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불소치약

불소가 없는 불소치약(1)

Que sais 2020. 10. 6.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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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신비로운 생명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은 매우 특이하리라고 생각하지만 생체조직은 놀랍게도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위주로 되어 있다. 이들 네 가지 원소가 신체의 96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의 원소가 황이며 나머지는 한 줌의 하얀 무기 염류로 보통 소금이라고 불린다. 소금이 인체에 가장 중요한 재질이라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피의 맛을 보면 신체의 구성 성분 중의 하나가 소금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혈액에는 철이 있다. 철이 부족하면 혈액에 헤모글로빈이 부족하게 되어 허파에서 세포로의 산소 운반이 어려워진다. 환자들은 붉은 색소의 부족으로 창백해지고 산소의 부족으로 쉽게 피로해진다. 철은 몸의 0.004퍼센트를 차지하는데도 신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뼈의 주성분으로 몸의 2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칼슘도 매우 중요하다. 혈액에 칼슘이 없으면 출혈이 있어도 피가 응고가 되지 않는다. 인은 1퍼센트 가량이다.

이외에도 인체에는 비록 소량밖에 함유되어 있지 않지만 수많은 원소들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과학자들은 발견했다. 구리, 망간, 몰리브덴 등도 동물에 필수적이며 이들이 부족하면 결핍 증상이 나타난다. 아연이 부족한 쥐는 성장이 멎고 털이 빠지며 피부가 거칠어져 결국 죽고 만다.

 

<고난을 만들어 준 불소>

원소들이 인체에 필수적이라는 현상을 학자들이 간과할 리 없었다.

1920년에 휘플(George Hoyt Whipple)은 개에게 빈혈을 일으킨 후 여러 가지 음식물을 주어 어느 것이 부족한 헤모글로빈을 가장 빨리 보충해 주는지 조사했다. 그는 간이 개에게 가장 빨리 헤모글로빈을 보충해 주는 음식임을 알았다. 1926년에 마이넛(George Richards Minot)과 머피(William Parry Murphy)가 휘플의 결과를 이용하여 악성 빈혈 환자에게 간을 주었더니 병이 치유되었다. 세 사람은 1934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사람이 간을 계속 먹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으므로 간에 있는 치료 물질을 찾기 위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학자들은 그들이 찾는 요소가 비타민 B일 것으로 추측하였고 1948년에 영국의 스미스 등이 비타민 B12를 분리하는데 성공하였다. 비타민 B12에는 코발트 원자가 있었으며 악성 빈혈 환자에게 소량만 주사하여도 효과가 있다.

 

영국의 화학자 호지킨(Dorothy Mary C. Hodgkin)X선을 이용하여 B12의 구조를 밝혔다. 그녀는 B12를 화합물 결정의 회절 형태를 이용하여 분자의 전자 밀도 구조를 그렸는데 워낙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었으므로 그 당시 개발된 컴퓨터를 써서야 성공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이 연구로 1964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1905년에 미국의 머린은 클리블랜드 지역에 갑상선 부종이 널리 퍼져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갑상선 부종에 걸린 환자는 갑상선이 괴상한 모양으로 커지면서 멍청해지며 눈이 튀어나온다. 머린은 갑상선에만 있는 요소인 요오드의 부족이 갑상선의 원인이 아닌가 생각하였고 그의 추측은 정확했다. 클리블랜드는 내륙 지역인 탓에 바닷가 근처의 토양이나 바닷가에서 주로 나는 음식물인 해산물에 풍부한 요오드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정부로 하여금 수돗물에 요오드를 첨가하게 하여 갑상선 부종을 근절시켰다.

이와 같은 소량의 원소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불소, 즉 플루오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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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오르는 16세기부터 알려졌는데 1670년에 뉘른베르그의 쇤크왈트는 형석으로 만든 그릇에 진한 황산을 부었더니 어떤 기체가 나오면서 유리그릇을 침식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1771년에는 프리스톨리와 셀레가 서로 독립적으로 플루오르화수소를 만들었고 암페아는 염산과 플루오르화수소산이 서로 비슷하지만 다른 것임을 밝혀냈다.

스웨덴의 과학자 베르셀리우스는 플루오르, 염소, 브롬, 요오드 등이 금속원소와 강렬하게 반응해 염을 잘 만든다는 뜻에서 할로겐이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하였다. 플루오르는 할로겐 원소의 첫 번째 것으로 어느 원소보다도 활성이 강하지만 가장 먼저 발견된 원소는 염소이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표백제는 염소를 알카리 수용액에 흡수시킨 것이며, 염소는 수돗물의 소독에도 이용된다.

플루오르의 화학기호 F는 라틴어로 흐른다(fluo)’에서 유래한 것으로 중세 야금공들이 형석을 용제로 써서 광석을 녹이는데 사용했기 때문이다. 야금하려는 광물을 가루로 만들어 형석과 섞은 후 여기에 황산을 부으면 형석 속에서 기체가 생성되면서 광물이 녹아 흐르게 된다. 플루오르와 그 화합물은 빙정석에서도 채취할 수 있는데 빙정석은 그린랜드에서 얼음 덩어리와 같은 모양으로 산출된다. 빙정석이라는 이름도 이 때문에 붙게 된 것이다.

형석에 황산을 가할 때 발생하는 기체는 플루오르화수소(HF)이다. 학자들은 이것의 성질이 염산과 비슷하므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원소와 수소와의 화합물이라고 생각했다. 이리하여 플루오르화수소로부터 플루오르를 분해하기 위한 고난에 찬 순례가 시작됐다.

플루오르는 매우 반응성이 큰 물질이기 때문에 이 물질을 분해했다고 해도 곧바로 다른 물질과 반응해버리기 때문에 순수한 물질을 얻는 것이 대단히 어려웠다. 즉 자연계에서는 유리된 상태에서만 존재한다. 게다가 원소가 유독성을 갖고 있어 많은 학자들이 플루오르를 분리하려다가 중독되어 생명을 빼앗기거나 오랫동안 고통을 받으며 온전하지 못한 생애를 보내야 했다.

그러나 무아상(Henri Moissan)1886년에 드디어 플루오르를 얻었다. 영하 23도로 냉각시킨 U자형의 백금 용기에 플루오르화수소를 넣고 전기전도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플루오르화칼륨을 넣었다. 여기에 백금전극 대신 구리로 된 전극을 연결했더니 플루오르가 구리와 반응하여 표면에 플루오르화물의 얇은 막을 형성하며 더 이상의 산화를 방지해주었다. 음극에서는 수소가 생성됐고 양극에서는 플루오르가 생성된 것이다.

무아상은 연구를 계속하여 1897년에 영하 187도의 액체산소를 써서 액체 플루오르를 만들었다. 또한 플루오르가 극히 낮은 온도에서도 활성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플루오르는 영하 252도에서도 수소와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1903년에는 고체 플루오르를 얻는데 성공했다.

알려지기로는 무아상이 불소를 얻는 데 성공은 했지만 그가 파리 과학아카데미에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할 때 그의 한쪽 눈을 검은 안대로 가렸다고 한다. 시쳇말로 무아상은 유리된 불소가 어떤 것인지를 안 최초의 사람으로 그의 예를 보아도 많은 화학자들이 불소를 연구하는 것을 두려워 했다. 한편 무아상은 인공 다이아몬드 제조에도 관여했는데, 이 이야기는 인공 다이아몬드장에서 다룬다.

여하튼 인체에 유해한 플루오르는 담황색의 기체로 영하 188도에서 끓고 영하 220도에서 녹는다. 플루오르는 거의 모든 금속과 화합하나 구리, 니켈, 마그네슘, 기타 금속들과 작용하면 표면에 플루오르화물의 얇은 막을 형성하여 이들 금속을 보호한다. 그러나 비금속과 규소, , 유황, 숯 등과 작용할 때에는 기체 물질이 생기므로 반응은 계속된다. 그리고 수소 화합물, 쉽게 이야기하여 물과 작용하면 수소를 빼앗고 산소를 유리시키면서 불이 붙는다.

플루오르는 지각에 0.032퍼센트가 포함되어 있으며 바닷물에서는 12번째로 많은 원소다. 흙 속에는 평균적으로 200270ppm의 불소가 존재하고 바닷물의 평균 불소농도는 1.21.5ppm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동물과 식물, 사람 몸 중에서는 대부분 치아와 뼈에 몰려 있다. 또한 플루오르는 세포에서 칼슘 화합물을 유리시키기 때문에 내장의 벽이 약해지고 터지기 쉬우므로 매우 다루기 어려운 물질이다.

무아상은 프랑스 파리의 철도직원 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가정 형편상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없었다. 그는 잡일을 하면서 작은 돈으로 가정생활에 보탰지만 학문에 대한 열기는 남 달랐다. 그는 대학교에 입학하지 못하였지만 여러 대학교 강당 밖에서 유명 교수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아 그들의 강의를 자신 것으로 만드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당대에 대학교에 입학하지 않고 도강하는 것은 불법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만 어느 날 그가 교수의 이야기를 보다 잘 듣기 위해 창문가로 다가갔다가 교수로부터 발각되었다. 교수는 자신의 강의에 지장을 받는다고 강의실 밖에서 도강하는 무와상에게 빨리 사라지라고 말했다.

그가 낙담하여 자리를 떠나는데 한 사람이 그에게 다가왔다. 무와상이 가정생활 때문에 대학에 입학할 수는 없지만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도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하자 그는 무와상이 화학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학교에 다니면서 일할 수 있는 약방을 소개해 주었다. 무와상을 도와준 사람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추후에 노벨화학상을 받았다는 것을 알았다면 정말로 기뻐했을 것이다.

 

<수돗물에 불소 첨가>

충치가 생기는 이유는 음식물 중에서 탄수화물이 입안으로 들어오면 입안에 사는 세균 중에서 스트렙토코커스 뮤탄트라는 세균이 탄수화물을 이용해 산을 만든다. 특히 포도당과 설탕은 세균이 바로 이용할 수 있어서 산이 잘 만들어진다. 이 세균은 충치 유발성 연쇄상구균으로 우리가 먹은 당질을 접착성 다당류로 만들어 치아 표면에 쉽게 부착하게 한다. 이 다당류가 소위 프라그이다. 프라그는 산을 만들어 내는데 이 산에 의해서 치아 표면의 화분이 서서히 떨어져 나간다. 그 결과 이에 구멍이 생기며 충치가 되는데 불소이온은 이 세균들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다.

불소를 치약에 첨가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므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건강을 위해 불소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때부터이다.

20세기 초 미국의 치과 의사들은 아칸사스 지역의 주민들이 치아의 법랑질에 반점이 생기면서 검게 되는 것을 발견했다. 플루오르는 강한 자극성이 있어서 폐와 기관지를 자극하며 음식물에 플루오르가 0.0005퍼센트만 있어도 이가 검게 죽으면서 빠지고 손톱, 발톱도 빠지는데 이 지역의 물에는 플루오르가 많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의사들은 물에 평균 이상의 플루오르가 함유된 또 다른 지역의 경우는 충치가 현저히 적다는 것을 발견했다. 치통을 앓아 본 사람으로서는 충치에 대한 공포가 어느 정도인 것을 알고 있다. 충치 발병이 플루오르로 인해 저하될 수 있다는 사실은 즉시 연구원들의 주의를 끌었다.

학자들은 플루오르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곧바로 그 특성을 알아차렸다. 사람과 동물에게 플루오르는 반드시 필요한 원소임도 밝혔고 만일 플루오르 섭취량이 부족하면 이의 법랑질이 손상되고 카리에스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을 알았다. 플루오르의 량이 많으면 치명상을 주지만 소량인 경우에는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소 사용은 치약보다 수돗물에 먼저 사용되었다.

 

불소학자들은 마시는 물에 1ppm 정도의 불소를 첨가하면 치아에 아칸사스의 경우와 같은 반점도 생기지 않으면서 충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밝혔다. 이것이 선진국에서 수돗물에 불소를 첨가하는 이유이다. 또한 거의 모든 치약에 플루오르를 첨가하는 이유도 플루오르를 적당히 섭취하면 이가 튼튼해지며 충치 예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불소를 사용하여 충치를 예방하는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입안에 들어온 불소이온이 치아에 직접 작용해 산에 의해서 미세하게 손상된 치질을 원상 회복시켜 준다. 즉 탈회돼 약해진 치질을 재석회화 시키는 것이다.

둘째, 입안으로 들어온 불소이온은 위장관에서 흡수되고 혈액을 통해 턱뼈 안에서 만들어지는 치질과 결합해 산에 강한 치질을 만들어 준다.

셋째, 불소이온은 충치가 처음 시작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세균의 증식을 억제한다.

충치는 주로 어린아이들이 걸리는 병으로 어릴 때부터 1718세 정도까지 가장 발생하기 쉽다. 따라서 가정에서 어린이의 식생활, 간식이나 이 닦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이 닦기는 경시되기 쉬운데 충치의 매우 중요한 예방 수단이므로 어려서부터 이를 닦도록 지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물론 어른도 치통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대부분 어려서부터 충치를 방치했거나 치료를 했어도 불안전했기 때문이다. 어른의 충치는 처음 발생한 것이 아니라 재연된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어릴 때 충치의 예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불소의 효과가 증명되자 불소화된 수돗물을 계속 마시도록 하여 근원적으로 충치를 예방하자는 캠페인이 일어났다. 핵심은 수돗물에 불소화합물을 낮은 농도(0.8ppm 이하)로 투입해 충치를 예방하자는 것이다. 이에 호응하여 미국에서 1945년부터 상수원의 불소화가 지역사회에서 채택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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