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의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반려동물이 준 노벨상

반려동물이 준 노벨상(3) : 폰 프리쉬

Que sais 2020. 9. 2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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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폰 프리쉬>

로렌츠와 함께 노벨상을 수상한 프리쉬 박사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다.

카를 폰 프리쉬(1886〜1982)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

독일의 시각생리학자 카를 폰 헤스꿀벌은 색맹이다라고 주장했다. 그의 논문은 실험으로도 증명되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그의 주장에 반박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에게 논문을 지도받고 있던 폰 프리쉬는 매우 간단한 의문을 제기했다. 꿀벌색맹이라면 왜 꽃들이 색깔을 갖고 있느냐이다. 그는 꿀벌색맹이라면 꽃이 아름다운 색깔을 갖도록 진화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노란 꽃에 날아 온 노란색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노란 꽃의 꽃가루를 갖고 다른 꽃으로 가버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정확하게 자기 종을 번식시키는데 치명타를 입는다.

문제는 폰 헤스 박사도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실험 결과를 갖고 있었다. 그는 상자 안에 벌을 한 마리 집어 넣고 상자 양쪽에 구멍을 낸 다음 한쪽에는 노란 불빛을 비춰주고 다른 쪽 구멍에는 파란 빛을 비춰주었다. 그랬더니 특별한 색을 가리지 않고 나왔다.

다음에는 노란색 빛파란색 빛보다 더 세게 비춰주었다. 빛의 강도를 높인 것이다. 그런데 두 빛 중에서 강하게 비춘 빛을 따라 나왔다. 폰 헤스 박사는 색깔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빛의 강도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자 프리쉬 폰 헤스 박사의 실험 과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상자 안에 갇힌 꿀을 찾아갈 생각보다는 탈출할 생각을 먼저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외부 세계와 가장 가까운 곳가장 강한 빛이 비치는 곳을 찾아 빠져나가려고 한 이유다.

 

폰 프리쉬는 이런 실험은 기본적으로 이 살고 있는 야외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야외에 판을 만들어놓고 들이 찾아오게 했다. 그리고 물을 담아놓은 그릇들을 늘어놓고 그 밑에 색종이들을 깔아놓고 그 중에 하나만 파란색으로 칠해놓았다. 그리고 파란색 위에 놓인 접시에만 설탕물을 담았다. 들이 파란색 접시설탕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한 후 파란색 종이를 다른 접시 밑으로 옮겨놓고 과연 이 벌들이 파란색기억하고 설탕물을 찾아올 것인지 실험했다. 설탕물이든 아니든 물의 색깔은 차이가 없는데 실험 결과은 역시 설탕물이 있는 줄 알고 파란색을 찾아왔다.

 

폰 프리쉬의 실험이 설득력을 받은 것은 그 동물이 평소에 하는 행동을 그대로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동물의 행동을 관찰해야만 비로소 그 동물의 행동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프리쉬의 연구 중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은 벌들의 춤이다. 이를 춤 언어(dance language)라고 한다. 이 언어를 언어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언어라는 것은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시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벌어지거나 벌어졌던 어떤 일을 상징적인 표현을 통해서 남에게 알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집에 들어갔을 때 고양이야옹야옹할 때 이를 의사소통으로 볼 수 있지만 언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동물들이 서로 싸울 때도 화났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으르렁거리지만 그것도 언어라고 부를 수 없다. 언어란 적어도 당장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일어났거나 행했던 일 등을 기억하여 이를 다른 사람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부호로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프리쉬꿀벌이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꿀벌자연계에서 중요한 이유는 많은 식물의 꽃가루받이를 해주기 때문이다. 꽃가루받이를 해준 대가로 식물꿀벌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벌들은 인간의 상식보다도 훨씬 먼 거리를 날아다니면서 꿀을 찾는다. 그런데 인간들도 조금만 낯선 동네에 가면 길을 잃을 수 있는데 들이 어떻게 다시 집으로 돌아오며좋은 꿀밭을 찾았을 때 어떻게 동료들에게 그곳을 알려주는 가가 의문이었다.

 

중에서 꿀벌보다 진화가 덜 된 벌들은 개미처럼 좋은 꿀을 찾으면 집에 와서 동료를 자극해 그들을 데리고 함께 날아간다. 그런데 그들 벌도 한 번에 몇 마리밖에 데리고 가지 못한다. 이때 꿀벌들은 냄새 길을 만든다. 꿀벌들은 날아가다가 10미터에 한 번씩 땅에 앉아서 냄새를 뿌린다. 진화된 개미들이 하는 방법인데 이 방법이 개미에게는 적절하지만 꿀벌에게는 적절하지 않다. 개미들은 땅에서 기어다니니까 냄새길만 그려 놓아도 되지만 꿀벌의 경우 냄새 길로 만들어 놓은 곳을 확인하기 위해서 공중을 날다가 쉬었다가 날다가 쉬었다가를 반복해야 한다.

그래서 꿀벌다른 방법을 개발했다. 춤을 추는 것이다.

꿀벌들은 해가 뜨고 나야 일을 나가기 시작하는데 모든 꿀벌이 한꺼번에 나가서 꽃밭을 찾는 것은 아니다. 큰 벌통의 경우 일단 약 20여 마리정찰벌로 출동한다. 정찰벌은 일단 사방으로 날아가는데 그들이 하나둘씩 돌아와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러면 벌통에 있던 벌들은 춤추는 벌들을 쫓아다니는데 가장 좋은 정보를 갖고 있는 정찰벌 뒤를 따르는 것이다.

 

방법도 매우 구체적이다. 정찰벌은 집으로 돌아와 우선 동료들에게 시식의 기회를 제공한다. 정찰벌은 턱을 열고 가져온 꿀을 한 방울 물고 있으면 동료 벌이 빨아먹는데 꿀이 양질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관심을 갖지 않고 다른 정찰벌로 떠난다. 반면에 아주 좋은 꿀이라고 판단되면 그 꿀을 가져온 정찰벌에게 어디에 꿀밭이 있느냐고 묻는다.

 

정찰벌춤을 출 때 날개를 펴고 실제로 날아가는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날개를 몸에 붙인 채 뒷몸통을 흔든다. 물론 정찰벌이 춤을 추지만 모든 꿀벌들이 직접 춤추는 것을 보고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듣고 따라간다.

프리쉬 박사벌통에서 비교적 가까이 있는 꿀의 출처를 알려주는 춤은 별로 복잡하지 않은 원형 춤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출처가 멀어지면 8자형 춤을 춘다. 동료 꿀벌들은 정찰병의 상징적인 기호만 보고 무슨 얘기인지 알아듣고 그리로 날아가서 꿀을 날아온다. 이를 보면 앞의 언어라는 정의에 따라 꿀벌은 언어를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학자들이 꿀벌언어를 가진 동물로 규정하는 이유이다.

놀라운 것은 춤추는 속도거리를 알려준다. 예를 들어 1분에 5번을 출 때1분에 10번 출 때의 거리는 후자가 정확히 두 배이다. 프리쉬 박사벌의 춤을 보고 거리를 계산하여 가보면 꽃밭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한 것은 로봇으로도 확인되었다.

독일에서 정찰벌처럼 춤을 출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 마치 꿀벌이 춤을 추듯 움직이게 했다. 그런데 사전에 제시한 정보대로 꿀벌들은 로봇이 분명 벌이 아닌데도 그것을 따라 다녔고 정확하게 꿀밭으로 몰려들었다. 으로 의사소통한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20086 꿀벌의 능력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사실이 발표되었다. 놀라운 것은 꿀벌도 통역을 한다는 것이다. 아시아 꿀벌들과 유럽 꿀벌들이 서로의 춤을 이해먹이의 거리와 방향을 찾아내는 능력을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중국·호주·독일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은 아시아 꿀벌과 유럽 꿀벌을 한 집에 넣어 적응기를 뒀다. 이후 각각을 벌집에서 다른 거리에 있는 먹이통으로 날아가게 훈련시켰다. 그 결과 유럽 꿀벌들이 먹이통을 찾도록 훈련받은 경우 아시아 꿀벌들도 이들의 춤을 해석해 먹이통이 어디 있는지 찾아냈다. 반대 경우도 가능했다.

 

그러나 유럽 꿀벌들은 아시아 꿀벌보다 언어 이해력이 떨어져 먹이통을 찾아내는 확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각기 다른 대륙의 꿀벌들이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음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자연 상태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라는 설명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발견되는 꿀벌의 종류9으로 이들의 조상은 30005000만 년 전 갈라져 각기 다른 춤 언어를 갖게 됐다는 설명이므로 이들에게도 서로 이해를 위해 통역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들 3명의 연구 내역을 보면 정말로 노벨상을 받을만하느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들이 동물의 행동을 파악하기 위해 수십년 동안 투신한 노력을 보면 감탄치 않을 수 없다. 노력을 한다고 노벨상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들처럼 노력했기 때문에 노벨상을 받았다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사실 동물행동학은 얼핏 보면 단순한 학자들의 호기심 충족거리 수준으로 여길 수 있다. 새끼 거위로렌츠어미로 여기며 따라다니고 왜 꿀벌들이 춤을 치는지, 가시고기 암수가 번식기 때 색이 변하는지, 카나리아아름다운 소리로 지저귀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분명 흥미로운 지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지식들이 단순한 호기심 충족 외에 무슨 쓸모가 있는지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동물행동학이 동물뿐 아니라 우리 인간이 가지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한 방편을 제시해 준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생명체의 행동의 근원이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교행동학이 동물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되지만 그 결과는 인간의 이해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것인간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것동의어라는 것을 비교행동학이 보여주었다는 설명이다.

 

참고문헌 :

꿀벌도 외국어 학습 능력, 연합뉴스, 2008.06.10.

꿀벌도 외국어 배운다, 박창규, 서울신문, 2008.06.11.

철새, 왜 겨울마다 이사 다닐까, 조영선, 조선일보, 2004.11.25.

꿀벌도 외국어 배운다, 박창규, 서울신문, 2008.06.11.

네덜란드 출신의 유일한 형제 수상자, 이성규, 사이언스타임즈, 201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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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반지, 콘라드 로렌츠, 사이언스북스, 2000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 최재천, 궁리, 2007

인물세계사, 원재훈, 네이버캐스트, 2009

하리하라의 청소년을 위한 의학이야기, 이은희, 살림,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