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 태어난 생물은 언젠가 죽어야 하며 이러한 죽음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경험할 수 없다. 따라서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의 근원은 죽음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 데서 비롯한다.
그러므로 죽음을 피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죽지 않는 법을 알아내는 것이다. 이것은 오래 살려는 인간의 욕망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역사 이래로 인간은 수많은 장수 양생법을 만들어냈다. 고대 인도인은 호랑이의 고환을 먹었고, 히브리인과 시리아인들은 젊은이의 피를 마시거나 그 피로 목욕을 했다고 전해진다. 15세기 교황 이노센티우스 8세는 죽기 직전에 세 명의 소년 피를 수혈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중에서 진시황제의 불로초야말로 압권이다.
한국인에게 진시황제라면 대체로 두 가지를 머리에 떠 올린다. 한 가지는 만리장성, 또 다른 한 가지는 불로초다.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약을 구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공을 들인 사람이 바로 진시황제다. 그런데 한국인으로서는 다소 놀랍지만 진시황제가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서불(서복, 서시)이라는 방사를 삼신산이 있는 곳으로 파견했는데 그 삼신산이 바로 한국에 있다는 것이다.
진시황의 불로초가 한국과 연계된다는 가설은 학계에서 두 가지로 나뉜다. 한 가지는 서복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것이 사실이라는 것이고 또 다른 설은 이 가설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 즉 거짓말이라는 설명이다.
경남 남해군 상주면 양아리 금산(錦山) 기슭에 있는 거북바위에 고대의 암각문이 새겨져 있다. 이 암각문은 서불이 각자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전자는 이것이야말로 서불이 한국을 방문한 증거라고 주장하는 반면 후자는 이것이야말로 서불이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주장한다. 대체 이와 같은 엇갈리는 주장이 왜 나오는지 궁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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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약을 구하라>
중국의 도교는 불로불사를 한 몸에 구현한 ‘선인(仙人)’을 목표로 했던 종교이다. 물론 그 시조라 불리는 노자와 장자가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것과 같이 현실 도피적이고 염세적인 가르침을 펼쳤던 사상가만은 아니지만 그들의 사상이 중국 고유의 신선사상과 결부되어 민간에 퍼지면서 도교라는 전대미문의 종교가 탄생했다. 도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불로불사의 선선이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① 복약(服藥) : 신선이 되는 약을 먹을 것
② 피곡(皮穀) : 곡물을 먹지 않을 것
③ 도인(導引) : 기공 체조
④ 행기(行氣) : 호흡술
⑤ 방중(房中) : 남녀교접술
이 중에서 가장 많이 시도된 것이 복약으로 한 마디로 선약(仙藥)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다섯 가지 방법 중에서 가장 간단하기도 하다. 선약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동양의학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신농본초경』에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이것을 먹으면 체온이 변하지 않고 당장 천식과 악성종양, 월경불순이 낫는다. 나쁜 기운도 없어지며 장기간 복용하면 춥고 더움, 배고픔을 모른다. 몸이 가벼워져 날아서 천리를 가며 신선이 된다.’
보다 구체적으로 선약에 관한 기술은 후한시대에 펴낸 『열선전』으로 모두 70여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60여 가지의 선약이 소개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최고의 선약으로 꼽힌 것은 ‘단사(丹砂)’였다. 『포박자』에는 ‘초근목피로 만든 약은 태우면 재밖에 남지 않지만, 단사는 순환과 변화를 일으켜 계속 단사로 남는다’고 설명했다. 단사란 유화수은(硫化水銀)으로 수은을 비등점(356.7℃)까지 열을 가해 만든 것이다. 수은은 비등점을 경계로 산화수은과 유화수은으로 나뉘는데, 성질이 다름에도 외견상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므로 고대인들은 수은을 불사의 물질로 여겼다.
현대인들은 수은의 부작용을 잘 알고 있으므로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한 후 사용하지만 고대인들은 수은을 영묘한 재료로 간주했으므로 신선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복용해야 하는 재료로 생각했다. 그만큼 부작용이 심했다는 뜻으로 당나라의 문장가 한유(766~824)는 수은을 선약으로 믿고 복용하여 부작용이 생긴 한 대신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달궈진 쇠막대기가 정수리로부터 지그시 눌러 들어오니, 그 열로 인해 몸에 불이 붙는 것 같고 몸의 구멍(귀, 눈, 코 등)과 관절이 화살로 맞은 것같이 아프다. 미칠 듯이 아파서 소리를 질러도 고통은 전혀 가시지 않는다.’
당나라 시대에는 도교가 성행했으므로 선약의 부작용도 어느 때보다 심각하여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 심지어는 선약의 부작용을 지적했던 한유조차 유황으로 만든 선약을 복용하다 사망했다고 한다. 20여 명의 당나라 황제 가운데 6명이 선약의 부작용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선약이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하자 도교에서는 우리 몸의 내부에서 스스로 단약(丹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단(內丹)’ 사상이 도입된다. 단전호흡 등을 통해 가상의 약이 만들어진다는 생각이다. 즉 몸 외부에서 들어오는 선약보다는 모름지기 자신이 노력해서 얻는 내단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인데 문제는 내단이 아무리 좋다고 하지만 이를 모든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보다 간편하면서도 효과적인 불로불사의 물질을 찾으려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고대인들에게 수은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환상적인 재료가 등장하는데 바로 옥(玉)이라는 광물이다. 『포박자』에는 ‘옥을 복용하면 수명이 옥과 같이 늘어나는데 효능은 천천히 나타나며 22~24킬로그램 정도를 장기적으로 복용해야 한다’고 친절하게 적었다. 아무리 옥이 선약이라고 하더라도 옥을 이만큼 많이 먹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고대인들은 신선이 존재한다고 믿었는데 신선들이 수은이나 옥과 같은 광물만 먹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 소위 불로초를 찾으려는 기원이다. 즉 신선이 먹는 단약이 어디엔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반이 쉽게 구할 수는 없지만 지구상에서 자라는 식물들 중에 선약 즉 불로초가 있다는 설명이다. 버섯, 솔잎 등이 선약으로 쓰였고 복숭아도 대표적인 선약으로 알려진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보편적인 식물이 아니라 보다 환상적인 식물이 어디엔가 존재하는데 이것이 고대인들이 찾고자하는 불로초였다.
<불로초를 찾아라>
불로초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늙지 않는 선약이 불로초만은 아니라고 알려지지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식물이라면 더욱 환상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선약 찾기는 진시황제만 추진했던 것은 아니다.
중국 전국시대 제(齊)나라의 위왕(威王, 기원전 356∼320)과 선왕(宣王, 기원전 319∼301), 연(燕)나라의 소왕(昭王, 기원전 311∼279)이 발해(渤海)의 삼신산(三神山)인 봉래산(蓬萊山), 방장산(方丈山), 영주산(瀛洲山)에 가서 신선을 만나 불사약을 구해 오게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삼신산(三神山)이라는 곳은 전하는 말에 의하면 발해 한가운데 있는데 속세로부터 그리 멀지 않다. 금방 다다랐다 생각하면 배가 바람에 불려가 버린다. 언젠가 가본 사람이 있었는데 신선들과 불사약이 모두 그곳에 있고 모든 사물과 짐승들이 다 희고 황금과 은으로 궁궐을 지었다고 한다. 도착하기 전에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구름과 같은데 막상 도착해 보면 삼신산은 물 아래에 있다. 배를 대려 하면 바람이 끌어가버려 끝내 아무도 도달할 수 없었다 한다.’
제나라는 산둥반도에 있던 고대국가로 ‘삼신산’을 신앙하여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다. 이런 신선사상은 제나라의 사상가 추연(鄒衍, 騶衍)의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과 결부되어 보다 업그레이드된다. 그는 맹자보다 약간 늦은 시대 사람으로 세상의 모든 사상(事象)은 토(土)․목(木)․금(金)․화(火)․수(水)의 오행상승(五行相勝) 원리에 의하여 일어나므로 역사의 추이(推移)나 미래에 대한 예견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상을 아우르면 삼신산 즉 불로초는 당연히 존재해야 했다.
이들 찾기에 가장 열을 올린 사람이 바로 진시황제다. 사마천의 『사기』 <진시황 본기>에 선약(불로초) 찾기와 방자 서불에 관한 기록이 남다르게 보이는 이유다. 『사기』에 진시황이 서불을 통해 불사약을 구하려는 내용은 매우 구체적으로 적혀있다. 시황 28년(219 BC)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제(齊) 땅 사람인 서불(徐市) 등은, 바다 속에 삼신산(三神山)이 있는데 봉래산(蓬萊山)․방장산(方丈山)․영주산(瀛洲山)이라 하며 그곳에 신선들이 살고 있으니 재계(齋戒)한 후 동남동녀(童男童女)를 데리고 신선을 찾으러 가게 해 달라고 간청하였다. 서불은 동남동녀 수 천 명을 데리고 신선을 찾으러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서불은 기원전 255년 제(齊)나라 산동반도 낭야(浪耶)군에서 태어나 천문, 지리, 해양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인 방사로 알려진다. 방사(方士)란 ‘신선의 술법을 닦는 사람’으로 도사(道士)와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그런데 서불의 이름은 중국 문헌에는 서복(徐福)으로 우리 문헌에는 서시(徐市) 또는 서복(徐福)으로 기록되어 있다. 김언종(金彦鍾) 박사는 ‘市’자는 저자 ‘시’와 사람이름 ‘불’로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볼 때 ‘서불’로 기록해야 바른 표기라고 적었다. 아직도 대부분의 문헌이나 자료에서 ‘서시’ 또는 서복(徐福)으로 기록되기도 하지만 이곳에서는 서불로 적는다.
진시황의 불로초 찾기는 계속되어 시황 32년(215 BC)에 진시황이 갈석산(碣石山)에 갔을 때 연(燕)나라 출신 노생(盧生)을 파견하여 선문(羨門)과 고서(高誓, 전설상의 신선이름)라는 신선을 찾아보도록 했다는 기록도 있다. 시황 35년(212 BC)에는 노생이 진시황에게 자신들이 영지(靈芝), 선약(仙藥), 신선을 찾으러 나섰으나 항상 찾을 수 없었던 것은 아마도 무언가가 이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이므로 진시황이 항상 신분을 숨기고 비밀리에 다니면 악귀가 피하고 비로소 진인(眞人)이 나타나 불로초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진시황이 진인이 한없이 부럽다고 했는데 노생과 후생은 불로초를 찾지 못하자 자신들에게 화가 미칠 것을 두려워하여 진시황이 천성이 포악하고 고집스럽게 자기 주장만 내세운다며 도망갔다.
이 사건은 진시황으로 하여금 방사에 대한 큰 배신감을 심어주어 진시황을 두고두고 비난하게 만드는 분서갱유(焚書坑儒)의 단초로 알려진다. 진시황이 불로초에 대해 집착하여 그동안 진시황에게 불로초를 찾겠다고 공헌한 서불에게도 화가 미칠 것으로 생각되자 그도 시황 37년(210 BC)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린 후 줄행랑을 쳤다.
‘봉래산의 선약은 구할 수 있으나 커다란 교어(鮫魚, 상어)가 방해하여 접근할 수가 없었습니다. 청컨대 활솜씨가 뛰어난 사람들을 저희들과 함께 보내 주시어 상어가 나타나면 쇠뇌(連弩)를 이용하여 집중적으로 화살을 쏠 수 있게 해 달라고 하자 진시황 자신이 직접 쇠뇌를 들고 대어가 나타나면 쏘려고 기다렸다. 낭야에서 북쪽으로 영성산(榮成山)에 이르도록 계속 올라가면서 초조하게 기다렸지만 대어는 나타나지 않았다. 지부(烟台)에 이르러 대어가 나타나자 한 마리를 사살하였다.’
궁극적으로 진시황제는 불로초를 구하지 못하고 사망했지만 불로초에 대한 믿음은 중국 황제에게 계속 매력적인 주제로 전해졌다. 한(漢)의 무제(武帝, 기원전 148∼87) 역시 여러 사람을 삼신산에 보내어 신술(神術)을 익히고 불로초를 구해 오게 했다. 또한 감천(甘泉)에 건장궁(建章宮)이라는 대규모의 궁궐을 새로 지었는데 그 북쪽에 높이 20여장(丈)의 점대(漸臺)가 달린 거대한 연못을 만들고 이름을 태액지(太液池)라고 하였다. 그 안에 해중의 삼신산을 상징하는 봉래(蓬萊), 방장(方丈), 영주(瀛洲)의 세 섬과 호량(壺梁, 오작교) 구어(龜魚, 금오)등을 만들어 설치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위⋅촉⋅오의 삼국시대에 오의 손권도 230년경 장생불사를 꿈꾸던 진시황이 선약을 구하기 위해 서불을 파견했다는 전설의 땅 이주(夷洲)와 단주(亶洲)로 군대를 파견했다. 불로불사에 대한 염원은 진시황제만 갖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국인들의 관심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삼신산이 봉래산(금강산), 방장산(지리산), 영주산(한라산)을 의미한다는 설이다. 바로 서불이 한국을 찾게 된 이유가 바로 이들 산에 있는 불로초를 찾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인데 이 내용은 그야말로 한국인들을 헷갈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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