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화학상 추천사>
1907년 부흐너의 노벨상 수상 근거는 「생화학 연구와 비세포적 발효 발견」이다. 노벨 화학상 추천사를 보면 당대에 발효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알 수 있으므로 이를 전재한다.
‘올해의 노벨 화학상은 발효에 관한 연구에 업적을 남긴 에두아르트 부흐너 교수에게 수여되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화학자와 생물학자는 살아 있는 유기체에서 일어나는 화학 과정으로 새로운 분야를 열 수 있을 때 그것을 화학적 연구에 특별히 중요한 업적으로 여겨 왔습니다. 이러한 방향의 각 단계를 통해 생명과정의 수수께끼 같은 면이 감소되는 한편, 화학적 법칙은 더 넓은 응용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즉 이러한 방향으로 연구 분야가 더 확장될수록 인간에게 남겨진 한계 영역은 더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항상 얘기하듯이, 이러한 영역에서의 현상은 우리가 아직 모르는 특별한 법칙에 지배되고, 이른바 ‘생명의 힘’이라 불리는 특별한 종류의 힘으로 조절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화학 분야에서 선견지명이 있는 연구원들은 생명체의 화학 과정이 그렇게 예외적인 위치를 차지한다는 생각에 반대해 왔고, 따라서 그들의 견해에 직접적인 지지를 보내는 그러한 연구는 충분히 인정해 주었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스웨덴에 있는 우리는 베르셀리우스의 말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반 화학에서 그는 창의적인 연구를 했을뿐 아니라 동물과 식물체의 화학과정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는 생명체와 무관하게 일어나는 화학반응보다 이러한 반응들이 더 복잡하고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자연은 다르며 전혀 다른 법칙을 따라야 한다는 그 시대의 일반적인 견해에 그 자신을 결코 조화시킬 수 없었습니다.
베르셀리우스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이 분야의 화학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적절한 성취를 중히 여겼습니다. 그 예로 뵐러가 시작했던 일을 완성하지 않아서 거의 발견할 뻔 했던 바나듐 원소의 발견을 놓친 것에 대해 좌절하고 있었을 때, 이에 대한 베르셀리우스의 반응이 기억납니다. 베르셀리우스는 우정어린 말로 그를 위로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막 시작된 유기물질 생성을 설명한 뵐러의 우수함을 지적했습니다. 베르셀리우스는 시안산과 요소(尿素)에 관해 막 발표된 뵐러와 리비히의 논문을 언급하면서 그러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원소를 발견하는 일쯤은 쉽게 그만둘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10개의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는 것은 방금 언급한 일만큼 많은 천재성을 필요로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1813년 이래 베르셀리우스의 연구가 발표되었을 때 이 분야는 다방면으로 엄청나게 팽창했습니다. 지금까지 유기생명체의 현상을 가리고 있던 베일이 벗겨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그 당시에는 살아 있는 유기체에 의해서만 생성될 수 있다고 추정되던 많은 수의 물질들이 이제는 합성으로 만들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살아 있는 생명체에서 이러한 물질들이 합성되고 전환되는 과정은 내부에서 진행되는 일이어서 우리의 지식이 완성되려면 아직 멀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합니다.
확실히 이제는 더 이상 살아 있는 생명체가 특별한 ‘생명의 힘’에 의해 지배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표현은 조금 다르지만 오늘날에도 그러한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말의 실제 의미는 처음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즉 요즘에는 이 과정이 특정 세포에서의 생명현상 또는 생명의 발현으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흔히들 말합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이러한 의견이 상당한 정도의 통찰력이 아니라 하나의 단어만을 단순히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화학연구에 있어서 복잡하고 신비스러운 생명현상 속으로 침투하려고 애쓰는 미개척 분야가 1813년 상황보다 여러 면에서 훨씬 진보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한편, 이 분야에서 실험화학 연구를 한 단계 더 확고하게 진행한 업적에 대해서는 무조건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의 노벨상 수상 주제인 바로 그 업적에 해당합니다.
이제 그 업적에 대해 여러분께 간단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오랫동안 화학자들은 이른바 발효라고 하는 현상에 대단한 관심을 가져 왔습니다. 이 이름 속에 우리는 살아 있는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매우 중요하고 많은 화학 과정을 포함시켰습니다. 보통 발효라고 하면 효소라고 불리는 물질의 영향으로 화합물이 쪼개지는 분해반응을 말합니다. 이러한 효소들은 대부분 단순히 존재함으로써 활동합니다. 자신은 변하지 않고 다른 물질에 어떤 뚜렷한 변화를 야기하며, 각 효소의 효과는 어떤 특정 물질 또는 특정 그룹의 물질에 한정됩니다.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은 환경에서는 강력한 활성을 나타내고, 다른 환경에서는 자주, 그리고 쉽게 활성이 없어진다는 것이 효소의 중요한 성질입니다. 반면 다른 화학물질의 도움으로 효소의 작용과 비슷해 보이는 화학 과정이 야기될 수도 있는데 이러한 목적으로 그 성질이 살아 있는 생명체에 매우 낯설고 가끔은 친화적이지 못한 화학물질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지식 발전은 고도로 발효적인 반응을 가능하게 했는데 이러한 반응이 살아 있는 생명체에서 물질의 전환을 일으키고 생명체의 조건을 조절합니다. 지난 세기 우리는 화학 분야에서 유기물질의 조성과 구조에 관한 폭넓은 지식을 얻었습니다. 이제 발효과학이 생명체 내에서 물질의 생성과 분해의 법칙을 지배하는 위치를 갖기 위해서는 효소의 성질과 작용에 관한 완전한 지식이 필수적입니다. 지금까지는 효소가 생산해 내는 효과로만 효소를 이해했을 뿐 이 물질 자체의 성질과 조성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이 장래 노벨상의 주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수의 발효가 쉽게 관찰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소화계로 분비되고 거기서 엄청난 효과를 나타내는 분비액에서 용해된 상태로 있는 효소들에 관련해서도 많은 관찰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결과 이러한 발효에 관하여 상당한 실험적 경험을 얻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발효는 살아 있는 세포의 존재 하에서만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반 이스트의 작용으로 설탕이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 것이 이러한 종류입니다. 이 발효와 살아 있는 이스트 세포의 존재 관계를 분리할 수 없었으므로 이 발효 과정은 세포에 의한 ‘생명의 발현’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이 과정은 더 자세한 연구로도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이 견해는 파스퇴르를 통해서 받아들여졌고 과학자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채택되었습니다.
파스퇴르가 이룬 잊을 수 없는 업적은 부패와 발효의 개시자인 살아 있는 생명체가 있다는 것과 아주 중요한 많은 발효 과정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입니다. 아이디어의 천재성뿐만 아니라 실험가의 재능으로 탁월했던 파스퇴르는 일반 알코올의 발효과정과 관련하여 근본적인 내부관계를 조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그는 알코올발효가 주로 이스트 세포에서 만들어 내는 효소에 의한 것인지를 알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경우 이 효소는 살아 있는 이스트 세포에서 분리되어 그들의 존재와 독립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용해 가능한 효소의 존재에 관한 다른 사람들의 실험과 마찬가지로 그의 실험도 부정적인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에 따라 파스퇴르의 견해는 증명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즉 알코올 발효라는 화학 과정은 이스트 세포에 의한 생명의 표현으로 그들의 생명과 뗄 수 없는 관계로 여겨졌습니다. 이 견해는 몇십 년 동안 유지되었습니다.
파스퇴르는 이러한 과정의 궁극적인 이유로, 살아 있는 생명체의 의미를 화려하게 해석하여 불멸의 명성을 얻는 동시에, 발효의 실제과정에 생명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이 분야의 발전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발효가 생명의 발현으로 그래서 생명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는 현상으로 여겨지는 한, 그 과정에 관한 의문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갈 희망은 없어 보였습니다. 알코올 발효뿐만 아니라 많은 종류의 중요한 과정과 관련해서 이런 의식이 더욱 중요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부흐너 교수가 수년의 연구 끝에 살아 있는 세포가 없는 이스트 세포가 분비한 액으로부터 알코올 발효가 된다는 것을 증명하여 대단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이 발효가 이스트 세포가 만든 효소에 의한 현상이며 이스트 세포로부터 효소가 선택적으로 분리될 수 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 주었습니다. 발효는 이스트 세포에 의한 생명의 직접 발현이 아닙니다. 세포가 죽거나 파괴되더라도 효소는 남아 있습니다.
이제 부흐너 교수의 연구로 앞에서 언급한 발효 및 그와 비슷한 여러 과정들이 연구자들을 가두고 연구의 발전을 방해했던 굴레에서 해방되었습니다. 이제 이스트 세포나 다른 세포에서 살아 있는 세포가 없어도 강력한 활성을 가진 세포물질을 충분히 얻어내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습니다. 성질에 관한 많은 분석조사가 일부는 부흐너 교수 자신에 의해서, 일부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지금까지 접근이 불가능했던 분야가 이제 화학연구 분야가 되었으며 새로운 많은 전망들이 화학이라는 과학을 향해 활짝 열리게 되었습니다.’
<숙취의 주범 아세트알데히드>
술처럼 인간과 친근한 것도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기쁠 때도 술을 마시고 슬플 때도 술을 마신다. 이처럼 양면성을 띠는 것은 술에는 인간에게 위안을 주는 특별한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술을 의미하는 라틴어의 ‘Aqua Vitae’는 ‘생명의 물’이라는 뜻이다. 한방(韓方)에서도 술은 백약 가운데 으뜸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술을 마셔서 효과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체질적으로 제한되어 있다고 한다. 독한 술이라고 해서 모두 몸에 해로운 것이 아니듯 약한 술이라고 해서 모두 몸에 이롭지 않다는 것이다.
술, 즉 알코올을 금방 산화시켜 이산화탄소와 물로 바꾸는 데 소질이 있는 사람이 바로 ‘타고난' 술꾼이다. 이들의 간에는 알코올 산화효소가 많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까닭은 알코올이 혈관신경을 자극하여 혈관을 확장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은 실제로 체온이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과음하면 알코올은 완전히 산화되지 않고 중간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의 형태로 남는데, 이것이 바로 음주 후의 두통과 숙취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다. 숙취란, 술을 마시고 수면에서 깬 후에 느끼는 특이한 불쾌감이나 두통, 또는 심신의 작업능력 감퇴현상 등이 1~2일간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알코올은 간에서 알코올분해효소(Alcohol De-Hydrogenase, ADH)가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되는데, 이 아세트알데히드가 미주신경, 교감신경내의 구심성신경섬유를 자극하여 구토 및 어지러움, 동공확대, 심장박동 및 호흡의 빨라짐 등 흔히 말하는 숙취를 일으키는 것이다. 여기에서 미주신경(Vagus Nerve)은 운동과 지각, 내장의 기능과 관련있는 신경이고, 교감신경(Sympathetic Nerve)은 신체가 외부환경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작용하는 신경이다.
결국 우리가 ‘숙취를 느낀다’라는 것은 체내에 알코올 및 아세트알데히드가 남아있어 지속적으로 신경을 자극하는 상태를 의미하며, ‘술이 깬다’라는 것은 아세트알데히드가 분해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음날 아침이나 점심에 주로 숙취를 느끼게 되며, 심할 경우 1~2일간 숙취를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아세트알데히드는 공장폐수나 오염된 공기 중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대표적 유해물질이다. 새집증후군 및 암모니아와 함께 생활냄새의 주범이기도 하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나 노약자에게는 두통, 구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최근 인기가 있는 공기청정기의 기능 중 하나가 바로 이 아세트알데히드를 줄이는 것으로 보아 그 유독성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주당들의 대화를 듣다 보면, 양주는 많이 마셔도 머리가 아프지 않은데 우리나라의 막걸리나 청주를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아마 비싼 양주나 외국산 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몸에 좋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다. 그것은 일반적인 발효법으로는 8∼16퍼센트 정도 농도의 에틸알코올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틸알코올의 농도가 증가하면 효모균 스스로 자신이 만든 알코올에 중독되어 발효활동을 정지한다. 따라서 모든 발효주에는 음주 후의 두통과 숙취의 원인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들어 있다. 때문에 술을 마신 후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것이다. 막걸리나 청주 등 우리나라 술을 마셨기 때문에 숙취가 있고 머리가 아픈 것이 아니다. 아무리 비싼 프랑스산 포도주라도 많이 마시면 머리 아픈 것은 당연하다.
인간들은 이 골치 아픈 아세트알데히드를 제거하는 방법 또한 개발했는데, 그것이 바로 증류주다. 어느 정도 이상의 농도를 가진 주류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반 발효에 의해 만든 알코올 용액을 증류하여 그 농도를 증가시키는데 증류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가 사라진다. 위스키, 코냑, 아르마냑 등 거의 모든 양주가 증류방식을 거쳐 만든 것이다.
증류주를 만드는 방법은 알코올의 끓는점(78도)이 물의 끓는점(100도)보다 낮으므로 알코올이 물보다 먼저 증발한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발효주를 끓여서 증발하는 기체를 모아 적절한 방법으로 냉각시키면 다시 액체로 되면서 본래의 발효주보다 알코올 농도가 훨씬 더 높은 액체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증류주를 만들려면 필히 그 전 단계인 발효주가 있어야 하는데 맥주나 포도주를 증류하면 위스키나 보드카, 진이 되며 포도주를 증류하면 브랜디가 된다. 이 브랜드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코냑이나 아르마냑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정통주인 소주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증류주인 소주(燒酒 : 잘 알려진 희석식 소주를 뜻하는 것이 아님)는 농도가 20퍼센트를 넘으므로 양주와 마찬가지로 머리가 아프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한국산 정통주의 가격이 만만치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에탄올의 농도는 증류법에 따라 약 95퍼센트까지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세계 각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고급술의 에탄올 농도는 40∼50퍼센트이다. 에탄올의 농도를 50퍼센트까지 높이면 에탄올 분자와 물 분자의 움직임이 가장 느려지는데 이때가 숙성시기로는 가장 좋고 동시에 술맛도 좋다. 술의 에탄올 농도는 도(proof)로도 표시하는데 이것은 퍼센트(퍼센트) 농도의 두 배에 해당한다. 따라서 50도라는 것은 에탄올 농도가 25퍼센트인 술을 의미한다.
<분해효소가 관건>
외국인들은 술을 많이 마셔도 취하거나 추태를 부리지 않는 데 비해 한국 사람들은 술에 취해 길을 갈지자(之)로 걷거나 구토를 하는 등 추태를 보이기 일쑤라며 많은 사람들이 한국인들의 음주 습성을 비난한다. 그러나 이런 비난이 전부 옳지는 않다.
박택규 교수는 한국인을 포함하여 동양인들의 대부분이 선천적으로 알코올을 분해하는 알코올산화효소(알데히드탈수소효소-2(Aldehyde dehydrogenase-2 : ALDH2)가 거의 몸 속에서 분비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마크 슈키트 교수는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들의 40%가 알코올을 완전히 분해할 수 없는 효소를 갖고 있어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진다고 발표했다. 또한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들의 10%는 술을 조금만 마셔도 속이 메스껍고 두통, 구토 등을 느끼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똑같은 술을 마시더라도 외국인들은 취하지 않는데 한국인들은 곧바로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문가들은 술을 잘 마시는 한국인들은 알코올산화효소가 적게 분비되거나 분해할 수 없는 효소가 있는데도 술을 많이 마시므로 몸이 거꾸로 술에 적응한 결과라고 말한다.
이러한 특수 체질은 술에 관한 한 유리한 점도 있다.
일반적으로 외국에서는 술을 마시고 비틀거리면 경찰에 체포되기 쉽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볼 때 비틀거리며 걷는 사람은 무조건 ‘알코올 중독자’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외국인이 한국인을 볼 때 알코올산화효소가 적게 분비되어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들은 술을 이기지 못하여 구토를 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많은 술을 마시면서도 알코올 중독자가 많지 않다는 설명도 있다. 이것은 외국인들은 마시는 술을 모두 몸에서 받아들이므로 알코올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많은 반면 한국인들은 알코올을 흡수하지 못하므로 외부로 뱉어내기 때문에 중독자가 적다는 뜻도 된다. 물론 술을 많이 마시고 구토하는 것은 몸에 매우 나쁘다고 지적한다.
ALDH2가 부족한 사람들이 술을 많이 마시면 침에 생긴 아세트알데히드를 제거할 수 없어 소화기관의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스웨덴 헬싱키대학 미코 샐라스푸로 박사는 모든 사람이 술을 마실 때 침에 아세트알데히드가 생기는데 그 농도가 높을수록 소화기관의 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적었다. ALDH2가 부족한 사람은 침의 아세트알데히드 수치가 2∼3배 높았다.
침을 만들어내는 주요기관은 양쪽 귀 옆에 있는 이하선(귀밑샘,parotid glands)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하루 1.5리터 정도의 알칼리성 침을 만들어 내는데 이것이 치아에서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한다. 또한 표피세포를 박테리아로부터 보호하고 소화를 돕기 위해 약간 끈적끈적하다. 그런데 알코올이 이하선에 들어가면 알코올이 암을 유발하는 아세트알데히드로 대사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ALDH2 유전자가 없는 사람은 소화기관의 암을 막기 위해서라도 술을 줄이고 입안을 청결히 할 것을 권장한다. 흡연자이거나 구강 위생이 좋지 않은 사람은 더욱 위험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음주를 즐기는 사람이 흡연까지 한다면 소화기관의 암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여하튼 한국인에게 알코올을 소화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은 장단점이 있으므로 술을 슬기롭게 마시는 것이 좋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국민건강지침』에 의하면 ‘덜 위험한 음주량’은 막걸리 2홉(360cc), 소주 2잔(100cc), 맥주 3컵(600cc), 포도주 2잔(240cc), 양주 2잔(60cc) 정도다. 이는 하루에 간이 해독할 수 있는 양보다 약간 적은 양이며 그 이상을 ‘과음’으로 간주한다.
<가짜 양주 갈 곳 없다>
기본적으로 양주는 증류를 했기 때문에 머리를 아프게 하는 아세트알데히드가 상당히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적어도 머리가 아프지는 않다. 그러므로 양주를 마시고 머리가 깨질 듯 아픈 ‘두통의 기억’은 곧바로 가짜 양주를 마시지 않았는가하고 의심한다.
그러므로 가짜 양주 식별하는 방법도 주당에게는 중요 사항 중 하나로 대체로 3가지를 추천한다.
1. 양주병을 흔들어 물방울이 많이 생기면 가짜다.
2. 양주병을 흔들어 물방울이 한참동안 없어지지 않으면 가짜다
3. 알코올 냄새가 강하면 가짜일 확률이 높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 상식으로는 가짜 양주를 판별할 수 없다고 한다. 우선 가짜 양조 제조자들이 정교한 위조기술로 가짜양주를 생산한데다 술이 많이 취한 상태에서 비전문가들이 이를 알아차릴 수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두 번째의 경우 오히려 정상제품은 위조주에 비해 기포가 작고 소멸하는 데 오래 걸리는 반면 위조주는 상대적으로 빨리 소멸되므로 이는 잘못 알려져 있는 경우이다.
그러나 가짜 양주를 계속 마셔야 하느냐로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근래 가짜양조에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기술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스카치블루는 기존의 홀로그램 주석캡슐에 이어 DNA 시스템을 도입했다. 식물에 추출한 DNA 잉크가 라벨에 들어있어 판별용액을 묻히면 파란색이 빨간색으로 변하고 다시 물을 묻히면 파란색으로 돌아와 즉석에서 진품을 판별할 수 있다.
윈저는 병 라벨의 9자리 숫자 중 뒷자리 4자와 병뚜껑 비닐이 일치하도록 하는 ‘예스코드’로 정품 여부를 판별토록 했으며 임페리얼은 휴대전화를 통해 제품 하단부에 인쇄된 10자리 숫자를 입력하면 곧바로 정품 여부를 알려준다. 킹덤에서는 각도에 따른 색깔 변화로 위조주를 구분할 수 있는 컬러시프팅 기술을 뚜껑에 적용했다. 생산자의 기술이 발달할수록 위조전문가의 기술 역시 상향되지만 가짜 양주의 설자리는 점점 작아지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참고문헌 :
「술 마시고 얼굴 빨개지면」, 한겨레21, 2000년 7월 20일(제317호)
「포도껍질 효모가 빚어낸 신비의 맛」, 김준철, 과학과 기술, 2003년 12월호
「술 마신 후 2∼3일은 쉬자」, 민태원, 『과학과 기술』 2003년 12월호
「숙취는 왜 생기는 것일까?」, 사이언스타임스, 2005.1.7.
「한국인 유대인이 알코올 중독에 빠지지 않는 이유는?」, 연합뉴스, 2006.9.7.
「가짜 양주 꼼짝마」, 오미현, 비즈&라이프, 2007.11.26
'화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 > 막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벨상을 받은 막걸리(I) (0) | 2020.09.1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