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한국유산)/경주역사지구 답사

경주역사유적지구 답사(9) : 대릉원지구(4) 천마도

Que sais 2021. 11. 1. 09:24

<천마도 발견>

시험대상의 발굴 무덤에서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흔히 말하는 대박이 터졌다. 찬란한 신라금관을 포함하여 금제의 호화로운 허리띠와 그 장식은 물론 목에 걸었던 경식(頸飾), 천마도 등 무려 11,526에 달하는 엄청난 유물이 출토된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간판스타가 천마도. 천마도의 크기는 가로 75센티미터, 세로 56센티미터, 두께 0.6센티미터로 용도는 말다래. 장니(障泥)라고도 불리는 말다래말안장에서 늘어뜨려 진흙이 사람에게 튀는 것을 막는 장식이다. 말 안장의 좌우에 매달던 것이므로 처음 발굴될 때는 2이 겹쳐 있었다. 한 장은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으나 같은 그림으로 된 나머지 한 장무사하여 이것이 국보 207.

천마총 정상부 발굴과 적석상부 노출

천마도신라뿐 아니라 삼국시대 전체를 통틀어 벽화를 제외하면 가장 오래된 그림이며 신라 회화 작품으로는 유일하다. 천마흰 말말갈기와 꼬리털을 날카롭게 세우고 하늘을 달리는 모습이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그림과 비교하여 날카로운 묘사력이나 힘찬 생동감뒤떨어지지만 천마도공예품의 장식화임을 감안하면 매우 뛰어난 자질을 갖고 있는 공예가가 그린 것으로 추정한다. 그림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붉은색, 흰색, 검은색을 이용하여 단아한 느낌을 주는데 색깔을 내는 칠감의 원료흰색호분(胡粉, 돌가루)이며 검은색은 먹, 붉은색은 주사(朱砂)광명단이라는 일종의 납화합물이다.

천마도에 대한 1997 <국립중앙박물관보존과학실>적외선 사진 촬영 결과 정수리 부분에 불룩한 막대기 같은 것이 솟아 있음이 확인되었다. 막대기는 말할 것도 없이 이 동물 머리에서 솟아난 인데  하나인 일각수(一角獸). 말하자면 유니콘인 셈이다. 또한 입에서 신기(神氣)를 내뿜고 있으며 뒷다리에서 뻗쳐 나온 갈기의 표현은 기린이나 등의 신수(神獸)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표현이다.

천마도

기린성인(聖人)이 세상에 나올 징조로 나타난다고 하는 상상의 짐승을 말하는데 몸은 사슴과 같고 꼬리는 소의 꼬리에, 발굽과 갈기과 같으며 빛깔은 5이라고 알려져 있다. 전체 윤곽이 말이나 소를 닮아 있다고 생각되며 가장 큰 신체적 특징으로는 외뿔이 특징이다. 고대 중국에 있어서 기린우주운행 질서의 가장 중심이 되는 신으로 사후세계의 수호자, 천년을 살고 살생을 미워하며 해를 끼치지 않는 덕의 화신으로 여겨왔다.

기린설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머리에 솟은 뿔이다.

1997년 국립중앙박물관적외선 사진을 촬영한 결과 정수리에 반달 모양의 뿔이 우뚝 솟은 것으로 보이면서 말이 아니라는 주장이 처음 제기됐다. 2000 미술사 연구자 이재중씨박사 논문에서 천마가 아니라 기린이라는 주장을 폈다. 상당수 미술사학자들은 1973년 발굴 당시 하늘로 비상하는 말을 그렸다고 해서 천마도라고 했는데, 도상을 잘 모르는 이들이 별다른 연구 없이 성급하게 이름을 붙였다고 비판한다.

중국 난주박물관 천마

전호태 울산대 교수는 입에서 나오는 신령스러운 기운, 정수리에 우뚝 솟은 뿔 등을 볼 때 기린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천마도 속 동물은 고구려 고분 삼실총장천1호분의 기린을 합한 도상이라는 것이다.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천마도의 적외선 사진에는 정수리 위에 우뚝 솟은 반달 모양의 뿔이 보인다. 전호태 교수고구려 장천1호분삼실총의 기린을 합해 놓은 도상이라고 설명한다.

강우방 전 국립경주박물관장삼국시대에는 청룡·백호·현무·봉황사신(四神) 중에서 현무를 제외하고 기린을 넣어 사룡(四龍)으로 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신라 왕의 무덤이니 성군의 의미가 내포된 영적인 동물 기린형상화한 것이라는 뜻이다.

서라벌대 이진락 교수천마의 유래와 관련해 중국에서 발견된 한 유물에 주목한다. 1977 발굴된 중국 감숙(甘肅) 주천(酒泉)시의 정가갑(丁家閘) 5 고분 벽화 천마가 그려져 있다. 천마는 유려한 몸매에 구름을 주위에 두르고 하늘을 날아가는 형상인데 천마총 장니의 천마와 매우 유사한 형태를 가졌다. 이 교수는 중국 땅에서 오로지 주천시의 고분벽화에만 천마그림이 나왔는데 신라 서라벌 천마총에서 천마도가 발견된 것은 고대 두 도시 간 문화교류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또한 신라시조 박혁거세의 탄강설화나정우물가에서 하늘로 날아간 백마와 천마총 천마를 볼 때 신라 건국에서 북방 유목민족의 역할을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천은 세계를 놀라게 한 마답비연이라는 청동천마상이 나온 곳으로 북방기마민족의 유적이 산재한 곳이다. 마답비연중국의 모택동과 미국의 닉슨대통령 1972년 정상회담미국측에 선물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기린탄 신선

반면에 신화학자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문화적·사회적 맥락상 천마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 교수천마도자작나무 껍질에 그려졌다는 데 자작나무북방민족의 샤머니즘에서 신목(神木)으로 섬기는 나무로 하늘과 말을 숭배하는 유목민족의 문화와 관련이 깊다고 주장했다. 신화학자 김선자 박사자작나무 껍질에 그려진 것은 흰말이라며 죽은 자를 하늘로 인도하는 사자 역할을 하는 백마라고 해석했다.

천마도는 당시 흔히 쓰이는 천이나 비단, 가죽이 아니라 나무껍질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재료가 무슨 나무인지가 관심사였는데 중앙임업연구원은 목판의 재질은 백화수피(白樺樹皮)라고 발표했다. 백화수피백화흰자작나무를 뜻하므로 그림은 흰자작나무 껍질 위에 그린 것이다.

자작나무껍질로 만든 말다래고신라 시대에 접어들어 비로소 본격적으로 등장하는데 자작나무껍질 세공은 오늘날에도 시베리아에서 남러시아 지방까지 민간 도구민속공예품 제작에 사용되는 일반적인 소재이자 전통 기술이다. 그러므로 천마를 그린 캔버스로 한반도 남쪽에서 잘 자라지 않는 흰자작나무를 사용했다는 것은 이 무덤의 주인공북방기마민족 계열임을 보여주는 증거로 자주 제시되었다. 남러시아 스텝 루트의 민족들은 자작나무의 물리적 성질과 유연성을 살린 수피세공을 주로 만든다. 따라서 이러한 자작나무 껍질관모 외에 천마도를 그린 말다래나 도너츠 모양의 화판 등의 중요한 용구로 이용되었다는 것은 북방기마민족과 유대관계가 강했음을 명시한다.

그러나 적외선이 쏘아낸 `천마'는 아주 유감스럽게도 불굴 기백과는 영 거리가 멀다. 오히려 입을 턱 하니 벌린 채 이빨을 다 드러내놓고 웃는 듯한 모습은 해학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정수리 부분의 막대기이 아니라 불꽃(일종의 신기)라는 견해도 제기되었다.

국립경주박물관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기마인물형 주자처럼 이 아니라 갈기를 묶은 매듭이라고 발표했다. 고구려 덕흥리 고분벽화 천마지상(天馬之像)이라고 쓰여진 천마 그림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영훈 박사정수리에 솟은 건 이 아니라 앞 갈기를 위로 모아 묶은 매듭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말다래마구(馬具)라는 점, 하늘을 나는 백마(白馬)가 등장하는 박혁거세 신화 등을 볼 때 신라인의 말 숭배 사상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2000한나라 무덤에서 나온 화상석 중에는 말 머리 위에 뿔처럼 솟은 것이 보이는 도상들이 많은데, 이는 머리 위의 갈기를 상투처럼 묶어놓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기마인물형 주자(注子)에서도 정수리 갈기를 묶은 말의 상투가 보인다.

한편 천마총 출토품 대나무로 만든 말다래에서 새로운 천마도 한 점 41 만에 확인됐다. 죽제 말다래는 얇은 대나무살을 엮어 바탕판을 만들고, 그 위에 마직 천을 덧댄 뒤 천마 문양이 담긴 금동판 10를 조합해 금동못으로 붙여 장식했다. 이로써 천마총에서 확인된 천마도백화수피에 그린 그림 2점 외에 새로 확인된 1까지  3으로 늘어났다.

천마총에서 발굴된 금관도 유명한데 X선형광분석기(XRF)로 분석한 결과 금관은 평균 97.5%정도의 순금이 포함되어 있었다. 황금의 비율 K(캐럿)로 바꾸면 23.4K로 거의 순금으로 금관이 만들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머지 성분은 은이다.

학자들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운 것은 무덤의 주인공이 누구냐는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결정적인 유물이 출토되지 않아 무덤 주인을 밝히는 데는 실패했다. 무덤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제일 먼저 어느 시기에 조성 되었는가를 추적했는데 천마총에서 수습된 나무곽의 목질편 시료 <한국원자력연구소> C14탄소측정장치로 측정한 결과 서기 340 전후에 무덤이 조성되었다고 발표되었다. 문제는 이 측정에서 오차 년도가 ±70이나 된다는 점이다.

한편 재래적인 방법으로 유물의 비교 검토를 통해 이 무덤이 서기 500년 전후에 조성된 것으로 해석되어 이들 오차가 거의 150이나 되지만 일부 학자들은 소지왕(재위 479500) 또는 지증왕(재위 500514)으로 추정한다. 앞으로 새로운 방법으로 경주 고분공원 내의 고 신라 무덤을 보다 새롭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발굴 조사할 기회가 마련되면 보다 정확한 조성연대가 밝혀지고 무덤의 주인공도 밝혀질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학자들은 이 고분 축조에 투여된 노동력은 최소한 8,900이나 되며 축조 기간 90로 추정했다.

대릉원웑조감도(문화재청)

대릉원에는 금관총 정도의 왕릉급으로 보이는 고분만도 20여기에 달하므로, 이들 모두 최고 지배자 무덤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이들 적석목곽분이 건설될 당시의 마립간내물왕(356402), 실성왕(402417), 눌지왕(417458), 자비왕(458479), 소지왕(479500), 지증왕(500514) 등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이들 대형 무덤마립간 시대의 정치사회적 특성상 신라 때 왕의 친척에게 주던 직위로 왕과 비란 호칭을 사용했고 따로 신하를 거느렸던 갈문왕이나 신라6 중 당시에 특히 영향력이 있었던 대표적 귀족들의 무덤도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대릉원에만 한정한다면 황남대총과 천마총 이외에 발굴 조사된 109호분과 110호분적석목곽분이다. 110호분으뜸덧널과 딸린덧널을 가진 한사람의 무덤이지만 109호분은 하나의 봉토 안에 시차를 두고 축조된 여러 개의 무덤으로 구성된 여러 사람의 무덤이다. 109호의 무덤 가운데 가장 일찍 축조된 것은 현재까지 알려진 적석목곽분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51호분은 매우 특이한 축조법을 갖고 있다. 하나의 봉토 안인데도 북 방향적석목곽분서 방향장방형석실(長方形石室)이 함께 들어 있어 신라묘제의 변천과정을 잘 보여준다. 일제강점기에 조사된 83호분외덧널식의 적석목곽분, 82호분동총(東塚)과 서총(西塚)으로 구성된 고분인데 모두 주부곽식의 적석목곽분이다.

그밖에도 1973 고분공원 조성 당시 담장부지의 발굴에서는 지상에는 흔적이 없었던 고분들이 지하에서 수백 기가 조사되었다. 이것은 여기에 분포하는 대형 고분들 사이 또는 주변에 원래 봉분이 없거나 너무 작아 멸실된 소형 고분들이 수도 없이 분포하고 있어 한마디로 이곳 전체가 무덤 지역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소형의 고분들은 대부분 적석목곽분이었으나 수혈식석곽묘(竪穴式石槨墓)옹관묘(甕棺墓)도 혼재하고 있어 무덤 조성의 시대를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참고문헌 :

 

신라 고분의 양식과 편년, 한병삼, 한국의 미』〈고분미술, 중앙일보 계간미술, 1985

게르만 민족 대이동을 촉발시킨 훈족과 한민족의 친연성에 관한 연구, 이종호, 백산학보 제66, 2003

고구려와 흉노의 친연성에 관한 연구, 이종호, 백산학보 제67, 2003

경산서 적석목곽묘 무더기 확인, 김태식, 연합뉴스, 2004.1.19.

북방 기마민족의 가야신라로 동천에 관한 연구, 이종호, 백산학보 제70, 2004

기마 흉노국가 신라연구, 조갑제, 월간조선, 2004 3월호

천마총 장니의 천마는 어디서 왔을까, 홍찬진, 연합뉴스, 2004.11.28.

외뿔박이 유니콘 기린과 천마도장니, 김태식, 연합뉴스, 2004.12.08.

우리 역사문화의 갈래를 찾아서 경주문화권, 국민대학교국사학과, 역사공간, 2006

匈奴의 휴저왕(休屠) 태자 김일제(金日, 金日)에 관한 硏究, 이종호, 백산학보 제88, 2010

천마총, 이건 무덤이라기 보다 산이구만!, 정만진, 한겨레, 2012.12.05.

()인가 기린(麒麟)인가 다시 불붙은 天馬圖(천마도) 논란, 이윤희, 조선일보, 2014.04.14

신라-흉노의 무덤 구조 비교 검토, 윤형원, 국제학술회의 유라시아 문명과 실크로드, 동국대학교외, 2014.12.10.

경주이야기, 국립경주박물관, 1991

경주역사기행, 하일식, 아이북닷스토어, 2000

역사스페셜2, 정종목, 효형출판, 2001.

로마 문화 왕국, 신라, 요시미츠 츠네오,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2002

발해를 다시 본다, 송기호, 주류성, 2003

황금의 나라 신라, 이한상, 김영사, 2004

역사가 새겨진 나무 이야기, 박상진, 김영사, 2004

국보이야기, 이광표, 작은박물관, 2005

고대사의 블랙박스 Royal Tombs, 권삼윤, 랜덤하우스 중앙, 2005

로마제국의 정복자 아틸라는 한민족, 이종호, 백산자료원, 2005

우리 역사문화의 갈래를 찾아서 경주문화권, 국민대학교국사학과, 역사공간, 2006

한국7대불가사의, 이종호, 역사의아침, 2007

소호이야기, 김인희, 물레, 2009

황금보검의 비밀, 이종호, 북카라반,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