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을 놓친 비운의 천재들/로잘린 프랭클린

DNA 구조 발견 1등 공신, 로잘린 프랭클린(1)

Que sais 2020. 10. 17. 22:53

youtu.be/IGM0ZoIC7YM

부모의 형질이 자손에게 전달되는 유전의 메커니즘은 오랫동안 사람들이 가져 온 궁금증의 하나였다. 사실 우리들은 모두 부모와 어딘가를 닮았다. 아주 빼다 박은 얼굴도 있기 때문에 부모와 닮은 점이 많지 않으면 돌연변이라는 말도 한다. 오죽하면 김동인발가락이 닮았다라는 소설에서 주인공은 자신과 발가락이 닮았다는 것을 발견하고서 자신의 자식이 틀림없다고 만족하기까지 한다. 그만큼 부모의 형질이 자식에게 유전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실예이다.

과거의 학자들은 개인의 유전적 특성이 부모에게서 자녀에게로 전달되는 다른 유체(fluid)에 의해서 유전된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혈족(blood relative)같은 용어가 쓰이는 이유이다. 물론 이렇게 믿게 된 요인은 당시에는 유전정보전달하는 물질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질문은 19534, 25케임브리지 대학의 왓슨(James Dewey Watson)37살의 크릭(Francis Harry Compton Crick)1,000단어에도 못 미치는 128줄의 짧은 논문<네이처>지에 발표하면서 풀려지기 시작한다. 논문의 처음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우리는 DNA의 구조를 제시하고자 한다. 구조 생물학자라면 상당히 관심을 기울일 만한 샐운 특징을 보이고 있다. DNA의 두 가닥은 오른쪽 방향을 따라 나선형으로 꼬여 있지만 각 가닥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상대편 가닥의 원자들과 상보관계를 이루기 때문에 각 가닥의 원자 배열은 상대편 가닥의 배열과 반대방향이다. 우리가 가정했던 특정한 쌍유전물질을 북제하는 메커니즘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크릭과 왓슨은 이 발표로 윌킨스와 함께 DNA의 구조를 밝힌 공로로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 수상은 노벨상 사상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켰는데 그것은 정작 노벨상을 받아야 할 당사자 두 명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한 명은 DNA 구조 확인의 여전사 로잘린 프랭클린(Rosalind E. Franklin, 19201958)이고 다른 한 명은 어윈 샤가프(Erwin Chargaff, 19052002).

노벨상 사상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는 것은 이들의 업적이 동 분야에서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노벨상 수상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샤가프프랭클린보다 15년 먼저 태어났고 DNA의 기본 구조를 정확하게 해석하여 DNA탐색에 큰 기여를 했는데 프랭클린을 먼저 설명한다. 프랭클린의 사진 단 한 장이 현재까지 인간들이 이루어 논 모든 유전자 분야 연구를 이끄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생명의 비밀>

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 핵융합이 등장하는 20세기 전반 물리학과학을 주도했지만 후반은 생물학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자폭탄을 성공적으로 만든 맨해튼 프로젝트의 수많은 과학자들이 생물학으로 전환했는데 이는 원자폭탄이라는 죽음의 무기에서 생명의 과학으로 방향을 바꾸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윈의 시대에도 부모의 형질이 후대에 전해진다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에 대한 메커니즘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1865 멘델완두콩 실험으로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하나의 유전자가 다음 세대의 콩에서 키나 색깔 같은 특성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1905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 유전자가 염색체 위에 구슬처럼 꿰어져 있으며 복제를 한 다음 분리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학자들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것은 유전 정보새로운 염색체로 어떻게 전해지느냐이다.

당시 생명의 기본 단위세포라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동물이나 식물이나 모든 생물세포로 되어 있다. 이 속에서 수천 가지의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면서 생명이 유지된다. 세포의 중심부에는 세포 크기의 몇 분의 1정도인 진한 덩어리가 있고 이것을 세포핵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당시의 과학으로는 유전 정보 이동 단백질에 의한다고 생각했다. 유전자단백질로 이루어졌다는 것인데 염색체에 있는 다른 구성 물질이 큰 분자량을 가진 DNA라는 것을 1871 젊은 과학자인 스위스의 프리드리히 미셔(Johann Friedrich Miescher)가 발견했다.

프리드리히 미셔는 부패한 수술 상처의 고름에서 얻은 백혈 세포의 단백질펩신으로 분해하던 중 펩신세포핵을 분해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했다. 은 약간 작아지기는 했지만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세포들은 끈적거렸는데 미셔는 이 점액질세포핵을 둘러 싼 세포질이 아니라 세포핵 내에 존재하는 것임을 발견했고 그것은 함유하고 있었다.

미셔는 이를 뉴클레인(nuclein)이라 불렀고 뉴클레인산성과 염기성 복합체임을 밝혔다. 20년 후에 뉴클레인 중에서 강산성을 띠는 것은 핵산으로, 염기성 단백질프로타민으로 이름이 바뀐다.

독일의 생화학자 코셀(Albrecht Kossel)핵산 분자분해하여 일련의 질소 함유 혼합물을 얻었다. 그곳에는 4가지 혼합물이 있었는데 각각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또한 두 개의 고리를 갖고 있는 아데닌’, ‘구아닌퓨린’, 한 개의 고리를 갖고 있는 뒤의 두 화합물은 피리미딘이라 불렀다. 따라서 아데닌, 구아닌퓨린 계열이고 시토신과 티민피리미딘 계열이 된다. 이 연구로 코셀1910년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코셀은 진실을 존중하는 과학자였다. 1차 세계대전 중 그는 독일의 관리들로부터 국민들에게 배급되는 식량의 양과학적으로 보아 충분하다고 설득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면서 한 마디로 거절했다.

 

거짓을 진실이라고 말할 수 없다.”

 

코셀의 용기있는 거절은 국가의 명이라 하여 진리를 왜곡하는데 서슴지 않는 과학자들이나 정치가들에게 좋은 모범으로 자주 인용된다. 코셀의 제자인 레빈(Phoebus Aaron Theodor Levene)핵산에는 수산기가 있는 디옥시리보스수소원자가 붙어 있는 리보스의 두 종류가 있음을 밝혔고 각각 DNARNA라고 이름 붙였다. 또한 그는 핵산퓨린이나 피리미딘 염기 중 하나, 리보스나 디옥시리보스 하나, 그리고 인산 하나를 포함하는 작은 조각으로 분리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 이 조합을 뉴클레오티드라 하며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것처럼 DNA 분자뉴클레오티드가 연속적으로 결합된 고분자화합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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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는 유전물질>

과학자들은 두 가지 연구 주제를 갖게 되었다. 첫째는 세포에서 이루어지는 에너지와 물질대사를 파악하여 유전의 메커니즘을 알고자 하는 것이었고, 둘째유전자의 화학적 본질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영국의 생화학자 토드(Alexander Robertus Todd)는 간단한 물질로부터 여러 종류뉴클레오티드합성하는 개가를 얻는다. 곧이어 뉴클레오티드의 합성을 거쳐 뉴클레오티드에 대한 인산화에도 성공하였고 마지막으로 인산염이나 다인산염의 잔유물 뉴클레오티드와의 중합성공했다. 그는 이 연구로 1957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1920년대영국의 세균학자 프레드 그리피스(Fred Griffit)폐렴의 원인이 되는 병원성 폐렴쌍구균비병원성 폐렴쌍구균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두 세균을 각각 R형과 S으로 구분했는데 그 중에서 S만이 폐렴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런데 그는 매우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다. 죽은 S형 세균살아 있는 R형 세균을 한꺼번에 쥐에게 주사했더니 쥐가 폐렴에 걸린 것이다. 그는 인체에 해가 되지 않던 R형 세균죽은 S형 세균으로부터 무언가 희한한 물질을 넘겨받아서 갑자기 공격형 세균으로 돌변했다고 추정했다.

194367였던 오스왈드 에브리(Oswald Theodor Avery)2차 세계대전 와중임에도 군복무하기에 너무 나이가 많아 록펠러연구소에서 그리피스가 연구했던 폐렴구균 실험을 진행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폐렴구균죽은 균주 DNA를 살아 있는 균주속에 넣자 그 유전적 특성도 함께 전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병원성 세균의 형질전이되는 과정연구하고 있었는데 당시에 학자들은 낯선 단백질이 흘러들어 온 것으로 믿었다. 핵산의 존재는 당시에도 알려져 있었지만 단백질부수적으로 딸린 중요하지 않은 물질로 여겼다. 에브리핵산, DNA죽은 폐렴균에서 무해한 다른 세균으로 전이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단백질유전자가 아니고 DNA유전물질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에브리바이러스의 증식 기구와 유전학적 구조에 관한 연구1969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DNA유전물질이라는 것이 받아들여진 것은 허시(Alfred Day Hershey) 등에 의해서이다. 허시는 바이러스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P)을 포함한 DNA만이 세포 내로 침입해서 바이러스 증식참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사실은 핵산인 DNA유전물질임을 입증한 것으로 매우 중요한 발견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핵산인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연구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었음에도 과학자들은 여전히 DNA처럼 단순한 물질이 어떻게 복잡한 유전형질을 전할 수 있겠느냐며 반신반의했는데 이 문제를 말끔하게 풀어준 사람이 어윈 샤가프(Erwin Chargaff). 그는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생물은 그 종에 따라 각기 독특한 형질을 갖고 있다. 만약 그 형질의 차이가 DNA의 차이에 의존한다면 DNA 사이에도 화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차이가 있어야 한다.

 

그는 같은 종류의 생물, 예를 들어 는 어떤 조직을 채취해도 DNA 속의 아데닌, 구아닌, 티민, 시토신분자수 비율일정하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그의 발견은 그 후 DNA의 구조를 고찰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DNA을 통한 유전현상분자 차원에서 고찰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되었기 때문으로 샤가프 역시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한 비운의 천재로 설명된다. 그러므로 샤가프는 별도로 설명한다.

유전자 사냥에 대한 연구를 보면 과학의 발전에는 일관성이 있고 조직적인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자들의 부단한 노력에 의해 유전자 분야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첫째 핵산미생물, 식물, 동물의 어느 세포에도 들어 있다. 둘째 핵산DNARNA로 되어 있으며 셋째 DNA는 주로 핵 부분, RNA는 주로 세포질 부분에 한정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박테리아의 경우에는 핵과 세포질이 뚜렷이 구별돼 있지 않지만 DNARNA는 반드시 들어있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핵산의 일반적인 구조단백질과 유사하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고, 핵산유전물질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학자들은 핵산어디에 위치하는 가를 정확히 파악하고자 했다. 다행히도 이미 개발된 세포 염색 기술을 이용하여 DNA핵 속에 있고 특히 염색체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이것은 동물 세포뿐만 아니라 식물 세포에서도 동일했다. 말하자면 핵산은 모든 살아 있는 세포에 존재하는 보편적인 물질이라는 뜻이며 RNADNA 중에서 DNA유전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최근의 연구로 DNA 일부미토콘드리아 또는 엽록체세포질성분에도 들어 있으며 핵소체(nucleolus) 속에도 RNA가 들어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제 과학자들은 DNA가 유전 물질로 확인되자 생명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유래하는가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단초는 1933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odinger).

그는 유대인은 아니지만 유대인에 대한 탄압을 보고 독일을 떠나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강연을 하는데 1940년 아일랜드 수상 드 벌레라(Eamon De Valera)의 초청으로 더블린으로 갔다.

그는 1940<더블린고등학문연구소>를 설립했는데 학생들로부터 생물학 물리학이나 화학과 분리되어 취급되어야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개구리나 초파리 세포가 한족에 있다면 원자, 분자, 전기, 자기는 또 다른 쪽에 있었다. 이때 슈뢰딩거노벨상 수상자답게 단호히 말했다.

 

살아 있는 생물을 그들이 가진 원자와 분자 구조 차원에서 생각할 때가 왔다. 산 것과 죽은 것은 크게 분리된 것이 아니다. 그들은 모두 동일한 물리화학 법칙을 따른다.’

그러면서 그는 매우 독창적인 질문을 던졌다.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하면 엔트로피증가하여 자연적 해체를 가리키는 즉 시간의 방향을 가리킨다. 그런데 왜 유전자는 썩지 않는가이다. 즉 그들이 죽지 않고 왜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그대로 전해지는가이다.

슈뢰딩거는 그 이유로 생명이 무언가를 하는 물질이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물질대사, 먹고 마시고 숨쉬고 적응하고 복제하고 엔트로피를 피해가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슈뢰딩거생명()’의 엔트로피로 정의했다. 죽음에 다가가지 않는다는 뜻으로 유전자가 구조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과학자들이 열정을 다해 도전할만한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생물학적 문제에도 물리학, 화학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대 전제하에 1940년대 후반부터 생물물리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연구들이 쏟아졌다. 그 중심에는 DNA 규명이다. DNA가 유전 물질인 것이 확인된 이상 이를 규명하면 인간의 근원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 하에 전 세계의 학자들은 본격적인 유전자 사냥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