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한국의 공룡 따라잡기

한국의 공룡 따라잡기(1)

Que sais 2020. 8. 25. 15:51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한 수 가르쳐 준 한국 공룡>

 

사상 최고의 흥행작 중의 하나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공원이 흥행에 대성공한 데는 6,500만 년 전에 멸종된 공룡을 컴퓨터를 이용하여 복제한다는 것이다.

복제 방법은 기상천외하다. 컴퓨터 기사와 유전공학자들이 호박(琥珀, 옛날 식물의 수액이 오랜 시간 굳어져 만들어진 보석) 화석에서 찾아낸 쥬라기 시대의 모기로부터 추출한 공룡의 피에서 DNA를 양서류의 DNA와 결합하여 새끼 공룡을 부화시키는 것이다.

물론 공룡을 DNA 합성을 통해 만들어냈지만 자신들의 피조물인 공룡들에 의해 파멸되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르었다.

그런데 이 영화가 공전의 흥행에 성공한 것은 좀 더 세밀한 재미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첫째는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에 쫓기는 소형 오리주둥이공룡 집단이 초원을 무리지어 달리는 장면이며, 두 번째는 공룡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는 장면이다.

 

오리주둥이공룡류(갈리미무스)의 달리기

오리주둥이공룡이 두 발로 뛰는 충격적인 장면이 쥬라기공원에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에서 발견된 공룡의 화석 발자국이 큰 몫을 했다. 이의 진상은 다음과 같다.

당초에 스티븐 스필버그가 마이클 클라이턴의 소설 쥐라기 공원의 원본을 토대로 캐나다의 알버타주에 있는 다이너소어 주립공원을 영화 제작의 교범으로 삼았다. 다이너소어 공원은 캘거리에서 약 250킬로미터 지점에 있는데 총넓이 73제곱킬로미터로 래드디어리버밸리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일대는 현재 만화에 나올 만큼 약간 괴기스러운 형상을 하고 있지만 7,500만 년 전에는 아열대지대로 숲과 습지 등으로 이루어진 최적의 공룡서식지였다.

수백만 년에 걸쳐 공룡의 시체가 쌓이고 그 위로 퇴적물이 덮이면서 공룡뼈는 화석으로 변했는데 약 15,000년 전 빙하가 녹으면서 침식작용이 계속되자 땅속 깊이 파묻혀 있던 화석층도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공원 일대는 약 37종의 공룡이 확인됐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발견된 공룡 종류의 상당수에 해당하는 것이다.

 

캐나다버드랜드중생대공룡화석층(유네스코세계유산) 자료 웹투어

스필버그는 이 공원에서 발견된 공룡들을 토대로 T-REX(티라노사우루스) 2마리를 한 마리 당 500만 달러라는 거금을 투입하여 정교한 모형을 만든 후 촬영에 들어갔다. 1980년대 말이므로 1,000만 달러라는 엄청난 모형 제작비를 지출했을 정도로 총력을 다 했는데 당시 대본에는 쥬라기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오리주둥이공룡이 T-REX에 쫓기는 장면이 없었다.

과거에는 공룡이 아주 천천히 네 발로 걸었고, 대형 공룡일 경우 자신의 몸을 지탱할 수 없어 물 속에서 머리만 내밀고 살았다는 가정까지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수많은 공룡발자국을 보면 당연히 있어야 할 꼬리의 고랑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냉혈동물처럼 복부를 땅에 끈 흔적이 없다. 이 말은 꼬리를 수평으로 든 두 발로 서서 걸어 다녔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일부 공룡들이 매우 빠르게 뛰었다는 사실도 보여준다는 점이다. 동물들의 종아리뼈가 넓적다리뼈에 견주어 길면 빨리 뛸 수 있다. 코끼리는 그 비율이 0.65이며 인간은 1.1정도다. 반면 초원을 날 듯이 빨리 달리는 가젤영양은 그 비율이 1.25이다. 새를 닮았던 공룡의 경우 1.24로 가젤영양만큼 빨리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가젤은 시속 80킬로미터 정도로 달린다.

이를 토대로 하면 백악기 후기에 살았던 육식공룡인 스트루티오미무스(Struthiomimus)는 가젤처럼 80킬로미터의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쥬라기공원에서 빨리 달리는 공룡들은 하드로사우루스(오리주둥이공룡)들이다. 하드로사우루스류는 이빨없이 길게 늘어난 오리주둥이 같은 부리가 특징이어서 오리주둥이공룡이라 불리는데 이들은 영화에서처럼 빨리 달렸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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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체격이 작은 공룡들은 이보다 빨리 달렸을지도 모르는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전희영 박사는 시속 80100킬로미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 속도는 마라톤 주자들이 42.195킬로미터를 2시간 10분대로 뛰는 것을 감안한다면 45배나 빠른 속도이다.

공룡의 속도는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는 공룡의 화석 발자국의 보폭을 감안하여 계산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한국에서 발견된 오리주둥이공룡 발자국 화석은 공룡이 매우 빨리 뛰었다는 결정적인 자료를 제공했다.

영화 쥬라기공원의 촬영이 상당 부분 진행되었을 때, 한국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에 의할 경우 어떤 공룡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뛰었다 내용이 해외토픽을 장식했다. 이를 본 몇몇 디자이너들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오리주둥이공룡들이 뛰는 장면을 만들어 스필버그에게 보여주었다.

스필버그는 공룡들이 뛰는 장면에 충격을 받고 곧바로 T-REX 위주의 시나리오를 바꾸어 공룡이 뛰는 새로운 장면이 삽입하도록 고쳤다. 후문이지만 당시에 쥬라기공원3분의 2가 이미 촬영되었으므로 제작자들이 스필버그의 시나리오 변경을 강력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물론 스필버그는 제작진들의 항의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밀고나갔다.

물론 영화에서 T-REX에게 쫓기는 공룡은 타조처럼 생긴 수각류 갈리미무스(Gallimimus)이다. 그러므로 영화에 나오는 공룡은 오리주둥이 공룡이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오리주둥이공룡을 조반류에서 수각류로 분류하기도 하므로 T-REX에 쫓기는 공룡을 오리주둥이공룡으로 설명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스필버그의 이와 같은 단안이 쥬라기공원을 공전의 흥행으로 이끌었음은 물론이다. 한국에서 공룡 발자국이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쥬라기공원이 정말로 성공했을지 의문시된다는 추측도 이래서 나왔는데 오리주둥이 공룡화석이 발견된 주 현장이 고성 덕명리와 해남 우항리이다.

여하튼 영화에서는 목긴 공룡인 용각류 브라키오사우루스와 오리주둥이공룡 등 초식공룡의 서식지에서 티라노사우루스와 같은 폭군 공룡들이 호시탐탐 먹이를 노렸을 것이 틀림없으므로 쥐라기공원에서 갈리미무스 또는 오리주둥이공룡을 쫓아가는 멋진 장면이 등장하였을 것을 배제할 수는 없다.

고성 덕명리와 해남 우항리에서 공룡발자국이 대량으로 발견되는 것은 공룡이 살던 중생대만 해도 이곳이 바다가 아니라 거대한 호수를 낀 육지였기 때문이다.

우항리의 경우 공룡, 익룡, 새발자국 그리고 절지동물 화석이 동일지역에서 발견되는 유일한 지역이다. 우항리에서 823개의 공룡발자국과 날아다니는 파충류로 알려진 익룡의 발자국 443개는 물론 물갈퀴를 가진 새의 발자국이 새겨진 화석 등 사료적 가치가 높은 화석군들이 발견되었다. 특히 물갈퀴 새발자국은 약 8,500만 년 전으로 추정되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8500만 년전 새발자국(우항리공룡박물관)

익룡은 지구상에 출현한 동물 중 최초로 하늘을 날았던 척추동물이지만 앞발이 날개로 변했기 때문에 공룡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새의 조상도 아니다. 익룡의 날개는 엄청나게 긴 네 번째 손가락 끝에서부터 몸통과 뒷다리로 뻗쳐 있는 커다란 피부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날개막은 섬유조직과 근육으로 이루어져 뻣뻣하고 강력하다.

여하튼 우항리의 익룡 발자국은 발견 당시 세계에서는 7번째이나 아시아에서는 최초의 발견이다. 그런데 한국명으로 명명된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발자국은 앞발자국 길이 330밀리미터 폭 110밀리미터, 뒷발자국은 길이 350밀리미터에 폭 105밀리미터이다. 통상적으로 익룡의 발자국은 10cm 안팎임을 감안하면 활짝 편 날개 길이는 13m가 되는데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알려졌던 스페인의 익룡 발자국보다 약 58센티미터가 더 큰 세계의 최대의 발자국이다.

해남우항리의 익룡은 4족 보행과 2족보행으로 걸었다는 확실한 증거를 알려준다. 익룡이 4족보행 했다는 것은 7.3미터의 세계 최장의 보행렬을 통해 알 수 있다. 앞발의 모양은 매우 불규칙하며 뒷발의 모양은 삼각형이나 둥근 모양을 하고 있다. 또한 익룡이 두 발만을 사용해 걸었다는 2족보행 흔적들도 거의 모든 지층에서 발견되며 특히 날개가 달린 앞발만 사용해서 걸은 익룡발자국 보행렬도 다수 발견된다. 물론 익룡 발자국 크기 자체만 말하면 보다 큰 발자국이 발견되었는데 그것도 한국에서 발견되었다. 2009년 임종덕 박사는 경북 군위군 군위읍 야산계곡에서 길이 354밀리미터 폭 173밀리미터인 익룡발자국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우항리 공룡박물관 익룡 모습

우항리에서 발견된 익룡 발자국은 익룡의 보행 자체 연구에 많은 정보를 제공하여 영화 쥬라기공원(3)의 주인공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익룡 묘사의 교과서가 되었다. 익룡이 다소 우스꽝스럽게 어기적거리며 걷는데 이것은 우항리 익룡의 거동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삽입한 것이다. 한마디로 쥬라기공원쥬라기공원(3)은 한국에서 공룡과 익룡 발자국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평범한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익룡은 한 개의 손가락만 유독 길어져 피막을 지탱하고 나머지 3개의 손가락은 짧다. 긴 손가락과 몸통, 뒷발은 피부가 변한 막으로 덮여있다. 그러므로 날개를 접고 걸을 때 땅에는 주로 날개 끝에 달린 3개의 짧은 손가락 자국이 남는다. 우항리공룡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바로 그 모습이다.

그런데 과학은 SF영화임에도 깐깐한 잣대를 대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우선 엄밀하게 말한다면 쥬라기공원이라는 영화 제목이 영화상의 주인공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영화에서의 주인공인 티라노사우루스는 갈리미무스를 쫓는다. 그런데 티라노사우루스는 후기 백악기인 6700만 년 전에 출현해 6500만 년 전까지 잠깐 살다 멸종한 공룡이다. 쥬라기에 티라노사우루스는 살지 않았다는 뜻이다.

쥬라기공원은 사실상 정확한 표현은 아니라는 뜻이다. 갈리미무스, 오리주둥이공룡, 벨로키렙터, 코뿔소를 닮은 트리케라톱스도 백악기 때 살았던 공룡이다.

그런데 쥬라기공원에 등장하는 공룡 중 쥬라기에 살던 공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티라노사우루스와 함께 주연급 공룡인 목이 긴 초식공룡인 브라키오사루르스는 쥬라기 시대에 나타나 백악기 시대에 번성했다. 환상과 상상을 주무기로 하는 영화인데다 쥬라기에서 백악기를 뛰어 넘는 정도야 세계적인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장점이므로 탓할 일만은 아니다.

공룡은 그리스어로 무서운 도룡뇽이라는 뜻이지만 사람들은 공룡을 좋아한다. 한국의 토종 인기 만화 둘리도 아기 공룡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한국에서 다른 나라처럼 공룡의 골격 화석이 대량으로 발견된 것은 아니지만 애니메이션은 물론 티셔츠, 장난감 등 어디에나 공룡이 그려져 있고 공룡을 주제로 한 책이나 잡지는 항상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공룡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공룡을 단 한 번도 실제로 본 적이 없음에도 사람들이 공룡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체구가 상상할 수 없이 크다는 것이다. 쥬라기공원에서 나뭇잎을 뜯어먹는 거대한 브라키오사우루스는 몸길이가 30미터나 되고 세이스모사우루스의 경우 몸길이가 약 3952미터로 몸무게는 100여 톤이 넘으며 지구촌의 왕자로 알려진 티라노사우루스의 경우 10여 미터나 된다.

공룡 자체는 대체로 트리아스기(Triassic period) 초창기인 23,00만 년 전에 태어나 6,500만 년 전에 갑자기 멸종했지만 그 기간이 무려 165백만 년이나 되기 때문에 아직 우리가 알고 있는 공룡에 대한 정보는 단편적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공룡시대에는 대형 공룡만 살았던 것은 아니다. 콤프소그나투스와 같이 머리끝에서 꼬리 끝까지 80센티미터도 안 되는 매우 작은 공룡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룡이 상당히 오래전 지구에 살았던 동물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공룡이 어떤 동물이냐라는 질문에 대부분 틀린 대답을 한다. 공룡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룡이 살던 시대의 지구에는 세 가지 대형 생물이 살고 있었다.

육지에서 육상동물, 하늘에서 비행동물 그리고 물속에서 수중파충류들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말하면 육상에서 활보하는 동물을 공룡이라고 부르며 하늘을 날라다니는 동물을 익룡이라고 부르고 물 속에서 활보하는 것이 어룡과 수장룡 등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어룡을 비롯한 해양파충류와 익룡은 공룡이 아니므로 공룡이란 중생대부터 백악기까지의 대형 동물 가운데 육상 동물만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므로 중생대 땅에서는 공룡, 하늘에서는 익룡, 바다에서는 어룡수장룡 등이 포함된 해양파충류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었다. 이들 모두 큰 틀에서 공룡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엄밀하게 말한다면 이는 틀린 정보이다. 이 면만 보아도 우리들의 공룡에 대한 지식이 아직 단편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살았던공룡의분포및 종류(국토교통부국토정보지리원)

공룡의 역사는 매우 짧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200여년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는 더욱 짧아 공룡 역사는 50년도 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공룡화석산지는 헤아릴 수 없이 많으며 공룡박물관도 한두 곳이 아니다. 주로 영남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지만 전라도는 물론 경기도에서도 발견된다. 심지어는 공룡 발자국 화석이 함안군 가야고분공원에 있는 가야고분에서도 발견되었고 한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바위그림이 있는 울산시 반구대와 천전리에서도 발견된다.

특히 한국의 남해안 지역에서만 10,000 개 이상 공룡발자국이 발견되어 한국은 세계 3대 공룡발자국 화석지역의 하나로 꼽힌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거의 모두 매장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앞으로도 계속 공룡 유산이 발견될 것임은 틀림없다.

다행하게도 우리나라는 공룡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하고 중요한 유적을 천연기념물 14, 시도기념물 3, 시도문화재자료 7곳을 문화재로 지정하여 보존하고 있다. 무려 24곳이나 문화재로 보존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이 공룡의 낙원이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끄새-TV에서는 이들 모두 일괄하여 찾아가 이를 보여주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한마디로 <공룡유산답사>로 함께 읽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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