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은 세계에서 5번째로 큰 나라이며 국토의 대부분이 밀림으로 되어 있는 천연 자원의 보고이다. 이러한 브라질에서 울창한 밀림을 베어 내고 커피를 심는 등 경제 개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자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은 무분별한 밀림 제거를 중지하라고 촉구하였다. 선진국들의 주장은 브라질이 일 년마다 남한 만한 땅을 개간하고 있는데 그런 무차별 개발이 계속 이어질 경우 지구의 생태계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브라질의 울창한 밀림이 지구 규모의 산소 공급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당국은 이들의 주장을 한마디로 일축한다.
지금까지의 지구 환경 파괴는 주로 선진국에 의해 일어났다는 것이다. 오존층 파괴 원인이라는 이산화탄소의 77%가 11국에서 방출되었고 미국의 경우 세계 인구의 5% 밖에 되지 않는데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2.9%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 가장 크게 지구 온난화를 촉진하는 국가임에도 자신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량은 더 이상 줄이지 않고 브라질과 같은 후진국더러 고통을 분담하자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선진국들의 항의는 사라지지 않았고 특히 일부 녹색 운동 단체에서는 테러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러나 브라질은 자신들이 추진하는 경제 개발 정책은 브라질 국민들을 위한 것이므로 밀림 채벌로 인한 혜택을 포기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선진국들이 굳이 개발하지 못하게 하려면 개발 중단에 따른 손실을 선진국들이 보상하여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지구 환경을 이 정도로 만든 것은 바로 선진국들의 무분별한 개발에 의한 것이므로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 역시 선진국들이 책임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후진국으로서 설움을 받아 온 것도 서러운데 이제야 비로소 경제 개발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자신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아직도 이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법이 나오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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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만 기다려 달라>
브라질과 유사한 나라들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브라질의 항의가 절대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더라도 이미 지구가 심각한 수준으로 오염되어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이 있다. 누가 그런 요인을 제공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더 늦지 않기 전에 대안을 강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저지른 것이므로 나 몰라라 한다면 지구 위에 살고 있는 한 결국 공멸하는 것은 자명하다는 뜻이다.
환경 보호의 명분은 간단하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지구 환경은 일단 파괴될 경우 복원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명백히 예상되는 문제점들은 사전에 만들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한 한 환경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여 미래의 후손들에게 떳떳한 지구를 물려주자는 뜻이다.
그러나 환경 문제가 세계적인 이슈로서 가장 크게 부각될 수 있는 것은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당사국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공기와 전세계 용적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물은 계속 순환한다. 이를 매체로 한 공해 물질은 국경을 의미 없게 만들어 버린다. 한국의 경우 중국으로부터 오는 황사‧산성비에 의한 피해가 심각한 상태에 있다는 것은 물론 중국에서 배출된 오염 물질이 황해를 통해 한국 해협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가 시한폭탄처럼 언젠가는 터지고야 만다는 것이 학자들의 우려이다.
그렇다면 환경 문제가 왜 일어났는가를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환경 오염 문제는 인간들의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불가결한 산물로 본다. 기술 개발이란 인간이 보다 나은 삶 즉 보다 적은 노동력으로 보다 나은 효과를 얻고자 하는 염원에서 발단된다. 즉 기술 개발은 에너지 공급 문제로 귀결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사용하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얻어지고 있는가. 원천적으로 에너지는 현 지구 안에 부존 되어 있는 자원으로부터 얻어진다. 그 자원은 지구가 태초에 생성될 때부터 만들어져 있던 것과 태양에 의해 새롭게 생성될 수 있는 것으로 나뉘어진다.
그러나 지구 안에 부존된 천연 자원의 대부분은 한번 사용하면 다시 회수할 수 없기 때문에 언젠가는 고갈되어 버린다. 반면에 태양이 존재하는 한 유기물에 의해 새로운 에너지 자원이 계속적으로 만들어 질 수 있다. 그러나 태양 에너지에 의해 생성되는 자원이라 할지라도 지구라는 행성이 태양의 에너지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지구가 완전히 파괴된다면 태양으로부터의 에너지 공급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지구 환경을 보호하여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학자들이 환경 보호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매우 색다른데 있다. 그들은 우선 인간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수소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독자들은 맹물자동차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자동차를 몰고 가다가 연료가 떨어지면 물을 채우면 된다는 뜻이다. 수소를 이용할 경우 공해 문제는 원천적으로 사라진다. 그러므로 이를 ‘꿈의 에너지’라고 한다.
그러나 맹물 자동차 즉 수소자동차가 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실용화가 되지 않는 것은 맹물로부터 수소를 얻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전기분해로 수소를 얻는 방법이 있고 핵융합으로 얻는 방법이 있다. 꿈의 에너지란 핵융합을 통하여 에너지를 얻는 방법을 말하나 아직 실용화에는 거리가 멀다. 원자폭탄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막대한 에너지를 원자력발전소로 변용 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소폭탄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막대한 에너지를 실용 가능한 소규모 장치로 제어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기술로 수소폭탄을 만드는 방법은 핵융합에 필요한 고온을 얻기 위해 원자폭탄을 먼저 폭발시키는 것이다. 이들 고온을 상온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어시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임을 독자들은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학자들은 비관하지 않는다.
1978년도 에너지파동에 의해 미국 애틀랜타에서 <세계태양에너지학회>가 열렸을 때 미국의 블레이크 박사는 ‘꿈의 에너지’인 맹물로부터 수소를 얻는 방법은 언젠가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이 다소 엉뚱하다. 과학사를 보면 한 세기마다 특출한 천재가 나타나 현대 과학 문명을 이뤘는데 앞으로 다섯 명만 더 태어나면 된다는 것이다. 15세기의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 1473~1543), 16세기의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 17세기의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2~1727), 18세기의 앙투완 로랑 라부아지에르(Antoine Laurent Lavoisier, 1743~1794), 19세기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이다.
블레이크 박사가 말한 요지는 각 세기마다 천재가 나타나 과학사를 획기적으로 바꾸었는데 앞으로 다섯 명 즉 5세기가 지난다면 맹물자동차 정도는 반드시 개발될 것이라는 다소 엉뚱한 주장이다.
그런데 그가 주장한 500년은 학자들에게 환경보호문제에 대한 큰 타당성과 목표를 안겨주었다. 적어도 ‘꿈의 에너지’가 개발될 때까지는 어떻게 해서든지 지구를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환경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태워서 없애 버리는 석유나 석탄을 절약해야 한다는 것도 그 이유이다.
이제 과학자들은 커다란 꿈을 세우고 있다.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맹물 자동차를 500년이 아니라 100년 아니 50년으로 당길 수 있는 야망을 갖고 당분간은 불가능이라는 문제에 도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의 환경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자신의 부주의에 의해 타인이 피해를 보지 않는 세상이 되면 ‘꿈의 에너지’ 개발은 환상이 아님을 느끼게 될 것이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만들기 전까지 사람이 하늘을 난다는 것은 마녀가 하는 일이라고 화형까지 시켰다. 그러나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만든 이래 100년이 되지 않아서 우주로의 여행도 가능하게 되었다.
<간단한 장치로 저온핵융합 가능>
꿈을 가지고 꿈을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말하는데 놀랍게도 500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그 해결책이 도출되었다. 바로 저온핵융합 기술로 이는 토카막과 같은 대형에너지 발생장치가 아니라 실험실에서도 태양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한 영화가 1997년 필립 노이스가 연출한 영화 「세인트 The Saint」이다.
‘세인트라는 별칭을 가진 사이먼 템플러는 변장의 명수인 전문 도둑이다. 그는 주문받은 물건을 깜쪽같이 훔쳐서 막대한 금액의 사례금을 받는다. 세인트라는 별칭은 가톨릭 성자의 이름으로 가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인데 사이먼이란 이름도 성경에 등장하는 ‘신의 권력을 사려고 시도했던 마술가, 시몬 마구스’에서 따온 것이다. 템플러 역시 중세의 수도승 이름이다.
사이먼은 러시아 정치가 트레티악의 물건을 훔치는데 성공하는데 트레티악은 오히려 사이먼의 능력을 인정하고 옥스퍼드대학의 러셀 박사가 만든 공식을 훔쳐달라고 주문한다. 그녀가 세계의 에너지 부족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저온핵융합기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만든 공식을 빼내기 위하여 세인트는 러셀에게 접근하여 무난하게 공식(러셀의 완전한 공식이 아님)을 적은 메모지를 빼돌린다. 이를 모르는 러셀이 세인트에게 사랑을 느끼는데 문제는 사이먼이 트레디악에게 메모를 넘겨주지만, 트레디악은 약속한 금액을 주지 않고 두 명을 살해하려 한다. 두 명을 살해하면 돈도 주지 않고 저온핵융합기술도 타인에게 노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트레티악은 사이먼이 갖고 온 러셀의 공식을 확보하자 러시아의 에너지난을 이용하여 대통령을 반역자로 몰아 집권하려고 고단수의 아이디어를 도출한다. 대통령이 러시아의 에너지난을 해결하기 위해 저온핵융합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추진하는 저온핵융합 프로젝트가 실패할 것이 분명하므로 이들 프로젝트의 성공여부를 국민들에게 공개하라고 한다. 대통령의 실험이 실패하면 그를 파멸시키고 쿠데타로 자신이 집권하겠다는 생각이다. 영화의 결말이야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사이먼과 러셀이 자신들을 죽이려고 한 트레티악에 대항하기 위해 러셀 박사가 저온핵융합기술의 진짜 공식을 공개하여 저온핵융합이 공개 시연에서 진짜로 성공한다. 트레티악은 체포되며 사랑을 획득한다는 결말은 감초다.
「세인트」에서 저온핵융합이 간단하게 작동하는데 이들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핵에너지 지식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많은 영화에서 저온핵융합을 간단하게 성공했다는 차원에서 두루뭉실 넘어가지만 시청자들이 감독의 생각대로 넘어가 줄 차원이 아니라는 뜻이다. 적어도 핵융합을 다루는 영화에서 오류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려면 이들에 대한 기초 이해를 전제로 한다.
<세기의 발견>
1989년 3월 과학사에 일대 충격을 주는 퍼퍼먼스가 벌어졌다. 영국 사우샘프턴대학 화학과 마틴 플라이시만 교수와 미국 유타주 유타대학 전기화학과 스탠리 폰스 교수가 조그마한 시험관을 보이면서 중수소와 헬륨을 융합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보여주는 장면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1984년 두 사람은 유타대학이 있는 솔트레이크시티 근방의 산으로 함께 등산을 갔다. 폰스 교수는 플라이시만 교수의 제자였는데 이들은 등산이 끝난 후 밤을 지새우면서 한 가지 주제에 대해 토론했다.
플라이시만 교수는 시험관 안에서 중수소를 이용해 핵융합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소위 태양을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인데 현재 태양의 내부온도는 1,500만 도이고 중수소에 압박을 가하는 태양의 기압은 2,000억 기압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실험실에서 중수소를 이용하여 핵융합이 가능하다면 태양과 같은 에너지를 무한정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세계를 고민에 빠뜨린 에너지 문제는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
이런 매력 때문에 과거에도 수많은 과학자들이 핵융합에 매달렸다. 그런데 핵융합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은 현재까지 핵융합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중수소를 수백만 도의 고온에서 강한 자기장 속으로 흘려보내는 것뿐이다.
인류가 핵융합에 성공한 예가 있다. 그것은 수소폭탄이다. 그 과정에서 통제 불가능한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방출되었다. 학자들은 원자폭탄을 만드는 원리로 발전소를 가동하여 전기를 만들듯이 수소폭탄으로 에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더구나 원료인 중수소는 바닷물 속에 중수의 형태로 얼마든지 분포해 있으므로 원료 문제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수소폭탄을 터뜨린 후 에너지를 확보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현재 거대한 토카막을 보기만해도 이해가 되는데 이런 거대한 장치없이 시험관에서 해결할 수 있다니 놀라지 않는 사람이 놀랄 일로 평가되었다.
플라이시만 교수의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배터리의 한쪽에 팔라듐 전극을 연결하고 다른 한쪽에 백금을 연결해 중수를 분해시킨다면 팔라듐 전극 쪽에서 축적되는 중수소원자를 헬륨과 융합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의 핵심은 희귀금속인 팔라듐이 유난히 많은 양의 수소기체를 결정체 속에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아이디어는 그들이 처음으로 제기한 것은 아니다. 1926년 독일의 과학자 프리드리히 파네트(Friedrich Paneth)와 쿠르트 페터스(Kurt Peters)가 수소를 헬륨으로 바꾸었다고 보고했는데 그들은 그때 많은 양의 수소이온을 흡수할 수 있는 팔라듐을 사용했다. 그런데 가루로 만든 팔라듐을 사용했을 때 적은 양이지만 헬륨이 생겨났다. 당시에 이 발견은 독일에서 큰 주목을 받았는데 당시에 독일은 하늘을 나는 기구 즉 비행기들을 만들기 위해 많은 헬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험을 자세하게 검증한 결과 그 헬륨은 실험에 사용된 비커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존 탄트베르크(John Tandberg)도 스웨덴에서 1927년 팔라듐을 이용한 전기분해실험을 했다. 그는 보통의 물에서 수소이온을 만들어 낸 후 특허를 신청했다. 그는 촉매작용을 통해 ‘헬륨과 쓸모 있는 반응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설명이 정확치 못해 특허신청은 받아드려지지 않았다.
1951년에도 상온핵융합이 화제에 올랐다.
아르헨티나의 후안 페론 대통령이 실험실에서 융합원자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상당히 큰 규모의 원자로 안에서 수소와 리튬의 기체혼합물에 전기불꽃 점화를 통해 융합이 일어났다는 것으로 연구 종사자가 무려 300명이나 되었다. 그러나 원자로 안에서 실제 융합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지자 연구책임자인 롤란트 리히터 박사는 감옥에 수감되기도 했다.
여하튼 팔라듐은 많은 학자들의 주목을 받았는데 폰스 교수는 자신이 직접 플라이시만의 아이디어를 실험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성공에 확신을 갖은 것은 이론적인 배경도 있었다. 이른바 ‘네른스트(Nernst)’ 방정식에 의하면 팔라듐 음극에 1,000기압 이상의 압력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값이라면 고온융합에 필요한 압력보다 높은 것이므로 도전해 볼만했다.
놀랍게도 플라이시만 교수의 말대로 긍정적인 증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폰스 교수로부터 성공한 조짐이 보인다는 소식을 들은 플라이시만 교수는 곧바로 솔트레이크시티로 날아가서 함께 실험에 착수했다.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된 연구실에서 두 사람은 중수가 담긴 수조 속에서 부글거리며 끓는 시험관을 계속 관찰한 후 자신들이 최초로 저온 핵융합에 성공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한 실험 원자로 하나가 폭발을 일으켰는데 그들은 그 폭발이 많은 양의 핵융합 에너지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결과를 곧바로 발표하지 않았다. 우선 그들의 행융합 성공이 공개되면 팔라듐 값이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고 그것과 관계되는 주식을 사들였다. 과학자들도 이재에 밝은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준비를 철저하게 한 후 1989년 3월 자신들의 실험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그들은 실험과정에서 감마선과 중성자 그리고 삼중수소도 검출되었다고 설명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공급된 에너지보다 훨씬 더 많은 열이 수조 안에서 유지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핵융합이 일어날 경우 당연한 반응이므로 실험이 진짜냐 아니냐를 판단할 때 중요한 지표였다.
그들은 한번은 15센티미터 길이의 팔라듐 봉에서 많은 열이 발생하여 수증기가 피어올랐다고까지 말했다. 팔라듐에서 수증기가 발생했다면 그 온도는 팔라듐의 용융점인 1,500도나 된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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