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에 발간된 이래 전 세계에 수억 권 이상이 팔려 단숨에 영국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여자로 부각된 영국인 J.K. 롤링의『해리포터』는 마법소년 해리포터의 이야기이다. 영국이나 미국에서 오래 전부터 어린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걱정했으나 『해리포터』는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 주었을 정도로 수많은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해리포터 소년이 겪는 모험이 꿈과 호기심으로 가득 찬 어린아이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해리포터』가 그린 환상의 장소에는 태양이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이다. 태양이 많은 곳에 산다면 약간의 단점도 있겠지만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는 것을 누구나 금방 이해할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해 어둠으로 인한 많은 불편함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만화와 영화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스파이더맨」 시리즈 2편에서 옥터퍼스 박사는 보다 현실적인 아이디어로 소형 인공 태양을 만드는데 성공한다. 그는 자신이 만든 소형 핵융합으로 무한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발표한다. 옥토퍼스는 4개의 기계팔을 몸에 장착하는데 관절이 무수히 많기 때문에 문어처럼 팔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기계팔은 척추뼈를 따라 박혀있고, 영화로만 보면 자체의 지능(A.I.)을 갖고 있는데 이들 기계팔은 옥터퍼스 박사의 목 뒤에 있는 제어칩으로 제어한다. 문제는 지능을 갖고 있는 기계팔이 주인인 옥터퍼스의 명령을 어기면서 역으로 옥토퍼스를 제어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영화는 과학적 소양을 기본으로 하므로 핵융합반응 성공, 시스템 불안정, 폭발, 제어장치 상실로 인한 기계의 인간통제 등 첨단과학으로 인한 많은 문제점들을 곳곳에서 보여준다. 물론 영화의 속성상 기계에 대항하는 양심의 발로로 옥터퍼스 박사 스스로, 악의 씨가 될지 모르는 핵융합로를 수장시켜 지구에서 아직도 우리들이 살 수 있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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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분석>
영화에서는 아쉽게도 소형 인공태양 시설이 수장되지만 엄밀하게 말해 옥터퍼스 박사의 발명은 인류가 부단히 목표로 하고 있는 궁극의 에너지의 꽃으로 인식하며 그의 발명품이 등장하는 순간 노벨상 수상은 따 논 당상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현재 지구상에 있는 가장 가공할만한 무기는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이다. 그런데 원자폭탄은 핵분열을 적절히 이용하여 산업적인 용도인 원자력발전소 등을 가동시키고 있지만 핵융합에 의한 수소폭탄은 아직 실용화되지 못했다. 수소폭탄은 수소와 같은 질량이 작은 물질을 융합시켜서 에너지를 얻는 방식인데 관건은 수소와 같은 물질을 융합시키려면 매우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수소폭탄은 소형의 원자폭탄 폭발에 의해 순간적으로 생기는 초고온 상태를 이용해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더 큰 폭발을 발생시킨다. 문제는 이때 생기는 초고온을 제어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화석연료와 핵분열, 핵융합 연료를 비교해보면, 20톤의 석탄이 탈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1.5kg의 핵분열 연료로 생성할 수 있는데, 핵융합의 경우는 60g의 연료로 가능하다. 핵융합 반응의 연료는 수소의 동위원소들인 중수소와 삼중수소이다. 중수소는 바닷물의 약 0.015%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수천만 년 동안 바닷물만 가지고도 지구상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삼중수소는 리튬이라는 금속원소를 핵융합로 안에서 핵 변환시켜 얻을 수 있는데, 리튬은 지각에 매장되어 있거나 바닷물 속에도 풍부하게 존재한다. 300g의 삼중수소와 200g의 중수소만 가지고도 고리원자력발전소보다 약 2배 큰 100만kW급 핵융합 발전소를 하루 동안 가동시킬 수 있다.
이처럼 가벼운 원소들의 핵융합 반응에 의해 막대한 에너지가 발생된다는 증거는 바로 태양이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의 에너지 공급원인 태양은 매초 4조 와트의 100조 배에 이르는 에너지를 핵융합 반응에 의해 방출하고 있다. 이 에너지양은 현재 지구상에서 생산되고 있는 총 전력량의 1조 배 이상 되는 양이다. 태양에서는 수소의 원자핵 4개가 융합해 1개의 헬륨 핵을 만드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매초 7억 톤의 수소가 헬륨으로 변환되고 있다.
태양(별) 에너지의 근원은 수소의 핵융합 반응이다.
수소의 원자핵이 어떻게 헬륨의 원자핵으로 융합되는가는 많은 학자들이 도전했다. 프리츠 후터만스(Fritz Houtermans, 1903〜1966)는 애트킨슨(Robert d'Escourt Atkinson)과 함께 두 개의 수소의 원자핵, 즉 양성자가 결합되는 과정을 연구했다. 두 양성자는 접근하면 전기적 반발력으로 서로를 밀어내지만 후터만스는 양성자들이 10^-15m(원자핵의 크기)까지 다가가면 강한 핵력이 작용하여 결합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강한 핵력은 전자기력에 비해 약 100배나 강한 힘이다.
그런데 후터만스 등이 연구를 수행할 당시에는 중성자의 존재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중성자는 양성자와 더불어 원자핵을 구성하는데 안정된 헬륨의 원자핵은 2개의 양성자와 2개의 중성자로 이루어진다. 보다 완전한 수소핵융합과정은 중성자가 발견(1932년)된 후 한스 베테(Hans Bethe, 1906〜2005)에 의해서 밝혀졌다.
별 속에서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과정은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양성자-양성자 연쇄 반응이다. 이 반응은 중심온도가 1,000∼1,500만K 범위에 있는 태양과 같이 가벼운 별에서 주로 일어나는데 3가지 과정을 거쳐 헬륨의 원자핵이 만들어진다.
첫 번째 과정은 수소 원자핵(1H)인 양성자 두 개가 서로 결합하여 중수소핵(2H)을 만드는 과정이다. 두 양성자가 융합되기 위해서는 서로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양성자 사이에 작용하는 척력은 서로 가까이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지만 압력과 온도가 충분히 높으면 서로 가까이 접근하여 강한 핵력에 의해 융합될 수 있다.
두 양성자 사이에는 높은 에너지장벽(쿨롱장벽)이 있고, 장벽 너머에는 안정된(에너지가 낮은) 에너지 상태가 있다. 이것은 골프공을 쳐서 가파른 언덕 꼭대기에 있는 홀에 집어넣는 것과 비슷하다. 여기서 골프공은 양성자이고, 언덕은 양성자가 서로 결합하기 위해 넘어야 할 에너지장벽이다. 이 언덕은 매우 가파르고 구멍은 아주 작다. 골프공이 언덕을 올라가기 위해서는 충분히 큰 운동에너지를 가져야 하는데 이 에너지는 별의 중심온도에 의해서 주어진다.
당대의 이론적 계산으로 얻어진 태양의 중심온도는 언덕을 오르는데 필요한 에너지 값에 훨씬 못 미치므로 수소핵융합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공이 언덕꼭대기까지 오르지 않고도 양자터널링 현상을 통해 언덕 중간을 뚫고 구멍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해준다.
별 속에서는 양성자 사이에 작용하는 전기적 반발력을 극복하는 다른 방법이 있다. 그것은 두 양성자 중 하나가 전하를 잃고 중성자가 되는 것이다. 중성자와 양성자 사이에는 전기적 반발력이 작용하지 않는다. 양성자는 자발적으로 중성자로 변환되지 않지만(중성자는 양성자 보다 질량이 더 크다) 에너지가 더해지면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 과정은 약한 상호작용에 의존하므로 매우 느리게 일어난다. 양성자가 중성자로 전환될 때 양전자(e+, positron)와 중성미자(νe)가 방출된다. 양전자는 전자의 질량과 같지만 전하의 부호가 반대인 반입자이고, 중성미자는 전하가 없고 질량이 거의 0인 입자이다.
이상의 과정을 정리하면 중성미자 (νe)는 태양을 빠져나가고, 양전자는 전자와 쌍소멸하면서 감마선(γ) 형태로 빛을 방출한다. 중수소핵(2H)은 다른 수소의 원자핵과 융합하여 헬륨의 가벼운 동위원소인 헬륨-3(3He)을 형성하고 감마선 광자(γ)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한다.
여기서 생긴 헬륨-3(3He)로부터 헬륨-4(4He)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은 여러 갈래로 진행된다. 그 중에서 가장 확률이 높은(91%) 과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양성자-양성자 연쇄반응의 결과로 생성된 헬륨-4 원자핵과 반응에 사용된 양성자 4개의 질량을 비교해보면 0.7%의 질량감소가 있다. 이 질량은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변환식 E=mc²에 의해 에너지로 전환된다. 수소 1kg이 헬륨으로 전환되면 6x10^14J의 에너지가 나온다.
태양은 매초4×10^26J에너지를 우주공간으로 방출한다. 이는 1,000만 와트짜리 원자력발전소 40만 조 개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인데 태양은 매초 7억 톤의 수소를 헬륨으로 전환하면서 생산한다. 그러면 태양은 얼마나 오래 탈 수 있을까? 만약 태양의 전 질량 2×10^30kg이 모두 헬륨으로 전환된다고 하면 약 1,000억년이 걸린다. 그러나 태양의 온도는 바깥층으로 갈수록 떨어지므로 태양 속에 있는 모든 수소가 핵융합의 원료로 사용될 수는 없기 때문에 태양이 핵융합으로 태울 수 있는 부분은 중심 주위, 태양질량의 1/10 정도 되는 양이다. 따라서 태양의 수명은 약 100억년이 된다. 비교적 순수한 수소로 구성된 태양 중심부는 지난 45억년 동안 약 절반이 헬륨으로 바뀌었지만, 앞으로도 약 50억 년 간 수소 핵융합 반응을 지속하면서 우리에게 에너지를 공급해줄 수 있다. 앞으로 태양의 수명이 50억 년 정도라는 뜻이다.
19세기의 과학자들은 태양의 막대한 에너지가 태양이 수축함으로써 일어나는 에너지라고 생각했지만 태양의 크기로부터 환산해볼 때 중력에 의한 수축에너지로서 이렇게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면 태양이 생겨난 후 약 1,000만 년이 지나면 태양의 온도가 식어져서 지구상에는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나 지구에서 발견되는 화석은 몇 억년도 넘는 생명체가 있었다는 증거를 보이므로 이 결론은 오류임이 곧바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태양의 엄청난 에너지가 나올 수 있는 가가 의문이었는데 이 의문은 아인슈타인이 명쾌하게 알려주었다. 에너지와 질량은 동등한 것이며 그 결과는 E=mc²에 의하여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양성자 즉 수소원자의 핵과 중성자가 융합하면서 중수소핵이 되면 그 질량이 줄어든다. 중성자란 양성자와 질량이 거의 같으나 전기를 띠지 않는 소립자로서 원자핵의 기본요소가 되는 입자를 말한다. 따라서 이 차이가 E=mc²의 공식에 따라 에너지가 되어서 방출된다. 태양내부의 온도는 약 2,500만 도 정도이며 태양 내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외부로 나오면서 태양 표면은 약 6,000도이다.
별이 수소를 헬륨으로 바꾸는 또 다른 과정은 탄소(C), 질소(N), 산소(O) 핵이 반응을 매개하는 촉매작용을 하므로 CNO 순환과정이라 불린다. 이 과정은 태양 질량의 2배 이상, 중심온도가 2,000만 K 이상인 별에서 주로 일어나는데 이 정도의 고온에서는 C, N, O와 같이 무거운 핵들도 서로 반응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빠르게 움직인다. 물론 CNO 과정이 태양에서도 일어난다.
핵융합 반응은 모두 온도에 민감하지만 CNO 순환과정은 훨씬 더 민감하다. 특히 양성자-양성자 연쇄반응은 온도의 4제곱에 비례하지만 CNO 순환과정은 온도의 17제곱에 비례하므로 질량이 큰 별에서는 질량이 조금만 더 커져도 중심 온도가 올라가서 반응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별의 수명은 급격히 짧아진다.
태양 중심에서 핵융합으로 만들어진 빛이 태양표면까지 전달되는 과정은 매우 느리게 진행된다. 태양 중심에서 만들어진 빛(광자)은 갈짓자 걸음으로 표면까지 올라온다. 태양 내부는 수소 가스가 전리되어있는 고밀도의 플라스마 상태이다. 생성된 빛은 불과 1cm 정도 진행하고 나면 수소핵과 충돌하여 흡수되었다가 다시 재방출되며 방향이 바뀐다. 이런 과정은 빛이 태양을 빠져나올 때까지 수없이 되풀이 된다. 이것은 마치 술 취한 사람이 제멋대로 갈짓자 걸음을 걷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런 걸음으로 반경이 70만 km인 태양을 빠져나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짧게는 수천 년, 길게는 1,000만년이나 걸린다. 이것은 생명체에 매우 유용한데 태양에서 만들어진 빛은 감마선 형태의 고에너지 복사선이다. 이 빛은 생명체에게는 치명적인데 태양 표면까지 올라오는 동안 이 빛은 태양속의 전자 및 양성자와 상호작용을 하며 에너지를 잃어버려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과 적외선 및 자외선으로 바뀌어 방출된다. 또 이 과정에서 잃어버린 에너지는 태양을 가열하여 태양이 중심온도를 유지하면서 핵융합을 계속하여 태양이 붕괴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빛과 함께 생성된 중성미자는 빛과 달리 불과 2〜3초 만에 태양을 빠져나온다. 중성미자는 다른 입자들과 거의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스파이더맨」의 옥터퍼스 박사가 소형인공태양을 만든 것을 볼 때 언젠가 영화에서 보여준 인공태양이 우리의 주위에 나타나 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런 중요한 아이디어를 아이디어 단계로만 생각지 않는다는데 인간의 중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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