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나노 축구공, 풀러렌

<나노 축구공, 풀러렌(1)>

Que sais 2020. 10. 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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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도 노벨 화학상은 미국의 리처드 에레트 스몰리(Richard E. Smalley, 1943 2005), 로버트 플로이드 컬(Robert F. Curl Jr.)과 영국의 해롤드 월터 크로토(Sir Harold W. Kroto)에게 돌아갔다.

그들의 수상한 연구의 주제는 탄소의 동소체인 풀러렌의 발견인데 1991년에 이미 유명한 사이언스지에서 전형적인 과학적인 성과를 예시한다는 올해의 분자상을 수상하여 모두들 조만간 그들이 노벨상을 수상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수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어필한 것은 연구 자체는 우주의 비밀을 밝히자는 것인데 결론은 인간들에게 잘 알려진 축구공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우주 공간의 비밀이 축구공과 연결된다는 것에 노벨상 수상자조차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결론적으로 과학자들이 이를 밝혔고 바로 그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는데 놀랍게도 이들이 바로 나노와 연계된다.

나노(10-9)10억 분의 1을 의미하는 접두어로 1나노미터란 보통 0.2나노미터 원자 다섯 개가 들어간다. 원자가 작은 것 중 작은 것으로 이해하는데 바로 이들이 축구공과 연결된다니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지만 문제는 이것이 이란 점이다.

컬 박사는 1957년 버클리의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다음해에 라이스 대학교의 교수로 임용되었다. 크로토 박사는 1964년에 셰필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캐나다국립학술연구원과 미국의 벨연구소에서 박사후과정(포스트-Doc)을 이수하였다. 1967년에 서식스 대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했고 1985년에 정교수가 되었다.

스몰리 박사는 1973년에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시카고대학교에서 포스트-Doc 과정을 이수했고 1976년 라이스 대학교의 교수가 되었다.

이들의 업적은 60개의 탄소원자가 봉합되어 껍질 모양으로 이루어진 새롭고 안정된 탄소 형태인 풀러렌을 발견하여 탄소에 관한 다양한 가설을 제기될 수 있도록 기초를 놓는 등 물리와 화학 영역을 확장시켰다는 점이다.

학자들은 풀러렌의 발견을 독일의 화학자 케쿨레가 1865년에 벤젠의 고리구조를 제안한 것과 유사한 학문적인 결과를 예시한 중대한 사건으로 여기고 있다. 케큘러 당시 화학자들은 탄소와 수소 원자를 각각 여섯 개씩 가지고 있는 벤젠 분자의 구조를 설명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었다.

케큘러가 벤젠(C6H6)의 고리 구조를 발견한 것은 6개의 탄소 원자 끈이 뱀으로 변하는 꿈을 꾸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이다. 케쿨레는 자신의 꿈을 토대로 하여 6개의 고리 구조의 벤젠을 제안했다. 이것은 그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새로운 학문인 방향족 화학의 문을 열었고 그것으로 인해 오늘날 염료에서 약제까지 수많은 합성물질들이 만들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로 그와 같은 중요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풀러렌의 발견이다.

케쿨레의 발견이 6각형 고리 화합물 화학의 시작으로 평가된다면 풀러렌은 바로 ()’를 통한 화학의 여명을 예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벤젠이 발견된 이래 수많은 제품들이 실용화 된 것을 감안할 때 풀러렌의 발견으로 인해 현대 과학이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기대를 과학자들이 갖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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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연구가 실용 연구로 변환>

학자들이 순수한 탄소로 이루어진 풀러렌의 발견에 열광하는 것에는 커다란 이유가 있다.

우선 풀러렌의 발견은 천문학 분야에서 수행되고 있던 연구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이 놀란 것은 성간(星間)에 널리 퍼져 존재하는 탄소 먼지이다.

학자들은 성간 먼지의 검은 구름이 탄소 원자의 짧은 연결 사슬을 갖는 분자들을 포함하고 있음을 발견했고, 일부 학자들은 이 구름이 탄소별인 적색거성에서 생겨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적색거성이란 별빛의 근원이 되는 핵에너지의 소멸의 결과로 팽창한 후 식기 시작한 죽어 가는 별이다. 적색거성은 자주 엄청난 양의 먼지를 뿜는데 이론 천문학자들은 이 먼지가 아마도 검댕을 닮은 탄소 입자를 포함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1980년대 초만 해도 탄소는 다이아몬드와 흑연, 단 두 종류의 결정구조로만 세상에 존재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과학자들에 의해 성간우주의 검은 구름이 탄소원소로 이루어진 분자를 포함한다고 밝혀지자 이들은 지구에서 발견되는 탄소와는 다른 점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마디로 세계의 많은 화학자들은 `3의 탄소분자'를 찾기위해 너도나도 뛰어들기 시작했다.

여기에 제일 먼저 뛰어든 사람이 미국의 허프먼(Huffman)과 독일의 크라취머(Kratschmer) 박사이다.

이들은 우주에 있는 것과 유사한 먼지를 만들기 위해 진공 속에 삽입한 두 개의 탄소 전극을 통해 전류를 통과시키면서 흑연을 기화시켰다. 기화된 흑연은 검은 연기의 구름을 형성했다.

그런데 그들이 놀란 것은 자신들이 만든 물질이 자외선 흡수 실험에서 강한 흔적을 남긴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 결과를 낙타혹 스펙트럼이라고 불렀지만 더 이상 연구하지 않았다.

인생에 처음에 잘 되다가 잘 안 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이들이 그런 경우다.

허프먼과 그라취머는 C60 속에 60개의 탄소 원자가 어떻게 안정된 분자를 이룰 수 있는가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그야말로 우연한 기회에 미국의 건축가 리처드 벅민스터 풀러에 의해 설계된 돔의 형태를 접했다. 건축가인 벅민스터 풀러는 건물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으면 안전한가를 연구하였다. 그가 설계한 것 중 유명한 것이 1967년 몬트리올 세계 박람회장에 세운 것으로 기둥이 없이 큰 공간을 만드는 측지돔(geodesic dom)이다.

허프먼과 그라취머는 C60을 벅민스터 풀러의 이름을 따서 벅민스터풀러렌 또는 간단히 버키볼(buckyball, 버키의 공)이라 부르거나 혹은 풀러렌(fullerene)이라 부르는데 현재는 이것과 관련된 모든 물질들을 풀러렌이라고 부른다.

그들이 놀란 것은 돔은 여러 개로 나뉘어진 구조로 되어 있는데 축구공도 돔의 형태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당대의 축구공은 기본적으로 이 20개의 6각형과 12개의 5각형으로 만들어지는데 놀랍게도 축구공의 3억 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탄소 원자 60개의 형태와 같았다. 기화된 흑연에서 얻어진 검댕에 있는 60개의 탄소 원자로 된 분자가 분자 크기로 축소된 축구공과 똑 같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들은 더 이상 연구를 하지 않았는데 그후 자신들이 발견한 낙타혹 스펙트럼의 중요성을 알아차리고 5년 후 다시 연구에 착수했다. 그런데 이미 미국의 컬과 스몰리, 영국의 크로토 박사가 그들이 발견한 풀러렌의 이모저모를 규명한 후였다.

1985년 해리 크로토와 밥 컬, 리처드 스몰리 3명의 과학자는 허프먼과 독일의 크라취머 박사의 논문을 읽고 흥미를 가진 후 성간 우주의 탄소 분자에 대해 공동 연구하기로 동의했다.

그들은 강력한 레이저빔을 사용하여 1에서 흑연을 기화시킨 후 검댕 분자의 조성을 조사했다. 검댕 분자는 30에서 100개의 탄소 원자를 갖고 있는 탄소 분자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들은 다이아몬드도 흑연도 아닌 `벅민스터풀러렌'이다.

그런데 세 사람은 탄소 원자를 60개 갖고 있는 분자가 다른 화합물보다 많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추후에 알려졌지만 70개의 탄소 원자를 포함하는 분자도 비교적 많았는데 이것은 C60(축구공)C70(럭비공)의 구조와 같았다. 이는 기화된 탄소에서 얻어진 검댕에서 특히 안정된 분자이기 때문이다.

발견 당시 그들은 찾아낸 분자를 어떻게 배열시키면 탄소원자 60개가 안전한 구조를 이룰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다가 오각형과 육각형의 형태를 가진 3차원 구형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도 벅민스터풀러렌 구조가 신기하게도 오각형 검은 가죽조각 12개와 육각형 흰 가죽조각 20개로 이루어진 축구공의 구조와 똑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벅민스터풀러렌의 구조식이 당시 물리학자와 화학자들에게 월드컵축구와 같은 열광의 대상이 됐음은 물론이다.

 

<축구공의 과학>

노벨상 수상 아이디어가 현대인들의 일상생활에 접목되어야 비로소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데 벅민스터풀러렌이 축구공과 관련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에 관심을 보이므로 특별하게 축구공에 대해 설명한다.

축구공은 꼭지점이 60개이고 모서리가 90개인 이십면체이다. 꼭지점이 60개라는 말에 벅민스터풀러렌과 유사성을 금방 파악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형태로 만들어 진 축구공은 대단히 안정된 구조를 갖고 있으므로 축구 선수들이 수없이 발길질해도 끄떡없다. 그런데 축구공은 첨단 과학이 가장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60개의 탄소 원자 형태의 축구공이 갑자기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기 때문이다. 특히 월드컵은 축구의 과학화에 혁혁한 공헌을 했는데 월드컵을 통한 축구공의 개발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한다.

초창기에는 소나 돼지의 오줌보에 바람을 넣거나 동물가죽에 털을 집어넣어 공을 만들었다. 그 후 고무가 생산되면서 내부에 고무를 넣고 겉을 가죽으로 꿰맨 원형축구공이 탄생됐지만 무겁고 탄력이 별로 없는데다 공이 선수들 의도대로 잘 나가지 않았다. 더욱이 천연가죽으로 만든 축구공은 수중 전에서 맥을 못 추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월드컵 위원회는 1982년 스페인월드컵 때 방수 가죽을 사용해 물에 젖어도 공의 무게가 크게 변하지 않는 첨단 축구공을 발표했다. 이후에도 축구공 개발은 이어져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는 천연가죽보다 방수성과 탄력이 뛰어난 인조가죽을 선 보였다. 미국월드컵에서는 스폰지 형태의 폴리우레탄 폼이 사용됐고 프랑스월드컵 때는 폴리우레탄 폼보다 반발력이 더 뛰어난 신택틱 폼이 개발됐다.

이것은 골 득점력이 줄어들어 월드컵의 흥미를 반감시키던 축구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미국과 프랑스 월드컵은 1990년 이전 대회보다 평균 0.5골이 더 많은 골 득점을 보여주었다. 일 월드컵의 공인 구 피버노바에서도 세 겹의 기본 패널()이 삼차원 기능성을 가지도록 해 공격수들이 정확하게 공을 조절할 수 있게 만들었다.

축구공 제조사와 학자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분야는 완벽한 구형의 축구공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느냐이다. 다각형으로 최대한 구형을 만들 수 있는 기하학적 조합으로 그 발견은 중세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기원전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까지 올라갈 정도로 매우 오래되었다.

축구공이 완벽한 구형이 될수록 지면과의 마찰이 적다는 것은 어린아이도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축구공은 8조각, 12조각, 18조각, 20조각을 거쳐 정오각형 12개와 정육각형20개인 32조각으로 계속 조각이 증가했다. 32조각의 공이 가장 완벽한 원형을 만들 수 있다고 알려졌고 이 형태가 장기간 사용될 것으로 설명되었다.

그런데 2006년 독일월드컵에 사용되는 FIFA 공인구는 팀가이스트(Teamgeist)로 당초에 예상하던 32조각이 아니라 14조각으로 만들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기존의 상식을 깬 획기적인 발명품이기 때문이다. 허리둘레도 69센티미터, 체중 441그램으로 지금까지 나온 축구 공 가운데 울퉁불퉁한 곳이 가장 적다.

학자들은 32조각으로 된 피버노바가 가장 완벽한 원형이라고 자랑했다. 축구공을 사람의 손으로 꿰매어 만들어야하므로 이 이상의 조각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팀가이스트가 남다른 것은 축구공을 굳이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더 이상 손으로 꿰매지 않아도 고열 고압에서 본드로 붙여 축구공을 만들었다.

이는 축구공의 혁신으로 불린다. 32개의 조각(패널)에서 14개로 줄일 수 있게 된 것으로 세 개의 조각이 만나는 스리 패널 터치 포인트가 60개에서 24개로 60퍼센트 줄어들었고, 총 패널의 길이도 40.05센티미터에서 33.93센티미터로 15퍼센트 이상 줄일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팀가이스트가 이전의 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둥글고 정확하며 일관성을 갖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

영국 로우버러대학교의 앤디 하란드 박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작업과 실험을 통해 14개의 패널이 현재로선 최적의 구형을 빚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와 같은 아이디어가 탄생하게 될 수 있었던 것은 2004년부터 실용화한 고열 고압 본딩 처리방식(Thermal Bonding Technology)을 통해 더 이상 실로 꿰매지 않더라도 공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