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글레디에이터」, 「에일리언」 등으로 헐리우드에서 SF물의 거장으로 자리잡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는 현재로부터 멀지않은 2085년. 인간이 외계인의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생명체라는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면서 인류의 기원을 찾기 위해 탐사대가 꾸려진다. 결론은 노골적으로 인간의 DNA가 외계로부터 왔다는 내용이다.
영화 프로메테우스는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하여 DNA를 퍼트렸으므로, 엔지니어의 DNA는 인류와 동일한 것으로 판명된다. 이 DNA를 가지게 된 고대 원시인이 무서울 정도로 문명을 발전시켜 결국 현생인류가 되며, 그들의 창조주인 '엔지니어'를 찾아 나설 정도의 기술을 가지게 된다. 이는 이미 인간이 거의 '엔지니어'의 수준에 근접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볼 때, 인간이 자신들과 대등하게 되거나 오히려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은 결국 창조주인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기에 사전에 제거하려 한다는 것이 영화의 주제이다.
<지구 생명체와 다른 아미노산>
지구의 탄생부터 생명체가 탄생하기 전까지 비교적 설득력 있게 인식되는 시나리오는 지구에서 생명체가 탄생했다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지구에서 생명체가 탄생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많은 학자들이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더욱 학자들은 화학 진화의 실험에 의해 생긴 아미노산과 실제의 생명 과정에 관계하여 생긴 아미노산 사이에는 몇 가지 차이가 나타난다는 점을 발견했다.
실험실에서 아미노산을 합성해보면 매번 두 개의 서로 상이한 입체적 모양을 지닌 D형 아미노산(우선형)과 L형 아미노산(좌선형)이 정확히 반반씩 같은 비율로 만들어진다. 이 두 아미노산은 오른손과 왼손의 관계처럼 모양이 똑같지만 거울로 비춘 것처럼 방향이 반대로 서로 겹쳐지지 않는다.
그런데 생명체를 구성하는 단백질들은 모두 L형 아미노산이다. 단백질이 합성될 때 D형 아미노산이 L형 아미노산 사이로 끼어드는 일은 가능하다고 인식한다. 그런데 만일 실제로 D형 아미노산이 단 하나라도 끼어든다면 이 단백질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어떤 이유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는 아직도 규명되지 않았지만 학자들은 지구상에서의 생명 탄생에 따르는 어떤 우연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하기도 한다. 학자들에 따라 이것을 ‘우주와 생명의 신비’라고도 부르지만 이는 역으로 앞에서 제기된 의문점을 전혀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바로 지구의 생명체가 외계에서 유입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18세기에 프랑스의 브누아 드 마예는 현대 감각으로도 앞선 사람이라 볼 수 있을 정도로 당대에 충격적인 가설을 주장했다. 그는 먼 우주로부터 생명의 씨앗이 지구까지 날아와 태초의 바다에 떨어졌다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이 씨앗으로부터 바다 속 생물들이 먼저 태어나고 그 가운데 일부가 땅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바다 속 생물들이 땅 위로 올라오게 된 이유도 간단하게 설명했다. 자신을 뒤쫓는 더 큰 물고기들을 피해 열심히 도망치던 물고기 한 마리가 해안가에 이르러 하는 수 없이 물 밖으로 뛰쳐나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육지에도 바다 속처럼 먹이가 풍족했고 이 물고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기관뿐 아니라 몸 전체가 변하게 되었다는 논리다. 만화책 같은 이야기이지만 그는 갑자기 물고기가 쥐로 변했다고 했다. 황당무계한 주장이지만 그의 주장처럼 동시대 사람들로부터 조롱을 받은 사람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외계에서 생명체 유입은 단지 생물의 구성요소가 아니라 생물 자체가 완전한 형태를 갖춘 모습으로 외계에서 우리 지구에 도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웨덴의 물리화학자로 노벨상을 수상한 스반테 아레니우스(Svante August Arrhenius)와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 등 저명한 과학자들도 지구상에서 생명이 태어나는 것보다 다른 행성에서 왔다는 의견에 가세했다.
아레니우스는 많은 논문을 통해 판스퍼미아(Panspermia)라는 이론을 전개했는데 이 이론에 의하면 생물들이 방사선의 압력을 힘입어 다른 태양계로부터 공간을 가로 질러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재평가 받는 파스퇴르>
과학사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 누구냐고 질문하면 많은 사람들이 거론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사람 중 한 명이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파스퇴르는 매우 활동적이어서 대외적으로 자신의 공을 내세우는데 수완이 남달랐으며 특히 계산적으로 인맥을 관리했다. 득이 될 관계는 적극적으로, 그렇지 않은 관계는 소홀히 임했다. 타인의 공은 마지못해 인정했지만 자신의 공을 내세우는데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매사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비판과 비평에는 쉽게 상처를 받았다. 이 모든 결함에도 그가 천재임은 부인할 수 없다. 어쨌든 천재소리를 듣는 사람은, 자신의 주장을 소신껏 당돌하게 펼치지 않으면, 인정 받을 수 없다는 것은 고대부터 잘 알려진 사항이다.
그런데 파스퇴르가 가장 실패로 생각한 것이, 근래 가장 각광받는 분야 중 하나로 알려진다. 그 생각은 지구 생명체의 외계 유입으로도 이어진다.
파스퇴르는 원래 프랑스 명문 중의 하나인 파리 고등사범학교(Ecole Normale)에 진학하여 물리와 화학을 전공한 후 물리학자로 수년간 활동한 후에 생물학으로 분야를 바꾼 사람이다. 그러므로 물리학자 파스퇴르의 초기 연구 분야는 결정학이었다.
1844년 가브리엘 들라포스(Gabriel Gelafosse) 교수 밑에서 박사학위 코스를 밟았는데 들라포스 교수는 당대의 결정학 분야의 대가인 르네 쥐스트 아위(Abbe Rene Just Jauy) 신부 밑에서 수학했다. 아위 신부는 1780년대 결정의 형상에 대한 가설을 수립하면서 모든 결정은 구성입자들이 한데 모이는 방식을 경절하는 기본 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요소분자(integrant molecule)'라 불렀다. 이는 현대 과학의 ‘단위세포’ 개념과 상통한다. 그는 요소분자를 원자나 분자 단위의 가장 기본적인 블록으로 간주하여 벽돌이 쌓여 담벼락이 세워지듯 이 요소분자가 반복 배치되면서 결정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이 말은 결정의 형태는 결정을 있는 분자가 정한다는 뜻이다.
여하튼 결정에 대한 연구는 당대의 주관심사였는데 어떤 결정은 빛을 편광시키는 신기한 성질이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보통 빛은 편광필터를 그냥 통과하지만 전자기파를 걸어주면 빛이 진행 면 위에서 진동하면서 마치 수많은 뱀들이 땅 위를 꼬불꼬불 기어가는 것 같다.
네덜란드 과학자 크리스티안 하위헌스(Christiaan Huygens)는 편광 빛을 무색투명한 광물인 빙주석에 비추면 편광면이 일정한 각도만큼 회전된 채 빠져나오는 현상을 발견했다. 편광 빛을 회전시키는 광물의 성질을 광활성(optical activity)라 하는데 석영도 광활성이 있다.
파스퇴르는 들라포스 교수의 지도로 결정의 형태를 조사했다.
당시 결정형상이 구성 분자들의 본래 성질에 따라 좌우된다는 쥐스트 아위의 가설은 두 가지 이상한 현상 때문에 도전을 받고 있었다. 첫째는 상이한 원자로 구성된 화합물이 동일한 결정 형태를 띠었다. 이를 동형상(isomorphism)이라고 하며 둘째는 어떤 화합물은 서로 다른 결정형태를 띠기도 한다. 이를 다형성(polymorphism)이라하는데 이 두 현상은 결정형태가 화학적 구성과 무관해야 했다.
파스퇴르가 특별히 관심을 기우렸던 유기화합물은 타르타르산과 라세미산이었다.
타르타르산염은 주석산염(tartrates)이라고도 하는데 포도주 제조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성되어 포도주를 담는 통의 벽에 끼는 흰색 고체를 말한다. 라세미산(파라타르타르산)은 타르타르산의 이성질체이다. 즉 구성원자는 같지만 배열 방식이 다른 화합물이었다. 두 가지는 어느 면으로 보더라도 같은 물질이었는데 단 한 가지가 달랐다. 타르타르산 또는 주석산염 용액은 광활성이 있었지만 라세미산은 없었다.
파스퇴르는 서로 다른 물질인 타르타르산과 라세미산이 어떻게 같은 모양의 결정을 형성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보냈다. 즉 두 유기산의 분자 모양이 다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파스퇴르는 자신이 직접 확인해보기로 결심한다. 파스퇴르는 현미경으로 주석산나트륨암모늄과 파라타르타르산의 결정 구조를 관찰했다. 주석산염 결정은 오른손성 반면상이었는데 파라타르타르산염은 어떤 것은 오른손성이고 어떤 것은 왼손성임을 발견했다.
파스퇴르는 이런 현상을 발견하자마자 전광석화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오른손성인 주석산염만 편광 빛의 회전과 연관이 있었고 왼손성과 오른손성이 섞여 있는 것으로 보이는 파라타르타르산염은 빛을 변형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그는 두 형태가 서로 상쇄되었기 때문으로 추정하면서 파라타르타르산 용액에 서로 반대인 분자들이 동량으로 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를 계속하면서 파스퇴르는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여러 가지 화학적 방법을 통해서 몇 가지 물질을 이중 대칭구조로 변화시키려고 연구하던 중, 암모니아수의 주석산염을 효모균으로 발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발효를 활발하게 일으키는 물질은 어떤 대칭구조에 특별한 친화력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파스퇴르는 ‘유기질’, 다시 말해서 살아 있는 조직에 의해 생산되는 모든 화학 물질의 대부분이 비대칭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하자면 분자의 비대칭이 생명의 본질과 어떤 관련성이 있다는 것은 당시에 주장되던 생기론과 잘 들어맞았다.
그러므로 파스퇴르는 상상력을 비약시켜 실험실에서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파스퇴르는 역사 이래 실험실에서 단 한 번도 유기분자를 합성시키지 못한 이유는 바로 생명은 태양의 선광(旋光)이나 양극을 가진 지구 자기(磁氣)같은 ‘비대칭적인 우주의 힘’의 영향을 받아 생겨나야 하는데 대칭적인 힘을 사용했기 때문에 불가능했다고 추측했다.
곧이어 파스퇴르는 화학 반응에 비대칭적인 힘을 적용함으로써 유기물을 창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심지어는 태양과 같은 속도로 회전하는 거울을 이용해서 ‘역태양광’으로 식물을 싹트고 자라게 하려는 시도까지 했다. 이들 모두 실패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는 외부의 힘이 생명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스퇴르의 실험 노트 등을 엄밀히 검증한 학자들은 파스퇴르가 자신이 발견한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여하튼 라세미산은 단일 분자 물질이 아니라 거울상 분자들의 혼합물이라는 것에 파스퇴르가 이해했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오른손성 분자는 타르타르산 분자와 동일했고 왼손성 분자는 타르타르산과는 반대방향으로 꼬인 모양이었다. 두 분자는 광활성의 방향만 서로 반대인 이성질체인 것이다. 파스퇴르는 이처럼 광활성 화합물의 이성질체가 동량 섞인 혼합물을 ‘라세믹’이라 불렀다.
2개의 입체이성질체가 서로에 대해 거울상일 때 이를 거울상(좌우대칭)이성질체라고 하는데 당대의 슈퍼스타인 영국의 켈빈 경은 분자의 이러한 놀라운 성질을 손을 뜻하는 그리스어 케르(kheir)로부터 키랄성(chirality)으로 부를 것을 제안했다. 이에 의하면 타르타르산의 두 광활성 형태는 키랄(chiral) 분자이며 거울상이설질체이다.
현대의 학자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화합물들은 ‘광학이성질체(光學異性質體)’로 되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장갑이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뉘어지듯이 많은 화학물질들이 그들의 거울상을 가진 ‘반대짝’분자를 갖는다.
이들을 구별하기 위해 빛을 이용한다. 물질에 빛을 투과시키면 왼쪽 장갑 물질들은 왼쪽으로 빛을 회전시키고 오른쪽 장갑 물질들은 빛을 오른쪽으로 회전시킨다. 이를 광학활성(光學活性)이라한다. 물론 이들 화합물의 모양이 완전히 거울상인 거울대칭이기는 하지만 겹쳐지지는 않는다. 마치 오른손과 왼손을 악수할 수 없는 이유이다.
파스퇴르는 살아있는 유기체가 키랄 분자를 정확하게 선별하는 능력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러므로 분자구조의 비대칭성은 유기물질만의 성질이며 친화력 곧 화학적 반응성을 조절하는 역할로 발효에 관여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파스퇴르는 인체의 생리작용도 이와 비슷한 선별능력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들 성질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물질이 유기화합물이며 이들 역시 광학활성을 갖기 때문에 중요하다. 사실 같은 물질이 좌우 두 벌 존재하면 문제가 생긴다. 짝이 맞지 않으면 생화학반응이 일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왼손에 오른쪽 장갑을 끼면 잘 들어가지 않는 것처럼 왼손 소화효소는 오른손 단백질을 만나면 아예 소화시킬 수 없다. 만약 모든 음식물에 좌우 단백질이 똑같이 존재하거나, 한쪽 효소만 있다면 음식의 절반을 낭비할 수밖에 없어서 지금보다 두 배나 많은 숫자의 효소를 만들어야 한다.
파스퇴르의 발견은 실생활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키랄성 설탕의 좌우대칭이성질체 중 하나는 달콤함을 일으키는데 반해 다른 하나는 아무런 감각을 일으키지 않는다. 오늘날 분자생리학을 통해 이러한 분별이 효소의 감응력 즉 거울상 분자 꼴의 차이를 느낄 줄 아는 효소에 일어남을 잘 알고 있다. 이 감응력 덕에 인체는 천연물질인 오직 오른손성 설탕만 대사처리한다. 그런데 왼손성 글루코오스 같은 일부 왼손성 설탕도 단맛을 느끼는 인체 내 감각봉오리를 자극한다. 이러한 현상을 응용해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 칼로리가 없는 인공감미료이다.
좌우대칭이성질체 중에서는 생리적으로 아무런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키랄 물질이 있는가 하면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있다. 가장 악명 높은 예로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가 있다. 탈리도마이드는 195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 입덧이 심한 임신부에게 처방되던 구토치료제였다. 그런데 오른손성인 탈리도마이드 성분은 약효가 있었지만 왼손성은 기형아를 야기했다. 시판되는 탈리도마이드에 두 좌우대칭이성질체가 모두 들어 있던 탓에 1960년대초 기형아 출산율이 그렇게 상승되었던 것이다.
이들 형태 중 한 가지 형태는 제초제로 사용되지만 다른 거울상 형태는 암을 유발시킨다. 이런 사건을 통해 키랄성 물질을 약재로 쓸 경우 좌우대칭이성질체의 생리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정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의약품의 2/3이 키랄성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다. 그러므로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는 키랄성을 갖는 모은 의약품에 대해 각각 거울상으로 분리하여 약효 테스트를 별도로 해야만 시판 허가를 내준다.
그런데 파스퇴르의 발견은 매우 중요한 것을 유도한다.
우리 몸의 효소는 한 가지 방향만 가진다. 지구상의 유기물질은 대부분 좌나 우, 한 가지로 대부분 편중되어 존재한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 아미노산의 경우 D형과 L형이 존재하는데 이 세상의 모든 생물체는 L형 아미노산으로만 되어 있다. 그렇다면 D형이 어떻게 생겼느냐이다.
이는 진화 초기에 우연히 생겼던 선점이 증폭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한다.
우연히 조금 우위를 점한 쪽이 계속 시장을 잠식했다는 것이다. 이 말을 역으로 생각하면 L형이든 D형이든 무언가가 먼저 생겼고 후대에 더해졌다는 뜻인데 먼저 생긴 것이 우주로부터의 유입되었고 이것이 지구에 정착되면서 다른 아미노산이 생기게 되었을 수 있다는 뜻으로도 설명된다. 예를 들어 L형의 아미노산이 우주로부터 유입된 후 D형 아미노산이 추가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 역도 가능하다. 파스퇴르가 궁극적으로 실패했지만 생명체를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인공적으로 생명체를 만들지 못하는 것은 아미노산의 예를 보더라도 외부에서 생명체가 유입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즉 판스퍼미아(포자범재설) 자체가 외부로부터 생명체의 기본인 아미노산이 우주에서 유입되었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실험실에서 화학적으로 합성하면 L형과 D형은 똑같이 50 : 50으로 합성된다. 그러나 D형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L형과 D형은 똑같이 50 : 50으로 합성되므로 순수한 D형을 얻으려면 많은 경비가 들기 때문인데 D형을 대량으로 얻는다면 상당한 파장을 갖고 올 수 있다.
D형을 원료로 하는 의약품 개발이 훨씬 용이한 것이다.
D형은 근래 각광을 받고 있는데 피로회복제(음료수)나 다이어트 약품 등에서 급증한다. 그러나 자연 상태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L형 뿐이므로 제약회사에서는 효소공법을 이용해 D형을 얻는다. 그러나 효소공법은 불안정한 효소를 사용해야 하므로 공법이 까다롭고 경비가 많이 든다.
이 문제 해결에 이화여대 김관묵 교수가 나섰다. 김교수는 박테리아 세포벽에 있는 일라닌 라스메이즈 효소가 L형을 절반 이상 D형으로 전환시키는 특성에 착안하여 아미노산 분자구조에 ‘바이놀 유도체’라는 유기화합물을 첨가했다. 효소의 기본 구조를 가지면서 효율을 높이는 것인데 이 유기화합물을 이용하면 95%이상의 D형을 만든다. 즉 자연계에 존재하는 L형을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D형으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 시판되는 의약품은 2/3이 키랄성이므로 D형으로 만들어지는 의약품 시장은 상상할 수 없이 확대된다. 한국이 이 분야의 선두주자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설명하는 이유다.
사실 화학물질의 합성과정은 대단히 미묘해서 외부로부터의 미세한 자극에도 바뀐다. 어떤 화학 반응시에 특정한 방향으로 편광을 쬐여주면 화학반응이 촉진되거나 저해된다. 따라서 특정 방향으로 편광된 광선은 화학물질의 생성시에 좌선성, 혹은 우선성으로 합성되는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시 말해 화학적 진화의 초기에 어떤 연유로든 외부로부터 생명체가 지구로 들어와 생존이 가능한 상태에서 우주로부터 특정 방향으로 편광된 빛(전자기파)이 쬐여져 생명체가 지구에서 변화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즉 외부의 영향으로 지구의 화학반응의 대칭성이 한쪽으로 편중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변형요인의 유력한 범인으로 펄사나 중성자성 등을 거론한다. 이들은 회전하면서 매우 강력한 편광전자기파를 주위로 방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에서 발견되는 아미노산 문제가 지구의 생명체가 외부로부터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하는 이유다.
여하튼 파스퇴르의 이 연구가 얼마나 중요하게 평가받는지는 2002년 <미국화학학회>에서 화학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험 10가지를 선정했는데 그중 최다득표를 한 실험이 바로 파스퇴르의 타르타르산의 거울상분자 분리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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