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초반부는 후한 말 어지러운 세상이 되면서 결국 중국이 삼국으로 갈라지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그 단초 중에 하나가 원래 백정이었던 하진(河進)의 벼락출세다. 그는 누이가 영제의 후궁으로 뽑혀서 귀인이 된 후에 황자 변(辯)을 낳고 다시 황후로 승차하자 하진은 외척으로 권세를 잡았다.
그러나 무식한 사람이 용감하다고 하태후를 믿고 병권을 장악하는 등 국권을 농락하다가 당대의 실력자라고 볼 수 있는 환관 십상시(十常侍)들과 알력이 생겨 그들을 제거하려다 오히려 살해된다. 이에 조조와 원소가 궁정으로 쳐들어가 십상시들을 철저하게 제거하자 내시가 어린 소제(少帝)와 이복동생인 진류왕을 끌고 낙양을 탈출한다. 어린 황제와 진류왕이 사라지자 조조 등이 젊은 황제를 찾는 도중에 두 어린 형제는 내시들과도 헤어져 고립무원이 된다.
두 명이 길을 찾아 나서려고 하지만 캄캄한 밤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갑자기 반딧불이의 덩어리가 나타나더니 달빛처럼 그들 앞을 환하게 비쳐주었다. 그들은 반딧불이의 빛을 따라 나서 한 채의 농가에 들어가 결국 조정 대신들과 만난다. 여기에서 그들을 살려주는 것이 반딧불이의 밝은 빛이다.
반딧불이에 대한 유명한 이야기는 중국 동진(東晋)의 차윤(車胤)에 대한 일화이다. 그는 초를 살 돈이 없어 반딧불을 모아 공부를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고생하면서도 꾸준히 학문을 닦는다’는 뜻의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겨났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하고 의문을 갖는다. 결론만 말하자면 적어도 차윤이 반딧불이의 빛으로 공부했다는 이야기는 사실이다. 충분히 많은 수의 반딧불이를 잡는다면 실내에서 책을 읽는 정도의 밝기를 얻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물론 어린 황제와 진류왕의 길을 똘똘 뭉친 반딧불이가 어린 황제를 위해 스스로 비춰주었다면 이 역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반딧불이는 한 마리가 3룩스의 빛을 발한다. 반딧불이 80마리를 가지고 쪽당 20자가 인쇄된 천자문을 읽을 수 있으므로 200마리 정도이면 신문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반딧불에 대한 전설은 매우 애처롭다. 우리나라의 설화부터 보자. 순봉이라는 한 젊은이가 한양의 부잣집 딸 숙경을 처음보고 상사병을 앓았다. 순봉은 가난한 과부의 자식이라 소원을 풀지 못하고 죽으면서 숙경의 초당 근처를 날아다니는 벌레라도 되기를 바라며 죽었다. 결국 그 넋이 반딧불이가 되어 밤이 되면 초당 근처를 나는데, 숙경은 무심코 이를 잡아 종이 봉지 속에 넣어 머리칼에 두었다. 순봉은 결국 숙경과 같이 살고 싶다는 소원을 이룬 것이다.
일본에서는 구로헤이에라는 사람이 살인, 강도, 방화를 일삼다가 결국 붙잡혀 생매장 당하는데, 그의 아들이 아버지와 같이 묻어달라고 간절하게 애원하여 결국 같이 묻혔다. 무고한 이 효자의 넋이 그 무덤에서 날아 나온 것이 반딧불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반딧불이 설화는 모진 계모와 함께 사는 한 소년에 관한 이야기다. 소년은 계모의 심부름으로 산 너머 마을에 콩기름을 사러 가다가 산 속에서 동전을 잃어버렸다. 이를 찾아다니는데 날은 저물고 비바람 속을 헤매다가 소년은 결국 물에 빠져 죽었다. 소년은 죽어서도 계모가 두려워, 반딧불이가 되어 밤에도 자지 않고 동전을 찾아 헤맨다는 것이다.
이처럼 각국의 설화를 보면 반딧불이에 관한 정서를 읽을 수 있다. 한국의 반딧불이가 감성적이고, 일본의 반딧불이가 윤리적이라면 중국의 반딧불이는 현실적인데 반딧불이가 밤을 밝혀준다는 내용에서는 대동소이하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대륙에 상륙하기 하루 전날 밤, 콜럼버스는 ‘바다 위에서 움직이는 촛불들’을 보았다고 기록했다. 이것은 아마 짝짓기를 하고 있는 버뮤다 삼각지대의 반딧불이로 추정한다.
1634년 쿠바 해안에 접근하던 영국 선박들은 해안의 무수한 불빛들을 보고 침공 작전을 포기했다. 적이 빈틈없는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현대의 사학자들은 그 ‘방어병’들은 ‘쿠쿠조’라고 불리는 수많은 방광성 방아벌레였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여하튼 밤에 변변한 발광기구가 없던 반딧불이는 밤을 밝혀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일본군은 발광(發光)하는 작은 바다새우(사이프리디나)를 사용했다. 장병들은 이 작은 새우를 상자에 넣고 다녔는데 건조한 새우는 발광하지 않지만 물에 넣으면 곧바로 발광을 했다. 울창한 밀림에서 지도를 본다든지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낮에도 반드시 조명이 필요하다. 이때 회중전등을 사용하면 적에게 들킬 우려가 있지만 바다 새우가 내는 불빛은 수십 보만 떨어져도 발각되지 않으므로 은밀한 활동에 안성맞춤이었다.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geulmoe.quesais
<사라지는 반딧불이>
반딧불이의 명칭도 제각기 다르다. 중국에서는 형화충(螢火蟲), 단조(丹鳥), 단량(丹良), 소촉(宵燭), 소행(宵行)이라 부르고 일본에서는 호타루라 부르며 우리나라에서는 개똥벌레, 반디, 까랑 땨위로 부른다. 영어로는 화이어플라이(firefly)로 ‘불빛을 내는 파리’라는 뜻이다. 개똥벌레는 옛 사람들이 두엄에 쓸어버린 개똥이 변에서 벌레가 된 것으로 잘못 알아서 개똥벌레라 부른 듯하다. 어원은 『예기(禮記)』의 ‘부초위형(腐草爲螢)’에서 나온 말로 부초란 거름더미를 뜻하며 형은 개똥벌레를 가리킨다.
반딧불이는 절지동물문(門)의 곤충강(綱), 딱정벌레목(目), 반딧불이과(科)에 속하는 곤충에 대한 총칭이며, 흔히 개똥벌레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반딧불이를 줄여서 반디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반딧불은 반딧불이가 내는 빛을 뜻하고 여기에 대상을 가리키는 접미사 '-이'가 붙어서 '반딧불이'가 된 것이다.
특히 갖춘탈바꿈하는 딱정벌레(beetle)로 성충(자란벌레), 알, 유충(애벌레), 번데기 등 모두가 빛을 낸다. 성체의 몸길이는 12∼18mm이고, 몸 빛깔은 검은색이며 앞가슴등판은 귤빛이 도는 붉은색이고, 몸은 거칠고 딱딱한 외골격으로 덮였으며, 배마디 아래 끝에 옅은 노란색(담황색) 빛을 내는 발광기(light-emitting organ)가 있다. 다른 곤충처럼 암컷이 수컷보다 좀 크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반딧불이는 8종으로 기록되어있으나 현재 채집되는 것은 애반딧불이, 파파라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 늦반딧불이 등 4종뿐으로 알려진다.
나는 속도가 매우 느려서 손으로 낚아챌 수 있을정도이지만 몸에 취선이 있어서 손으로 잡으면 먼지벌레에 버금갈정도로 끔찍한 냄새를 풍긴다. 가장 큰 특징은 꽁무니에서 발하는 빛인데 다 자란 성충뿐만 아니라 알도 역시 빛을 낸다.
이 빛은 루시페린이라는 물질이 루시페레이스라는 효소가 작용하여 산화되는 것으로서, 효소 작용에 의해 ATP와 합성되여 중간 유도체인 아데닐루시페린이 생성된다.
ATP의 나머지는 피루인산으로 떨어져 나간다. 이후에 산소와 결합하여 아데닐옥시루시페린으로 산화했다가, 여기에서 AMP가 분리되고 옥시데탄으로 산화한다. 또 다시 옥시데탄에서 옥시루시페린으로 산화하면서 빛(광자)을 내뿜게 된다. 이 빛은 화학적 반응을 통해 화학에너지가 빛 에너지로 전환되는 생물발광으로 빛 에너지로 변환율이 무려 99%나 돼서 사실상 열을 거의 내지 않는 차가운 빛이다.
이러한 생체발광은 비단 반딧불이만 하는 것이 아니며, 잘 알려진 초롱아귀를 비롯해 몇몇 플랑크톤이나 해파리 같은 해양생물에서도 볼 수 있다. 심해 생물 중의 약 76% 정도가 생체발광을 한다고 추정된다. 육상생물 중에는 그 사례가 훨씬 적은데, 반딧불이는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육상 생체발광의 예다.
보통 수컷은 꼬리쪽에 두 줄, 암컷은 한줄로 발광한다고 한다. 암수 모두 비행이 가능하지만 암컷은 알을 갖고 있어 몸이 무겁고 덩치가 커서 주로 날아다니는 녀석은 수컷이 많다.
반딧불이의 실체는 매우 놀랍다. 우선 이들은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날개돋이(羽化) 할 때 입이 완전히 퇴화하여 살아가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기름기(지방)를 몸에 가득 갖고 태어나기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아무 탈 없이 지낸다. 물론 외국의 어떤 종은 성충이 벌레를 먹기도 하며 식물의 꽃가루나 꽃물(nectar)을 먹는 종도 있다고 알려진다. 그리고 암놈들은 날지 못하는 종도 있다. 늦반딧불이의 암컷은 하나같이 겉날개(딱지날개)뿐만 아니라 얇은 속 날개(주로 이것으로 낢)까지 송두리째 퇴화하여 날지 못한다.
그렇다고 번식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암컷이 비록 날지 못하지만 풀숲에서 ‘사랑의 신호(signal)’인 깜박이를 날려 보내면 사방팔방 떼 지어 돌아다니는 수컷들이(성비, ♂:♀ = 50 : 1) 몰려든다. 숫컷과 암컷의 성비는 무려 50 대 1로 숫컷이 대부분이다.
반딧불이의 수명은 대체로 2주일 정도이므로 이 동안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어른벌레는 2∼3일 뒤부터 짝짓기를 하고 4∼5일 지난밤 이끼에 300∼500개의 알을 낳고, 알은 20∼25도에서 20∼30일 만에 부화된다.
애벌레는 이듬해 4월까지 250여 일 동안 6회의 껍질을 벗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이들 애벌레는 물에 사는 것과 땅에 사는 것 종류가 다르다. 우리나라 종(species)중에서 애반딧불이(Luciola lateralis) 유충만 산골짜기 실개천에 살고 나머지는 모두 땅에서 산다. 과연 그것들이 뭘 먹고 자랄까? 반딧불이 새끼들은 모두 연체동물을 탐식(貪食)하는데, 물에 사는 애반딧불이 유충은 다슬기나 물달팽이를 잡아먹고 나머지 땅에 사는 것들은 밭 가에 사는 달팽이나 민달팽이를 잡아먹는다. 겨울이 되면 애송이들은 보통 가랑잎 더미에 몸을 묻거나 땅 속으로 파고드는데 가끔 두꺼운 나무껍질 안에서 겨울나기를 하기도 한다. 4〜5월 늦봄이 되면 물속에서 유생생활을 하는 애반딧불이 유생이 번데기가 되기 위해 비가 오는 밤에 땅으로 올라간다. 1〜2주간 번데기시기를 거치고 난 후 날개를 달아(우화하여) 성충으로 비상하므로 빠르게는 5월〜6월 초에 반딧불이를 볼 수 있다.
학자들은 반딧불이가 다른 천적들의 눈에 쉽게 보이게 됨에도 불구하고 빛을 내는 이유는 사랑하는 짝을 찾기위해로 인식한다. 보통 수컷이 암컷보다 화려하게 빛을 내는데 수컷이 접근하면 암컷의 불빛도 강해지는 특징이 있다.
어른벌레는 암컷이 크고 수컷이 조금 작다. 반딧불이의 일생은 320일∼360일로 비교적 길지만 빛을 내는 기간 즉 살아있는 기간은 약 15일에 지나지 않는다. 그야말로 대부분의 생활은 성충이 되기 전이라 볼 수 있다.
반딧불이의 종류가 다양하여 다소 놀라운 일도 있다. 북미의 반딧불이 중에서 포투리스(Photuris) 속(屬)에 드는 암컷이 다른 포티누스(Photinus) 속의 수컷 반딧불이를 잡아먹기도 한다. 수컷의 몇 배나 되는 암컷이 꼬마 수컷의 신호를 훔쳐서(일종의 의태임) 유인하여 잡아먹는다. 그래서 이런 암놈 반딧불이를 팜므 파탈(femme fatale)이라 이름 부르는데 원래는 자신의 매력으로 남성을 끝내 파멸에 이르게 하는 몰염치한 요부(妖婦)를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왜 반딧불이를 개똥벌레라고 부르냐이다.
중국의 『채근담(菜根譚)』, 에는 ‘썩은 풀은 빛이 없지만 화하여 개똥벌레가 되어 여름 달밤에 빛을 낸다’고 적혀있고 우리 선조들은 반딧불이가 개똥이나 소똥에서 생겼다고 생각했다. 옛사람들이 본 것은 반딧불이의 성충이므로 밤에만 날라다니는데 낮 동안에는 습기가 있는 곳에 가서 쉴 때 똥 밑에 숨어지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실제로 시골에서 사는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두엄 광에서 반딧불이를 보았다고 하며 반딧불이가 똥을 먹고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또 다른 설명은 반딧불이가 과거에는 매우 풍부하여 지천에 깔린 곤충이었다는 뜻에서 '개똥'을 ‘벌레’ 앞에 붙였다는 것이다. 개똥이란 말은 보잘 것 없고 천한 것을 뜻한다. 실례로 '개똥참외'는 임자 없이 길가나 들에서 저절로 자라 열린 참외를 말하며 개똥밭 역시 기름지지 못하고 하찮은 밭을 뜻한다. 물론 현재 개똥참외는 귀하디 귀한 참외로 상당히 비싸게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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