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을 놓친 비운의 천재들/스티븐 호킹

노벨상 문지방을 못 넘은 스티븐 호킹(4)

Que sais 2020. 10. 18. 23:51

youtu.be/RbAw7hjPpVA

<SF작가들에게 미안하다>

20047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지금까지 많은 SF작가들이나 영화감독이 차용하여 시간이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던 블랙홀에 대한 자신의 이론이 틀렸다고 발표하여 세계 천문학계와 물리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호킹이 이와 같이 발표하게 된 근본 요인호킹의 블랙홀이 방출하는 호킹복사뒤섞인 정보라고 설명되었기 때문이다. 뒤섞인 정보블랙홀의 호킹복사가 어떤 유한한 온도의 열평형 상태에서 이뤄지는 에너지 방출이라는 뜻으로 이것이 이른바 블랙홀 정보 패러독스논쟁의 시발점이 됐다.

양자 이론에 의하면 확률보존법칙(정보는 완전히 소실될 수 없으며, 모든 과정은 되돌릴 수 있는 가역성을 지닌다)'이 성립돼야 하는데 그는 열복사를 보이는 블랙홀은 주변의 양자물질을 모두 섞인 상태로 바꾸며, 따라서 양자확률과 물질이 보존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주 탄생 직후작은 블랙홀들이 무수히 만들어졌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호킹의 생각을 따르면 현재 우주태초 우주의 정보거의 유실된 이상한 상태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양자이론 학계가 벌떼와 같이 호킹의 이론공격했다. 호킹블랙홀은 지금의 양자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예외현상이므로 기존 양자이론은 수정돼야 한다며 자신의 주장은 견지했다.

호킹과 양자학계 사이에 일어났던 설전은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지만 20047월의 발표는 결국 호킹이 거의 30년 간이나 견지하던 자신의 주장을 일부 철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블랙홀 안에서 모든 것이 파괴되는 것은 아니며 파괴되지 않은 정보는 오랜 시간에 걸쳐 블랙홀 밖으로 서서히 나올 수도 있음을 인정했다.

스티븐 호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블랙홀 속에서 이어지는 또 다른 우주는 없다. 정보는 우리 우주 속에 있다. 공상과학 팬들에게는 실망을 주게 되어 미안하지만 정보가 보존된다면 블랙홀을 이용해 다른 우주로 여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일 블랙홀뛰어든다면 질량 에너지우리의 우주로 되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 정보뭉개져서 알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을 것이다.'

 

블랙홀에 대한 그의 이론은 발표 당시 양자론과 중력결합시킨 첫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고 후에는 열역학까지 합쳐져 '블랙홀 열역학' 분야도 생겨났지만 그의 이론 수정양자학계에서 주장한 의견을 대폭 수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블랙홀에서 일어나는 양자 수준의 미시현상을 이해하는 데 양자역학이 더 적합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의 새로운 설명은 블랙홀이 다른 우주로의 통로를 제공해 줄 것이라는 웜홀 이론을 여지없이 부숴버렸다. 한 마디로 호킹은 지구인들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들리는 이론 즉 블랙홀과 화이트홀 그리고 그 통로 역할을 하는 웜홀을 근본적으로 부정한 것이다.

그의 수정된 이론에 의하면 블랙홀이 삼킨 물질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특별한 형태로 바뀌어 다시 나오기 때문시간과 공간초월하여 과거의 것이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래저래 간단하게 생각되지 않았던 시간 여행이지만 그의 항복선언시간여행에 관한 한 다른 곳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계기가 된 셈이다.

물론 그의 이론 수정은 그의 이론에 기반을 둔 많은 아이디어들을 사장케 할지 모르지만 현재 1991미국 프린스턴 대학리처드 고트 교수가 제안한 시간여행 이론은 아직도 살아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우주끈이라는 물체를 이용하는 것이다(통일장 이론에 나오는 초끈이론과는 다른 개념임).

우주끈은 그 폭이 원자핵보다도 작은 끈 모양의 물체질량1세제곱센티미터당 1016이나 된다. 또한 무한한 길이의 닫힌 고리 형태우주아광속으로 떠돈다고 한다. 우주끈은 원자로 이루어진 물체가 아니라 불가사의한 성질을 지닌 어떤 종류의 에너지덩어리로 추정하며 상대성이론에 따라 그 강력한 중력으로 주위의 시공간을 일그러지게 한다. 시공간의 일그러짐이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 여행의 문을 연다는 것이다.

물론 우주끈은 몇몇 물리학의 이론에서 그 존재가 예언되어 있는 것이지 우리가 사는 이 우주에 실존하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음은 물론 그 존재 가능성회의적인 학자들이 더 많다.

또한 설령 우주끈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기술적으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실현시킨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아광속으로 날아다니는 우주끈을 포착하여 마음대로 운동을 제어한다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일본 도호쿠 대학후타마세 도시후미 교수아광속의 우주끈 2를 사용하여 과거의 자신과 만날 수 있는 이론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개의 우주끈 AB아광속으로 서로 스쳐가듯 운동을 하고 있는 시공간을 생각한다. 아광속으로 항행할 수 있는 우주선정오에 지구를 출발하여 행성 X로 향한다. 보통의 시공간에서는 곧바로 행성 X를 향하는 것이 최단거리이지만 시공간에 잘려진 부분이 있다면 우주끈 A의 근처를 지나 행성 X로 향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 그래서 우주선은 곧바로 오는 빛보다 먼저 행성 X에 도착할 수 있다. 이것은 겉보기 초광속 운동이라 볼 수 있다. 초광속 운동과거로 시간 여행의 문을 연다. 행성 X에 우주선이 도착하는 시각 정오가 된다. 이어 우주선우주끈 B의 근처를 지나 아광속으로 지구로 귀환하면 거기도 출발시점이었던 정오. 따라서 출발하려는 과거의 자신과 만날 수 있다.’

 

다소 난해한 설명이 될 수 있지만 여하튼 우주끈이란 이론으로 타임머신이 가능하다는 것은 스티븐 호킹타임머신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에 비해 신선하지 않을 수 없다.

소설과 영화 등은 원래 상상력의 산물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그 상상력에도 과학적 근거가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SF과학적 이론이 받쳐주지 않으면, 블록버스터는 고사하고, 극장에 간판을 걸기도 어려울 것이다.

비록 우주끈 이론이라는 최후의 피난처는 있다고 하지만 호킹의 항복선언은 지금까지 웜홀을 이용하여 시간이동을 자유자재로 하던 SF작가들에게는 혼돈을 주겠지만 여기에도 명쾌한 해법이 제시돼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매우 간단한 문장으로 시간이동은 물론 초광속여행을 해결했다.

'이 우주선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비행합니다.'

 

<유사 블랙홀로 호킹 이론 증명>

스티븐 호킹2018까지 살았으므로 그동안 물리학계에서 일어난 많은 변화를 실제로 목격한 당사자이다. 그런데 블랙홀의 검증이 어렵다고 하는데 서서히 그 정체를 들어내고 있었다. 사실 2020노벨상을 수상라힌하르트 겐젤 박사와 앤드리아 게즈 박사의 연구도 그가 살아있을 때 발표된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연구가 아니더라도 스티븐 호킹의 이론검증되고 있었다.

1966년 블랙홀 연구박사학위를 받은 호킹은 몸이 점점 굳어 휠체어 신세를 지면서도 연구를 계속했다. 그리고 1974<네이처> 블랙홀은 폭발할 것인가?라는 짤막한 논문을 실으며 본격적으로 블랙홀을 연구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과학을 대중에게 설득하는데도 재주가 있어 1988 펴낸 교양과학서 시간의 역사수십 개 언어로 번역돼 천 만부 이상 팔릴 정도였다.

호킹의 연구블랙홀을 다루므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처럼 인간의 수준에서 검증하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과학에도 틈새가 있기 마련이다.

이제 상식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블랙홀중력이 아주 커 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하는 천체로 그 경계가 사건의 지평선이다. 만일 그 부근에서 광자쌍이 만들어질 경우 사건의 지평선 바깥쪽의 광자블랙홀을 벗어날 수 있다. 이를 호킹복사라고 부른다.

호킹1974호킹복사(Hawking radiation)를 주장하기 전에는 블랙홀은 말 그대로 검은 구멍, 즉 들어갈 수는 있어도 나올 수는 없는 천체로 알려졌다. 정의에 따라 블랙홀은 엄청난 중력으로 빛조차도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들어 호킹일반상대성이론, 중력의 영역양자역학도입하기 시작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아무 것도 없는 진공존재하지 않는다. 진공양자요동으로 끊임없이 입자쌍생겼다가 소멸하는 상태.

호킹은 문득 블랙홀의 경계면, 사건의 지평선부근에서 양자요동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지 생각했다. 그는 순간적으로 생겨난 입자쌍 가운데 하나는 사건의 경계선 안쪽, 다른 하나는 바깥쪽에 놓일 경우 안쪽에 있는 건 블랙홀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바깥쪽에 있는 건 블랙홀을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두 입자는 다시 만나 소멸할 수 없다. 호킹은 이 입자가 광자, 빛일 경우 블랙홀이 빛을 내는 호킹 복사라고 설명했다.

블랙홀더 이상 검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애초에 이 광자는 진공에서 태어난 가상 입자쌍 가운데 하나였다. 가상입자에서 에너지가 양의 값인 진짜 입자가 된 셈이다. 그 결과 블랙홀을 벗어나지 못한 나머지 한 입자음의 에너지를 갖게 되고 따라서 블랙홀의 에너지, 질량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만일 블랙홀질량유입이 끊기고 호킹복사가 계속될 경우 결국에는 블랙홀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을 읽는 사람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호킹의 말에 의하면 이런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려면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호킹은 우주가 시작됐을 때 만들어진 1,000조 그램 미만아주 작은 블랙홀일 경우 138억 년이 지난 현재가 완전히 증발하는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그의 논문이 과학계를 놀라게 한 것은 그동안 양립하지 못했던 중력이론과 양자이론이 처음으로 합쳐지면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기 때문이다. 양자역학도입되면서 블랙홀수명이 있다는 놀라운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나 힉스입자가 그랬던 것처럼 호킹복사 역시 관측으로 입증하기 전까지는 유력한 이론일 뿐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호킹복사를 관측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2016<네이처 물리학>유사 블랙홀에서 유사 호킹복사를 확인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의 제프 슈타인하우어 교수보세-아인슈타인 응축으로 구현한 유사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부근에서 발생한 포논쌍 가운데 하나가 호킹복사블랙홀을 벗어남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포논(phonon)양자역학에서 음파의 입자 측면을 나타내는 용어다.

진짜 블랙홀에서 진짜 호킹복사를 관측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이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할 방법을 고민해왔다. 1981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윌리엄 운루 교수음향 블랙홀(acoustic black hole)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광자) 대신 음파(포논)를 가두는 블랙홀이다. 여기에서는 중력 대신 유체의 흐름, 광자 대신 포논이 등장한다.

슈타인하우어 교수절대영도에 가까운 극저온을 구현해 루비듐 원자보세-아인슈타인 응축 상태로 만들었다.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이란 여러 입자가 동시에 하나의 양자상태에 놓일 수 있는 경우다. 이 상태에서 음파(포논)의 진행속도초속 0.5mm 정도다. 슈타인하우어몽블랑 만년필 모양길이 수mm인 관에 원자를 가둔 뒤 레이저가속시켜 어느 지점에서 음파의 속도를 넘게 조작하는데 성공했다. 음향 블랙홀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때 사건의 지평선 부근에서 발생한 가상의 포논쌍헤어지면서 하나는 블랙홀 내부에서 하나는 밖에서 진짜 포논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얽힘 현상을 관찰해 확인했다. 이때 후자가 음향 호킹복사. 얽힘(entanglement)이란 동시에 생겨난 입자쌍의 양자상태가 서로 묶여 있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영향을 주고받는 상태. 참고로 진짜 블랙홀의 경우 광자쌍 가운데 호킹복사만 관측할 수 있지만 음향 블랙홀에서는 포논쌍 모두를 관찰할 수 있다고 알려진다.

이들 연구는 호킹 박사의 주장에 신빙성을 실어주므로 언젠가 힉스처럼 블랙홀 연구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지고 있던 상태였는데 2018년 사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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