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노벨상이 만든 세상/컴퓨터와 튜링

독일 패망의 주인공, 컴퓨터와 튜링(2)

Que sais 2020. 9. 2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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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링기계>

 

게임을 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는다고 할 때 컴퓨터는 다음과 같은 기능을 갖는 물건을 말한다. 첫째, 테이블 위에 보고 만질 수 있는 기계(하드웨어) 본체가 있고 그 다음에 게임을 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소프트웨어)이 있다. 게임을 위해 투입된 각 프로그램은 컴퓨터 안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상이한 작업을 하면서 게이머들이 마음껏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컴퓨터란 간단하게 말하여 중앙처리장치, 데이터 채널, 기억장치, 입출력 장치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기계를 말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두뇌와 비슷한 기억장치로 프로그램이나 수를 기억해 둔다. 컴퓨터가 가능한 한 많이 기억할 수 있고 또 읽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효용성이 높으므로 소형이면서도 기억용량이 높은 컴퓨터를 개발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튜링인간의 기능을 기계가 분담할 수 있는데 그 당시에 보편화된 자동화기계가 아니라 인간과 같은 두뇌 기능도 기계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그는 먼저 인간의 정신과 지능을 생각하고 그 다음에 기계가 행할 수 있는 모든 작업을 생각한 다음 그러한 모든 일을 하나의 기계가 행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가를 생각했다.

튜링의 기계인간의 두뇌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학적인 체계로 정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튜링고안한 기계는 실제로 조립되어야 할 기계가 아니라 사고 속에서의 기계였다. 튜링은 모든 수학적 작업논리적 연산의 작은 원자들로 분해하고 그것을 수행하도록 한다면 인간의 두뇌처럼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놀랍게도 그는 자신이 생각한 기계를 실제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러한 기계를 만드는데 투입했다.

튜링이 제시한 원리를 앤드루 호지즈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선 부호가 기록될 종이테이프가 있다. 그런 다음에 한 번에 한 개부호만을 볼 수 있는 기계가 있다. 기계는 정해진 수만큼의 여러 상태 중에서 한 상태에만 놓일 수 있다. 기계무엇을 행하는가,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전적으로 그것이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가와 그것이 보는 부호에 달려 있다. 기계가 할 수 있는 것은 테이프의 한 곳에서 우측이나 좌측으로 움직이고 테이프하나의 부호를 쓰며 한 상태에서 다른 지정된 상태로 옮겨가는 것뿐이다.”

 

이러한 기계를 튜링기계(Turing machine)라고 부른다. 각 기계각 상태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부호를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적인 규칙을 가진다. 튜링기계어떤 부호를 보았을 때 각 단계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행동표를 가지도록 규정해주면 인간기계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명확한 방법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나의 튜링기계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튜링기계의 중요성은 기계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모든 단계에서 그 다음에 무엇이 행해져야 할 지에 대해 완벽한 메모를 남길 수 있으며 그 일을 다른 사람에게 인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명확한 방법정의수리논리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놀랍게도 튜링의 아이디어1936에 씌여 진 것으로 그의 나의 겨우 24 때라는 것을 앞에서 이야기했다.

튜링기계는 곧바로 보편기계라는 아이디어를 창출했다. ‘행동표에 있는 값을 보는 일은 기계적인 과정이므로 특별한 종류의 튜링기계, 보편적 튜링기계가 고안되면 다른 튜링기계의 행동표를 읽고 또 다른 튜링기계가 행했던 일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튜링기계의 행동을 보기 위해서 하나 이상의 기계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컴퓨터로 게임을 하든 영화를 보든 이메일을 보내든 컴퓨터를 다루고 있는 독자들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를 곧바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보편기계가 바로 지시된 프로그램을 읽고 그것을 수행하도록 고안된 컴퓨터. 기계 자체를 게이머가 손댈 필요가 없다. 컴퓨터게임을 위해 컴퓨터 박스를 열 필요가 없으며 단지 그 기억장치에 다른 프로그램을 넣어주기만 하면 된다. 여러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는데 하나의 기계만으로 충분하다. 튜링1936에 제안한 이 아이디어는 컴퓨터가 존재하지 않았고 상상 속의 것이었다는 데 더욱 놀라움을 준다.

튜링의 상상력은 더욱 비약하여 인공 지능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러면서 기계가 사고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했다. 튜링의 생각은 단순했다.

 

기계로부터의 응답을 인간의 응답과 구별할 수 없다면 그 기계는 사고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

 

이것을 튜링 테스트(Turing Test)'라고 부르며 인공 지능판별하는 시험으로 부른다. 뒤에서 이야기하게 되는 로봇의 지능을 이야기할 때에도 이 질문과 대답이 정확하게 부합되는 것은 물론이다.

 

<암호 해득용으로 탄생한 컴퓨터>

컴퓨터의 탄생은 일반 발명품들과 그 태어난 동기가 다른 것이 특징이다. 컴퓨터전쟁의 비밀무기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인류 문명이 탄생한 이후 과학자 집단은 모든 분야에서 인류 문명을 새롭게 만드는데 열중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들이 최고의 기술을 동원한 것은 군사무기 분야이다. 전쟁에 패배했을 때의 비참한 생활을 생각한다면 과학자들이 전쟁무기 개발에 참여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실예로 유명한 로마와 카르타고의 전투에서 결정적으로 패배한 카르타고 인들은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모두 노예로 팔려 갔다. 또한 징기스칸은 한 전투에서 자신의 아들을 죽게 했다는 것을 빌미로 50여만 명에 달하는 주민을 단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모두 학살했다.

1차 세계대전 이전의 군사무기는 고작해야 총과 대포와 같은 원시무기로서 기상 조건과 지휘관의 통찰력, 군사의 숫자와 사기만으로도 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었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 중에 비행기와 탱크가 등장하고, 곧이어 발발한 2차 세계대전에서 최첨단 탱크, 항공모함, 잠수함은 물론 고성능 전투기가 개발되면서 전쟁의 형태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중에 등장한 무전기와 레이더, 원자폭탄 등은 전쟁의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이 목적에 부합되게 발명된 것 중에 하나가 컴퓨터.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가한 것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다. 사상최대의 작전이라 불리며 무려 1백만 명 이상의 장병이 동원되어 독일군을 압박했지만 이 작전이 성공하기에는 3의 비밀 병기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3의 병기엄청난 규모의 기계였다.

당시의 유럽에서 일어 난 전투 전개 과정을 조금이라도 숙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연합군프랑스 어디엔가로 상륙할 것이라는 것은 어린아이들도 알 정도였다. 독일군으로서 연합군의 상륙을 저지하고 초반에 승기를 잡는 가장 빠른 방법은 프랑스의 어느 지점에 연합군이 상륙할 것인가를 알아내는 것이였다. 그에 반하여 연합군상륙작전의 장소가 알려지지 않게 하는 것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믿기 때문에 상륙지를 위장하려고 총력을 기우렸다.

결과적으로 연합군위장 작전을 훌륭하게 수행했는데 바로 이런 위장 작전을 수립하게 만든 장본인이 거대한 기계라는 것은 전쟁이 끝난 후 30이 지날 때까지도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1976 비밀이 해제되기까지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기계의 정확한 이름세계 최초의 진공관 컴퓨터콜로서스.

일반적으로 학계에서는 펜실바니아 대학에서 만든 애니악(ENIAC)세계 최초의 컴퓨터라고 인정하지만 본격적인 컴퓨터는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만든 콜로서스가 처음이었다. 컴퓨터 전문가 조페트에니악세계 최초가 아니라 11번째라고 발표했다.

 

<골머리 아픈 에니그마>

콜로서스위장작전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영국과 독일간에 첨예하게 벌어졌던 암호 해득 때문이다. 영국독일과 전쟁에 들어가기 전부터 독일의 암호를 해독하려고 총력을 기우렸고 독일은 독일대로 암호가 해득되지 않도록 모든 방어 체계를 도입했다.

독일 정보체계중추는 구식 현금 등록기와 비슷한 에니그마(Enigma, 수수께끼라는 의미)라는 기계였다. 에니그마는 단순한 타자기처럼 생겼고 세 개의 톱니바퀴와 반사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애니그마 자판에서 원하는 알파벳을 누르면 전류가 회로를 따라 흘러 전구판에 있는 알파벳에 들어 들어오는데 그것이 바로 암호화된 글자. 무한히 긴 열쇠 값을 이용하여 다중 치환암호전기공학적으로 구현하는 것으로 한마디로 이들 톱니바퀴를 장착하는 순서에 따라 전혀 다른 암호가 나온다. 톱니바퀴 둘레알파벳을 나열하는 방법에 따라서도 완전히 다른 암호가 나오는 데다 반사경을 이용하여 두 알파벳을 바꾸면 모두 2,418,983,437,669,710,912,000가지 경우가 가능하다고 박부성천재들의 수학노트(향연)에서 적었다. 니그마독일 엔지니어 쉘비우스(Arthur Scherbius)가 발명한 전기기계식 회전자 암호기계톱니바퀴다섯 개까지 늘여 경우의 수는 더욱 크게 만들었고 후에는 더욱 복잡해져 8까지 늘어난다.

독일은 이 무수한 경우 가운데 몇 가지를 골라 암호책을 만들어 각지에 배포했다. 이 책자는 그날그날 사용할 에니그마의 상태를 기록했으므로 한 달간 유효했다. 전쟁의 막바지에는 8시간마다 바꾸어 쓰게 했다. 그러므로 독일은 자신들이 만든 기계의 성능이 얼마나 완벽한지 인간이라면 자신들이 만든 암호를 풀 수 없다고 자신했으므로 에니그마로 만들어지는 암호를 모든 분야에 사용했다. 세계 각지로부터 본국으로 보고되는 비밀 문서 전송이나 군 작전 통신 등에도 거리낌 없이 에니그마를 이용했다.

에니그마에도 단점이 있었다. 그것은 암호책이 없으면 암호를 보낼 수도 없고 받은 암호해독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독일군은 암호책이 유출될까 봐 보안에 대단한 신경을 썼다. 그들은 암호 책을 만들 때 불에 잘 타는 종이에 물에 잘 녹는 잉크로 써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도록 했다. 드믈게 이 암호책연합군에 의해 탈취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암호책이 바꾸었고 추후에는 수시마다 바꾸었으므로 에니그마를 계속 사용했다.

그런데 에니그마의 해독에 처음으로 도전한 나라는 폴란드였다. 폴란드독일의 군사력에 위협을 느끼고 에니그마를 분석하기 위해 암호해독을 전담하는 부서까지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폴란드 첩보부독일의 에니그마 암호를 상당 부분 해독해 낼 수 있었지만 독일에니그마의 운영 체계를 정비하면서 폴란드독일의 암호를 완전하게 해독하는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이 당시 연구한 자료영국에 전달되었고 영국에서는 블레츨리 파크암호 해독을 전담하는 비밀 기구를 설치했다. 암호명 울트라인 이 비밀 기구에는 여러 수학의 달인들이 포함되었는데 이 중에는 튜링도 있었다.

적군이 사용하는 암호 해득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무적함이라고 불리던 독일의 전함 비스마르크 호의 격침이다. 1941까지 독일의 비스마르크 호연합군의 고민 거리였다. 연합군은 악착같이 이 괴물을 격침하려고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런데 영국 정보부에서 비스마르크 호가 수리를 위해 프랑스의 브레스트 항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독일군이 발신한 무선을 해득함으로써 영국은 곧바로 전함을 비스마르크의 항로로 파견하여 비스마르크호발견하자마자 포문을 열어 단 90 만에 독일군의 자랑2천 명의 수병과 함께 바다에 침몰했다. 연합군북아프리카에 있는 롬멜 장군의 아프리카 군단으로 향하는 독일군 보급선의 항로도 파악하여 정기적으로 침몰시켰다. 그들은 심지어 롬멜 장군의 건강상태까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독일 또 다른 암호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독일군의 최상급 메시지독일군 사령관과 베를린 사이에 오가는 교신은 물론 히틀러 자신이 보내는 최고급 비밀 정보텔레타이프로 전달되고 있었다. 독일의 텔레타이프는 문자 배열이 무작위의 배열이므로 암호해득이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니그마를 풀어라>

튜링의 탁월한 재능을 인정한 프린스턴 대학폴 노이만 박사1938년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그에게 교수직을 제안했지만 그는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튜링은 영국이 전쟁에 돌입한 193994 런던북쪽의 블레츨리파크에 위치한 정부암호학교에서 암호해독반의 수학팀장으로 임명된다. 이 학교를 운영하던 영국첩보부튜링을 눈여겨보고 그를 스카우트한 것이다.

튜링암호학교 안에서도 이방인처럼 지내면서도 그의 성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일에만 파묻힌 채 군대 내 규칙이나 법규는 깡그리 무시하는 것은 물론 자신보다 자질이 떨어지는 사람들에 대한 경멸과 군대에 대한 혐오를 숨기지 않았다. 그와 함께 지내야 하는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그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가 수학적 귀재라는 데는 이론이 없었다.

여하튼 그는 1940 자신의 논문을 구체화하는 기계를 완성했다. 군인들과 그의 동료들은 그의 기계를 폭탄이라고 불렀는데 폭탄 하나12개의 원통형 연산기로 이루어졌고 독일 무전들 가운데 의미를 유추할 수 있는 철자들을 걸러내는 작업을 수행했다. 2차 세계대전이 점점 가열되자 1943년 영국 국방부튜링을 비롯한 과학자에게 간단명료한 부탁을 했다. 독일군 해군의 암호텔레타이프해독해 달라는 것이다.

영국 정부에서 튜링에게 시급성을 갖고 부탁한 이유는 2차 세계대전 중에 가장 고민거리였던 U보트에 대한 대안 때문이었다. U보트는 세계 바다를 누비면서 연합군의 함정들을 효과적으로 침몰시키고 있었는데 연합군에서는 그들을 격파하는 방법은 그들의 암호를 해득하는 방법뿐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숙련된 장병들이 독일군의 암호를 설사 푼다고 해도 속도가 문제였다. U보트의 명령 내용과 보고 내용해독하여 이용하려면 암호해독가들은 몇 시간 안에 암호를 풀어야 했다.

튜링은 이 작업을 수행하면서 전체 계산의 아주 작은 부분만 계산하는 사람은 전체 작업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도 당시 최고의 암호 체계해독하는 놀라운 일에 기여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튜링은 각각의 계산하는 사람(컴퓨터)의 역할을 간단한 기계 조작으로 대치할 수 있음을 깨닫고 이러한 간단한 기계 조작을 모두 결합하여 하나의 기계를 만들면 암호 풀기나 논리적 추론, 수학 명제를 증명하는 것과 같은 지적인 작업도 기계가 해 낼 수 있다고 설득했다.

튜링애니그마가 갖고 있는 결정적인 단점을 찾아냈다. 애니그마의 무작위 과정에서 반사체특정 글자를 절대로 자신과 똑같은 글자로 암호화하지 않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튜링암호의 원문에서 이미 알려졌거나 유추할 수 있는 내용과 암호문 사이에서 어느 위치에서건 똑같은 글자가 나타나면 추정된 해독법은 틀린것이므로 제외시켰다. 그는 이른바 개연성 있는 문장 공략법이라는 방법으로 애니그마가 생성한 거대한 경우의 수를 줄여나갈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확률을 사용하여 암호 해득 과정에서 모든 가능성의 시도를 최적화하는 통계학적 방법을 적용했다.

위의 설명 자체는 간단하지만 이들 작업을 수작업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마침 속도에 대한 영국 국방부의 요구는 전자공학의 도입을 요구했으므로 튜링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수학교수였던 맥스웰 뉴먼과 함께 당시의 전기기계가 사용했던 전화교환기술보다 1000가 빠른 논리적인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기계인 히스 로빈슨을 제작했다.

이들의 성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19433월과 20 사이에 독일 잠수함은 무려 108척 총 627천 톤의 선박을 침몰시켰다. 상선을 호송하던 전함들도 38척의 잠수함으로부터 기습 공격을 받아 21이 파괴되었다. 반면 독일 잠수함은 단 1척만 피해를 보았다.

그런데 321 급격한 전세 변화가 일어났다. 독일 잠수함이 격침한 연합국 선박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반면 연합국이 침몰시킨 독일 잠수함의 수는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것이 결국 히틀러대서양에서 벌인 전투에서 패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전황 변화에 대해 처칠은 그 원인을 정교해진 레이더 시스템, 개선된 어뢰, 미 장거리 폭탄의 증강, 그리고 새로운 호송 전술의 구축으로 돌렸다. 처칠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전세가 뒤바뀐 진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말하지만 이 결과는 튜링의 암호해독반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튜링의 기계독일군의 일일 암호를 해독하는 시간을 한 시간으로 단축시켰고 나중에는 단 몇 분 다시 말하자면 암호문이 수신되는 즉시 해득할 수 있었다.

곧이어 튜링은 당시에 전자교환기를 제작하고 있던 플라워스와 함께 공동으로 194312, 진공관으로 작동되는 전자식 암호해독기콜로서스 마크 I으로 개발했다. 이것이 바로 그 이전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진정한 컴퓨터.

19446에는 개량된 콜로수스마크 II2,400개의 진공관에다 800개의 전자기식 중계기를 덧붙여 운전에 들어갔다. 콜로서스는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독일이 사용하는 암호들을 성공적으로 해득할 수 있었고 독일의 U보트가 갑자기 연합군의 먹이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튜링이 만든 컴퓨터디지털 컴퓨터로 오늘날 컴퓨터가 갖고 있는 모든 기능을 갖고 있다. 이것은 미국 펜실바니아 대학의 모클리와 에커르트1943년부터 1946에 걸쳐 만든 세계 최초의 컴퓨터로 알려진 에니악(ENIAC)과는 완전히 구별된다.

콜로서스10자리 수의 덧셈과 뺄셈0.2밀리초(1밀리초는 1000분의 1), 곱셈은 3밀리초, 나눗셈과 곱셈은 20밀리초에 풀어 낼 수 있었다. 이것은 오늘날과 비교해도 아주 훌륭한 속도이다.

콜로서스의 활약으로 영국독일의 텔레타이프 암호90퍼센트 가량 해독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즈음하여 독일군의 반격이 어떻게 세워지고 있는지를 속속들이 알고 그 대안을 수시로 세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독일군은 자신들의 암호가 밝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에니그마와 텔레타이프로 모든 비밀 문건들을 작성했다. 그 모든 정보를 콜로서스해득하여 연합군 측에 제공한 것은 물론이다.

컴퓨터처럼 태어나자마자 효용성을 일찍부터 인정받았고 일반 대중들에게 큰 충격을 준 기계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195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유니백컴퓨터는 단지 57퍼센트가 개표된 상황에서 공화당 후보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장군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었다고 예측했다. 최종 개표결과 이 당시의 예측은 1퍼센트 미만의 오차밖에 나지 않아 텔레비전 시청자들을 경악시켰다. 유니백컴퓨터5000개의 진공관을 사용했고 메인프레임(mainframe)라고 불렸다. 초창기의 컴퓨터는 방 한 칸을 모두 차지할 만큼 본체가 컸기 때문에 메인프레임이라고 불렸고 이어 등장한 소형컴퓨터미니컴퓨터로 분류한다.

메인프레임정보처리 능력을 기업에서 좌시할리 만무이다. 사무실 안에서 서류작업이 주 업무인 행정 직원들의 생산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기업체마다 커다란 메인프레임이 설치된 전산실을 갖추고 업무전산화 작업에 나섰다. 먼저 복잡한 급여 계산이나 재고 관리 등 사무직 업무를 기계화하였고 경영관리직의 계획 수립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경영정보시스템(MIS)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업전산화가 사회의 모든 부분에 확산되기 시작하자 정보혁명은 걷잡을 수 없이 촉진되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