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의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스테로이드

<도핑의 대명사 스테로이드의 선악(3)>

Que sais 2020. 9. 30. 13:53

youtu.be/NeGXXrKCI2o

<불공정 경쟁-도핑>

스포츠에서 도핑을 규제하는 것은 도핑상등성(equality)과 공정한 경쟁을 훼손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이를 어기는 어떤 행동이나 행위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와 같이 복잡한 사회에서 이런 규범이 어떻게 혼란없이 정의되고 판단되느냐에는 약간 문제점이 제기된다. 사실 한국의 경우 수많은 스포츠 음료들이 있는데 이들의 성분 중 일부눈 특수 약리작용을 지니는 첨가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의사들이 특수 질병치료를 위해 도핑에 관련되는 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그런데 시합을 앞둔 경기자들이 기록이나 경기능력 향상을 위해 복용하는데 왜 문제가 생기는가이다.

 

도핑(doping)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사는 수렵민족카필족 사냥을 나서기 전 사기를 높이기 위해 마시던 술 이름에서 유래했다. 과거 스포츠 선수들이 초기에 쓰던 약물은 심장 흥분제나 근육 증강제 등이 주류였는데 이들 약물을 복용하면 순간적으로 운동능력이 상승할 수 있지만 부작용이 심각하다. 1886년 프랑스에서는 코카인과 헤로인을 복용한 사이클 선수가 경기에 나섰다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초의 도핑 사망 기록이다.

 

그럼에도 도핑이 줄지 않는 이유도핑의 강력한 효과 때문이다. 스포츠맨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열심히 훈련하는 것 외엔 왕도(王道)가 없다. 그런데 도핑이 발각되지만 않는다면, 평소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선수라도 메달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스포츠계에서는 경기력 향상 보조제경기력 향상 약물을 엄격히 구별한다.

전자복용이 허용되지만 후자그렇지 않다. 문제는 이들간의 경계선이 분명치 않다는 사실이다. 각성제대표적 부류. 이와 관련하여 제약회사들이 절묘한 방법을 사용하는데 제품명을 다르게 하는 것이다. 동일한 성분임에도 발기부전의 처방제로는 비아그라, 동맥저혈암증에 사용할 때는 리바티오라 부른다.

리바티오

이런 복잡한 배경 때문에 세계반도핑기관레크리에이션 약물스포츠 도핑을 구별하며 약물이라는 표현 대신 도핑 또는 불법도핑이라고 설명한다. IOC에서는 도핑경쟁자보다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한, 경기자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는 방법과 약물의 사용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선수의 산소 흡입 및 보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고도의 훈련은 가능하지만 동일 결과를 주는 EPO 약물의 복용은 허락하지 않는다.

 

도핑은 크게 혈액도핑(산소흡입 및 보존능력 향상), 기록향상약물로 구분된다. 경기능력 향상에는 각성제(흥분제, 암페타민류), 동화성스테로이드류(난드롤론), 이뇨제(체중감량 도움제) 등이 사용된다.

스포츠 계에서 잘 알려진 내용은 러시아의 도핑 스캔들이다.

 

WADA(세계반도핑기구)201511월부터 201612까지 3차례에 걸쳐 러시아치밀한 사전 계획을 세우고 도핑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반도핑기구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스테로이드 등의 금지 약물술을 섞은 칵테일을 개발해 선수들에게 나눠줬다. 내부에선 이를 '귀부인(Duchess)'이라는 암호로 불렀는데 러시아2011년 말부터 20158까지 이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12 런던올림픽,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적용 대상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러시아세계 각국의 도핑테스트가 매우 엄격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약물을 복용한 선수가 경기 후 소변 샘플을 제출하면, 이를 미리 받아놨던 깨끗한 샘플교체했다고 한다. WADA러시아가 폐기한 도핑 시료가 1,400여 개, 바꿔치기 등으로 은폐한 샘플580여 개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런 폭로사건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류된 것이 비일비재하다. 러시아의 도핑 사건을 폭로한 사람은 바로 로드첸코프 전 러시아 반도핑연구소장인데 그는 2016년 미국으로 입국하여 러시아 도핑폭로했다.

그리고리 로드첸코프는 2년 전 미국으로 도주했고 러시아 당국은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BBC 홈페이지 캡처

이에 러시아로드첸코프의 여동생2011년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을 팔다 체포됐고, 로드첸코프가 이 사건 직후 모스크바의 연구소 실험실에서 흉기로 가슴을 찔러 자살을 기도했으며,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로드첸코프금전적인 보상을 노리고 미국으로 달아나 도핑 사건을 폭로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스포츠 계에서 도핑은 중요한 사건이라는 뜻인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러시아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불허하는 극약처방을 내놨다. 투명하고 정정당당한 승부를 강조하는 올림픽 정신을 지키기 위해 도핑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서울올림픽에서 벤 존슨100미터 달리기에서 우승했지만 도핑 테스트에 불합격하여 메달박탈당했는데 2014에 열렸던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국가 주도로 도핑을 추진했다는 폭로로 이후 하계올림픽부터 도핑 검사 규정을 훨씬 더 까다롭고 엄격하게 만들었다.

시료 분석 과정만 까다로워진 것이 아니다. 이들이 필수적으로 검진하는 것소변인데 이는 근육량을 키우는 남성호르몬 계열의 약물 대부분 소변에서 검출되기 때문이다.

성장 호르몬의 공 모형으로 나타낸 입체적 구조

특히 성장호르몬과 근육 향상 관련 단백질 의약품 등을 이용한 도핑을 시도할 경우 주로 이를 발견하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다. 성장호르몬 등은 사람 몸속에 존재하는 단백질과 유사하고 대사되는 양이 적어 기존 분석법으로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소변 대신 혈액도 검사에 사용되는데 성장호르몬과 같은 물질을 혈액에서 검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 호르몬의 기능, 분비의 촉진 및 억제 요인

도핑 분석 방법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하게 된 이유는 그만큼 도핑 수법이 나날이 정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올림픽 때만 하더라도 금지약물40여 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50여 종이 넘는다.

한국의 경우 국립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DCC)에서 도핑 검사를 수행하는데 평창동계올림픽겨울올림픽 사상 가장 강력한 도핑 검사가 이뤄진 것으로 유명하다. 올림픽 참가 선수 2,96354.5%1,615이 최소 한 차례 이상 약물 검사를 받아, 역대 겨울올림픽 중 가장 많은 3149건의 도핑 검사가 진행됐다. 일반적으로 의심되는 혐의에 따라 소변이나 혈액 중 하나만 검사하기도 하고 둘 다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최첨단 도핑은 약물에 그치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도핑이라는 개념 자체를 바꿔 버릴 새로운 방법들이 등장했는데 바로 '브레인 도핑(Brain doping)'이다.

브레인 도핑(Brain doping) 출처 조선일보

미국 올림픽 대표팀이 포함된 미국 스키·스노보드협회(USSA) 소속 스키점프 선수 7은 공식적으로 브레인 도핑 실험에 참가했다. 4일주일에 4번씩 헤드폰처럼 생긴 브레인 도핑 장비를 머리에 쓴 채 점프 훈련을 했다. 남은 3명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훈련을 했다. 2주 동안 진행된 실험 결과, 브레인 도핑을 한 선수들이 그러지 않은 선수들에 비해 균형 감각이 80%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레인 도핑이란 뇌의 특정 부분전기 자극을 가해 운동력을 향상시키는 방식이다.

브레인 도핑 장비

학자들은 선수들이 모든 힘을 쏟고 있다고 생각할 때도 사실 뇌는 과부하를 막기 위해 힘의 여유분을 남겨놓으므로 브레인 도핑 남은 능력최대한으로 쓰도록 뇌를 자극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이 실험 자체는 미국에서 매우 큰 문제를 만들 수 있었다. 인권중시한다며 의료 부분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는 미국에서 이런 실험이 가능했던 건 브레인 도핑 방식파킨슨병이나 뇌졸중 등을 치료하기 위해 널리 연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에도 브레인 도핑피로감을 줄여준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자전거 선수 12에게 피곤할 때까지 페달을 밟으라고 했는데, 브레인 도핑을 한 선수들이 그러지 않은 선수들보다 평균 2분 이상 페달을 더 밟았다. 영국 켄트 대학의 렉스 모거 박사하체 기능을 담당하는 두뇌 특정 부분자극을 가한 결과, 사이클 선수들이 피로감을 덜 느끼며 페달을 밟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스노보드 협회스노보드 점프 선수를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뇌 부위직류 전기 자극을 받은 선수들의 점프력과 균형 감각이 7080%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인간의 능력을 증진시키는 방안 중 하나로 를 좀 더 잘 사용하자는 브레인 도핑 도핑이냐이다. 학자들은 선수들이 기록 향상을 위해 브레인 도핑이 폭발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추정하지만 이에 관한 한 과학의 승리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도핑 테스트라는 창이 있으면 방패도 있기 마련인데 인간 뇌의 브레인 활용도핑으로 할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임은 틀림없다. 독자들은 어느 편에 들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뿐이 아니다. 약물이 아닌 자신의 피를 이용한 혈액도핑기법도 있다. 혈액도핑이란 고산지대에서 산소 포화도를 높인 자신의 피를 채혈했다가 경기 직전 수혈하는 등의 방식으로 체내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량인위적으로 증가시키는 수법이다.

이런 방법을 쓰면 지구력이 강화돼 마라톤이나 육상선수의 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 치명적인 고환암을 이겨내고 정상에 올라 자전거의 황제로 불렸던 프랑스의 랜스 암스트롱도 이 방법을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랜스 암스트롱(1971~)

도핑에서 가장 큰 문제점감기약고혈압약이뇨제와 같은 것도 도핑에 모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자랑 홍삼보약도핑 검사에 걸리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스테로이드도핑에서 강력히 규제하는 물질이라 하여 모든 스테로이드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스테로이드가 현재도 수많은 분야에서 사용되는 천사의 물질로 인정받는다. 서민 박사는 이 문제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포츠 스타들은 자기 분야에서 일반인은 따라올 수 없는 다른 출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이 많은 돈을 버는 건, 그런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탁월한 힘이 약물의 힘을 빌린 것이라면 더 이상 그들을 존경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더구나 그들 약물은 자기 자신을 해친다.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것인데 40살도 못되어 죽는 것보다 좀 덜 벌더라도 오래 사는 것이 진정으로 잘 사는 것일지 모른다.'

 

'더구나 그들 약물은 자기 자신을 해친다.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것인데 40살도 못되어 죽는 것보다 좀 덜 벌더라도 오래 사는 것이 진정으로 잘 사는 것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