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구조>
지구의 내부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것은 간단한 것이 아니지만 현대 과학은 지진이 일어날 때 생기는 지진파가 매질이 다르면 서로 다른 속도로 전파되는 특성을 갖는다는 것을 이용한다. CT나 MRI를 이용하여 사람 몸속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것처럼, 지구물리학자들은 지구를 통과하는 지진파를 측정하거나 자기장 등을 연구하여 지구의 내부구조를 알아내고 있다. 학자들은 지구내부를 통과한 지진파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지구는 안쪽으로부터 내핵, 외핵, 맨틀, 지각으로 이루어져 있음이 밝혀졌다.
① 내핵
내핵은 지구 가장 안쪽에 있는 고체 상태 구간으로 두께는 약 1,300km이다. 온도는 5,500°로 태양의 온도와 비슷하다. 내핵은 달 정도의 크기로, 주로 철과 니켈 등으로 이루어지며 산소나 황, 규소 같은 원소와 화합물을 이루고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내핵의 크기는 점점 커지고 있는데 외핵에 녹아 있는 철 성분이 1초에 1,000톤 정도의 규모로 천천히 굳기 때문이다.
② 외핵
왜핵은 액체 상태로 내핵 주변을 감싸고 있는데 두께는 약 2,200km이다. 온도는 깊어질수록 증가하는데 맨틀 부근에서는 4,400° 그리고 내핵 부근에서는 6,100°에 이른다. 외핵은 주로 철과 니켈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산소나 황, 규소 같은 원소도 조금 섞여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외핵은 지구의 자전, 방사성동위원소의 붕괴에 의한 열, 그리고 외핵에 녹아 있는 철 성분이 굳으면서 발생하는 열 등으로 유지된다. 외핵은 레미콘 차에 담긴 시멘트 반죽처럼 1초에 수 밀리미터씩 천천히 돌고 있는데 회전하는 외핵의 액체금속에 전류가 발생하면서 지구자기장이 만들어진다고 추정한다. 고체와 액체로 된 내핵과 외핵이 지구 전체 질량의 약 1/3, 전체 부피의 1/6을 차지한다.
③ 맨틀
지각과 외핵 사이의 구간으로, 거의 300킬로미터의 두께로 지구 질량의 2/3이상, 지구 부피의 4/5이상을 차지한다. 온도는 깊어질수록 증가하는데 지각 부근에서는 500~900° 그리고 외핵 부근에서는 4,000°에 이른다. 맨틀은 고체의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깊이 및 장소에 따라 맨틀을 구성하는 암석의 성질 및 상태는 서로 다르다. 맨틀은 지구 내부의 열에 의해 대류하는 것이 특징이다. 즉, 맨틀로부터 뜨거운 암석이 올라오기도 하고 차갑게 식어 다시 맨틀로 돌아가기도 한다. 맨틀은 윗 부분과 아랫 부분을 상부맨틀과 하부맨틀로 나누기도 하는데, 그 경계가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보통 700km를 그 경계로 추정한다.
④ 지각
지구의 가장 바깥에 위치한 암석층으로 지구 전체 표면의 1/3을 차지하는 대륙지각과 2/3을 차지하는 해양지각으로 이루어진다. 대륙지각은 약 30~65km의 두께를 가지며 주로 화강암, 퇴적암 및 변성암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해양지각은 약 5~10km의 두께를 가지며 주로 현무암으로 이루어진다. 지각은 지구 질량의 0.5%도 안 되며 부피로는 0.7%정도다. 온도는 깊어질수록 증가하는데 맨틀 부근에서는 200~400°에 이른다. 대륙지각의 평균 나이는 약 20억년으로 추정되는데, 가장 오래된 대륙지각의 나이는 약 40억3천만년으로 캐나다에서 발견된 아카스타 편마암이다. 반면 가장 오래된 해양지각의 나이는 2억년을 넘지 않는다.
해수면 위에 보이는 육지는 지각의 깊이에 비하면 매우 작은 부분이다. 예를 들면 히말라야 산맥을 구성하는 암석들은 70킬로미터 깊이의 지각을 구성하나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그 산맥의 극히 일부분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조차 해발 8킬로미터에도 미치지 못하므로 그들 대부분 땅 아래에 묻혀 있다.
지구의 맨틀과 그 위에 놓인 해양지각 및 대륙지각 사이를 구분하는 면을 모호면 또는 모호로비치치(Andrija Mohorovicici, 1857〜1936) 불연속면이라고 한다. 대륙과 해저는 지각보다 밀도가 높은 물질로 이루어진 맨틀 위에 떠 있다. 해저는 현무암과 다른 조밀한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비교적 얇다. 한편 대륙은 덜 조밀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고 해저보다 무겁다. 해저는 대륙보다 낮은 부력을 갖고 있다. 이것이 왜 지각이 근본적으로 육지보다 아래에 해저가 있는 2단 구조인지를 설명해 준다.
바닷속 심해는 워낙 탐사 자체도 어려우므로 미지의 영역이라해도 과언이 아닌데 1977년 태평양 2,000미터 깊이의 갈라파고스 해저 확장측에서 20도를 넘는 해저온천이 발견되어 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주위의 해수 온도가 2도 정도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뜨거운 온천수다. 더욱 놀라운 거슨 축구장만한 온천 지역에 여러 생물체들이 밀집해 살고 있었다. 이들 생물체들은 온천수에 포함된 화합물(화화물)을 산화시키면서 나오는 화학에너지를 에너지원으로 먹이를 만들어내는 화학합성에 기초한 생명체군이 살고 있었다. 이곳을 학자들은 ‘심해의 오아시스’라고 별명을 붙였다.
1979년 북위 21도의 동태펴양 해저산맥에서 350도에 이르는 뜨거운 온천수가 분출하는 것을 발견했다. 아연, 납, 철 등의 금속이 많이 녹아있는 강산성에 고온인 온천수가 차고 알칼리성인 해수와 섞이는 현장에서 검은색의 황화물 광물이 석출되면서 마치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나오는 모양을 띄고 있어 ‘블랙 스모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놀라운 것은 바닷속에서 350도라는 바닷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수심 2,600미터 깊이의 260기압에서 물의 끓는 온도는 380도 정도이다. 섭씨 20도의 갈라파고스 온천수도 처음에는 300도가 넘었을 것으로 추산한다. 계속되는 탐사에 의해 고온 온천수는 태평양뿐만 아니라 대서양, 인도양에서도 발견된다. 이것은 해저산맥이 지구 내부로부터 뜨거운 용암이 솟아올라와 식으면서 해양지각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인하는 매우 중요한 증거로 제시된다. 온천수 내에 많이 발견되는 망간이 태평양에 많이 존재하는 망간단괴의 성장에 필요한 망간의 공급원으로 인식한다.
해저온천의 발견으로 일부 학자들은 지구 초창기에 더욱 활발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해저온천이 바로 지구상에 생명을 탄생시킨 요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학자들이 이 분야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신판게아설 등장>
1960년대 말 영국의 지구물리학자 돈 맥켄지, 로버트 파커 등은 대륙이동에 대한 베게너, 헤스 그리고 다른 지구물리학자들의 아이디어를 통합했다. 그들에 의해서 지구가 대륙지각, 해양지각 그리고 맨틀의 상층부로 이루어진 많은 판과 더 작은 판들로 이루어졌다고 제안했다. 이 판들은 단순한 지각이 아니라 맨틀의 성분도 포함한다. 판들을 포함하는 지구의 층에 주어진 이름은 암석권(lithosphere)이다. 판들은 약 100킬로미터 두께이며 변두리가 중앙 해령, 해구, 단열대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들은 연약권(asthenosphere)이라고 불리는 맨틀의 밑층 위에 떠 있고 대륙지각, 해양지각 또는 둘 다 포함할 수 있다. 대륙과 해저는 뗏목 위에 놓인 물건처럼 떠다니는 판에 의해 운반된다. 구조적 판이 쪼개질 때, 오래된 대륙은 몇 개의 새 대륙이 될 수 있고 판게아가 분열되었을 때처럼 결국에는 갈라져 이동할 수 있다.
두 개의 판이 서로 충돌할 때 생성되는 것은 판들의 개별적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변두리가 해양지각인 두 판이 충돌하면 둘 중 하나가 다른 것 아래로 내려간다. 한 판의 대륙성 변두리가 또 다른 판의 해양성 변두리와 충돌할 때 항상 해양성 판이 대륙성 판 아래로 내려가므로 대륙지각이 항상 해저 위로 올라간다. 대륙지각이 해양지각보다 더 부력이 크기 때문이다. 대륙지각으로 이루어진 변두리를 갖는 판들이 충돌하면 둘 다 부력이 크므로 가라앉지 않는다. 대신 경계선이 일그러져 산맥이 형성된다. 히말라야 산맥은 그러한 충돌의 결과로 생성된 것이다. 또한 두 대륙 사이의 충돌은 그것들을 하나의 큰 대륙으로 결합시킬 수 있다.
두 판이 떨어질 때 밑에 있는 맨틀에서 새로운 마그마가 스며 올라가 간격을 메운다. 이것이 중앙 해령에서 발생하는 상황이다. 해구에서는 한 판의 하강하는 쪽의 해저 지각은 소멸되어 연약권으로 들어가고 거기서 다시 녹아 결국 새로운 해양지각으로 재생된다. 그러므로 해저는 충돌하고 분리되는 판들 때문에 계속적으로 갱신된다. 대륙이 쪼개질 때 연약권으로부터 나온 마그마가 상승하여 틈을 채운다. 이 마그마는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그것이 식을 때 해양지각을 형성하며 이것은 틈이 있는 곳에서 새로운 해저가 형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방식으로 한 대륙이 갈라져 새로운 두 대륙이 되고 그 사이를 대양이 갈라놓는 것이다.
해저 물질의 순수 증가율은 반드시 ‘0’이 된다는 것도 중요하다. 그 이유는 새로운 해저가 형성될 때마다 다른 곳에서 오래된 해저의 동일한 양이 맨틀로 꺼져들어 소멸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해령에서 형성된 새로운 해저가 이 해령을 변두리로 갖는 같은 판들로부터 해저의 손실로 보상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래된 해저가 새로운 해저가 형성되는 것과 같은 율로 소멸되는 한 재생과정이 다른 판들의 경계선에서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면 남북 아메리카 대륙을 운반하는 판들과 경계를 이루는 대서양 중앙 해령계는 자체적인 해구를 갖지 않는다. 새로운 해양지각이 이 해령에서 형성될 때 그것은 아메리카 대륙의 서해안과 경계를 이루는 태평양판으로부터 지각의 손실로 보상된다.
판들이 서로 충돌하거나 분리되는 대신 서로 미끄러져 들어갈 수도 있다. 이때 종종 커다란 지진이 발생한다. 단열대는 판이 서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곳에서 생긴다. 지진은 또한 암석권 판의 운동이 강한 다른 곳에서도 생긴다. 지진은 특히 두 판이 분리되는 중앙 해령들과 한 판이 다른 판 밑으로 하강하는 해구에서 자주 발생한다. 반면에 화산은 두 판이 충돌하는 곳(산맥이 생기는 곳)에서는 생기지 않는다. 화산은 판이 분리되거나 한 판이 다른 판 아래로 내려가는 곳에서 생긴다. 한 판의 해양성 변두리가 충돌에 이어 또 다른 판 아래로 내려갈 때 해양 지각의 일부와 해양 침전물이 맨틀에 녹고, 녹은 물질들이 지각 표면으로 상승하려는 경향을 갖게되면 활발한 화산이 만들어진다. 일본과 알류산 열도는 이런 종류의 판 경계선을 따라 생기는 많은 화산을 포함한다. 화산은 또한 판들이 분리되고 마그마가 표면으로 올라오는 곳에서 형성된다. 태평양 판의 동쪽편을 따라 발생하는 화산들과 아이슬란드의 화산들이 그 예이다.
학자들은 앞으로 수억 년이 지나면 모든 대륙이 다시 한 번 모일 것으로 추정한다. 그렇게 형성될 초대륙은 이미 신판게아(Neopangaea)로 명명되었다. 물론 신판게아가 형성되면 또 다시 쪼개질 것이고 결과로 생긴 조각들은 이동하여 오늘날과 매우 다른 지형을 형성하게 된다. 그 때 한국이라는 땅덩어리가 어떻게 될지는 어느 누구도 알지 모른다. 사실 이 분야에 관한 한 정확하게 모르는 것이 현대인들이 살아가는데 좋을지 모른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지구>
판구조론은 그동안 이해하지 못한 지구의 형태에 대해 많은 해답을 준다.
놀라운 것은 인도판이 아시아판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있는데 이 지역의 아래에 일종의 용광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그동안 산맥들로 둘러싸여 있는 티벳 고원이 왜 그렇게 편평한가 하는 의문을 해소시켜 준다. 학자들은 지하가 부드러운 물질로 이루어졌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땅콩 버터와 같이 점성이 큰 유체가 충분히 오랜 시간이 지나면 편평해지듯이 말이다.
지구는 암석으로 된 행성들 중에서 유일하게 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구가 그런 구조를 가지게 된 이유는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학자들은 금성은 크기나 밀도가 지구와 거의 같은데도 불구하고 판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서 지구의 크기나 밀도 때문은 아니라고 인식한다.
학자들이 판 구조 자체에 대한 납득할만한 설명은 제시하고 있지 못하지만 판 구조가 지구에 있는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 물리학자인 제임스 트레필은 ‘지질학적 판들의 연속적인 움직임이 지구 생명체의 발달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판 구조에 의해서 나타나는 기후의 변화를 비롯한 변화들이 생물의 지능을 발달시킨 중요한 요인일 것이라고 적었다. 지구에서 일어났던 몇 차례의 멸종 사태 중에서 일부는 대륙의 이동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토니 딕슨은 암석의 역사와 생명체의 역사 사이에 깊은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5억 년 동안에 바닷물의 화학적 조성이 갑자기 크게 변했는데 그런 변화가 일어났던 시기들은 대부분 생물학사의 중요한 사건들과 관계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설명은 가끔씩 바닷물의 화학적 조성이 크게 바뀌는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저 산맥이 열리고 닫혔던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판구조론으로도 아직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점은 많이 있다. 빌 브라이슨은 미국 덴버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덴버의 고도는 1,600미터이지만 그런 융기는 비교적 최근에 일어났다. 공룡들이 지구를 활보하고 있을 때 덴버는 수심 수백 미터 아래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덴버의 암석에서는 판들의 충돌이 일어났을 때 예상되는 균열이나 변형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학자들은 덴버는 판의 충돌에 따른 영향을 받기에는 그 경계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고 추정한다. 만약 그런 일이 생겼다면 양탄자의 한쪽 끝을 밀었더니 다른 쪽에 주름이 생겼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즉 덴버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지난 수백만 년 동안 빵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밀려 올라간 것이다.
아프리카 남부도 판구조론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폭이 1,600킬로미터나 되는 지역이 지난 1억 년 동안 거의 1600미터나 밀려 올라갔지만 판들의 활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게 보인다. 한편 오스트레일리아는 기울어지면서 가라앉고 있다. 그 지역의 판은 지난 1억 년 동안 아시아를 향해 북쪽으로 움직였고, 앞부분은 180미터나 아래로 꺼져버렸다. 인도네시아는 아주 느리게 가라앉으면서 오스트레일리아를 함께 끌고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점들은 모두 판 구조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판의 개수도 논란의 대상이다. 최근 판의 수를 세어 본 결과 12개의 주요 판과 그밖에 여러 개의 작은 판들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인도와 오스트레일리아가 올라타고 있는 판이 분열되고 있다는 가능성이 밝혀졌는데 그렇다면 주요 판의 수는 13개로 늘어나게 된다(학자에 따라 10개의 지각판(地殼板, lithospheric plate)으로 구분하기도 함).
현재 판구조론은 베게너가 주창했던 대륙이동설에서 상당히 진전했다. 1960년대 말 영국의 지구물리학자인 돈 맥켄지, 로버트 파커, 미국의 제이슨 모건 등은 그 동안의 대륙이동과 대륙과 해저에 대한 지식을 통합했다.
그들은 지구가 대륙지각, 해양지각, 그리고 맨틀의 상층부로 이루어진 많은 판을 갖는다고 제안했다. 다시 말해 이런 판들은 단순한 지각이 아니다. 그것들은 맨틀의 성분도 포함한다. 판들을 포함하는 지구의 층에 주어진 이름은 암석권(lithosphere)이다. 판들은 양 100킬로미터의 두께이며 변두리가 중앙 해령, 해구, 단열대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들은 연약권(asthenosphere)이라고 불리는 맨틀의 밑층 위에 떠있고 대륙지각, 해양지각 또는 둘 다 포함할 수 있다. 대륙과 해저는 뗏목 위에 놓인 물건처럼 떠다니는 판에 의해 운반된다. 구조적 판이 쪼개질 때 오래된 대륙은 몇 개의 새로운 대륙이 될 수 있고 판게아가 분열되었을 때처럼 결국에는 갈라져 이동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설명은 판구조론도 엄밀한 의미에서 완벽한 것으로는 볼 수 있지만 이들 해결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더라도 베게너의 이론을 도입하기 않고는 지구 과학의 어떤 문제도 논할 수 없다. 50년 앞서 세운 지구 과학의 기초가 현대 지구과학의 전체를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앞으로 많은 학자들이 그 해답을 도출할 것으로 생각된다.
<탐험자로서 사망>
1929년 베게너는 자신의 이론을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해 다시 그린란드의 미드아이스 기지를 발판으로 탐험하겠다고 결심했다. 그의 4번째 탐험은 <국제과학탐사대>인데 그 자신이 대장이 되어 위도 71도를 따라 위치한 세 지대의 기후와 지질을 조사하는 것이다. 미드아이스 기지는 내륙에서 400킬로미터 떨어지고 고도가 3000미터나 되는 곳이다. 그런데 특별히 설계한 모터썰매가 작동하지 않자 기지에 있는 탐험대원들에게 물품을 공급할 수 없게 되었다. 베게너는 직접 물품을 공급하기 위해 두 명의 탐험대원과 함께 개썰매로 1930년 9월 21일 본부를 출발했다. 기온은 영하 65도나 되었다. 그들은 기지에 40일 후에 도착했다.
베게너는 기지에 도착하여 하루 쉰 후 그의 50회 생일인 11월 1일 22세의 탐험대원 라스무스 빌룸센과 함께 다시 본부로 출발했지만 돌아오지 못했다. 중간기지에서 월동한 대원들은 다음해 5월, 대원들은 그의 스키와 잠든 채로 사망한 유체를 발견했다. 심장마비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대원들은 그를 얼음 속에 장사 지냈다. 그가 심혈을 기울려 주장한 대륙 이동설이 새로운 학문에 의하여 증명되기 20년 전의 일이다.
극지 탐험은 과거나 현재를 구별함이 없이 극도로 위험천만한 모험이다. 사실 1900년부터 베게너가 실종된 기간을 포함하여 1938년까지 북극 탐험 도중에 목숨을 잃은 사람은 무려 200여명이나 된다. 남극의 탐험도 이에 못지 않아 1898년부터 1964년까지 100명이 넘는 탐험대원들이 목숨을 잃었다. 남극의 경우 북극과는 달리 육지이므로 연구시설을 세우는 것이 가능하므로 희생자가 그만큼 적을 수 있었다. 남극이든 북극이든 이들 희생자들은 무명의 인물이다. 그러나 이들이 남북극을 탐험하는데 도전한 것은 베게너와 같이 과학에 대한 도전이 없었다면 착수조차 되지 않을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베게너와 같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것이 베게너의 죽음에 위안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베게너와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은 과학을 연구할 때 남다른 희생이 따른 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준다. 과학의 순교자가 생각보다 많다는 뜻이다.
베게너가 극심한 비난을 받은 것은 당대 과학자들의 학문 풍조 때문이기도 하다. 정통학자들은 자신들의 전문 학문 분야에서 벗어나는 것을 이단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베게너는 정통 지리학자가 아니라 당대에 생소한 기상학자다. 소위 기상학자인 주제에 지리 분야를 손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데다 그가 주장하는 가설 자체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베게너도 탐험가로서 무장되어 있어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수많은 반대자들이 그를 공격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는 그들과 맞싸울 자세가 되어 있었고 이를 위해 수많은 증거를 모았다. 또한 그의 가설을 지지할 수 있는 이론을 세우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문제는 당대의 과학 수준으로 인해 그가 제시한 이론이 불충분했다는 점이다. 그의 반대자들이 벌떼같이 그를 공격했고 그의 가설은 폐기처분되었다.
베게너가 대륙이동설을 주창할 때 완벽한 이론을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큰 틀에서 그의 이론이 옳았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베게너가 죽음을 맞이한 것은 그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그린란드 탐험의 길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탐험에서 돌아왔다 하더라도 자신을 이론을 증명하는 데는 실패했음이 틀림없다. 그의 이론은 추후에 자기장 확인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에 의해 도출된 헤스의 해저확장설에 의해 비로소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레슬리 앨런 호비츠는 그가 보통 사람의 수명인 70살까지만 살았더라도 한때 욕을 먹었던 자신의 주장이 완전히 인정되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아직도 지구를 풀어가기에는 많은 의문점으로 싸여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베게너가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했던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구의 나이가 약 45억 5천만 년이나 되는데도 판게아가 약 2억 년 전부터 분열이 시작했다는 것은 그동안 환상으로만 치닫던 아틀란티스 대륙을 침몰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막연히 미스터리로 포장하는 선동가들의 무분별한 행태에 과학적인 잣대로 분석해야 한다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구과학에서 판구조론이 차지하는 위치는 진화론에서 현대적인 과학론이 차지하는 위치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인간에게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 인간이 지구 위에 떠돌아다니는 판 위에 살고 있다는 것은 상상치 못하던 일이며 이로 발생하는 지진이나 화산 폭발 등에 인간이 무력하다는 것은 인간이 지구에서 위대한 동물이라는 오만함을 여지없이 꺾어버렸다.
그러나 인간은 지구의 이런 횡포에도 굴하지 않고 대비책을 마련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지진과 정확한 화산 활동 등을 예보하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제 그의 유산은 자신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크고 포괄적이고 거대한 과학으로 인간의 뇌리에 심어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과학사에서 베게너와 같이 극적인 상황은 거의 없다. 베게너는 기상학자로서 지질학자들의 영역에 과감히 도적했는데 그것은 자신이 지구 역사의 ‘참’을 발견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죽을 때까지 그의 주장은 한낱 비전문가의 상상 즉 만화라고 매도되었다. 그의 주장이 ‘참’이라 해도 당사자가 사망하면 대부분의 경우 사장되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베게너는 실패한 사람이 아니다. 그의 이론이 부동의 이론으로 세계의 교과서에 게재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화 같은 이야기로 매도된 가설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론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보면 만화야 말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창구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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