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노벨 물리학상은 「2차원적 물질 그래핀에 관한 획기적인 연구」로 안드레 가임(Andre Geim)과 콘스탄틴 세르게예비치 노보셀로프(Konstantin Sergeevich Novoselov)에게 돌아갔다.
안드레 가임 박사는 1982년 <모스크바물리기술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모스크바에서 가까운 체르노골로브카의 <고체물리학연구소>에서 1987년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2001년에 맨체스터대학교의 물리학 교수가 되었다.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박사는 러시아 물리학·수학 분야의 최고 권위 공과대학인 MIPT에서 수학하였고, 네덜란드 네이메헌 라드바우드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 영국 맨체스터대학에서 박사 과정 지도교수인 안드레 가임 박사와 함께 ‘꿈의 나노물질’이라 불리는 차세대 나노 신소재인 그래핀을 발견했다. 그는 36세의 나이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음으로써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 1973년 브라이언 조지프슨(Brian Josephsonm) 이후 가장 젊은 나이에 노벨상을 수상한 인물이 되었다.
그래핀의 특징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을 새롭게 합성한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흑연의 기본적인 구성단위라는 점이다.
그래핀과 마찬가지로 탄소원자들이 3개의 공유결합을 형성한 구조인 탄소나노튜브와 버키볼 등이 비교적 최근에 발견된 것과 달리 그래핀의 존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측되어 온 것이다. 사실 흑연이 얇은 판과 같은 구조로 부서진다는 것은 과거부터 알려졌고 4개의 최외각전자가 3개의 공유결합을 형성하여 6각형의 그물과 같은 구조라는 것도 오래전부터 알려진 내용이다.
그래핀의 특징은 탄소 원자들이 육각형의 벌집 모양으로 서로 연결되어 2차원 평면 구조를 이룬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래핀 하나는 2차원 구조이지만, 실제로 쓰이는 그래핀은 많은 그래핀들이 차곡차곡 쌓인 형태로 존재하는데 그래핀 간의 간격은 0.335나노미터에 불과하다.
그래핀이 중요하게 위대되는 것은 공유결합으로 매우 강하고 질겨 인장강도는 130GPa, 탄성계수는 1TPa 정도이다. 쉽게 설명한다면 강철보다 200배 정도 단단하다는 뜻인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인장강도이다. 그래핀에 힘을 가해 잡아당기면 파괴되기 전까지 최대 20% 까지 늘어나는데 이것은 결정형 구조를 갖는 고체 중에서 가장 큰 값이다.
그런데 공 모양으로 싸면 풀러렌, 김밥처럼 말면 탄소 나노튜브, 계속 쌓으면 흑연이 된다. 물론 그래핀을 물리적으로 싼다거나 돌돌 말아도 풀러렌이나 탄소 나노튜브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구조만으로 보면 그렇다는 뜻이다.
그래핀은 흑연과 구성원소가 같다. 그러므로 흑연을 뜻하는 그라파이트(Graphite)에 '불포화탄화수소'란 뜻의 접미사 'ene'가 결합되어 'Graphite + ene = Graphene' 이 되었다.
그런데 이 이름은 노벨상을 탄 두 명이 명명한 것이 아니라 1987년, 단면층의 탄소 박판을 연구한 한스 피터 보엠(Hanns Peter Boehm)이 붙인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래핀을 인공적으로 분리하거나 합성하지는 못하였으므로 큰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노벨상을 수상한 두 명이 특별히 주목을 받은 것은 일반적으로 2차원 결정은 표면 에너지가 너무 높아 불안정하기 때문에 분리하는 것이 간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표면 에너지란 표면을 형성할 때 필요한 에너지로, 작을수록 표면이 안정하다는 뜻이다.
이 말은 이러한 그물을 단일 층으로 나누는 작업, 즉 실제로 그래핀을 얻는 작업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미시적인 스케일에서 두께가 0.335 나노미터에 불과한 그래핀의 단일층을 벗겨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많은 학자들이 다양한 온도와 압력조건하에 여러가지 종류의 용액속에 흑연 파편을 담가, 그 용액 속의 분자들을 그래핀 층들 사이에 삽입시켜 쪼개는 방식을 시도했다. 그런데 결국 이 방식으로는 그래핀을 얻는데 실패했다.
2004년의 안드레 가임 박사와 러시아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의 체르노골로브카 박사가 스카치테이프를 사용해서 처음으로 흑연에서 그래핀을 분리한 것은 다소 우화와 같다. 안드레 가임 박사는 금요일 저녁마다 진행 중인 연구와 무관하게 ‘금요일 저녁 실험’이란 타이틀을 걸고 연구진들과 함께 재미로 간단한 실험이나 연구를 했다. 어느 날 ‘세상에서 가장 얇은 물질'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로 스카치 테이프에 흑연을 붙인 후 테이프를 붙였다 떼었다 한 뒤 두께를 확인한 결과, 단일 원자 두께의 그래핀이 분리되었다는 것이다.
원리는 단순하다. 흑연에 스카치 테이프를 붙이면, 그래핀 표면과 스카치 테이프의 접착력으로 인한 결합이 그래핀 사이의 결합보다 더 강해지므로 그래핀이 스카치 테이프에 붙은 채 떨어져나온다는 것이다. 즉 테이프의 접착면으로 한 꺼풀 떼어진다는 내용이다. 즉 흑연에 물리적 힘을 가해 미세한 조각들로 나눈 다음 그 조각을 스카치테이프 위에 올려놓고 반으로 접었다가 조심스럽게 다시 펼치는 것이다.
그래핀 사이의 반데르발스 결합보다 접착제와 그래핀 표면사이의 결합이 더 강하기 때문에 테입이 펼쳐지면서 흑연파편이 두조각으로 갈라진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흑연 파편의 두께는 점점 얇아지고 최종적으로 단일 원자층으로 이루어진 그래핀을 얻을수 있다는 뜻이다.
이상적인 그래핀을 얻으려면 스카치 테이프를 사용하는 것이 유효한데 이 방법의 단점은 수작업이라는 뜻이다. 즉 면적에 한계가 생긴다는 점이다. 물론 현재는 이 방법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지금은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어 사라졌다.
2005년, 안드레 가임 박사와 컬럼비아 대학교의 김필립 교수가 그래핀의 무질량 디랙 페르미입자의 존재를 밝혀냈다. 디랙 페르미입자란 일종의 준입자로 에너지가 운동량에 비례하여 질량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전하 운반자를 말한다. 이 입자는 스핀과 유사한 물리량인 유사스핀(pseudospin)을 가지며 상대론적 양자역학인 양자전기역학의 적용대상이 된다.
켜쌓기 그래핀(Epitaxial Graphene)은 결정 표면에서 한층 한층 결정을 성장시키는 켜쌓기를 이용해서 만드는 그래핀을 말한다. 온도를 적절히 조절하면 그래핀의 층수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으로 스카치테이프보다 넓은 대면적과 CVD, GO(Graphene oxide)등의 방법보다는 월등한 특성을 지닌다.
그래핀은 현재 여러 방법으로 합성한다. 구리호일 위에 그래핀 합성, 드라이아이스 분리법, 웨이퍼공법, 비누+믹서기 공법 등이 있으며 각자 용도에 따라 사용된다.
그래핀이 초전도 성향을 보이는 것은 그야말로 놀라운 일인데 그 이유를 알리 야즈다니 프린스턴대 물리학부 교수가 제시했다. 그는 그래핀 두 장을 1.1도의 ‘마법 각도’로 겹치는 것이 초전도체가 되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그래핀에서 발생하는 초전도 현상이 전자 간의 얽힘 현상으로 인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초전도체는 초소형 슈퍼컴퓨터와 자기부상열차 등 응용방안이 무궁무진한 꿈의 소재인데 이를 상온에서 손쉽게 개발할 수 있다는 뜻이므로 학자들이 환호했다. 기존 초전도체와 달리 그래핀 초전도체는 상온에서도 활용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래핀은 기존 초전도체 물질과 달리 단 두 개의 원자층과 하나의 원소로만 이뤄진 물질이기 때문에 연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야즈다니 교수는 탄소 원자가 육각 격자를 형성한 형태인 그래핀을 1.1도로 겹칠 때 나오는 ‘무아레 무늬’에 주목했다. 무아레 무늬는 반복되는 무늬가 두 장 겹칠 때 나타나는 무늬로 모기장을 두 장 겹치거나 옷이나 커튼 같은 섬유재료가 겹칠 때 흔히 볼 수 있다. 그는 무아레 무늬로 인한 물리적인 구조가 각 원자의 전자들이 떨어질 수 없게 해, 여느 도체처럼 독립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상호작용을 하게 만든다고 봤다.
야즈다니 교수는 고감도 주사터널현미경(STM)을 사용해 전자의 움직임을 관찰한 경우 마법 각도로 겹처진 그래핀에서 전자가 예기치 않은 넓은 에너지 대역을 가지면서 다른 전자와 강한 상호작용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다른 전자와 얽히는 징후를 보인 것이다. 이는 전자 간 반발 작용으로 얽히는 현상을 보이는 고온 초전도체와는 전혀 다른 특성이다. 상온에서 초전도체가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은 앞으로 이 분야에서 엄청난 파급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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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의 활용>
그래핀이 폭발적인 반응을 받은 것은 그래핀 자체의 가능성이 무한하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더라도 그물 구조 덕분에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강하고, 면적의 20%를 늘릴 수 있다. 특히 탄소나노튜브 역시 강도가 강하고 전도성도 우수하므로 선별 사용된다.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 자체가 1-D, 2-D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인류가 만들어 낸 물건 중 기계적으로 탄소나노튜브가 그래핀보다 약 2배 정도 강하다. 원자두께로 이뤄져 있으며 닭장철사를 연상시키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중요한 것은 전도도가 구리의 100배에 달하며 특히 굽히면 전류가 발생한다. 반도체 제품 생산에 주로 쓰이는 단결정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빠르게 전기가 통하며 구리보다 100배 많은 전기를 흘려도 문제가 없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의 응용은 가시권에 들어와 터치 스크린에 좋은 효과를 보인다. 특히 현재 투명 전극으로 사용 중인 산화 인듐 주석(ITO)은 부서지기 쉽고, 따라서 유연한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없는 단점이 있는데 그래핀이 이를 대체할 수 있다. 그래핀을 응용한 콘택트 렌즈도 등장했다.
학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부분은 그래핀은 탄소가 또 다른 탄소 3개와 단일결합을 하는 형태라는 점이다. 즉 탄소의 최외곽 전자(원자가 전자)가 4개이므로 전자 1개는 자유 전자가 되고, 각각의 탄소가 1개의 홀(정공)을 가지게 된다. 전자는 이 홀을 통해 이동하게 되는데, 이 때 이 홀에 수소나 다른 물질을 의도적으로 결합시키면 홀을 통해 전자가 이동하지 못하게 된다. 이를 적절히 응용하면 그래핀 위에 세상에서 가장 작은 전자 회로를 만들 수 있다는 뜻으로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물에 젖어도 고장나지 않고, 파괴될 위험도 거의 없는 전자 회로를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금속 기반 반도체의 경우, 고도의 집적화가 이루어지면, 반도체 내에서 전자가 전극을 타고 이동하는것이 아니라, 옆에 있는 연결되지 않은 전극으로 넘어가는 현상이 생긴다. 하지만 그래핀은 그런 현상이 없다.
그래핀의 특징 중 하나는 지금까지 발견된 비금속물질 중에서 빛에 대한 투과율이 예외적으로 낮은 물질이라는 점이다. 원자 한 층의 두께에 불과한데 2.3%의 빛을 흡수한다.
이것은 역으로 상당한 장점이 된다. 그래핀으로 3개 층의 두께 0.1 마이크로미터 즉 1만분의 1밀리미터 두께로도 99.9%의 빛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그래핀을 투명전극 등에 활용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학자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고체물질이 흡수 가능한 빛의 양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즉 광흡수포화상태(Saturable absorption)에 도달하면 더 이상의 빛을 흡수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처럼 얇은 두께의 그래핀이 높은 흡수율을 발휘할 수 있는 광도의 값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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