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테크의 어두운 면>
오늘날 나노 입자는 일반적으로 비교적 간단한 기본단위가 반복돼서 만들어진 수십 나노미터에 이르는 분자들을 가리키며 대체로 100나노미터 이하를 뜻한다. 그러므로 수천 나노미터라고도 하는 것은 옳은 표현이 아니다. 이때는 마이크로미터이므로 차원이 달라진다.
나노 과학의 비약적 발전은 원자와 분자를 마음대로 조작하는 화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분자 수준에서 기계적ㆍ전자적 기능을 가진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기술도 개발됐다. 분자 수준에서 전기를 켜고 끄는 ‘분자 스위치’도 개발되었고 분자 수준의 반도체 회로에 해당하는 ‘분자전자공학’도 등장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상당 부분의 실용적인 물질들이 나노 물질이라는데 놀랄 것이다. 사실 인간들이 나노 물질로 움직였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다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클레오파트라의 화장품이 나노물질이라는 것은 과학이 발달한 근래 비로소 알려진 것으로 단지 그것이 나노라는 것을 몰랐을 뿐이다.
여름철에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선스크린 크림을 바르는데 이것도 나노기술이 큰 역할을 한다. 피부암을 일으키는 자외선 차단을 위해 이산화티탄 분말을 크림에 배합하는데 이때 큰 입자일 경우 마치 밀가루를 발라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 입자 크기를 50나노미터 크기로 작게 만들면 투명하게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전혀 이를 이상하게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근래 일각에서 제기된 내용은 나노의 위험성이다. 한마디로 나노 기술이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뜻인데 이는 나노 입자들이 ‘너무 작기’ 때문에 건강에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나노 입자들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상존한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테러범에 의해 붕괴되면서 엄청난 분진을 쏟아내었다. 문제는 이때 발생한 작은 분진들이 뉴욕시 전역으로 퍼져나갔는데 이것의 독성과 공해가 걸프전 당시의 유전화재나 북경의 석탄 연료에 의한 피해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은 단순한 미진 속에 함유된 독성물질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학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나노크기의 입자들이 세포 에콜로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노입자로 코팅한다면 그 작업을 하는 사람의 호흡기뿐만 아니라 피부를 통해서도 나노입자가 인체 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기술적인 면에서 나노는 거의 모든 면에서 상상을 초래한다.
자동차의 타이어만해도 나노입자 크기의 점토를 섞으면 타이어의 마모가 느려진다고 알려진다. 문제는 이 나노입자가 고속도로변에 날라 다니다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오면 이들이 몸 속에 배출되지 않고 축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노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수 없다는 뜻이 되는데 학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점만이 아니다.
나노 입자가 위험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몸이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낮선 물질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노 물질이 무차별로 축적되었을 때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가장 우려되는 것은 나노봇과 같은 신재료의 행보다.
인간들이 기대하는 세포를 수리하는 ‘나노로봇’이 인체 속으로 들어가 기대한 효과대로 작용할 때 문제가 될 리 없다. 그러나 이들이 ‘선’으로 작용하지 않고 ‘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악당이 등장할수도 있고 일부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이를 조종할수도 있다. 그동안 악당 바이러스나 질병이등장할 때마다 음모론이 등장했다. 에이즈(AIDS), 사스는 물론 코로나19도 연구진의 실수로 누출되었다는 루머도 있는데 이를 무기로 삼을 경우의 피해는 그야말로 상상할 수 없는 파국으로 몰아갈 수 있다. 한마디로 나노급의 바이러스는 물론 자체증식이 가능한 나노로봇 등을 ‘악’의 용도로 사용할 경우 한 명의 인간이 아니라 대량 살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SF영화에서 항상 정의의 사나이 즉 슈퍼맨, 태권브이, 마징가제트, 로보캅,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등이 나타나 지구나 인간들을 구해주지만 실제 조그만 돌발상황이 일어날 경우 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노벨상이 만드는 세상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노테크에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일어날 수 있음을 감안하여 남다른 주의와 보안이 필요하다는데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노벨상 위원회의 실수>
그래핀으로 많은 한국인들을 놀라게 한 것은 노벨상 수상에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한국의 김필립 교수가 제외된 것은 <노벨상위원회>의 실수라는 지적이다. 그것도 <네이처>가 제기한 주장이다.
<네이처>지는 2010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자 안드레 가임 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솔로프 박사에게만 노벨상을 수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도했다.
우선 <노벨상위원회>가 당초 두 학자가 2004년 <사이언스>지에 탄소의 단층 구조체인 그래핀(Graphene)의 합성과 관련한 논문을 게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것을 지적했다. 미국 조지아텍 대학의 월터 드 히어 교수는 2004년 논문에 실린 물질은 그래핀이 아닌 탄소의 복층 구조체인 그래파이트였으며, 실제 그래핀을 합성하고 그 특성을 실험한 결과는 2005년 <네이처>지에 실렸다고 지적했다. 2005년 <네이처>지에는 김필립 교수의 그래핀 연구결과도 소개됐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김 교수가 공동수상자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내용을 들은 가임 교수도 김교수가 중요한 공헌을 했으며 그와 상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상위원회>도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여 웹 버전에서는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그래핀의 특성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이 바로 노벨상 추천사다.
<노벨상 추천사>
전하,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은 획기적인 차세대 나노 신소재를 개발한 공로에 대해 수여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수준의 소재를 대표하는 이 그래핀이라 불리는 소재는 놀랍게도 연필이나 접착제 같은 평범한 사무 용품을 활용해 극히 소량으로 생산이 가능합니다.
탄소는 아마도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며 우리가 아는 모든 생명체의 근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순수한 탄소의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그래파이트, 즉 연필에 사용되는 흑연입니다. 탄소가 고압을 받게 되면 고가의 다이아몬드의 형태로 존재하게 되는데 이 홀에 있는 보석 중 일부가 바로 그 다이아몬드일 것입니다.
그래파이트는 원자 하나의 두께를 갖는 여러 겹의 탄소 원자 층으로 이루어지며 이러한 층 하나를 우리는 그래핀이라 부릅니다. 그래핀 층은 육각형 구멍을 가진 작은 철망 같은 모습이고 육각형 구조이지만 원자 하나의 두께에 지나지 않을 만큼 매우 얇습니다. 각 그래핀 층은 강하고 질기지만 그래파이트에서만은 이들 층이 서로 약하게 연결되어 있어 우리가 연필로 글씨를 쓸 때 일어나는 현상과 같이 그래파이트는 쉽게 찢깁니다. 종이에 연필을 대고 그으면 여러 겹의 탄소 부스러기가 떨어져 나옵니다. 당연히 어떤 부스러기는 다른 것들보다 더 얇을 것이며 이는 실제로 단일 탄소 층들을 구성하는 부스러기의 작은 부분일 것입니다. 이 홀에 계신 여러분도 연필로 글씨를 쓸 때 그래핀과 같은 얇은 층들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래핀은 2차원적 결정성 물질을 대표합니다. 2차원이라 함은 높이가 아닌 가로 세로로만 원자들이 물질에 연결된다는 것을 뜻하며, 물질에서 전자가 3차원이 아니라 2차원으로만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핀에서 원자들은 마치 질량이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특이하게 활동합니다. 물리학에서 이것은 특이한 형태의 양자홀 효과(1985년 노벨상 수상)와 같은 흥미로운 현상을 일으킵니다. 이것의 또 다른 예로서 클라인 터널링이 있는데 이 효과는 1929년 스웨덴 물리학자 오크사 클라인에 의해 예견됐던 것입니다. 다른 계통에서는 일찍이 관찰된 적이 없고 그래핀에서만 지난해 관찰된 바 있습니다.
그래핀은 또 다른 예외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강철보다 100배는 더 강하다는 것입니다. 1평방미터의 그래핀으로 해먹을 만든다고 가정할 때 이것은 비록 단 하나의 원자 두께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갓 태어난 아기나 고양이를 거뜬히 들 수 있을 만큼 질긴 것이 특징입니다. 이 해먹은 약 1밀리그램, 즉 고양이 수염 하나의 무게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한 그래핀은 훌륭한 전도체의 역할을 하는데 그 전도성은 은의 10배에 달하며 투명하고 유연할 뿐 아니라 신축성도 매우 뛰어납니다.
오래 전부터 그래파이트는 육각형의 탄소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래핀에서 전자의 활동은 일찍이 1947년 필립 월레스에 의해 계산된 적이 있지만 그 누구도 단일 레이어의 전기 계측이 가능하도록 그래핀을 분리할 수 있으리라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올해 수상자인 안드레 가임과 콘스탄틴 보노셀로프가 동료들과 함께 2004년 그래핀에 대한 첫 번째 논문을 발표했을 때 세상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평범한 접착 테이프를 사용한다는 실로 기발한 방법으로 얇은 탄소 레이어를 분리해 적합한 표면으로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한 이종 현미경을 사용하여 레이어 중 일부가 단 하나의 원자 두께만큼 얇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적절한 형태로 샘플을 새겨 넣고 전극을 연결했으며 전기 계측을 수행하여 실제로 이 소재가 예상된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해냈습니다. 이후 여러 팀들, 특히 이 두 교수의 팀이 새로운 실험을 수행했고 이 새로운 탄소 소재의 수많은 흥미로운 특성들을 연구했습니다.
그래핀 연구 분야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어떤 응용이나 적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결정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그래핀의 독특한 특성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희망을 열어주었습니다. 가능한 응용 분야로서는 터치 스크린, 태양전지, 고속 트랜지스터, 가스 탐지기 및 초강력 경량 물질 등이 있습니다.
가임 교수님, 보노셀로프 교수님.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2차원적 물질 그래핀에 관한 획기적인 연구 공로를 인정하여 두분 교수님께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을 대표하여 두 교수님의 역작에 깊은 존경과 찬사를 보냅니다. 이제 전하께 나아가 노벨상을 수상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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