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별들의 미래>
현 우주는 약138억 년 전, 빅뱅(Big Bang)에 의해 탄생되었다고 설명된다. 이후 지금까지 점점 팽창하고 있는데,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에 따라 우주 공간의 밀도는 낮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므로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팽창이 계속되면 미래의 우주는 지금보다 은하와 별의 밀도가 훨씬 낮은, 아주 어두운 공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이 같은 예측이 최근 <국제 천문 프로젝트>의 조사에 의해 사실로 판명되었다고 발표되었다. 우주가 어두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국제 프로젝트(GAMA : Galaxy And Mass Assembly)는 우주론과 은하의 진화를 연구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로서, NASA와 ESA(유럽우주기구) 등 전 세계의 우주연구기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장시간의 관측을 통해 별의 생성 활동이 8억 년 전에 정점을 찍었고, 이후에는 급격히 하락하면서 빛을 내는 별들의 탄생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연구진은 우주 공간이 점차 어두워지고 있는 이유로, 팽창과 함께 별의 탄생과 사망을 꼽았다.
이어서 별의 탄생이 감소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내세웠다. 별은 일종의 에너지 역할을 하는 수소 원자와 헬륨 원자를 융합시켜 빛을 내는데, 기존 별들이 우주에서 소모하는 에너지가 많아질수록 이를 통해 새로 탄생해야 할 별들의 개수가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NASA와 ESA 등이 보유한 지상 및 우주 공간의 천체 망원경을 모두 활용하였다. 은하계 내의 별 들 중, 달의 1,000배 정도 되는 22만개의 별들을 골라내어 관측했다.
그 결과, 이들 별에서 나타난 적외선에서 자외선 영역에 이르는 파장은 그 세기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을 파악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우주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서호주대학의 사이먼 드라이버(Simon Driver) 교수는 ‘파장의 세기를 조사한 결과, 우주는 20억 년 전의 빛에 비해 그 절반에 불과한 에너지를 내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 같은 현상은 우주가 조금씩 느리게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같은 현상 즉 우주의 원자까지 암흑 에너지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빅립(Big Rip)’으로 불렀다.
빅립이란 우주가 산산조각이 나는 현상으로, 팽창이 가속화되던 우주가 220억 년 뒤에는 크게 찢어지면서 종말을 맞게 된다는 이론이다. 빅립 이론이 발표되기 전만 하더라도 우주 종말론은 ‘빅크런치(Big Crunch)’가 대세였다. 우주가 팽창하다가 결국은 다시 수축하여 결국은 블랙홀처럼 한 점으로 돌아간다는 가설로서, 빅뱅 현상과 반대되는 이론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별과 별, 행성과 행성, 은하와 은하가 서로 밀어내는 힘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그것이 바로 서로 끌어당기는 우주중력 보다 우주 팽창을 가속화 하는 에너지인 ‘암흑에너지(dark energy)’ 때문에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우리 우주가 풍선처럼 이 팽창하는 힘을 버티지 못하고 터져 버린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한편 암흑에너지는 1998년 아담 리스(Adam Riess) 등이 초신성을 연구하던 중 처음으로 내놓은 가설이다.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들 가운데, 별이나 행성 그리고 가스 등은 4%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시작된 이 이론은, 우주의 나머지가 23%의 암흑물질과 73%의 암흑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가설의 핵심이다.
<별들의 미래>
우주의 미래가 빅클런치, 빅립으로 귀결된다고 하지만 아직 이들 미래가 완벽한 이론으로 정리된 것은 아니다. 더구나 이 시기는 현재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단위가 아닌 적어도 280억 년 후이다.
그러나 우주 속에 포함된 별들의 미래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세히 알려져 있다.
모든 별은 우주의 먼지구름에서 태어난다. 구름 속의 어디엔가에는 우연히 물질이 다른 곳보다 더 많이 모인 곳이 있게 마련인데 이때 자신의 중력으로 주변에 있는 물질들을 끌어들인다. 질량이 커지면서 중력도 더 커져 보다 많은 물질들을 끌어당겨 처음에는 작은 규모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주변의 먼지구름이 가속도로 빨려들고 압축이 진행되면서 중심 부분의 압력과 온도가 올라간다.
먼저 전자가 원자에서 떨어져 나가 플라즈마를 형성하는데 압축이 계속되면서 플라즈마 속의 원자핵은 점점 더 빨리 움직이게 된다. 이후 이 핵들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 핵 사이에 존재하는 전기적 반발력을 이기고 서로 합쳐지며 태양과 같은 핵융합이 시작된다. 핵융합으로부터 나오는 에너지가 주변 물질에 압력을 가해 모든 것은 중심 쪽으로 끌어들이는 중력과 균형을 이룬다. 이 에너지가 표면에 도달하면 전자파의 형태로 우주 공간으로 방출되고 균형을 이룬 먼지구름은 빛을 내기 시작한다. 태양과 같은 별이 탄생한 것이다.
별의 일차적 연료는 수소다. 두 개의 양성자, 즉 두 개의 수소 원자핵이 합쳐져서 중수소와 몇 가지 다른 입자를 만들어낸다. 이 중수소가 다른 양성자들과 충돌을 거쳐 결국은 두 개의 양성자와 두 개의 중성자로 된 헬륨 원자핵을 형성한다. 이 핵반응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네 개의 양성자 ⇢ 헬륨 + 에너지 + 몇 개의 다른 입자
여기서도 네 개의 양성자가 갖는 질량의 일부가 전환되어 핵반응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별이 수축하면서 안정되어 가는 과정에서 별의 가장자리에서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난다. 최초의 먼지 구름은 일반적으로 미약한 회전운동을 하는데 수축이 시작되면 회전 속도가 빨라진다.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 마지막으로 별이 산산조각이 나기 마련인데 여기에도 예외가 있어 이런 비극이 오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첫째는 두 개로 갈라져 다중성계(double star system or multiple star system)가 되는 경우와 또 하나는 행성들을 분가시키는 방법이다. 어느 쪽이든 떨어져 나간 부분들은 어머니 별의 회전력을 떼어 갖고 나온다. 학자들은 대부분의 별들이 첫 번째 방법을 택한다고 추정하는데 밤하늘에 보이는 별의 3분의 2 가량이 다중성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별이 수소를 엄청나게 소모한다는 것은 태양이 한시도 쉬지않고 불타고 있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태양은 매초 약 7억 톤의 수소를 소비하는데 그 중 500백만 톤이 감마선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된다. 그러나 태양도 결국 에너지보존 법칙에 의해 종말을 걷는데 대체로 50억 년 후이다.
물론 모든 별이 태양과 같은 종말을 맞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별이 수소를 얼마나 갖고 있는가와 얼마나 빨리 소비하는가에 달렸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별의 크기가 클수록 수명이 짧은데 이는 큰 별일수록 입자들을 안쪽으로 잡아당기는 중력의 힘이 크므로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수소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태양은 우주의 별 중에서 중간 정도이므로 100억 년 정도 지속할 수 있지만 질량이 태양의 30배 정도 되는 별은 수소를 워낙 빨리 소모하므로 수백만 년밖에 지탱하지 못한다. 반면에 태양보다 작은 별은 수백억 년도 살 수 있다. 현재 알려진 우주의 나이 138억 년 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다.
별의 질량이 매우 크면 장엄한 장례식이 일어난다. 큰 별이 수소를 매우 빨리 소모하면 잠시 수축기간이 있은 후 헬륨이 융합되기 시작하여 탄소가 된다. 헬륨이 다 떨어지면 어김없이 수축이 다시 시작되고 내부의 온도가 크게 올라 탄소마저 융합을 시작한다. 앞선 물질이 타고 남은 재가 그 다음 물질의 융합 연료가 되는 과정이 반복되며 별의 일생 중 마지막 단계에 도달한다.
핵 융합 마지막 단계에서 철이 생성되기 시작한다. 철이야말로 마지막 재인 셈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철 원자핵을 다른 원자핵과 융합시켜 에너지를 얻는 것이 불가능하고 핵 분열로 에너지를 얻을수도 없다. 별의 중심 부분에 철이 쌓여감에 따라 에너지를 만들어낼 방법이 점점 사라지면 다시 수축이 시작되는데 이번에는 전자의 힘도 중력의 힘을 이길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결국 전자는 중심부에 있는 양성자로 밀려들어가 중성자가 되고 이 별은 중성자로 덩어리진 공이 된다. 이를 중성자별(neutron star)라고 하는데 지름은 고작 15킬로미터 정도다. 여기서는 중력의 힘과 중성자의 압력이 서로 균형을 이루어 별을 안정시키는데 학자들은 초신성 폭발 후 중심에 남는 것이 중성자별이 된다고 추정한다.
중심부의 수축이 시작되면 별의 바깥 부분에 있는 입자들은 더 이상 기댈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안쪽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핵 융합의 산물로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중성자의 홍수에 마주치게 되는데 그 결과 별은 문자 그대로 산산조각이 된다. 약 30분 동안 충격파가 별의 몸체를 휩쓸고 지나가고 온도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가며 우라늄 플루토늄에 이르는 모든 무거운 원소들이 마구잡이로 형성된 후 우주 공간으로 뿌려진다.
그리고 며칠 동안 이 별은 은하계 전체보다 더 큰 에너지를 내는데 이 현상을 초신성(supernova)라 부르는데 이제까지 알려진 별의 최후 중에서 가장 장엄한 것이다. 폭발의 먼지가 사라지고 나면 중성자별 또는 불랙홀이 된다.
중성자별은 보통 회전축을 중심으로 약 15킬로미터인데 1초에 30번에서 50번 회전한다. 이때 강력한 전파가 발사되는데 이를 ‘펄서’라고 부른다. 별의 질량이 매우 크면 중성자의 압력도 중력의 힘을 이기지 못해 수축이 계속 진행되는데 이를 블랙홀이라 한다. 이를 비유하여 블랙홀이야말로 중력이 거두는 최후의 승리라고 말한다. 이를 역으로 말한다면 별의 궁극적인 승리이자 패배의 상징이다.
이를 정리하면 우주의 초기에 큰 별들이 형성되었고 짧은 생애를 마친 후 초신성이 된다. 숨을 거두기 직전 이들은 모든 화학원소를 합성하여 우주 공간으로 뿌려준다. 여기서 이 원소들은 다음 세대의 별에 흡수된다. 헬륨보다 무거운 모든 원소, 이를테면 우리 혈액속의 철과 뼈 속의 칼슘 같은 것들도 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별의 잔해로부터 만들어진 존재라 볼 수 있다.
참고문헌 :
「우주 탄생은 ‘빅뱅’, 그 끝은 ‘빅립’?」, 김준래, 사이언스타임스, 2015.08.25.
『과학의 열쇠』, 로버트 M, 헤이즌 외, 교양인,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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