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u.be/yH-V6DA1yTw
<효용성 만점의 풀러렌>
물론 정말로 벅민스터풀러렌이 적색거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성간 먼지에 존재하는지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므로 단지 머나 먼 별에 대한 연구가 우연하게 엄청난 실용적 응용이 가능한 새로운 과학 분야를 열었다는 설명이 보다 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탄소원자 60개로 구성된 풀러렌은 물론 C70, C76, C84 등과 같은 탄소 동소체(allotrope)등도 있다. 동소체란 동일한 원자로 구성된 순 물질이지만 특성과 모양이 다른 물질 군(group)를 말한다. 비록 동일한 원자로 구성되었어도 원자들의 결합 방식 또는 원자의 개수가 달라지면 전혀 다른 특성의 분자 혹은 물질들이 생성된다.
잘 알려진 것이 탄소 동소체인 다이아몬드와 흑연이다.
이들은 모두 탄소 원자로만 구성된 물질인데 원자의 결합방식이 다르므로 두 물질은 전혀 다른 특성을 띠고 있다. 학자들은 열역학적으로 흑연이 다이아몬드보다 안정하기 때문에 영겁의 세월이 지나면 다이아몬드 역시 흑연으로 변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내가 결혼 예물로 받은 다이아몬드는 어떻게 될까?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변화속도가 워낙 느리므로 결혼 예물로 받은 다이아몬드가 흑연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풀러렌 내의 탄소 원자간의 결합은 다이아몬드 혹은 흑연에서 탄소원자들 사이의 결합과 다소 다르다. 풀러렌의 각 탄소 원자는 또 다른 3개의 탄소원자와 결합되어 있다. 풀러렌에는 두 종류의 탄소 결합이 존재한다. 정오각형과 정육각형이 맞닿아 만들어지는 결합과 육각형과 육각형이 맞닿아 형성되는 결합이다.
그 결합의 세기와 길이도 다르다. 반면에 다이아몬드의 각 탄소 원자들은 4개의 다른 탄소 원자들과 3차원 공간에서 모두 균일한 결합을 한다. 다이아몬드의 단단함 역시 이런 독특한 결합 특성에서 나온다. 반면에 흑연의 탄소 원자들은 2차원의 6각형 모양으로 탄소 원자들이 결합된 망상구조를 하고 그런 망상구조의 평면 층들 간에는 약한 탄소-탄소 결합을 이루면서 3차원 공간을 채우고 있다. 평면 층간의 결합은 약한 힘만 주어도 끊어질 정도로 매우 약하다. 종이 위에 연필로 쉽게 글씨를 쓸 수 있는 것도 이런 결합 특성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여하튼 풀러렌은 다이아몬드와 흑연에 이어 탄소 결정으로는 세 번째로 알려진 형태였다. 풀러렌은 우리들 주위에서 간단하게 볼 수 있다. 분젠 버너에서 나오는 보통의 검댕은 물론 촛불과 등유를 태우면 얼마 지나지 않아 벽지가 시커멓게 변하기도 하는데 이때 벽지를 검게 만드는 것이 탄소 동소체들이다. 이것은 우리들 모두가 이미 풀러렌을 보았거나 만져본 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아리조나 대학교의 호프만은 암석 중에서도 풀러렌을 발견하여 각광을 받기도 했다. C70의 구조도 알려졌는데 이것은 5각형은 12개가 있지만 6각형은 25개가 있는 것으로 럭비공과 모양이 비슷했다. 한편 많은 풀러렌 족들이 벅민스터풀러렌이 발견된 이후에 만들어 졌고, 심지어는 540개의 탄소 원자를 갖는 구형(C540)도 발견되었다.
보통의 필름은 빛의 강도에 비례해서 감광된다. 그러나 풀러렌을 쓰면 이와는 다른 특성이 생긴다. 즉 빛의 강도에 비례해 천천히 어두워지는 것이 아니라 빛의 강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불투명해져 버리는 것이다. 이 특성을 이용하면 지나치게 강한 빛으로부터 사람과 기계를 보호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광 스위치와 광 변조기만을 쓰는 광 통신망도 가능해진다. 빛을 이용한 디지털 프로세서도 만들 수 있다. 학자들은 컴퓨터의 경우 풀러렌을 이용하면 소규모이면서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빛을 흡수하고 전자를 잘 받는 성질이 있는 C60으로 이루어진 결정에 알칼리 금속을 적절히 결합시키면 초전도체가 된다는 연구도 있었다. 다른 물질과 어떻게 섞느냐에 따라 도체, 반도체, 초전도체의 기능을 나타낸다는 것은 이들의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둥근 축구공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작은 베어링으로의 가치도 인정받고 있다.
풀러렌은 축구공처럼 생겼으므로 속이 비어있어서 ‘새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의학계에서 풀러렌을 주목을 하는 것은 풀러렌 축구공 안에 약제를 주입한 후 체내에서 적당한 시기와 위치에서 문이 열리는 약품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축구공의 바깥쪽에 첨가되어 ‘귀’를 형성하는 버니볼이라는 물질도 이미 개발되었다.
풀러렌 탄소 동소체가 매우 중요시 생각되는 것은 비교적 어렵지 않게 화학 반응을 통해 수많은 유도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풀러렌의 표면을 변화시키거나 풀러렌 안쪽의 비어있는 공간에 다른 분자를 집어 넣어 물리화학적 틍성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플러렌은 동소체인 다이아몬드를 웃도는 경도를 가지고 있으며 고온⋅고압에도 잘 견디므로 그렇게 변형된 화합물들은 고온 초전도체, 윤활제, 촉매 등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심지어는 에이즈 치료 약으로도 활용되는데 핵심은 풀러렌 유도체가 에이즈 바이러스를 재생시키는 효소와 결합해 그 효소의 본래 기능을 빼앗게 만드는 것이다. 학자들이 의학적으로 유용한 약제 등 다양한 물질들의 제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풀러렌이 앞으로 인간들에게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추정하는데 당초 검댕이의 특이성에 대해 논문을 발표한 허프먼과 크라취머를 제치고 세 명이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는 것은 노벨상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진다.
노벨상을 수상하기 위해서는 처음의 발견도 중요하지만 그 발견이 의미하는 뜻을 발견한 사람에게 보다 큰 업적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노벨상 추천사는 풀러렌에 얼마나 큰 기대를 하는지 알 수 있다.
<노벨상 추천사>
‘전하,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우리는 화학원소가 필요하며 특히 가장 완벽하게 연구된 원소 중 하나인 탄소에 관한 한 더 이상 중요한 발견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탄소는 선사시대 이래로 그을름, 석탄, 그리고 숯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18세기 말에는 흑연과 다이아몬드가 탄소의 또 다른 형태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탄소는 수없이 많은 방법으로 사용됩니다. 예를 들면 연료로서 석탄을 대량으로 연소하고 제철공정에서 코크스를 사용하고 그리고 윤활제, 연필, 브레이크 라이닝 등에 흑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탄소의 희귀한 형태는 미적 기능 이외에도 수많은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자동차 타이어는 3킬로그램의 카본블랙을 포함하며 활성화된 탄소는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그래서 탄소는 모든 생활의 기초이며 우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올해 화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컬, 해럴드 크로토, 그리고 리처드 스몰리 교수가 대학원생인 제임스 히드와 숀 오브리엔과 함게 60개의 탄소원자가 봉합된 껍질 모양으로 이루어진 새롭고 안정된 탄소형태를 발견했다고 1985년에 발표한 일은 과학계에 더할 나위 없는 감동과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들은 이 새로운 탄소분자를 ‘벅민스터풀러렌’이라고 이름지었습니다. 이는 1967년 몬트리올 세계박람회에서 국제적으로 유명해진 미국 건물 ;최단선 돔‘의 고안자인 미국 건축가 벅민스터 풀러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벅민스터풀러렌에 있는 탄소원자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이해하려면 축구공이나 유럽 축구공 표면의 무늬를 연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공은 12개의 검은색 오각형과 20개의 흰색 육각형이 서로 같은 도형끼리는 접하지 않는 형태로 꿰매 잇어서 60개 꼭지점을 가진 대칭적 구조가 됩니다. 이제 60개 꼭지점 각각에 탄소원자를 위치시키면 벅민스터풀러렌이 어떤 모양인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축구공보다 3억분의 1 정도로 작지만 말입니다.
벅민스터풀러렌, 즉 C60의 발견은 레이저로 50억 분의 1초 안에 탄소에 아주 적은 양을 기화시키는 첨단 장비의 사용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뜨거운 탄소기체가 농축되면 여러 개의 탄소원자를 포함하는 덩어리(클러스터)들이 형성되는데 60개의 탄소원자들을 가진 덩어리가 가장 많이 발견됩니다. 이 다양한 탄소분자들은 C60과 같은 안정성을 보였으며 또한 봉합된 형태로 생각되었습니다. 이 모든 덩어리들의 총체적인 이름이 풀러렌스였습니다. 칼륨이나 세슘과 같은 금속원자가 안쪽 공간에 들어있는 풀러렌스를 만드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이 실험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제안된 구조를 정확하게 증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의 풀러렌스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1985년부터 1990년까지 과학적 논쟁이 들끓었지만 그러한 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풀러렌스 발견자들은 인내심과 독창력 그리고 열의를 가지고 그들의 가설을 꿋꿋하게 지켜냈습니다. 1990년에야 물리학자 도널드 휴프먼과 볼프강 크레치머가 어느 실험실에서나 빠르고 값싸게 재현할 수 있는 방법을 이용하여 1그램 정도의 C60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것으로 구조결정 장치를 사용하여 C60이 정말로 발견자들이 가정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를 증명해 보였습니다. 화학자들은 풀러렌스 화학을 연구하기 위해 빠르게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풀러렌스 화학과 풀러렌스 물리에 관련된 다양한 응용성을 시험해 불 수 있었습니다.
(중략) 올해 노벨 화학상은 모든 자연과학에 대하여 함축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붉은색의 거대 별들과 우주의 기체구름에서 탄소의 움직임을 이해하려는 열정이 연구의 씨앗으로 처음 부려졌습니다. 그리고 풀러렌스의 발견이 화학과 물리의 영역에서 우리의 지식을 확장시키고 생각을 변화시켰으며 우주에서 탄소의 생성에 대한 새로운 가설을 가능하게 하였고 지질층에서 적은 양의 풀러렌스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아마도 풀러렌스는 이전에 믿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이 지구에 존재하고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불꽃에서 나오는 그을름에도 적은 양의 풀러렌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음에 촛불을 킬 때는 이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중략) 플라톤은 『티마이오스』 「대화편」에서 불, 흙, 공기, 물이라는 4개의 기본적인 입자에 대한 이론을 설명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그중 어떤 것은 다른 것으로 전환될 수 있는 4개의 가장 아름다운 물체가 무엇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흙과 불, 관계된 원소들, 그리고 중간원소들의 참된 기원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이보다 더 잘 구별되는 물체의 종류가 존재한다고 생각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정사면체(불), 정육면체(흙), 정팔면체(공기), 정이십면체(물) 즉 다섯 정다면체 중 4개에 대해 서술했습니다. 그리고 십이면체는 우주를 의미하는데 왜냐하면 가장 완벽한 형태인 구에 가장 가깝기 때문입니다. 구에 가장 근접하면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매우 아름다운 물체이기 때문에 플라톤은 확장된 십이면체인 C60을 꼭 발견하려 했습니다.
컬 교수님, 크로토 교수님, 그리고 스몰리 교수님.
교수님들은 탄소원소의 새로운 형태, 풀러렌스의 발견으로 1996년 노벨 화학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을대신하여 축하드리는 것이 저에게는 특권이며 큰 기쁨입니다. 이제 전하로부터 노벨상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
「동그랗게 잘 빠졌네, 본드 공 혁명」, 민학수, 조선일보, 2006.1.1.
「공을 더 둥글게 만들 수 없을까」, 민학수, 조선일보, 2006.1.13.
「풀러렌」, 여인형, 네이버캐스트의 화학산책
『교양으로 읽는 과학의 모든 것』, 한국과학문화재단, 미래M&B, 2006
『당신에게 노벨상을 수여합니다, 노벨화학상』, 노벨 재단, 바다출판사, 2007
'화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 > 나노 축구공, 풀러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노 축구공, 풀러렌(1)> (0) | 2020.10.0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