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의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반려동물이 준 노벨상

반려동물이 준 노벨상(2) : 틴버겐

Que sais 2020. 9. 2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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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버겐>

틴버겐로렌츠와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여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이다.

어미 거위알을 품고 앉아 있었는데 알 하나가 둥지 바깥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이것을 본 어미 거위는 굴러 떨어지지 않게 알을 둥지 안으로 끌어 당겼다. 누가 보기에도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니콜라스 틴버겐(1907〜1988)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

그런데 둥지 안에 다른 알을 갖다 놓았더니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알을 둥지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어미 거위무슨 알이든 눈에 띄면 거의 반사적으로 알이 있는 곳으로 가서 부리로 알을 밀거나 물어서 둥지 안으로 끌고 갔다.

틴버겐의 주의를 끈 것은 거위가 알이 아니더라도 알과 같은 둥근 물건이면 모두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이를 틀에 박힌 행동패턴이라고 하는데 틴버겐은 둥지 앞에 알을 갖다 놓고 아교로 실을 붙여놓았다. 실을 쥐고 있다가 어미 거위가 둥지 밖으로 나와 알을 부리로 밀기 시작하면 실을 슬그머니 끌어당겼다. 그런데 알이 빠져나갔는데도 거위알을 미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틴버겐거위가 알을 미는 행동을 멈추지 않은 것은 유전자 수준에서 이미 프로그램되어 있어서 일단 자극을 받으면 끝까지 수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본능이라고 부른다. 본능이란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능력이다.

새끼 갈매기를 키우는 어미 갈매기와 아빠 갈매기의 부리에는 한결같이 끝부분에 마치 쪼아서 피멍이 든 것처럼 붉은 점이 있다. 이는 피멍 자국이 아니라 새끼가 먹이를 달라고 쪼는 것이다. 어미 새가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아 둥지로 돌아와 새끼 새어미 새 부리의 붉은색 부분을 쪼아주면 어미 새는 반쯤 소화된 물고기를 토해내 새끼 새에게 먹여주었다. 붉은 점새끼에게 신호 자극이었다. 그런데 갓 태어나 아무런 세상 경험이 없는 새끼 새도 부리의 붉은 점쫀다는 점이다.

틴버겐딱딱한 종이로 부리 모양을 만들어 끝부분에 붉은 점을 칠해 둥지에 밀어 넣었다. 그랬더니 갈매기 새끼 새는 어미 새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반사적으로 붉은 점을 쪼았다. 이는 새끼 갈매기의 신호자극이 부리 끝의 붉은 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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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버겐내덜란드 헤이그에서 5명의 자녀 중 한 명으로 태어났다. 자연에 관한 그의 관심은 어려서부터 시작했고 라이덴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공부했다. 그의 학창시절 연구는 전설이나 마찬가지다.

먹이를 먹는 유럽벌잡이새

1929년 여름, 20살이 갖 넘은 그는 뜨거운 모래언덕에서 유럽벌잡이 새둥지로 사용하고 있는 작은 굴을 주시했다. 그는 암컷이 먹잇감을 찾아 둥지를 떠나자 재빨리 모래로 둥지 입구를 덮어 버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잠시 후 집으로 돌아온 암컷이 그가 모래로 덮은 둥지로 정확히 들어갔다. 주변에 수백 개의 다른 둥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암컷자신의 둥지를 곧바로 찾아갔기 때문이다.

 

그는 곧바로 하나의 가설을 세웠다. 유럽벌잡이 새 주변 지형을 탐지해 자신의 집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유럽벌잡이 새가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 주위솔방울로 에워쌌다. 그리고 암컷 벌이 집 밖으로 나가자 그 솔방울들을 모두 다른 쪽으로 옮겨놓았다. 이틀 후 다시 돌아온 유럽벌잡이 새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옆의 솔방울이 둘러싸고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혹시 솔방울의 냄새후각적 신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향수를 묻힌 다음 실험해도 결과는 똑같았다.

 

틴버겐 자신의 가설대유럽벌잡이 새가이 시각적 정보를 가지고 집을 찾는다고 단정했다.

그는 그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32쪽짜리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해 제출했는데 그의 논문은 당시 라이던 대학의 역대 박사학위 통과 논문가장 짧은 논문이라고 알려진다.

 

그는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전쟁포로가 된 후 영국으로 귀화옥스퍼드대학 교수가 되었다. 그는 독일에 의해 포로가 되었으므로 나치에 근무하던 로렌츠와 불화를 가진 이유인데 그와 화해했다는 것은 앞에서 이야기했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자리를 잡은 후 1951 그가 저술한 본능에 대한 연구가 대박을 터트렸다. 그는 이 책에서 동물의 생득적 즉 본능 행동 반응, 적응성 및 이러한 행동의 진화적 측면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그는 자발적 행동 즉 처음부터 완전한 형태로 일어나는 행동학습의 효과에 저항한다고 생각되는 행동을 설명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그는 행동을 어떻게 이러한 자발적 행동 패턴의 조합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지, 그리고 어떻게 행동을 특정한 자극에 대한 일련의 고정된 반응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의 생각은 명쾌하다. 행동은 어느 정도까지는 외부의 자극에 의존하는 하나의 반응이지만 내부의 인과적 요소에도 의존하므로 자발적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정한 행동 반응이 어떻게 유발되는가를 설명하는 틴버겐의 모델로렌츠의 연구에 기반을 둔다. 로렌츠뇌의 저장소에 축적되는 특정 에너지존재하며 이 에너지가 각각의 본능적 행동을 초래한다고 생각했다.

로렌츠기부(基部) 스프링밸브가 있는 저장소가 존재하며, 마치 스프링을 잡아당겨 에너지 저장소를 개방하는 저울접시의 추와도 같이 적절한 자극이 가해지면 동물은 원하는 행동을 발현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했다.

틴버겐로렌츠의 모델에 복잡성을 추가했다.

이 모델을 틴버겐의 계층모델로 부르는데 그는 동기를 부여하는 충동뇌의 신경중추축적되며 이 충동어떤 장애물로 저지된다고 제안했다.

그가 유명한 것은 자신의 연구를 추진하면서 네 가지 질문기본으로 했다는 점이다.

 

기전 ; 어떻게 작동하는가?

기능 ;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기원 ; 어떻게 발생하는가?

(진화적) 계통 ; 어떻게 진화해 왔는가?

  통시적 견해와 공시적 견해
동학적 시각
시간의 흐름에 의한 설명
정학적 시각
종/개체군의 현재 상태에 대한 설명
어떻게 혹은 왜에 대한 질문 근접적 설명
어떻게 유기물 개체의 구조가 기능하는가
발달과정 (Ontogeny)
유전자가 현재의 상태에 이르기까지 각 개체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에 대한 발달/발생 과정에 대한 설명
근접기제 / 근접인과 (Proximate Causation)
유기체의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기계론적 설명
진화적 / 궁극적 설명
 종 혹은 개체군이 (적응적인) 구조를 진화시켰는가
계통(발생)학 (Phylogeny)
하나의  혹은 개체군이 여러 세대에 걸쳐 변화한 진화의 역사
적응 (Adaptation)
과거의 환경에서 생존과 번식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진화한 형질

그의 4가지 질문비교행동학의 바이블이나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비교행동학에 관련되는 거의 모든 과제는 이에 기반하여 진행된다는 뜻이다.

그 때 그가 가르친 제자 중 한 명이 바로 과학책의 세계 3대 스테디셀러 중 하나로 꼽히는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도킨스 외에도 털없는 원숭이의 저자로 유명한 데스몬드 모리스를 비롯해 토니 싱클레어, 이아인 더글러스 해밀턴 등이 옥스퍼드대학에서 가르친 제자다.

클린턴 리처드 도킨스(1941~)

그의 실험 중 가장 유명한 것큰가시고기 수컷이 지닌 영역 방어와 공격성에 대한 연구다. 큰가시고기 수컷번식기아랫배가 빨갛게 되는데, 자기 영역에 다른 수컷이 침범하면 맹렬하게 공격하는 습성을 지닌다.

큰가시고기

틴버겐은 여러 나무 모형의 물고기를 만들어 실험한 결과, 아랫배의 빨간색이 수컷의 공격 행동을 일으키는 자극임을 알아냈다. , 큰가시고기 수컷은 나무로 만든 물고기 모형의 복부 붉으면 진짜 수컷보다 그 모형 물고기를 더 강하게 공격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검은머리물떼새의 어미에게 알을 품는 행동을 일으키는 자극이 알의 크기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어미새에게 자신의 알과 타조의 거대한 알을 함께 주면 어미새는 자신의 알보다는 타조 알을 품으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검은머리물떼새

틴버겐동물들이 실제 자극보다 훨씬 더 과장된 자극강하게 끌리는 이런 현상초정상 자극이라고 명명했다. 초정상 자극은 그 과장됨을 이용해 동물의 특정 특징이 어떻게 본능적 반응을 유발하는지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다. 그의 이런 연구들이 인정받아 1973년 콘라드 로렌츠, 카를 폰 프리슈와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가 된 것이다.

얀 틴버겐(1903~1994)1969년 노벨 경제학상

그런데 틴버겐 박사의 형인 얀 틴버겐도 그보다 먼저인 1969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여 노벨상 사상 유일하게 형제 수상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