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스퍼미아(汎菌論)은 간단하게 말하여 지구상의 생명은 무기물질로부터 생겨난 것이 아니고 먼 행성으로부터 표류하면서 포자(胞子)형태로 도착한 박테리아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포자범재설이라고 말한다. 다소 단순한 가설이지만 단점은 어떠한 포자라도 다른 태양계로부터 지구로 여행하는 동안 정말로 살아남을 수 있느냐하는 점이다. 다른 태양계의 거리를 따지면 포자가 받을 수 있는 방사선의 양을 계산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결과는 지구상에 있는 포자에 대한 치사량보다 훨씬 많은 양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쪼여진 방사선의 양이 탄소, 수소, 산소 및 질소로 구성된 어떤 조직물이라도 치명적으로 붕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판스퍼미아(리토판스퍼미아)설은 엄밀한 의미에서 현대적인 과학의 관점으로 볼 때 올바를 수 없다고 지적하는 학자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1961년 미국 휴스턴대학의 호안 오로는 과거 수십 억 년 사이에 지구에 충돌한 100개의 혜성이 가지고 있는 물질들이 지구 화학진화의 원동력이라고 발표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지구 생성 후 20억 년 동안 혜성의 충돌로 최소 2억 톤에서 1조 톤에 이르는 혜성물질이 지구에 축적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이나 하듯 1969년 9월, 오스트레일리아 남동부 멜버른의 북쪽에 있는 머치슨 상공에서 운석이 폭발하여 오늘날까지 약 100킬로그램 이상의 운석 잔해가 발견됐다. 이 운석에 과학자들이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 운석이 함탄소(含炭素) 콘드라이트(chondrite)이기 때문이다. 콘트라이트는 이들이 함유하고 있는 규산염물질의 작은 구형들을 따라 명명한 것으로 질량의 4퍼센트가 탄소이고 그중의 얼마는 유기화합물의 형태로 발견된다.
함탄소콘드라이트는 열을 잘 전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구의 대기권을 통과될 때 잠시 백열되지만 내부는 차가운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므로 원칙적으로 외표피를 제거한다면 내부에서 원래 들어 있던 유기화합물을 검출할 수 있다.
NASA(미항공우주국)는 머치슨 운석 안에 아미노산 같은 유기물이 함유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천연아미노산들인 글리신, 알라닌, 글루탐산, 발린 및 프롤린이 검출되었다. 더구나 생물의 단백질 중에는 들어 있지 않는 몇 가지 간단한 아미노산들도 발견했다.
그런데 학자들을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은 그 유기물이 화학 진화로 얻어진 유기물과 마찬가지로 좌우형을 각각 반씩 포함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것은 머치슨 운석 안의 유기물이 지구 밖에서 온 것이며 지구로 낙하한 뒤 지구 물질의 오염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런데 1987년 오로 박사의 주장을 뒤엎는 새로운 설이 제기됐다. 벤톤 클라크 박사는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최대 속도는 초속 11.3~72킬로미터에 달하는데 이 정도의 고속이라면 혜성 내부에 축적된 유기물질이 모두 파괴된다는 것이다. 지구상에 혜성물질이 축적된다는 이론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이 곧바로 지적되었다. 혜성의 대기 충돌 입사각이 낮은 경우 대기와의 마찰로 속도의 감속이 이루어지므로 혜성 핵의 일부가 지상에 안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결과 혜성이 부딪친 지점에는 유기분자와 무기화합물이 풍부한 ‘혜성연못’이 생긴다. 핵의 지름 30미터, 비중 1, 물과 먼지의 비율이 2백 : 1의 조그만 혜성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최대 깊이 7.5미터 지름 수십 미터의 연못이 형성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럴 경우 혜성 연못이 화학진화의 최적지라는 것이다.
여하튼 최근의 추산에 의하면 지구상에 떨어지는 운석의 양이 매우 적고 그들 안에 세포가 있을 확률도 매우 작지만 한 번의 여행만으로도 지구에 생명체를 퍼뜨리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느 누구도 지구 초창기 약 10억 년 동안 외계로부터 아무런 물체가 우리의 대기를 뚫고 들어오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에드워드 벨브로 박사는 외계에서 생명체가 지구에 도착했다는 ‘리토판스퍼미아(lithopanspermia)’ 가설을 뒷받침하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우주 어딘가의 행성에서 화산 폭발이나 운석 충돌로 바위 등 ‘물질’이 떨어져 나와 오랜 우주여행을 통해 지구로 유입됐으며 이 바위 안에 숨어있던 미생물이 지구에서 번창했을 것으로 추측한다는 외계 유입 생명체 설을 다시 꺼냈다.
‘과거 태양계 밖 별 즉 항성의 주위를 도는 행성에서 ‘물질’이 떨어져 나왔고 이 물질이 태양계의 다른 행성으로 유입됐을 것이다. 지구에 도착한 물질은 행성간의 교환을 통해 생명이 살기 적합한 지구에 정착했을 것이다. 특히 과거 태양계와 다른 항성사이는 지금보다 훨씬 가까웠다. 아마도 1000만년에서 9000만년 동안 100조에서 1,000조 번 물질을 서로 주고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연구는 인류의 외계 기원설 가능성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그 역시 리토판스퍼미아가 사실이라는 것을 실질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1998년 3월 미국 텍사스주의 모나한스 마을에 운석이 떨어졌다. 운석은 곧바로 NASA의 휴스톤 연구실로 보내졌는데 마이클 졸렌스키 박사는 놀랍게도 운석 안에서 액체 상태의 물을 발견한 것이다. 운석 안에는 보라색 암염(岩鹽)이 발견되었는데 암염은 대체로 액체 상태의 물로부터 형성되는데 암염 결정체 안에 수백 개의 거품 방울이 있었다. 레이저 광선으로 분석한 결과 그 방울들이 소금물로 되어 있었다.
졸렌스키 박사는 운석 안에 들어있던 물이 적어도 태양계가 생성될 당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운석에 물이 포함된 이유는 운석 옆을 지나던 혜성이 운석과 충돌하면서 물을 떨어뜨렸을 것이라는 설과 그 운석이 엑체 웅덩이들을 갖고 있는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왔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이 운석이 지대한 관심을 받은 것은 물이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운석에서 물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생명체가 운석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데 큰 틀에서 외계에서 생명의 씨앗이 지구에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을 지지한다.
한편 혜성 등 천체가 아니라 우주를 떠도는 먼지에 유기체가 실려 행성 사이를 떠돌아다니면서 생명을 퍼트렸다는 주장도 있다. 행성 사이를 빠르게 오가는 먼지가 지구 대기에 침입해서 작은 유기체를 가져왔거나, 혹은 지구의 유기체를 다른 행성으로 보냈을지 모른다는 설명이다. 이를 확대하면 박테리아나 다른 형태의 생명체가 태양계 안의 한 행성에서 다른 행성으로 혹은 태양계 너머로 보낼 수도 있다는 주장으로 이를 역으로 하면 지구에서의 생명체 탄생으로 이어진다.
행성 사이의 공간에 있는 우주먼지를 처음으로 인지한 천문학자는 지오반니 카시니(Giovanni Cassini)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프랑스 천문학자인 카시니는 17세기에 망원경으로 태양 주변에 이런 우주먼지가 있음을 발견했다.
에딘버그 대학의 아르준 베레라(Arjun Berera) 교수는 우주먼지는 초속 70km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이 우주먼지가 지구 대기에서 150km상공에서 충돌을 일으켜서 유기체를 다른 곳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이 빠른 속도로 엄청난 충돌이 일어나도 어떤 박테리아나 식물, 그리고 ‘지구 최강의 동물’로 불리는 작은 ‘완보류 동물’들은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런 유기체들이 지구 상층 대기에 있다면,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우주먼지와 충돌해도 다른행성으로 떠나는 여행을 견뎌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베레라 교수의 유기체가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우주를 넘나들면서 이동했을 것이라는 주장은 외계에서 날아온 유기체에서 발생했다는판스퍼미아(panspermia)이론의 연장선에 있다.
그런데 이들 가설은 근래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과학자들이 어떤 박테리아나 완보류 동물같은 유기체는 우주에서도 생존할 수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DNA를 발견하여 세상을 놀라게 한 크릭 박사가 아레니우스의 판스퍼미아설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하여 세상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그는 생물이 단백질이나 핵산 단계를 거쳐 만들어졌을 확률이 너무 낮다면서 판스퍼미아설을 다시 창고에서 꺼낸 것이다.
크릭의 주장은 외계로부터의 생명체가 운석 등에 포함되어 지구에 도착한 후 살아나 현재의 지구 생명체가 되었다는 가설에서 한 발 더 앞장선 것이다.
그는 먼 옛날 어느 한 시점에 고도의 문명을 갖춘 외계인이 계획적으로 지구에 생명의 씨를 뿌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때 미생물 종자는 무인 우주선의 중심부에 실려 있었기 때문에 여러 위험 요소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으며 이것이 원시 바다에 떨어져 증식하기 시작하여 지구에서 비로소 생명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외계 생명체의 존재에 대한 긍정적인 증거는 확실하게 인정되지는 않았으므로 그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많이 있지만 그들이 제시하는 가설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그의 설명은 매우 직설적이다.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은 인간보다 훨씬 더 높은 지성을 가진 생명체가 존재할 전망을 불러일으킨다. 왜냐하면 지구의 나이는 우주의 1/3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수십억 년 전부터 진화를 거듭해온 지적인 생명체가 사는 별들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는 최소한 지구 나이의 2배나 되는 우주에서는 생물이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정도 진화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계 생명체가 우리들보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날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러한 능력을 가진 존재들이 우주의 더 넓은 지역을 다스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비록 인간들이 그들의 활동에 대한 증거를 전혀 갖고 있지 못하지만 말이다.
1996년 NASA는 놀라운 발표를 했다. 1984년 남극에서 발견된 ‘스닉스SNCs'라는 운석에 생명체의 흔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 운석은 45억 년 전에 화성에서 생성된 것이다. 이것은 5억 년 동안 화성의 표면 아래 묻혀 있었지만 운석이 화성 표면을 깨뜨리자 물에 노출됐다. 그러다가 1600만 년 전 무렵 우주에서 온 소행성 등의 물체가 화성과 충돌하여 지각의 일부를 우주 공간으로 날려보내자 이 암석은 수백만 년 동안 우주 공간을 헤맨 후 16000년 경 지구의 남극에 떨어졌다.
이 운석에는 탄산염이 함유되어 있었는데 이는 세균에 의해 생성된 지구의 것과 비슷했다. 역시 세균의 부산물과 유사한 종류의 결이 고운 철 황화물과 다른 무기물도 발견되었다. 주사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화성 세균의 화석으로 보이는 미세 구조물이 드러났는데 그 구조체가 너무 깊이 박혀 있어 지구에서 생성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를 근거로 화성에도 지구와 마찬가지로 한때 세균이 있었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물론 이것만으로 생물이 화성에서 지구로 날라 왔다는 어떤 증거도 될 수 없으며 아레니우스의 포자범재설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그런 가능성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외계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대해 캘리포니아공대의 데이비드 스티븐슨 교수는 외계행성 중 수소 분자로 가득찬 대기를 갖고 있을 경우 생명체가 이곳에 존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밀도가 높은 대기는 화산열 등의 방출을 막아 태양빛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구와 비슷한 온도를 유지시켜 주며 이에따라 물로 가득찬 대양이나 단순한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생명체가 불리한 조건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지구의 심해저의 빛이 없고 유황이 가득 찬 환경에서도 살고 있는 생명체들로 증명되었다. 스티븐슨 박사의 주장은 놀랍다.
‘45억 년 전 태양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목성과 토성 궤도 근처에 행성이 될 수 있는 다수의 핵들이 만들어졌다. 이 핵들 중 일부는 거대한 중력에 이끌려 큰 행성의 한 부분이 되었지만 다른 일부는 궤도 근처를 지나다가 ‘슬링샷 효과’에 휘말려 태양계 바깥으로 축출됐다.
이 과정에서 태양계를 둘러싼 아득한 우주를 떠도는 수조 개의 조그만 부스러기가 만들어졌다. 태양계를 진입하는 혜성들 대부분은 오르트성운(명왕성 밖의 궤도를 도는 혜성군)에서 유래한다고 추정하는데 이곳에 사라진 행성들이 포함되 있을 가능성이 있다. 지구의 반 정도 또는 2배 반 정도의 크기를 가졌던 이 행성들은 당시 태양계에 스며들었던 밀도가 높은 수소가스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 가스들은 행성의 표면을 지구보다 100배 도는 1,000배나 높은 압력으로 덮어 표면의 온도를 15〜16도로 유지시킬 수 있다. 때때로 화산이 폭발할 때 일어나는 빛을 제외하고는 행성표면은 칠흑같은 어둠으로 하늘은 메탄, 암모니아, 물로 구성된 구름층으로 덮힌다. 이런 곳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
물론 스티븐슨 박사는 물과 온도의 변화, 그밖의 다른 요소들로 인해 생명체가 태어나고 살아갈 수 있지만 에너지가 지구에 비해 수천 배가 작기 때문에 생명체는 단순한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외계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충분하므로 이들이 어찌어찌하고 지구로 올 수 있다는 것을 배제하지 않았다.
여하튼 외계 생명체 유입이든 지구 자체 생명체 탄생설이든 현재도 지구의 최초 생명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한 명쾌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 많은 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보다 설득력 있게 전개될 것이다.
참고문헌 :
「최초 생명의 싸앗, 혜성이 싣고 왔다」, 과학동아, 1994년 7월
「최초의 생명체는 언제 어떻게 생겼나」, 『과학동아』, 1995년 10월
「생명의 기원」, 김훈기, 과학동아, 1996년 9월
「빛 못 받는 별에도 생명체 가능성」, 워런 러리, 뉴욕타임스주간부록, 1999.07.12
「운석서 45억 년 전 물이 나왔다」, 뉴스위크한국판, 1999.09.08.
「스탠리 밀러」, 『뉴턴』, 뉴턴코리아, 2004년 7월호
「인류 최초의 생명체는 우주에서 왔을 것」, 박종익, 서울신문, 2012.09.26
『생명의 기원』, L. E. 오글, 현대과학신서, 1986
『현대물리학이 발견한 창조주』, 폴 데이비스, 정신세계사, 1988
『21세기에 풀어야 할 과학의 의문 21』, 존 말론, 이제이북스, 2003
『오류와 우연의 역사』, 페터 크뢰닝, 이마고,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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