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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캐기>
다이아몬드의 명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다이아몬드를 캐는 광산은 비밀에 쌓이기 마련이다. 다이아몬드는 이 세상에서 운반과 교환이 가장 편한 통화이며 이 보석을 훔쳐내기 위해 온갖 방법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수많은 소설과 영화가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유이다.
<리더스다이제스트>의 로버트 키너는 다이아몬드 채굴 과정을 취재할 수 있었던 극히 희귀한 언론인 중에 한 명이다. 그가 방문한 캐나다의 디아빅 다이아몬드 광산은 현재 지상 최대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불린다. 디아빅 다이아몬드 광산은 1985년에 발견되었고 13억 달러를 들여 단 3년 만에 완성되었다. 놀라운 것은 채산성이 매우 좋아 매년 10억 달러 이상의 다이아몬드를 캐고 있다. 그가 다이아몬드 광산을 방문하면서 겪은 일을 소개한다.
“나는 다이아몬드 광산의 초대장을 얻어내는데 몇 달이 걸렸다. 초대장을 받은 후 50명의 직원들이 폐쇄회로 텔레비전 카메라를 이용해 내 행동을 비밀리에 추적한다는 데 동의하는 ‘수색감시동의서’에 서명해야 했다. 몸수색에 관한 항목은 이렇게 되어 있다. ‘두피, 코, 귀, 입, 겨드랑이, 발바닥은 육안으로 검사하고 옷은 완전히 벗어서 검사한다.’”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이와 같이 철저하게 방문자들을 감시하는 것은 아무리 철저하게 방비해도 매년 생산량의 약 1퍼센트가 도난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도난이 얼마나 극심한지는 숙련된 비둘기까지 동원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서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한 보안요원이 특정 광부를 계속 찾아오는 것을 눈여겨 본 후 비둘기를 추적했다. 그는 비둘기가 내려앉는 집의 다락방에서 63개의 보석이 든 주머니를 찾아냈다.
디아빅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사용되는 코마추 트럭은 가격이 30억 원이나 되는데 이 트럭의 타이어는 높이가 3미터나 된다. 2층집 크기의 초대형 트럭은 다이아몬드가 함유된 광석 200톤을 실어 나를 수 있다.
그러나 디아빅 광산의 다이아몬드 채취는 다른 광산보다 매우 수월하다. 그것은 노천광산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화강암을 폭파시켜 다이아몬드가 포함된 킴벌라이트를 수거하고 이 광석을 부수기만 하면 된다. 직경 1미터나 되는 돌덩이가 포함된 광석은 분쇄기, 칸막이, 체, 원심분리기, 컨베이어벨트 등으로 이루어진 2킬로미터 길이의 장치를 45분에 통과하면서 직경 2.5센티미터 이하의 돌조각으로 부서진다.
이 돌조각에서 다이아몬드를 찾는데 일반적으로 광석 1톤에서 5캐럿 이하의 다이아몬드가 나온다. 톤당 1그램 이하의 다이아몬드가 들어있다. 다시 말해 다이아몬드 1개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그만한 크기의 킴벌라이트 조각을 99만 9999개를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아빅 광산은 현재 톤당 가치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다이아몬드가 많이 나는 광산으로 알려져 있다.
〈고온과 압력으로 만들어지는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는 10억〜33억 년 전에 지하 160㎞ 아래에서 맨틀 곳곳에 작은 주머니처럼 흩어져 있던 액체 형태 탄소가 높은 압력을 받아 다이아몬드로 변한다고 알려졌다. 일단 지하 깊은 곳에서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진 후 화산 활동으로 마그마가 상승할 때 함께 지표면으로 올라와 지상에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고급 다이아몬드는 지하 360〜720㎞ 부근에서 만들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미국 <보석학연구소>는 최고급 다이아몬드 53개에 포함된 물질을 분석한 결과 15개에 석류석 등 실리콘 계열 광물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석류석은 지하 300〜400㎞에서 만들어지는데 지하 750㎞ 아래로 내려가면 석류석의 성질이 분해된다. 따라서 석류석이 포함된 다이아몬드는 지하 350〜720㎞에서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최상급 다이아몬드는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더구나 학자들을 놀라게 하는 것은 다이아몬드는 현존하는 물질 중 가장 값이 싼 탄소의 순수한 결정체라는 점이다. 석탄이나 우리가 사용하는 연필의 흑연 등이 모두 탄소이다. 탄소의 또 다른 형태로는 이미 설명한 버크민스터플러렌이 있다.
영국의 화학자 테넌트는 이리듐과 오스뮴이라는 새로운 원소를 발견한 것으로 유명한데 1797년에 자신의 다이아몬드를 태워서 생긴 기체를 조사해 본 결과 값비싼 다이아몬드가 탄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를 위해 값비싼 다이아몬드를 태운 과학자들의 정열은 놀랍기만 하다.
여하튼 다이아몬드에 산소가 없이 고온을 가하면, 다이아몬드는 순수한 탄소 물질의 일반적인 형태인 흑연으로 변한다. 연필심에 사용되는 흑연은 다이아몬드와는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1기압 하에서 안정적인 결정구조를 갖는 흑연은 6개의 탄소 원자가 6각형으로 배열돼 있다. 이 6각형을 벤젠고리라 하고 이 고리들을 규칙적으로 깔아 층을 쌓았기 때문에 층층이 잘 분리된다.
탄소와 탄소 원자 사이의 거리는 1.4Å(1Å=10-10m)이지만 면 사이의 거리는 3.35Å으로 상당히 떨어져 있다. 면내의 원자 결합이 강하고 면과 면과의 결합은 약해 쉽게 미끄러져 떨어진다. 흑연이 미끈미끈한 촉감을 가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며, 이러한 성질로 인해 흑연은 윤활유로도 쓰이는 것이다. 연필심도 이러한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탄소와 다이아몬드와의 차이를 발견한 학자들은 인공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고대인들의 금을 만들려던 연금술이 다이아몬드를 만들려는 연금술로 바뀐 것이다.
다이아몬드의 경우에는 모든 탄소 원소 하나 하나를 4개의 다른 탄소 원소들이 둘러싸고 있다. 즉 각 원자들은 정사면체의 꼭지점에 위치하는 다른 탄소 원자들과 결합되어 있다. 그 결과 아주 단단하게 결합된 탄소 원자들의 네트워크 구조를 가진 다이아몬드는 매우 높은 용융점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굳기를 가진다.
다이아몬드를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다는 이론을 제기한 사람은 프랑스 화학자 모르뷰이다. 그는 다이아몬드가 흑연보다 55퍼센트나 밀도가 높다는 것에 착안했다. 그는 탄소를 높은 온도로 가열해서 탄소 원자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준 후 가열된 탄소에 엄청난 압력을 가하면 탄소 원자들이 치밀한 구조 속으로 밀려들어가 다이아몬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고온 고압을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다이아몬드를 처음 만든 사람은 유럽에서 아직도 불사의 사나이로 알려진 수수께끼의 사나이 생제르멩(Saint Germain) 백작이다. 그는 화학자이며 연금술사로도 알려져 있고 프랑스 사교계를 화려하게 수놓은 사람인데 루이 15세가 그로부터 작은 다이아몬드를 융합시켜 큰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비법을 배워 다이아몬드 값을 다양하게 올렸다는 것이다.
카사노바가 그의 『회상록』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도합 12캐럿쯤 되는 몇 개의 작은 다이아몬드를 녹여 큰 24캐럿의 다이아몬드 한 개를 만들었다고 루이 15세가 말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두 퐁 공작으로부터 들었다.’
셍제르멩이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은 당대의 많은 사람들이 증언하므로 굳이 부정만 할 것은 아니라고 앤드류 토머스는 적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최초로 다이아몬드의 합성에 성공했다고 말한 사람은 영국의 화학자 하네이다. 그는 1880년에 뼈 기름과 파라핀의 혼합물에 금속 리듐을 첨가하여 철제 기밀용기에 봉입하고 가열했더니 미량의 딱딱하고 투명한 다이아몬드 조각이 용기의 벽에 붙어 있었다고 발표했다. 그는 생성된 물질의 비중과 탄소의 함량(98.75퍼센트)이 다이아몬드와 같음을 근거로 다이아몬드로 단정하였지만 많은 학자들이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1896년에 프랑스의 화학자 무아상이 다이아몬드를 합성했다고 발표할 때는 모두 그의 말을 신용했다. 그는 플루오르를 처음으로 원소 상태에서 추출하는데 성공하여 1902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게 되는 저명한 과학자이기 때문이다.
무아상의 다이아몬드 합성은 플루오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얻은 연구 결과를 일보 전진시킨 것이다. 탄소의 플루오르화합물을 처음으로 합성한 그는 이 화합물에서 플루오르를 제거하면 탄소가 다이아몬드의 형태로서 남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자 다이아몬드가 천연으로 산출될 때의 환경을 그대로 모방하면 다이아몬드를 그대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그는 다이아몬드 광맥에서 채취한 모래자갈에서 다이아몬드의 미립자 이외에 고온의 조건에서 생기는 그래파이트(순수한 탄소)가 섞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고온이 필수적임을 인지했다. 또한 다이아몬드를 연소시킨 후에 남는 회분(灰分) 속에 철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그는 자신이 개발한 강력한 전기로에 철과 탄소를 섞어 녹인 후 이것을 갑자기 찬물에 넣어 수축시켜 강한 압력을 발생시켰다. 다음에 철을 산에 녹였더니 다이아몬드 결정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발표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가 개발한 초고온 전기로와 플루오르 발견은 무아상으로 하여금 1902년도 노벨 화학상을 받게 하였다. 그가 수상한 제목은 ‘플루오르의 연구와 분리 및 무아상 전기로의 고안’이다.
그러나 미국의 물리학자 로시니는 16,000기압 이상이 되어야만 다이아몬드와 그래파이트가 만들어지는데 무아상의 전기로에서 얻어지는 압력은 3,000기압 정도이므로 다이아몬드가 생성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곧바로 무아상이 다이아몬드를 합성했다는 발표의 진위 여부에 관한 논쟁이 붙었다. 무아상이 정말로 다이아몬드를 합성했느냐를 확인하기 위해 그가 합성했다는 다이아몬드를 찾았지만 불행하게도 무아상의 다이아몬드는 존재하지 않았다. 반면에 1943년에 브래그 부자에 의해 개발된 X선 결정 해석방법을 사용하여 론즈델(D.K. Lonsdall)이 인공 다이아몬드를 합성했다는 하네의 시료를 검사한 결과 그 대부분이 다이아몬드인 것이 확인됐다. 지금도 하네가 어떻게 해서 인공 다이아몬드를 만들었는지를 추적하는 학자들이 있다.
무아상의 다이아몬드 합성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 무아상이 다이아몬드 합성에 너무나 열중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한 조수가 전기로에 천연 다이아몬드를 몰래 넣었다는 것이다.
하버드대학 물리학교수 브리지먼(Percy Williams Bridgman)도 다이아몬드 합성에 도전했다. 그는 고압연구로만 50여 년을 투자한 결과 고압을 몇 단계로 높이는 획기적인 업적을 이루었다. 그는 1910년에 이미 2만 기압 이상에 도달할 수 있는 초고압 압축기를 개발하여 실온에서도 얼음 상태의 물을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1930년대에는 40만 기압도 기록했다.
이 압력이 얼마나 높은가는 지구 내부의 11.3킬로미터 지점에서의 압력이 1,000기압이고 640킬로미터에서 20만 기압이라는 것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역시 다이아몬드 생성에는 실패하여 단 한 알의 다이아몬드 결정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의 야심작인 초고온 압축기를 3,000도의 고온 상태로 가동시킨 후 다이아몬드 합성을 시도했지만 다이아몬드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집념은 끈질겨 결국 제너럴일렉트릭 사가 본격적인 물량과 인력을 투입하여 다이아몬드 제조에 뛰어들었다. 이에는 두 명의 과학자가 도전했다.
1954년 12월 8일 허브 스트롱(Herb Strong)이 고압장치에 검은색 탄소 가루를 넣고 5만 기압의 압력과 1,250도의 고온에서 16시간 동안 처리한 결과 두 개의 조그마한 다이아몬드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그가 성공했다고 말한 일주일 뒤인 12월 16일에는 트리이시 홀(Tracy Hall)이 흑연 탄소 시료를 10만 기압, 1,600도에서 38분간 처리하여 인공다이아몬드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두 사람의 발표로만 보면 스트롱박사가 승자이다. 그런데 그가 만든 다이아몬드는 재현되지 않았다. 반면에 홀의 다이아몬드는 재현되었다. 따라서 최초의 다이아몬드는 1954년 12월 16일 발표된 트레이시 홀이 만들어낸 것으로 공식 인정되었다.
그 후 압력과 온도가 내려가 6만 기압, 온도는 1,700~1,800도의 비교적 쉬운 조건에서 인공 다이아몬드를 얻을 수 있었다. 일본도 다이아몬드 경쟁에 뛰어 들어 니켈과 게르마늄을 촉매로 삼아 30,000 기압, 800도라는 훨씬 간단한 조건에서 인공 다이아몬드를 만드는데 성공을 했다.
여기에서 노벨상 수상자로서 가장 행복한 사람 중 한 명이 등장한다.
바로 브리지먼으로 그는 인공 다이아몬드를 얻는데는 실패하였지만 ‘초고압 압축기 발명과 이를 사용한 고압 물리학 연구’로 1946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가 비록 인공 다이아몬드는 얻지 못했지만 인공 다이아몬드를 합성하는 기반을 닦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어느 천재가 아이디어를 창안하더라도 그 아이디어를 실용화하거나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마치 등산가들의 에베레스트산 등반과 마찬가지이다. 최종적으로 정상 정복에 나서는 사람은 2~3명이 보편적이지만 그들이 정상 정복을 하기 위해 베이스 캠프에서 철저한 지원을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마지막 정복을 나서는 등산가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데 바로 그 노력을 한 사람들의 공헌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편 제너럴일렉트릭 사의 연구팀은 계속해서 인공 다이아몬드의 효능을 높이는 연구를 했다. 그들은 탄소에 탄소12와 탄소13의 동위원소가 있다는 것에 착안했다. 다이아몬드를 비롯해 모든 탄소는 탄소12가 99퍼센트이고 탄소13이 1퍼센트이다. 탄소13은 탄소12보다 질량이 8퍼센트 정도 무겁고 화학적 성질은 같다.
학자들은 다이아몬드에 열을 통과시킬 때 탄소13 때문에 전달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발견하고 동위원소를 분리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1988년 제너럴일렉트릭 사의 반홀저 팀은 드디어 탄소12로만 된 인공 다이어몬드를 합성했다. 이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열을 50퍼센트 더 잘 전달하며 방사선에도 10배나 더 잘 견딘다. 슈퍼 다이아몬드가 탄생한 것이다. 물론 슈퍼 다이아몬드는 천연다이아몬드보다도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아직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고효율의 전자제품에서 많이 사용될 것으로 예측한다.
오늘날 사용되는 다이아몬드 중 약 80퍼센트는 합성된 인공 다이아몬드로 그 생산량은 매년 100톤이 넘는다. 그러나 인공 다이아몬드는 오로지 산업용으로만 사용되고 보석으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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