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예상하지 않는 이유로 반대가 일어났다.
환경전문기자인 조엘 그리피스에 따르면 미국에서의 수돗물 불소화의 첫 공식적인 제안은 1939년 콕스 박사에 이루어졌는데 그는 불소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로 위협받고 있던 한 기업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 즉 순수한 의료진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제안된 것이 아니라 기업체를 위해 발의된 것을 볼 때 무언가 불리한 점이 있더라도 이를 감추고 있다는 생각도 버릴 수 없다는 견해이다.
또한 1950년대 반공을 앞세운 <존버치협회>등 극우단체는 이런 운동이 악마와 같은 공산주의자들의 음모라고 몰아세웠다. 일부 학부형들도 ‘아이들에게 독을 먹이지 말자’ 또는 ‘강요된 의술은 미국적이 아니라고 반대했다.
그러나 불소 치약의 효과는 생각보다 빨리 일어났다. 미국의 경우 1966년도에는 12세 어린이의 충치지수는 4.0이었으나, 상수원 불소화가 진행됨에 따라 1994년에는 1.3으로 68퍼센트가 감소됐다. 충치 예방에 불소가 크게 기여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상수원 불소화가 거론되어 찬반 논쟁이 진행되었다. 찬성 측을 먼저 설명한다.
불소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은 12세 아동의 경우 1972년에서 1995년 사이 5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국가가 주도해 충치를 예방한 나라에서는 도리어 그 발생이 급격히 감속하고 있다고 문혁수 박사는 설명했다.
국내의 경우 날로 증가하는 치과치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충치 발생을 예방해야 하는데 치아만 잘 닦아도 충치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없다는 것도 지적됐다. 이는 칫솔로 완벽하게 닦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찬성론자들이 자랑스럽게 지적하는 것은 수돗물 불소화가 안전하고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식수의 불소농도를 전 세계적으로는 1.5ppm 이하로 규제하고 있으나 미국은 자연적으로 불소가 많이 함유된 식수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은 점도 찬성 측의 주장이다. 연구결과 8ppm에서도 인체에 유해 작용을 나타내지 않으므로 미국에서는 식수의 최대 허용 불소농도를 4ppm으로 규정하고 있을 정도이다.
한편 불소화를 반대하는 측의 주장은 불소는 비소 다음으로 독성이 강하고 ‘납’보다도 독성이 강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미국의 경우 불소치약의 뒷면에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적혀있다.
‘어린이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시고, 어린이가 사용할 경우 지도․감독하여 주십시오. 만일 많은 양을 먹었을 경우 의사와 상의해 주십시오.’
이 문맥을 액면 그대로 인정한다면 조심스럽게 접해야 될 독성이 강한 물질을 수돗물에 넣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중요한 관건은 과연 충치예방에 효과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반대론자들은 충치예방에 대한 조사에서 찬반양론이 팽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의 조사에 의하면 비불소화지역이 98퍼센트에 이르는 유럽지역의 충치발생률이 미국과 맞먹거나 때로는 양호하다는 자료도 제시한다.
학자들을 놀라게 하는 것은 인간과 함께 지구촌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에게는 충치가 없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현재 많은 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분야인데 학자들의 고민은 인공사육 동물들에게는 종종 충치가 생긴다는 점이다.
이를 근거로 충치는 음식물과 큰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치아가 형성될 때 칼슘과 비타민이 부족하거나 탄수화물의 섭취와 유전적 요소도 충치 발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것은 앞으로 도전해 볼 분야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돗물에 불소를 투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측은 설령 충치예방에 도움이 된다 할지라도 수돗물에 불소를 투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건강하게 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인간들이 건강을 위해 예방할 것이 여러 가지인데 설사 충치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불소를 강제적으로 투입하자는 것은 매우 위험한 주장이라는 것이다.
반봉찬 박사는 안질예방을 위해 어떤 성분이 도움이 된다면 그 물질을 수돗물에 투입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비타민C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인간의 건강 증진을 위해 이를 수돗물에 넣자는 발상과 무엇이 다르냐이다.
그러므로 수돗물에 불소를 투입하는 것 자체가 강제적인 의료행위라는 점이다.
전염병은 모든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므로 법으로 규정해 그 예방과 치료에 공공기관이 나선다. 코로나19로 펜데믹이 선언되자 각국이 코로나19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각종 제한조치를 발동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충치로 이빨이 빠진다고 해서, 혹은 충치로 인해 입 냄새가 난다고 법으로 충치예방과 치료를 강제해야 하느냐이다. 또한 불소는 끓여도 증발하지 않으므로 불소를 넣은 수돗물을 끓여 먹을 경우 불소의 농도가 과도하게 증가하므로 수돗물에 불소를 첨가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물론 불소를 과다 섭취할 때는 골수암 가능성도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상수원 불소화는 현재 세계에서 약 70여 개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1981년 경남 진해시에서 처음 시작된 이래, 1982년 청주, 과천, 울산 등 전국 약 30여 개 정수장에서 시행하고 있다.
불소치약에 불소를 첨가한다는 생각은 프록터 앤드 갬블(Procter & Gamble)사에서 제기한 것이다 이 회사는 불소가 치아의 충치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에 고무되어 인디애나주 블루밍턴 거주자를 상대로 의학적 테스트를 추진했다. 치약을 공급받은 사람들은 무료로 치약을 공급받는 대신에 회사에서 추천하는 이 닦는 법을 엄숙히 지켜야 했다.
실험 결과 충치에 효과가 있다고 확신한 회사는 1956년 대대적인 선전을 벌이면서 새로운 치약을 공개했다. ‘크레스트 불소치약’이다. 광고 선전 카피는 ‘엄마, 충치가 없어졌어요.’로 이 말은 추후 치약보다 더 유명한 선전 카피가 되었다. 당시 치약광고 선전 문구가 얼마나 주의 깊게 선정되었는지는 다음 글로도 알 수 있다.
‘주의깊게 짜인 구강위생 프로그램을 실천하고 정기적으로 전문적인 치료의 도움을 받는다면 크레스트는 충치예방에 아주 효과적인 치약임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회사에서 설명한대로 치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충치가 생기더라도 시비를 걸지 말라는 뜻이다. 크레스트 치약의 선전효과는 대단하여 1963년에 미국에서 팔리는 치약 3개 중의 하나가 크레스트이다. 여하튼 현재 대부분의 치약이나 양치액의 대부분에 불소를 사용하고 있다.
불소는 현재 치아의 건강에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 중에 하나인데 플루오르를 처음 발견한 무아상은 1906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발견한 플루오르가 그 후 전 세계인들이 매일 사용하는 치약에 사용될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노벨상을 받은 다음해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불소가 없는 불소치약>
불소치약이란 말에 사람들이 익숙하지만 불소치약에는 불소가 없다.
정수장에 불소를 투입하는 것과 불소치약을 사용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현재 불소치약은 치아의 건강에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 중에 하나인데 사실 불소치약이라는 말은 문제가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불소는 가장 강하게 화학반응을 하는 원소 중 하나이므로 치약에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에 불소가 들어 있다면 인간의 치아가 남아있을 리 없다.
그렇다면 대체 불소치약이 무엇이냐 하겠지만 한마디로 치약에 불소가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플루오르화물(fluoride)이 들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소 전문적인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지만 원소 이름 뒤에 ‘화’란 단어가 있다면 화학 반응에서 성질이 변한 것을 의미한다.
불소라는 원소와 불화물의 예를 보면 원소와 화합물의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다시 말한다면 치약에는 플루오르화소듐(NaF), 플루오르화아민(NH2F), 플루오르화주석(SnF2)과 같은 불소의 염기성 화합물인 플루오르화물이 들어 있다는 뜻이다.
치약에 플루오르화물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플루오르화물이 약화된 법랑질을 강화시켜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용을 ‘재미네탈화’라 한다. 구강 위생이 좋지 않을 때 특히 단 것을 먹고 나면 수산화인회석(Ca5(Po4)OH)도 분해된다. 이를 ‘탈미네랄화’고 하는데 이때 법랑질을 강화하는 것이 플루오르화인회석((Ca5(Po4)F)이다. 다시 말한다면 법랑질은 탈미네랄화 과정(수산화인회석(Ca5(Po4)OH)의 해체)과 재미네랄화 과정 즉 플루오르화인회석의 형성을 거친다는 뜻이다. 법랑질의 경우 법랑질의 분해(탈미네랄화)가 순반응이고 법랑질이 다시 형성되는 것(재미네랄화)은 역반응이다.
치석은 박테리아가 번식할 기회가 있는지 없는지에 좌우되는데 이는 박테리아가 번식할 환경이 조성되면 양분을 충분히 섭취해 산을 점점 더 많이 배출하기 때문이다. 이 산이 법랑질의 수산화인회석을 공격해 분해하는데 박테리아는 단 것을 좋아한다. 단 것을 많이 먹으면 이가 나빠진다는 이유를 이해할 것이다.
플루오린은 충치를 예방하는 불소치약 뿐만 아니라 수많은 현대 문명의 이기에 사용된다. 음식이 타지 않는 플라이팬, 통수와 통수성을 갖고 있는 고어텍스(Gore-tex), 현재는 오존층 파괴 때문에 사용이 금지되고 있으나 에어컨이나 냉장고의 냉매로 오랫동안 사용된 프레온 등은 모두 플루오린 때문에 가능하게 된 것들이다.
참고문헌 :
「수돗물 불소화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전영훈, 과학동아, 1998년 10월
『문화와 유행상품의 역사(2)』, 찰스 패너티, 자작나무, 1997
『생각 1g만으로도 유쾌한 화학 이야기』, 레프 G. 블라소프외, 도솔, 2002
『진정일의 교실 밖 화학 이야기』, 진정일, 양문, 2006
『노벨상 수상자들의 학습이야기』, 최선화, 연변인민출판사, 2009
『누구나 화학』, 위르겐 블래커, Gbrain,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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