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의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불로초 '유산균'

장수의 불로초, 유산균(2)

Que sais 2020. 9.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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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에 대한 연구>

1900대가 되자 메치니코프는 우리가 왜 면역을 갖는지에 대해 연구한 것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는 질병이란 단지 지나가는 한 사건이다라고 적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죽는 사람도 있고 치유되는 사람도 있지만.

메치니코프인간살고자 하는 욕망이 가장 강해졌을 때 왜 늙어서 죽어야만 하는지 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사실 메치니코프죽음이라는 생각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그를 비롯하여 지구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체반드시 죽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엘리 메치니코프(1845〜1916) 1908년 노벨 생리의학상

그런데 그는 너무나 늙어서 더 이상 살고 싶은 욕망을 가지지 않았던 두 할머니에 대한 보고서를 우연히 읽었다. 할머니들은 고된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드는 것처럼 편안하게 죽기를 원했다. 메치니코프는 자신이 연구해야 할 적절한 주제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인간에게는 자고 싶은 본능이 있는 것처럼 죽고 싶은 본능이 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진짜로 죽고 싶어질 때까지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메치니코프노화의 이유가 무엇인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는 스칸디나비아의 과학자 에지렌동맥경화노화의 원인이고 알코올, 매독, 그리고 다른 병들이 동맥경화의 원인이라는 논문을 읽었다.

당장 메치니코프는 인간들을 괴롭히는 병들이 어떻게 동맥딱딱하게 만드는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의 연구 방법이 특이했다. 그는 매독연구 주제로 택한 것이다.

그는 매독이 어떻게 동맥을 딱딱하게 만드는지를 알고 싶었다. 매독환자들에게서 얻은 원숭이들에게 접종하자 침팬지매독에 걸렸다. 그 후 4 동안 매독균을 약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데 몰두했다.

이번에도 메치니코프에게는 운이 따랐다. 매독을 일으키는 균을 원숭이의 귀에 문지른 다음 24시간 후에 그 귀를 잘랐는데 원숭이의 신체의 다른 어떤 부분에서도 매독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매독(Treponema pallidum)의 전자 현미경 사진

메치니코프매독균이 몸에 들어가자마자 전신으로 퍼지는 것이 아니라 매독균이 침입한 곳에서 몇 시간 머물러 있다고 생각했다. 즉 사람의 어디로 균이 들어가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으니까 균이 퍼지기 전에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의 탁월한 감각추후 학자들로 하여금 질병 치료에 큰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메치니코프가 그의 미생물 사냥에 있어서 가장 실용적인 물질을 개발하는데도 성공하여 기염을 토했다. 유명한 염화제1수은 연고였다. 그는 파스퇴르와 같은 공개적인 실험을 했다.

젊은 의대생 메종뇌브를 부추매독에 감염된 사람에게서 얻은 매독균을 접종 받겠다고 자원하게 만들었다. 그런 후 프랑스의 가장 유명한 의료계 인사들로 구성된 위원회 앞에서 용감한 메종뇌브가 일어나 엄청나게 많은 량의 위험한 균자신의 상처 속으로 들어가게 했다.

메종뇌브가 매독균을 접종받은 지 한 시간 후에 메치니코프가 개발한 염화제1수은 연고를 발랐다. 그리고 메종뇌브와 함 접종했던 원숭이에게는 연고를 발라주지 않았다.

메치니코프 메종뇌브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는 매독에 걸리지 않았던 반면, 원숭이들은 30일 후에 병에 걸렸다.

메치니코프매독 치료에 대한 이야기가 알려지자 일부 도덕 주의자들이 그렇게 쉽고 완전한 치료법이 알려진다면 도덕성이 해이해 진다고 항의했다. 메치니코프는 예의 탁월한 웅변으로 대답했다.

 

매독의 확산을 막는 것이 부도덕한 주장이 있지만 모든 도덕적인 방법을 동원해도 매독의 창궐을 막지 못했으며 결백한 사람들이 에 걸리기도 했다. 전염병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데도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부도덕한 일이다.”

파울 에를리히(1854~1915) 1908년 노벨 생리의학상

그에게 수많은 상이 수여되었지만 그는 자신에게 수여되는 상금은 모두 연구비로 투여했다. 더욱이 1908에를리히와 함께 노벨상을 받자 일부 학자들이 항의하기도 했지만 그의 업적만으로 평가하면 노벨상을 받는데 부족함이 없다는 설명이다.

여하튼 메치니코프매독을 치료할 수 있는 연고를 발견하여 기세가 오르자 또 다른 연구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학자들은 그의 아이디어발견이 아니라 발명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자가 중독이었다. 인간의 대장에 있는 야만적인 부패균이 만드는 독소에 의해 중독이 되면 동맥을 딱딱하게 만들고 그것이 인간을 빠르게 노화시킨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대장을 절제했던 두 사람이 대장 없이 오래 살았다는 기록을 찾아내고 대장이 없다면 훨씬 오래 산다고 믿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신중했다. 메치니코프답지 않게 사람들에게 장 절제 수술을 받으면 장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그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이번에도 학자들은 조롱했다. 어떤 사람은 코끼리는 엄청나게 큰 대장을 가지고 있지만 100까지 산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그리고 인간도 큰 장을 가진 동물이지만 지구상에서 장수하는 동물 중에 하나라는 것도 지적했다.

그는 동물들이 진화하면서 큰 장을 가지게 되었는가에 관한 논쟁에 휘말리면서도 자가 중독의 해법을 찾았다.

소문에 따르면 불가리아와 코카서스 지방에서는 사람들이 100가 넘도록 장수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곳에서의 장수 요인유산균을 먹기 때문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유산균 미생물로 적당히 따뜻하고 먹을 것만 있으면 번식도 잘한다. 유산균을 먹고 살며 대사산물유산(젖산)을 생성하는 발효세균을 통틀어 말하며 부패시키는 능력은 없다.

유산균은 이름처럼 유제품을 발효시켜 치즈와 유산균 음료를 만든다. 간장과 된장에도 들어있으며 김치의 상큼한 맛을 내는 것도 유산균의 역할이다.

유산균의 역할정장효과에 있다. 정장효과란 우리 몸에 이로운 균의 발육은 돕고 유해균의 생육을 억제하는 것을 말한다. 장에 있는 유산균젖산을 분비해 장내의 산도를 높임으로써 유산균보다 산에 더 약한 다른 유해균을 죽인다. 이를 다른 말로 장내의 pH를 유지시킨다고 한다.

유산균으로서 잘 알려진 것은 장내 세균총의 불균형 때문에 발생하는 설사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반면에 유산균의 대사산물유기산대장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기 때문에 변비를 해결해준다. 여기에 변비와 설사를 동시에 해결하는 유산균의 비밀이 있는 것이다.

우유를 마시면 설사하는 사람이 있다. 우유 속에 들어 있는 당분인 젖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결핍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백인들에게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선천적으로 젖당분해효소가 부족한 동양인이나 흑인들은 이런 문제가 빈번히 발생한다. 우유를 잘 소화시키는 사람작은창자에서 젖당 분해 효소에 의해 젖당더 작은 분자들(포도당과 갈라토스)로 분해되어 창자벽의 실핏줄 속으로 흡수되어 그 영양분온 몸으로 전달되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젖당 분해 효소가 결핍된 사람의 경우에는 젖당이 소화가 안 된 채 작은창자에 그대로 남아있으므로 우리 몸에 있는 물이 젖당이 있는 작은창자로 몰려들게 된다. 이렇게 과도한 물작은창자로 몰려듦으로써 설사가 발생하는 것이다.

우유를 마시면 설사를 하는 사람의 경우 설사뿐만 아니라 방귀도 함께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소화가 안 된 채작은창자에 남아 있는 젖당은 창자의 연동작용에 의해 점점 밀려서 큰창자에 도착한다. 큰창자에는 대장균을 비롯하여 수많은 장내 세균이 있는데 이들 장내 세균들에게 젖당은 좋은 먹이감이다. 장내 세균들은 젖당을 섭취하여 왕성한 대사 작용을 하면서 가스를 발생시킨다. 이로 인해 설사와 함께 방귀도 자주 나오게 되고 고통은 더욱 심해지는 것이다.

설사고통의 원인이라지만 이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바로 변비. 하지만 이 경우 설사를 역이용하면 어느 정도 고통을 완화시킬 수 있다. 창자 내로 물이 몰려들게 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 마그네슘 이온이다. 마그네슘을 이용하면 창자 내의 이온 농도가 높아지므로 이를 묽히기 위해 몸속의 물이 창자 쪽으로 이동해 나옴으로써 변비의 고통이 완화된다.

우유뿐만 아니라 콩이 들어 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도 방귀가 자주 나온다. 갈락토스가 포함된 탄수화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 몸이런 종류의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효소가 결핍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의 설명처럼 콩속의 탄수화물작은창자에서 분해되지 않고 큰창자로 이동하게 된다. 이것은 창자에 서식하고 있는 대장균에게는 아주 반가운 음식이다. 대장균은 이것들을 분해하여 섭취하고 대사 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가스를 발생시키므로 이것이 방귀가 되는 것이다.

존 불 과  조지 3세 의 포스터로, 방귀를 뀌는 모습

방귀는 학자들이 생각보다 많은 연구를 한 분야이다. 2차 세계대전 중에 비행기매우 높은 고도까지 올라갈 수 있었는데 이것은 새로운 문제를 야기했다. 비행기가 올라갈수록 비행사들이 점점 더 심한 복통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는 간단한 과학적 사실로 당연한 일인데 압력이 낮을수록 가스가 팽창하기 때문이다. 비행사의 창자에 있던 가스가 확장되어 복부 팽창과 고통을 호소했다.

미공군비행사들이 먹는 음식의 특성을 연구하여 콩과 식물들이 비행에 맞지 않는 음식이라고 결론지었다. 슈워츠 박사는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재미있게 이야기했다. 미국의 연구독일과 전투하는데 부분적이나마 기여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독일인들은 사우어크라우트를 좋아하는데 이 음식은 매우 강한 가스 생성 음식이기 때문이다. 멕시코 음식에도 이 많이 들어있다. 미국 드라마에서 멕시코 음식을 먹다가 데이트 도중에 방귀나 나와서 당황하는 모습이 종종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우어크라우트와 소시지

방귀우주 여행에도 큰 골칫거리였다. 우주선에서 창자의 기운을 조절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인체에서 발산하는 방귀메탄과 수소덩어리매우 가연성이 높아 산소가 풍부한 우주선 내부대기 상태에서는 잠재적인 위험 요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주 비행사들의 식단은 가스 생성 성분배제하는 식으로 짜여진다.

방귀로 인한 웃지 못할 소송사건도 있다.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서 고의적으로 자주 방귀를 뀌어 다른 피고용자들을 괴롭혔다는 이유로 한 사람이 기소되었다. 그가 타인에게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굴욕감을 준다는 이유였다. 재판 도중 고소인은 이 가공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방귀를 억제하고 걸어간다면 얼마나 기쁠지 모르겠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피고측 변호사방귀를 뀌는 것수정헌법 제1조항이 보장한 일종의 자유롭게 말할 권리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폈다. 판사도 동의했고 고소인은 재판에서 패소했다. 미국인이 이 재판 덕분에 자유롭게 방귀를 뀔 수 있다는 것에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방귀이야기는 이 정도로 끝내고 여하튼 메치니코프는 자신의 실험실 연구원에게 곧바로 유산균을 연구하라고 말했다. 유명한 불가리아균(Lactobacillus bulgaricus)을 통한 치료약이 등장하는 순간이다. 그는 불가리아균젖산을 만들어 장 속에 있는 야만적이고 독성이 있는 균들을 쫓아 버린다고 설명했고 그의 새로운 이론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영국 신문들은 그가 다윈의 종의 기원필적하는 논문을 작성했다고 갈채를 보냈고 수많은 곳에서 불가리아균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세워졌다. 메치니코프는 그들이 상표그의 이름을 사용하도록 허락하여 업자들을 기쁘게 했다. 그러므로 현재 세계에서 판매되는 수많은 요구르트는 전적으로 메치니코프의 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거의 20년 동안 자신의 이론을 엄격히 준수하면서 살았다. 술을 마시지도 않았고 담배를 피지도 않았다. 그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체액과 분비액을 조사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말한 불가리아균을 계속 먹었고 71세의 나이에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이 세상을 떠났다.

메치니코프의 아내1929에 발간된 메치니코프 자서전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남편은 살균하지 않은 음식은 절대로 먹지 말 것을 평소에 늘 주장해왔는데, 미생물이 살아있는 발효유는 매일 먹는 것을 보고 나는 의아하게 생각하였습니다(당시에는 식중독으로 인한 사망이 많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생물학자는 당시 모든 음식은 열처리를 할 것을 권장하던 시기였다). 남편은 선천적으로 신장이 좋지 않았는데, 매일 유산균 발효유를 손수 만들어 먹은 이후에는 병이 호전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녀의 이야기전 세계의 유산균 생산업자들에게 가장 입맛에 맞는 말임은 말할 것도 없다.

 

참고문헌 :

유산균 발효유 불로장생의 필수품인가, 곽수진, 과학동아, 199511

유산균과 건강 만들기, KBS건강365, 데일리쿡, 2012.02.14

장난꾸러기 돼지들의 화학피크닉, 조 슈워츠, 바다출판사, 2002

현대 의학, 그 위대한 도전의 역사, 예병일, 사이언스북스, 2004

소설처럼 읽는 미생물 사냥꾼 이야기, 폴 드 크루이프, 몸과마음, 2005

의학오디세이, 강신익 외, 역사비평사, 2007

100 디스커버리, 피터 매니시스, 생각의날개, 2011

생명과학 교과서는 살아있다, 유영제 외, 동아시아,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