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한국유산)/경주역사지구 답사

경주역사유적지구 답사(42) 계림월성지구 석빙고(3)

Que sais 2021. 11. 27. 13:00

https://youtu.be/mhcZ8MPIek0

<석빙고의 효율>

겨울에 채취하여 가을까지 남아돌았다는 석빙고는 얼마나 효율적이었을까?

계명대학교의 공성훈 박사는 우선 석빙고의 실내 환경 분포를 측정하였다. 현존하는 석빙고는 여러 곳에 있지만 그 중 경주 석빙고의 예를 들었다. 경주시 인왕동 449-1에 위치하며 빙실의 규모 35 정도로 남한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석비에는 영조 14(1738)에 완성된 것을 3년 후에 옮겨 개축하였다고 적혀 있다. 길이 19미터, 너비 6미터, 높이 5.4미터의 규모로 입구가 월성 안쪽으로 나 있고 계단이 있다. 천장아치형으로 다섯 개의 기둥에 장대석이 걸쳐져 있고, 환기용 구멍 3가 장대석을 걸친 곳에 있으며 바닥 한가운데가 경사지게 되어 있어 녹은 물이 밖으로 흘러가게 되어있다.

경주 석빙고여름철 건구 온도와 상대 습도, 기류 속도 조건의 분포 등을 측정한 실험이 있었다. 1996 8 299 1까지의 4일 간에 이루어진 실험 결과 석빙고는 비교적 날씨가 따뜻한 경우 실내 온도 조건의 분포 범위는 평균 19.8온도교차 범위 1.3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실외의 온도 교차 범위 8.2로서 이와 같이 실내 온도 교차 범위가 낮은 것은 장기적인 얼음 보관을 위한 석빙고 외부 구조체축열 성능과 잔디 식재에 의한 복사열의 효율적인 산란 작용 등에 의한다고 추정했다.

석빙고 환기구

석빙고의 부위별 구조는 여름철까지 냉기를 잘 보관할 수 있도록, 자연 환기구의 적절한 배치, 유선형의 외부형태, 배수구의 이용, 흙과 돌의 열전도율의 차이를 이용한 축열 구조의 채택 등을 통해 더운 외기의 영향을 최소로 줄일 수 있는 내외부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석빙고의 위치도 중요하다. 석빙고의 위치는 외기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절묘한 천연적 지형에 설치하였음은 물론이다.

충남대학교의 장동순 교수석빙고반지하 냉동 창고의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메커니즘을 분석했다. 단열재로 사용한 볏짚이나 갈대의 존재 여부 및 얼음의 충진량에 따른 계산 결과를 분석하는 것이다.

얼음의 충진량 50%인 경우 이 없을 때는 석 달 후에 얼음량의 감소 6.4%, 여섯 달 후에는 38.4%가 되는 반면에 이 있을 경우 석 달 후의 얼음량 감소는 0.04%, 여섯 달 후에는 0.4%에 불과하였다. 반면에 얼음의 충진량 100%인 경우 짚이 없을 때는 석 달 후에 얼음량의 감소가 9.2%, 여섯 달 후에는 51.8%로 절반 이상이 감소한 반면에 짚이 있을 경우 석달후의 얼음량 감소는 2.8%, 여섯 달 후에는 18.4%나 되었다. 얼음의 양과 볏짚의 유무에 따라 얼음의 저장 능력을 조절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였다.

여기에서 볏짚(k:0.04W/m°C)의 역할단열재란 열을 전달하지 않는 재료로서 그 원리는 재료가 비어있는 공간을 많이 갖도록 한 것이다. 현대 건축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스티로폴(k:0.03W/m°C)이나 우레탄은 미세한 공기구멍을 되도록 많이 포함하여 열을 차단하고 있다. 석빙고에서 사용한 볏짚도 속이 비어 있는데다 재료 자체가 열을 잘 통과하지 않는다. 장 교수볏집이 냉장고의 단열재인 폴리우레탄 폼과 같이 복사열 차폐와 유동열 억제로 외기 온도에 의해 얼음이 녹지 않도록 단열재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계명대학교의 신동수 교수볏짚보다는 왕겨나 톱밥(k:0.059W/m°C)을 사용하였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하나 이들 재료의 단열적인 성격 역시 유사할 것으로 생각된다.

더구나 볏짚은 농사를 짓고 난 뒤 부산물을 이용하는 것으로 일석이조. 볏짚으로 짠 가마니저장한 쌀이 더 맛이 있다는 것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볏짚통풍도 잘되고 습기를 조절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병충해 방제 효과도 있으므로 항상 최적의 보관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집트나 아랍 사막에서는 여름에도 얼음을 만들어 사용했는데 겨울에 채취하여 얼음을 저장하는 수동적인 방법이 왜 그렇게 과학적이냐고 물을지 모른다. 우리들도 여름에 얼음을 만들었어야 이집트와 비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뜻이다.

그러나 그 질문은 이집트와 한국지역적인 기후를 간과하였기 때문이다. 이집트인들이 사막에서 어떻게 얼음을 만들 수 있었는가 알아보자. 이집트인들은 추운 날 밤(기온은 그래도 영상) 흙으로 빚은 용기 안에 물을 넣어두고 바깥 표면을 계속 적셔준다. 그러면 물의 기화 작용으로 용기가 냉각되어 안에 있는 물은 얼음이 된다. 사막은 낮밤의 온도차이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사막 지역에서는 하루에 제곱미터당 최소한 56킬로그램의 얼음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집트와 같이 낮밤의 온도 차이를 얻을 수 없으므로 자연 현상을 이용하여 얼음을 만들 수는 없다. 그러므로 한국의 선조들은 이집트와 같이 얼음을 만들 수 없지만 대신 겨울에 채취한 얼음여름에도 쓸 수 있도록 최적의 기술을 적용하였다.

사실 얼음을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것은 한국의 기술이 더욱 효율적이다. 이집트에서 항상 얼음을 만들어 먹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얼음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일사량이 높은 날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집트에서는 그날 그날의 일사량에 따라 피동적으로 얼음을 만드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겨울에 채취한 얼음, 가을은 물론 여름의 삼복 중에도 녹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여름의 한나절로도 저장된 모든 얼음이 녹을 수 있으므로 계절을 넘기면서 얼음을 보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이해할 것이다. 따라서 짚을 사용하여 얼음이 녹지 않도록 만들었다는 석빙고이집트에서 천연 얼음을 만드는 것보다 더 과학적이라고 생각한다.

 

석빙고는 그 위치는 물론 조그마한 문이나 계단, 배수로 등을 세밀한 설계에 의해서 건조한 것이다. 더구나 얼음을 채취하여 보관할 때에도 어떤 재료를 사용해야 잘 녹지 않는지를 수많은 재료로 실험했을 것이다. 이러한 모든 점을 감안할 때 단순하게 얼음을 으로 덮는 것으로 보이는 석빙고가 어떤 기계적인 장치에 비견하여 결코 떨어지는 과학적 기술이 아니다.

더구나 석빙고와 같은 시설을 만들어 여름에 항상 얼음을 먹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은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가 없다는 것을 부연하면 우리 조상들의 슬기에 으쓱해질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사편찬위원회>이상협빙고제도에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진다고 설명했다.

성종 때 얼음을 대신들에게 나눠주는 빙고제도는 대신들에게 크게 환영을 받았다. 그런데 조선 초기의 양반 관료 중에는 청렴한 사람이 많아 대신이라고 해도 집안이 가난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므로 조정에서 얼음을 나눠주는 것은 좋았지만 서빙고까지 가서 얼음을 집으로 운반하는 것이 큰 문제였다.

이 당시 얼음을 지급할 때는 ()를 나눠주어 이것을 갖고 서빙고에 가면 얼음을 주었는데 하인이 없는 대신들은 얼음을 수령하는 묵힐 수밖에 없었다. 이때 눈치 빠른 사람들이 가난한 대신들 집에 가서 묵혀둔 얼음 수령패를 얻어다 얼음을 수령 받은 후 도성 내에 비싸게 팔았다는 것이다. 15세기에 이미 얼음장수출현했다는 이야기로 경제논리를 아는 사람은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음을 알 수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S그룹과 함께 별도 장치 없이도 일정한 -습도를 유지할 수 있는 현대판 석빙고를 건설하였다. 산 속에 지하 냉장-냉동 저장 시험 동굴을 목적으로 한 현대판 석빙고는 지상 냉장창고보다 연간 에너지 소비량 34%, 냉각 설비 용량 크기 6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캔사스시티에선 석회석 광산 60만 평 규모의 세계 최대 식품 저장 지하 공간을 조성, 미국 전체 농수산물 10%를 보관하고 있으며 호주 1970대부터 수천 톤 규모의 곡물 6개월 간 저장할 수 있는 지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고대의 석빙고 개념을 도입한 현대판 석빙고가 소기의 성과를 얻는다면 에너지 절약 면에서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 생각된다.

 

<얼음의 정체>

석빙고얼음을 저장하는 시설이라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얼음을 자주 활용하지만 얼음의 정체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얼음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다.

얼음은 지구상에서 영도 이하인 지역에서만 볼 수 있으며 대기 중에는 눈과 같은 형태로 존재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정이 모인 것으로 단결정으로 된 것은 거의 없다. 1기압 영도일 경우 비중은 0.9168, 무색투명하며 녹는점은 0.000온도 정점에 사용한다. 합력이 1기압 상승할 때마다 녹는점 0.075만큼 내려간다. 영도 부근에서 선팽창율 0.00005, 굴절률 1.31이다.

보통의 얼음 비중 0.880.92로 비중 1의 액체인 물과 비교해 상당히 낮은 값을 갖는다. 이 특성은 얼음 결정이 상당히 빈틈이 많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얼음 결정은 육방정계(六方晶系)에 속하며 H2O 분자수소결합에 의해 무한히 이어진 구조를 취한다.

단위는 산소원자를 중심으로 한 사면체 구조석영의 한 변형상태인규석이나 보통 유리의 실투(유리에 결정이 석출하는 현상)등에 의해서 생기는 결정이 눈의 결정과 같은 설화형, 육각형 등이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얼음이 녹을 대는 일부의 수소 결합이 파괴되어 육각형 터널구조가 없어지므로 액체인 물 쪽으로 H2O분자가 채워진다. 이런 이유로 물의 비중이 얼음보다 커지며 빙산의 경우 대부분의 얼음물 속에 있게 된다.

얼음차가운 비밀물의 분자구조에 있다. 고체, 액체, 기체 상태에서 각각 다른 상태로 변하는 상전이가 일어나려면 반드시 숨은열의 출입이 있어야 한다. 얼음 1그램 1그램으로 변할 때 즉 고체인 얼음에서 액체인 물로 변할 때 용융열 80cal 필요하다. 영도의 물 1그램 100로 만드는 데 필요한 열량이 100cal인 것을 감안하면 얼음이 되는데 필요한 열량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음이 녹으면서 시원해지는 것은 바로 얼음상전이에 필요한 용융열을 주변 공기로부터 빼앗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물이 상전이할 때 용융열이 필요한 것은 원자와 분자 세계에서 일어나는 화학결합 때문이다. (H2O)에서 산소 원자는 그보다 적은 2개의 수소 원자와 결합되어 있다. 물분자 V자 모양으로 수소 2와 양 끝에 위치하고 V자의 꼭지점산소가 위치한다. 그런데 물분자에서는 산소수소의 전자끌어 당기는 힘이 강해 부분적으로 수소 원자 쪽양전기를 띠고 산소 원자 쪽음전기를 띠고 서로 끌어당기게 되는데 이러한 결합을 수소결합이라한다.

수소결합이 물분자들을 서로 끌어당겨 모여 있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물은 쉽게 증발해버리지 않고 액체 상태로 남아 있을 수 있다. 만일 수소 결합이 없다면 물분자 하나하나는 뿔뿔이 흩어져 기체로 날아가고 지구상에는 물이 한방울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여하튼 고체액체에 뜨는 유일한 물질얼음인데 얼음이 물에 뜨는 것수소결합 때문이다. 온도가 낮아져 얼음으로 변할 때 수소결합은 분자들을 잡아 단단한 고체를 형성한다. V자형 꼭지점에 있는 산소 원자는 원래 2개의 수소 결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물 분자들의 수소를 끌어당겨 산소 원자 1 4개의 수소가 달라붙은 형국이 된다.

물분자들이 이런 식으로 얽히고 설켜 은 액체로 있을 때보다 얼음이 될 때 공간을 더 많이 차지하게 되어 부피가 커지고 밀도가 낮아진다. 액체보다 고체의 밀도가 낮은 것은 물이 거의 유일하다. 만일 얼음의 밀도가 물보다 컸다면 얼음은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고 연이어 수면에서 얼음이 얼자마자 바닥으로 가라앉아 호수는 순식간에 전체가 꽁꽁 얼어붙게 되지만 얼음의 특성상 이렇게 되지 않기 때문에 겨울에도 호수의 물고기들이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