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플라스틱 식물

농장에서 플라스틱 따기(1)

Que sais 2020. 10. 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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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은 고무, 목재, 금속 등 여러 가지 물질의 대용품으로 가전제품, 생활용품, 가구, 건축자재, 전기용품 등은 물론 비닐, 합성섬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여, 현대인은 플라스틱의 더미에 묻혀 살고 있는 셈이다. 불과 1백 년 동안에 인류의 삶을 플라스틱처럼 바꾼 재료는 거의 없다. 바로 유기합성의 개가인 것이다.

그런데 현대 문명의 총아로 볼 수 있는 페놀수지, 요소수지, 멜라민수지, 염화비닐수지, 질산비닐수지, 염화비닐렌수지, 폴리에스터수지, 폴리스티롤수지, 메타크릴수지, 폴리에틸렌수지 등의 매우 다양한 물질은 모두 고분자화합물로서 그 대부분이 석유나 석탄으로부터 만들어진다. 한마디로 부존자원이 한정된 화석연료로부터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플라스틱을 화석연료로 만든다는 것은 언젠가 플라스틱 시대가 끝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현대 과학으로 무장한 인간의 아이디어는 놀랍기 짝이 없다. ‘조물주가 빠트린 물질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플라스틱을 화석연료에서가 아니라 식물에서 만들자는 것이다.

 

<공격받는 플라스틱>

플라스틱은 가공이 쉽고 가벼우며 값이 싸서 인류에게 상상할 수 없는 혜택을 주었지만 잘 분해되지 않아 공해의 원인이 된다. 버려진 플라스틱, 특히 농업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폴리에틸렌필름은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여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꼽힐 지경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체 쓰레기 부피의 약 20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러나 정확한 의미로 볼 때 비닐을 비롯한 플라스틱이 썩지 않기 때문에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아니다. 대지를 구성하는 돌이나 흙도 썩지 않지만 아무도 돌멩이를 환경오염 물질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목장에서 배출되는 축산 폐수는 잘 썩는데도 불구하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이 배출되기 때문에 환경오염 물질이 된다. 플라스틱이 공해의 요인이라는 것은 썩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무분별하게 자연에 방치하여 그것이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플라스틱의 분자가 일정 조건이 부여되면 분해되는 플라스틱 사용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실제로 일부 분야에서 친환경적인 플라스틱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예를 들면, 수술용 실 등에 생분해성 지방족 폴리에스테르가 사용되고 있다. 현재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소위 박테리아 중합체로 불리는 PHB 또는 PHBV이다. 이들은 알칼리게네스 유트로푸스 또는 슈도모나스 뮬티보란스 등 박테리아들이 에너지 저장물질로 합성하는 생분해성 고분자들로 비타민 등 일부 약병에 사용되고 있다. 박테리아를 이용하여 친환경적인 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미래 화학공업에 큰 시장이 열려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플라스틱을 발명한 인간이 그 문제점 해결에 앞장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 역시 궁극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그것은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일예로 어느 날 갑자기 플라스틱으로 만든 자동차의 범퍼가 엿가락처럼 녹아내리거나 바지의 플라스틱 단추가 녹거나 창고에 쌓아둔 콜라병에 구멍이 생긴다면 그야말로 일상생활이 엉망진창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뿐이 아니다. 분해되는 플라스틱은 햇빛에 오래 노출되거나 습기가 많은 곳에 오랫동안 둘 경우에만 분해되는데 현재와 같은 쓰레기매립방식에서는 분해가 잘 되지 않는다. 현대의 위생매립방법은 침출수나 가스 등 쓰레기가 분해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건강 피해나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 오히려 위생 매립장은 쓰레기가 빨리 분해되지 않도록 공기와 습기를 차단하여 고안된다. 이는 분해되는 플라스틱이라 할지라도 분해여건이 맞지 않는다면 효용이 없다는 뜻이다.

반면에 플라스틱의 장점은 재활용이 가능한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체계적으로 수거하면 재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플라스틱의 문제는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사업가들이 재활용의 필요성을 중요시하지 않은데다 사회가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데 게을리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플라스틱을 식물에서 생산한다는 것은 화석연료의 고갈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 공해문제 등을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된다. 이런 아이디어가 가능한 것은 한 마디로 유전자 조합 기술이 하루가 달리 발전하기 때문이다.

 

<코끼리 돼지도 가능하다>

유전자 조합기술이 어떤 것인가를 단적으로 설명하면 코끼리만한 돼지는 물론 돼지만한 코끼리도 만들 수 있다. 코끼리만한 돼지를 만든다면 돼지고기의 생산을 비약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다. 반면 돼지만한 코끼리는 가축용으로 얼마든지 사육할 수 있으며 필요한 상아를 어느 가정에서도 확보할 수 있다. 고양이만한 호랑이도 애완동물로 각광을 받을 수 있다. 생물체 속에 다른 종의 특정 유전자를 주입하여, 생물체의 특성을 마음대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마치 컴퓨터 부품을 교체하여 더 우수한 성능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실제로 1982슈퍼마우스 탄생이라는 뉴스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유전자 조작 기술에 의해서 보통 크기의 2배 가까이 되는 쥐가 태어난 것이다.

이와 같은 유전자변형생물체를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유전자 변형이 벼, 감자, 옥수수, 콩 등의 농작물에 행해지면 유전자변형농작물이라 부르고, 이 농작물을 가공해서 만들어진 것이 유전자변형식품이다. 먼저 유전자 변형 기술의 원리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다.

현대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유전자변형기술은 크게 세포융합, 핵치환, 유전자 재조합의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세포융합기술은 각기 다른 성질을 가진 생물의 세포를 융합시켜 양쪽의 특성을 모두 가진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이러한 유전자공학기술을 이용하여 농작물을 개량하고 수확량을 늘리거나 새로운 품종을 효과적으로 만드는 것은 이제 기초 상식이 되었다.

예를 들어 감자와 토마토가 함께 열리는 포마토를 만든 것도 이러한 기술을 도입한 것이다. 또한 토마토는 성숙된 후에 펙틴질을 분해하고 열매를 무르게 하는 효소가 작용하는데 그 효소의 기능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집어넣은 유전자 변형 토마토가 태어났다. 이 토마토는 1개월간이나 장기간 보존할 수 있고 당도도 보통 토마토보다 높다.

동물의 경우 정상적인 림프구와 증식력이 강한 암세포를 융합시켜 성공적으로 단일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를 만들어냈다. 이 방법은 앞으로 암치료제나 면역진단시약을 개발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핵치환기술은 고등생물의 유전자를 직접 다른 생물체에 주입하여 형질을 전달하는 기술을 말하며 한우와 같은 가축의 우량품종 보존 및 양산에 이용된다. 월마트가 복제양 돌리를 만들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바로 그 기술이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유용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제작한 후 증식력이 강한 미생물의 유전자와 결합하는 기술이다.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허버트 보이어는 제한효소로 DNA를 자르면 그 끝이 계단처럼 드러나 마치 벨크로처럼 접착력이 강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사실을 접한 미국의 코헨(Stanley Cohen)1973년 대장균의 유전자를 시험관 안에서 특정한 효소를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두 가지 박테리아의 DNA를 재조합하는데 성공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하나의 미생물은 그 세포 자체가 지닌 게놈에 암호화되어 있는 물질만 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코헨의 실험은 DNA가 종간에 결합할 수 있다는 사실과 이를 통해 클로닝(cloning)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의 새로운 재조합 기술로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특정한 유전자나 유전자 집단을 미생물로부터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대장균에 적용하여 만든 인슐린은 이미 시판되고 있다. 또한 유전자 조작 기술로 적혈구를 만드는 호르몬인 에리슬로포엔틴을 만들어 다른 사람의 혈액을 받아도 수혈로 인한 부작용을 없앨 수 있다. 이와 같은 공로를 인정하여 코헨은 1986년에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한 유전자 변형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것은 유전자 변형으로 초래될지 모르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지만 이 부분은 파란 장미를 살 수 있다장에서 별도로 다루며 플라스틱 식물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배경 즉 그 동안 개발된 유전자변형 작물의 개요를 대해서만 이 장에서 설명한다.

 

<유전공학기술은 무한정>

GMO는 발전단계에 따라 크게 3세대로 구분한다. 초창기 1세대는 수확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고, 2세대 생명공학작물은 영양성분을 개선했다. 최근에는 에너지 생산이나 의약품 개발에 사용되는 3세대 작물이 개발되고 있다.

최초의 GM작물은 1983년에 개발된 항생제저항성 담배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복합작물 생산이다. 위에는 배추, 아래는 무가 자라는 무추, 토마토와 감자가 함께 열리는 포마토 등이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 시장에서 볼 수 없다. 무추의 경우 기술적으로는 모든 것이 개발되었으나 재배해보니 위의 배추와 아래의 무가 모두 빈약하여 시장성이 없어 포기했기 때문이다. 포마토 역시 마찬가지였다.

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한 것은 1994년부터 시판된 잘 무르지 않는 연화지연 토마토였다. 이 토마토는 단순히 세포벽의 펙틴을 가수분해하는 효소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시켜서 세포벽의 연화를 방지했다. 이 토마토는 1개월간이나 장기간 보존할 수 있고 당도도 보통 토마토보다 높아 값이 두 배정도 비싼데도 매출이 순조롭다고 한다.

 

최초의 유전자변형식품이 토마토인 까닭은 미국이라는 유통 시장과 토마토의 상품 특성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산지에서 시장으로 출하되기까지 국토가 넓은 미국에서는 이동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그동안 빨갛게 익어버리기 십상인데 이런 토마토를 소비자들이 좋아하지 않았으므로 한 달 동안이나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그러나 이 토마토도 처음의 장담과는 달리 곧바로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상점에 전시된 토마토를 익히기 위해서 다시 호르몬을 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 알려지고,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초창기 학자들은 농산물의 생산력을 증가시켜 고질적인 세계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성도 높이자는데 주력했고 어느 정도 성공했다. <농업생명공학 응용을 위한 국제서비스(ISAAA)>에 의하면 2009년 전 세계의 생명공학작물 재배면적은 134002008년의 12500보다 7% 정도 늘어나는 등 꾸준히 재배면적이 증가했다. 생명공학작물이 본격 재배되기 시작한 1996년에 비하면 13년 만에 80배 이상으로 늘어났고 이들을 재배하는 나라도 19966개국에서 2009년에는 25개국이나 된다. 전체 곡물 농지의 9%에서 생명공학작물이 재배되며, 이 비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추정한다. 이런 재배지 증가는 예상대로 수확량이 늘고 경제성이 좋아 농가 소득이 올라가자 농부들이 재배면적을 늘리는데 열중했기 때문이다.

1900년대 초 만해도 지구의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가면 수많은 사람들이 기아로 사망한다고 예측했다. 그 상한선이 80억 명 이상이다. 그런데 현재 세계의 인구는 80억 명 정도인데도 불구하고 지구상에서 기아는 거의 사라졌다.

아직도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기아가 있다고 하지만 이는 과거 학자들이 예상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과거에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기아로 사망했지만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현재의 기아사망자는 과거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감소했다.

이는 그만큼 세계인을 먹어살릴 수 있는 식량이 공급되었다는 뜻인데 이의 근본 요인은 소출이 획기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이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