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막걸이

노벨상을 받은 막걸리(I)

Que sais 2020. 9. 15. 17:10

youtu.be/JCRqCDaG51M

 

막걸리노벨상을 받았다면 많은 사람들이 놀랄 것이다. 위스키, 꼬냑, 아르마냑 등 세계를 석권하는 한국의 대중주막걸리가 수상했다는 뜻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벨상기초 원리를 대상으로 수여한다는 것을 보면 막걸리가 수상했다는 것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노벨상 수상막걸리가 아니라 막걸리를 포함한 모든 주류를 통칭하는 알코올을 연구하여 수상했기 때문이다.

 

가장 보편적이고 오랫동안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진정제알코올이다. 과일즙이나 곡물발효시키는 방법은 선사 시대에도 알려져 있었고, 증류를 통해 자연적인 발효주보다 더 강한 술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알코올모르핀처럼 중독을 유발하며 그 양에 따라 큰 해가 될 수 있는데도 마약처럼 규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미국에서 1920년부터 1933까지 실시된 금주법커다란 실패를 가져왔다.

알코올처럼 인간에게 가장 친근한 물질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기쁜 일이 있을 때에도을 마시며 슬픈 일이 생길 때에도 을 마신다. 흥미로운 사실이지만 최초로 술을 빚은 동물은 사람이 아니라 원숭이라고 알려져 있다.

원숭이가 나중에 먹기 위해 움푹 파인 바위 틈새나 나무 구멍과일을 감추어 두고 그 후 그만 어디에 저장해 두었는지 잊어버렸다. 시일이 지나 과일 자연발생적으로 발효되어 인간이 먹게 되었는데 그동안 인간이 먹어보았던 것과는 그야말로 달랐다. 이술이 유명한 원숭이술(遠酒)이라고 한다.

이후 인간들은 천연이 아닌 인공적으로 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수렵과 채취시대의 술 과실주였고 유목민들에게는 가축의 젖으로 만든 젖술이 개발되었다. 농경시대에 들어와 정기적으로 곡물의 생산이 가능해지게 되자 곡주가 태어났다. 곡주가 태어나자 청주나 맥주와 같은 곡류 양조주가 등장했고 소주와 위스키와 같은 증류주가 가장 늦게 개발되었다.

알코올처럼 인간에게 가장 친근한 물질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코올이 인간 사회에 들어오기 시작한 이래 사람들은 기쁜 일이 있을 때에도 술을 마시며 슬픈 일이 생길 때에도 술을 마신다. 이러한 알코올에 대해 학자들이 주목하지 않을 리 없다.

부흐너(Eduard Buchner, 1860 1917)는 발효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로 1907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또한 오일러-켈핀(Hans Karl August Simon von Euler-Chelpin) 하든(Sir Arthur Harden)알코올의 발효에 관한 연구로 1929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알코올과 같은 물질을 연구하여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것을 이제 이상하게 생각하는 독자들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인간에게 가장 친근한 물질이라는 뜻은 인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물질이라는 뜻이다. 그러한 물질을 연구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보다 정확하게 연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알코올=생명의 물>

을 의미하는 라틴어Aqua Vitae생명의 물이라는 뜻이다.

한방(韓方)에서도 백약 가운데 으뜸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이 만병통치약이 아니고 영양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체질적으로 제한되어 있다고 한다. 독한 술이라고 모두 몸에 해로운 것은 아니듯이 약한 술이라고 모두 몸에 이롭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에 대한 과학지식효소에 대한 인간의 지식이 알려지기 시작한 18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752프랑스의 레오뮈르(René Antoine Ferchaultde Réaumur)노란색 액체 속의 음식물을 소화시킨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스코틀랜드의 스티븐스는 이 액체를 분리하였다. 용해 과정은 몸 밖에서도 일어나는데 이것을 몸에서 제거하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1897독일의 화학자 부흐너(Eduard Buchner)위액에는 음식물을 분해하는 소화액을 발견했고 그리스어소화를 뜻하는 펩신이라고 불렀다. 학자들은 효모 세포와 같은 미생물에 의한 발효와 펩신과 같은 무생물에 의한 발효를 구별하여 펩신효소라고 불렀지만 오늘날 효소란 이 두 가지를 모두 뜻한다.

막걸리를 비롯한 맥주, 포도주 등의 술 이외에도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미생물 효모에 대해 살펴보자. 효모는 대부분 지낭균 무리에 속하는 미생물로서 효모균, 뜸팡이, 발효균, 이스트라고도 불린다. 효모곰팡이나 버섯 무리와 함께 진균류에 속하며, 균사가 없고, 엽록소가 없으므로 광합성 기능도 없고 운동성도 없는 8미크론 정도의 원형 또는 타원형단세포 생물이다.

 

부흐너(1860~1917) 1907년 노벨화학상

알코올 발효를 비롯한 식초발효 및 발효식품제조 등은 오래 전부터 인류가 사용했지만 미생물로부터 발효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인간이 인식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미생물포목상이면서 렌즈를 연마하던 네덜란드인 레벤후크(Antonie van Leeuwenhoek)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그는 최고 확대율이 약 270현미경을 제작했다. 레벤후크는 이 현미경을 사용하여 자연계의 여러 시료를 관찰하여 여러 형태의 미생물을 발견했고 이것들을 미세동물(animalcules)이라고 기록했다. 그러나 레벤후크는 이 미세동물발효, 부패 혹은 전염병의 원인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레벤후크(1632~1723)

효소(enzyme)와 효모(yeast)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한다. 큰 틀로 볼 때 효소물질대사 과정에서 일어나는 생화학 반응촉매하는 단백질을 말한다. 효소생명체에 꼭 필요한 것으로 동식물미생물에서 복잡하게 통합되어 일어나는 화학반응의 대부분을 조절한다. 산업과 의학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는데 특히 효소병원균의 살균이나 상처 치료의 촉진은 물론 특정 질병의 진단에 이용된다. 이와 같은 작용은 모두 효소의 기질특이성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 한 가지 효소한 종류의 물질(기질)에만 작용되도록 되어 있다.

이처럼 효소단백질로 구성된 생체 반응의 촉매이지만 효모미생물로 생명체이다. 효모이스트라고도 잘 알려져 있는데 특정 조건에서 발효를 진행시키므로 맥주 등의 을 담글 때나 을 만들 때 사용한다. 발효 과정으로 인류와 친숙한 효모의 종명은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지에(Saccharomyces cerevisiae)이다.

주사전자현미경 (SEM)으로 관찰한 S. cerevisiae의 모습

여하튼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발효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미생물학이 과학의 한 분야로서 확립되게 된 것은 레벤후크로부터 1세기가 지난 19세기 초반부터이다.

1837프랑스의 드라토르(Charles Cagniard de la Taur)와 독일의 슈반(Theodor Schwann)은 각각 독립적으로 알코올 발효 중에 당을 에탄올과 탄산가스로 전환시키는 현미경적 작은 생명체(효모)가 존재하며 알코올 발효는 이 작은 생명체에 의해서 일어나는 생리현상이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파스퇴르(Louis Pasteur)포도주 양조 과정에서 포도주산패(酸敗)하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발효액을 조사하는 중에 효모 이외에도 더 작은 생물, 생성하는 세균이 있으며 산패는 이 세균에 기인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모든 발효 과정미생물의 생리활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그는 곧바로 특정유형의 발효는 각각 특정미생물에 의해 매개되는 반응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알코올 발효효모에 의해서, 젖산젖산균에 의해서 생성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맛이 없는 포도주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기를 싫어하는 세균, 공기가 없는 곳에서만 살 수 있는 혐기성(anaerobic) 세균의 존재를 발견하고 이 세균이 부티르산(butyric acid)을 만든다는 것을 확인했다.

부티르산의 공간 채우기 모델

파스퇴르와 같은 시대에 살았던 덴마크의 한센(Hansen)맥주효모의 순수배양에 성공했다. 그는 우량효모를 순수 분리하여 이 종균을 코펜하겐의 칼스버그 양조장에서 시험 제조하는데 성공하였다. 그가 사용한 방법은 유명한 한센 희석법이었고 곧이어 린드너(Lindner)에 의해 방울배양법을 고안되었다.

에밀 크리스티안 한센(1842~1909)

이들 선구자에 의해 개척된 미생물 이용은 곧이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스퇴르가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것은 그에 의해 발효는 산소가 없는 곳에서 일어나는 호흡, 즉 생물의 혐기성 에너지 획득 방식이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효모는 당분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는 발효작용을 하는데 부흐너복합적인 효소의 작용을 밝힘에 따라 효모를 이용한 생화학작용에 획기적인 기여를 했다. 그는 효모 세포를 모래로 으깨 모든 세포를 깨트려 유동액을 얻었다. 이것은 극렬한 조건을 부여하지 않고 온전한 세포가 없는 액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그는 이 액을 장시간 사용하기 위해 상하지 않도록 설탕 용액을 가했다. 이것은 그 당시 부엌에서 식품 방부를 목적으로 흔히 사용하던 방법이었다.

그런데 이 액에서 새로 따라놓은 맥주에서 발생하는 것과 같은 기포가 발견되었고 그 기체가 탄산가스임도 확인되었다. 이것이 바로 무세포계 발효의 발견이었다. 발효(fermentation)란 용어는 끓어오르다라는 라틴어 fervere'에서 유래된 것으로 효모당분혐기 상태에서 대사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거품끓어오르는 현상에서 나온 말이다.

아돌프 폰 바이어(1835~1917) 1905년 노벨화학상

부흐너아돌프 폰 바이어와 함께 화학을 공부했으며, 그의 지원을 받아 발효를 주제로 강연과 실험을 하는 작은 연구실을 열었다. 1897발효에 관한 최초의 논문 효모세포 없이 일어나는 알코올 발효에 관하여를 발표했으며, 1898베를린 대학교 농학 교수가 되었다. 발효효모세포 자체 때문이 아니라 효모에 포함된 여러 효소의 작용 때문에 일어남을 증명하여 발효효모 세포에 의한 생명의 직접 발현에 의해서만 나타난다는 기존의 견해를 뒤집었다.

부흐너의 연구효모마쇄하여 살아 있는 세포를 제거시킨 효모추출액알코올로 변환시킨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생물학적 전환특정효소의 촉매작용으로 일어나는 화학적 반응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곧바로 효소 화학 연구생화학 연구급격한 발전을 가져온다. 미생물에 의한 해당(解糖)과정, 알코올 발효, 젖산발효가 규명되자 미생물에 의한 발효화학생화학이란 독자적인 영역으로 발돋움한다. 부흐너의 발견생기론에 마지막 타격을 가했고 20세기 생화학, 생리학, 유전학 등의 길을 닦았다.

여하튼 오늘날 사람들이 즐기는 수많은 막걸리와 맥주, 포도주를 비롯한 발효주, 수많은 식품과 발효음료수부흐너의 연구로 보다 명쾌하게 규명되었으며, 발효기법항생물질과 중요한 생물학적 약품들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부흐너의 발효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발효의 개척자적인 연구의 시발점으로 간주되며 그는 1907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그의 수상 논문은 무세포 발표 발견이다.

그가 발효 연구노벨상을 받기 전에 그의 연구를 감독하던 감독관은 그가 노벨상수상한 연구비생산적이고 시간 낭비라며 연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현대인들이 가장 애용하는 중에 하나인 막걸리, 맥주 제조법으로 노벨상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독자들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geulmoe.quesais 

 

끄새 - Google Play 앱

과학으로 본 세계 불가사의한 이야기들(오디오북 무료)

play.google.com

<맥주와 막걸리는 사촌>

알코올을 만드는 기본은 당분과 효모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일반적으로 과실 종류당분을 함유하고 있고 곡류녹말로 불리는 전분질함유하고 있다. 과실의 당분은 아주 쉽게 효모에 의해 알코올발효될 수 있는 까닭에 술을 제조할 때 과실즙을 그대로 발효 원료로 사용한다. 과실에 포함된 과당과 같은 작은 크기의 당류알코올로 변화돼 로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포도원료로 하는 포도주는 포도 속에 있는 포도당과 과당 성분을 포도 표면에 서식하고 있는 알코올 발효 미생물을 이용하여 직접 발효시킨다. 포도 속에 있는 포도당과 과당 성분미생물이 직접 알코올로 변형시키므로 이를 단발효주(單醱酵酒)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과실을 발효시킨 발효주 형태의 술이 거의 없다. 로 만들 포도를 비롯한 과실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 간단한 이유이다. 그러므로 곡류주원료로 하는 곡류로 발효주를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곡류을 빚기 위해선 곡류 속의 전분질 당분으로 전환시키는 당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다행하게도 전분질아밀로즈와 아밀로펙틴이라 불리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물질들은 포도당과 같은 작은 크기의 당류가 길게 사슬 형태를 이루고 있다. 사슬 구조가 끊어져 전분질단당류로 분해하면 알코올이 되는데 이때 효소(enzyme)의 작용이 꼭 필요하다.

 

1490년 맥주공장

현대는 이러한 효소공업적으로 생산해 당화 공정에 이용하지만 선조들은 당화용 효소를 얻기 위해 누룩을 사용했다. 대기 중에는 많은 미생물이 있다. 곡류에 비교적 친화력이 강한 아스퍼질러스(Aspergillus) 라이조프스(Rhizopus) 같은 곰팡이류와 캔디다(Candida) 사카로마이세스(Saccharomyces)와 같은 효모류누룩에 붙어 성장한다. 그 결과 아밀라아제(Amylase)로 대표되는 당화효소가 생성된다. 이러한 미생물의 생태적 분포는 지역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지역마다 술맛이 다른 것이다.

누룩을 제조하는 원리는 된장을 만들기 위해 메주를 띄우는 것과 같다. 메주콩의 단백질을 분해하기 위해 단백질 분해효소를 얻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효모살아있는 미생물이므로 활동할 때만 쓸모가 있다. 그런데 발효가 진행되면서 알코올 농도가 높아지면 효모 자체가 높은 알코올 농도에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보통의 효모알코올 농도 18퍼센트 이상에서는 활성을 잃어버린다. 일반 발효주알코올 농도 18퍼센트 이상을 넘지 못하는 이유이다.

 

누룩

 

<최첨단 양조기술로 만든 막걸리>

막걸리탁주(濁酒), 농주(農酒), 재주(滓酒), 회주(灰酒)라고도 부르며 문헌상으로는 양주방혼돈주(混沌酒)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지만 매우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제조되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삼국사기』 『삼국유사등의 문헌에 술을 뜻하는 말이 자주 등장하며, 고려시대 문헌에는 막걸리를 뜻하는 것이 틀림없는 요례라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삼국시대 이전막걸리 또는 이와 비슷한 술을 빚는 방법이 알려졌을 것으로 보인다.

막걸리라는 이름은 (마구) 걸렀다또는 함부로 걸렀다막되고 박한 술을 뜻한다. 이렇게 마구 거른 술은 빛깔이 뜨물처럼 희고 탁하다는 뜻에서 탁배기, 일반 가정에서 담그는 술이라는 뜻의 가주(家酒), 술 빛깔이 우유처럼 희다고 하여 백주(白酒)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처럼 술을 만드는 재료포도 등의 과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술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에는 포도당의 원료전분(녹말)만 있기 때문에 을 담글 때 전분포도당으로 전환시켜야 하는데 이때에 누룩을 사용했다. 누룩은 술을 만들기 위핸 발효제로서 을 만드는 누룩곰팡이와 효모곡류에 번식시킨 것을 말한다. 누룩 만드는 방법은 술을 만드는데 사용할 곡류를 빻아 적당량의 물을 부어 반죽을 한 후에 틀에 넣고 천으로 싸서 발로 잘 디딘다. 이후 틀에서 뺀 누룩을 온도가 따뜻한 곳에 볏짚이나 말린 쑥 등을 덮어 일정기간 놓아두고 중간에 몇 번 뒤집어 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누룩 안에서 미생물들이 번식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막걸리는 조잡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서인지 매우 저렴하게 팔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제조 원가가 아주 낮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우선 막걸리우리나라의 특수한 여건에 맞는 독창적인 방법으로 제조된 술이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막걸리의 진가는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그 제조법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막걸리전분의 분해와 발효를 동시에 수행하므로 곡류를 원료로 하는 우리나라의 술 빚는 방법병행복발효(竝行復醱酵)라고도 부른다. 을 원료로 누룩과 함께 술을 빚게 되면 당화와 알코올 발효가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1970년 미국 등에서 최첨단 신기술로 만든 양조법이 개발되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적이 있었다. 이를 동시당화발효법(Simultaneous saccharification and fermentation process)이라고 명명했는데, 바로 막걸리를 만드는 방법동일했다. 우리나라에서 고대부터 전통적으로 만들어온 막걸리 제조법외국인들에게는 최첨단 신기술로 보인 것이다.

맥주막걸리와 같은 복발효주이지만 누룩과 같은 물질은 첨가하지 않는다. 맥주는 싹이 조금 튼 보리 알갱이, 맥아(麥芽) 전분당분으로 바꾼 후 알코올발효시키는 것이다. 맥주맥주의 원료보리로 분해와 발효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데 비해 막걸리제조과정에서 맥주보다 한 번 더 손이 가야 한다는 것을 이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막걸리맥주보다 더 고난도의 기술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최근에는 막걸리를 발효시킬 때 사용하는 효모맥주효모균같은 종류(Saccharomyces cerevisiae)라는 것이 밝혀져 맥주와 막걸리가 같은 원리로 만들어졌음이 확인되었다.

 

막걸리이면서 건강 식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배송자 교수막걸리암예방과 암세포 증식억제, 간손상 치료, 갱년기 장애 해소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간손상을 일으키게 한 에게 막걸리 농축액을 투여한 결과 정상치보다 낮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보였고 혈중 중성 지방 함량막걸리 농축액을 투여하자 정상치에 가깝게 나타났다. 막걸리 농축액암세포에 가했을 경우 3.2배의 높은 암 예방효과가 있었으며 60퍼센트 정도의 암세포 증식억제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막걸리는 거친 체로 거르기 때문에 소화되지 않은 원료 성분과 더불어 발효과정에서 증식한 효모 균체가 막걸리 속에는 포함되어 있다. 이동호 교수막걸리를 마시는 것은 영양제를 먹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막걸리의 성분80%, 10% 식이섬유이며 나머지는 단백질 2%, 탄수화물 0.8%, 지방 0.1% 그리고 알코올 6~7% 등이다.

막걸리 1mL에 든 유산균10^6~10^8. 일반 막걸리 페트병700~800mL인 것을 고려하면 막걸리 한 병에는 700~800억 개의 유산균이 들어 있다. 일반 요구르트 65mL(1mL당 약 107마리 유산균 함유)짜리 100~120 정도와 맞먹는다. 유산균에서 염증이나 암을 일으키는 유해 세균을 파괴하고 면역력을 강화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막걸리 200mL(4분의3 사발)에는 비타민 B2(리보플라빈)이 약 68, 콜린(비타민 B군 복합체)이 약 44, 나이아신(비타민 B3)50들어 있다. 비타민 B은 특히 중년 남성들에게 도움이 되는 영양소, 피로완화와 피부재생, 시력 증진 효과를 낸다. 식이섬유10%나 된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식이음료로 알려지는 물질에 비해 100~1000배 이상 많은 식이섬유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식이섬유대장 운동을 활발하게 해 변비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도 있다. 한마디로 막걸리를 통해 살아 있는 효모 와 유산균 등을 흡수하면 장내 유해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하는 정장제로서의 작용을 얻는 것이다.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이 소화가 잘 안 될 때 막걸리를 마시면 괜찮아졌다고 한 것이 나름대로 근거 있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또한 막걸리에는 인체의 조직 합성에 기여하는 라이신과 간 질환을 예방하는 메티오라는 물질이 있다. 특히 톡 쏘는 맛을 내는 유기산에는 장수 효과를 갖는 성분이 들어 있다고 전해진다. 막걸리를 마실 때 흔들어 마실 것을 추천한다. 일반적으로 병 위쪽의 막걸리만 마시고 바닥의 찌꺼기(농축액)를 버리는데 인체에 유익한 효과를 나타내는 성분은 바닥에 가라앉은 찌꺼기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장수촌에 살고 있는 80세 이상의 남자들 중 절반 이상매일 막걸리를 반 되 이상 마셨다는 통계도 있다. 이는 막걸리를 술이 아니라 약으로 마셨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약으로 생각하는 다른 나라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에서의 막걸리특별한 대우를 받은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우리 선조들의 탁월한 재능에 의해 개발된 막걸리가 특별한 효용이 있으므로 이를 약으로까지 우대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막걸리알코올67% 들어있다는 것을 잊지말 것.

근래 막걸리 애호가들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막걸리는 크게 생막걸리와 살균막걸리(멸균막걸리)의 두 종류로 나뉘는데, 살균막걸리열처리하여 안에 들어 있는 균을 모두 죽인 것이다. 따라서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므로 외국으로의 수출품은 대부분 살균막걸리이다. 막걸리의 맛을 결정하는 효모와 유산균을 죽여버리므로 본래의 맛과 향을 잃는다는 단점이 있다고 알려진다.

반면에 생막걸리살균막걸리와 달리 효모와 유산균이 그대로 살아 있다. 단점은 살균막걸리에 비해 유통기한이 짧다는 점인데 냉장 보관을 하더라도 열흘을 넘지 못하므로 그동안 막걸리의 수출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그런데 한국식품연구원막걸리의 유통기간을 최장 100까지 늘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발표다. 막걸리 발효가 된 뒤 당이 남으면 유통 중에 효모나 젖산균 때문에 2차 발효가 일어난다. 결국 알코올과 탄산가스가 발생하고 젖산균이 산도를 높여 막걸리를 상하게 만드는데 한국식품연구원막걸리를 발효할 때 생긴 당을 완전히 제거하는 '완전발효법'을 통해 생막걸리의 유통기간최장 100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막걸리 발효 후 당이 남아 있으면 효모나 젖산균에 의한 후발효가 진행돼 산도가 높아지면서 불쾌한 냄새가 나고 맛이 변하는 산패현상이 나타난다. 식품연구원산패 원인균 6에 대한 저항력이 강한 진득찰, 여주, 자몽3종의 천연식물 소재를 선별해 접목한 결과 후발효로 인한 산패 현상을 크게 저하시켜 유통기간을 최장 100로 늘렸다는 설명이다.

이것이 중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생막걸리는 일주일 이상 넘기기 어려우므로 국내에서만 소비된다. 그러나 한 달 이상 생막걸리 보관이 가능하므로 외국에서도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뜻이다. 전세계의 막걸리 애호가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참고문헌 :

, 박경준, 과학동아, 199510월호

우리 술에 담긴 고귀한 문화와 정신, ,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 2009년 겨울(Vol.8)

생막걸리의 유통기한이 길어진 이유는?, 전승민, 과학향기, 2009.10.02

재미있는 생체공학 이야기, 도비오까 겐, 안암문화사, 1992

한국 속의 세계, 정수일, 창비, 2005

뒷간에서 주웠어, ?, 꿈꾸는 과학, 열린과학, 2007

막걸리를 탐하다, 이종호, 북카라반, 2018

'화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 > 막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벨상을 받은 막걸리(II)  (0) 2020.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