은 뛰어난 정확도에 원거리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레이저탐지기가 장치된 비행기라면 구름 등 악화된 기상여건에 구애받지 않고 정확하게 목표물을 찾아 공격할 수 있다. 더욱이 전파방해를 받지 않는다는 점도 다른 무기에 비해 뛰어난 장점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레이저무기는 종류도 다양하다. 가장 널리 쓰이는 레이저 거리측정기에서부터 레이저유도폭탄, 레이저유도미사일, 레이저레이더, 레이저경보장치에 이르기까지 재래식 물기로 불가능했던 영역에서 레이저는 상상할 수 없는 효력을 발휘한다.
미국의 대통령 레이건의 스타워즈 구상인 SDI(전략방위구상, Strategic Defence Initiative)도 레이저 기법을 기본으로 한다. 1,000대 이상의 ICBM이 미국 본토를 향해 동시에 발사될 경우를 상정한 이 계획은 주로 요격 초기단계인 1, 2단계에 레이저를 동원하고 있다. 재래식 무기들이 대응할 시간을 갖추는 동안 대응력이 빠른 레이저로 핵미사일들을 공중 폭파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타워즈의 구상은 360억 달러라는 막대한 예산과 비효율성 때문에 계획이 수립된 지 10년 후에 취소되었지만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F영화 등에서는 레이저를 이용한 각종 무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계속 발전되고 있으므로 그런 웅대한 체계가 실현될 날도 올지 모를 일이다.
<번개 저장>
레이저를 이용한 재미있는 아이디어 중에 하나는 벼락을 유도하여 안전한 장소에 떨어지게 하여 전력을 모으는 기술이다. 학자들은 영화에서처럼 레이저건을 만들려고 생각하지 않고 빛의 본성 즉 간섭성이 강하며, 진행 방향이나 파장이 일정하다는 것을 이용한다. 레이저 광선은 퍼지지 않고 가느다란 빛으로 대단히 멀리까지 진행해 나갈 수 있는데 1,6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발사한 레이저 광선으로 커피 주전자를 가열할 수 있을 정도이다. 1962년에 달을 향해 발사된 레이저는 40만 킬로미터의 우주 공간을 지나 달에 도착했을 때 직경이 약 3킬로미터 정도밖에 퍼지지 않았다. 이런 특성을 이용하여 벼락을 잡아 전기를 공급하려는 꿈같은 이야기가 추진되고 있다.
번개는 시속 43만 킬로미터로 움직이는데 그 주변의 공기들을 놀랍게도 태양의 표면온도보다도 몇 배나 더 뜨거운 섭씨 3만도 정도로 가열할 수 있다. 지구에서는 언제나 하루에 약 4만 번 정도의 번개가 치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매초 100번 정도의 벼락이 떨어진다.
벼락이 떨어지는 것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 처음부터 낙뢰 지점을 향해 곧바로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구불구불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벼락의 방전이 일어날 때에는 ‘리더’라 불리는 방전의 앞 끝이 먼저 진행해온다. 대기 중에는 비와 눈, 미립자의 분포로 전하가 짙은 곳이 있는데 리더는 그 부분을 가장 편리하게 진행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벼락은 한 번에 1,000만~2,000만 킬로와트가 되므로 벼락을 효율적으로 잡아서 저장한다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문제는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 한국의 현재 전기 사용량은 피크시 약 8,000만 킬로와트임을 감안하면 벼락을 잡는다는 것은 매우 매력이 있는 아이디어이다.
레이저는 공간에 확산되는 일이 없이 매우 짧은 시간에 에너지를 집중시킬 수 있다. 이 성질로 공기 중에 에너지 밀도가 높은 빛의 덩어리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빛의 세기에 의해 대기의 분자를 구성하는 전자와 원자핵이 사방으로 흩어진 ‘플라스마’라 불리는 상태를 만들어 낸다. 겨울철 벼락은 뇌운이 낮고, 철탑의 위쪽 끝 등에 강한 자기장이 집중하기 때문에 플라스마를 만들면 방전하기 쉽다. 이것을 이용하여 레이저로 벼락을 유도할 때 먼저 지상에서 구름을 향하여 벼락을 발생시켜 유도탑 위쪽 끝부터 방전토록 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반지름 약 5킬로미터에 걸친 영역의 벼락을 모을 수 있는데, 레이저 출력 장치는 순간적으로 2,000만 킬로와트를 출력한다. 이것은 100만 킬로와트급 원자력 발전소의 20기분의 출력과 맞먹는다.
벼락을 활용하는데도 문제점은 있다. 현 단계에서는 벼락에서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를 순식간에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에서 사용하는 12볼트 짜리 밧데리의 크기를 보면 1,000~2,000만 킬로와트를 저장하기 위해서 얼마나 큰 규모의 저장장치가 필요한지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기술 개발 추이로 보면 벼락을 잡아 유용한 에너지로 전용시키는 기술이 조만간 실현될 것으로 생각된다. 만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실제로 가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레이저는 모든 종류의 정렬 작업에 필요한 이상적인 일직선을 제공한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레이저는 대규모 공사 정렬 작업에 널리 쓰인다. 예를 들면 터널을 뚫는다거나 배관 공사를 할 때 직선 작업을 효율적으로 도와준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일본에서 해면에 레이저광선으로 야간에 운행하는 배들의 길 안내를 하게 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최초로 시행되는 이 ‘레이저 해로'는 레이저 광선을 쏘는 장치가 설치된 부표를 띄워 야간에 길 안내를 해주는 것으로 차도의 차선에 해당하는 기능을 한다. 지금까지는 해난사고를 막기 위해 해면에 1~2킬로미터마다 점점이 떠있는 부표에 안내등을 설치해왔으나, 파도가 심할 때는 부표가 기울어져 불빛이 잘 보이지 않거나, 부표 사이로 배가 잘못 접어들 위험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학자들은 불빛을 점이 아닌 선으로 연결시킨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레이저 광선이 눈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폭이 크되 약한 광선'을 쏘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한편, 태양열이나 풍력을 이용해 전력을 얻거나 빛의 반사를 이용해 선을 만드는 방법 등을 강구했다. 일본은 동경만 등 교통량이 많은 해역에서 운용을 개시할 계획이며, 고정어망이나 양식장 등을 보호하는데도 사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참고문헌 :
「루비레이저에서 자유전자레이저까지」, 김용평, 과학동아, 1991년 2월
「바코드, 앞으로 40년 이상 유용」, 김광호, 『내일신문』 2004년 7월 1일
「디지털 카메라에 숨어 있는 아인슈타인」, 김상연, 과학동아, 2005년 1월
「레이저로 측정한계 극복하다」, 윤태현, 과학동아, 2005년 11월
「빛에 얼어버린 원자」, 이종민, 중앙일보, 2007.3.17.
https://blog.naver.com/kalps1/80107708203
『물리법칙으로 이루어진 세상』, 정갑수, 양문, 2007
『이덕환의 과학세상』, 이덕환, 프로네시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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