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반딧불이

발광의 대명사 반딧불이(2)

Que sais 2020. 11. 13. 15:30

youtu.be/rBRWreMXSzU

https://youtu.be/wijHS6JD_qA

<효소 작용으로 발광>

빛을 내는 생물은 반딧불만이 아니다.

밤바다에서 파도를 맞을 때 빛을 내는 바다반딧불이, 심해에 사는 발광오징어, 발광 세균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남미산 벌레인 레일로드윔(rail road worm)은 머리는 빨갛게 몸은 녹색으로 발광한다.

헤엄갯지렁이의 일정으로 대서양의 버뮤다 섬에 서식하는 버뮤다 불벌레는 보름부터 23일이 지난 밤에 암컷이 해면에 원을 그리며 계속 빛을 낸다. 그러면 해면 아래 있던 수컷이 무리를 지어 빛을 내면서 원에 합류한다. 암컷과 수컷은 헤엄쳐 해면에 원을 그리며 알과 정자를 해수 중에 방출한다고 한다.

 

railroad worm

심해어들의 95퍼센트는 발광한다. 발광하는 어류 중에는 자신이 직접 발광하는 것도 있고 체내의 특수한 기관에 공생하는 발광세균이 발광하는 것도 있다. 포토블레파론이라는 물고기는 눈 아래에 세균을 넣는 조직이 있고 그 위에 셔터의 작용을 하는 막이 있으므로 눈꺼풀이 빛을 내거나 꺼지는 것처럼 보인다. 햇빛이 전혀 미치지 않는 250미터 깊이의 바닷 속에 사는 빗해파리의 경우 이들이 소형잠수정을 감싸자 잠수정 안에 있는 계기반의 눈금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밝은 청록색의 빛을 내뿜는다는 보고도 있다. 대부분의 바다의 유기체들은 푸른빛을 내는데 이것은 푸른 빛이 물속에서 다른 색깔보다 더 멀리까지 가기 때문이다.

프에르토리코의 포스포레센트만에서 야간 수영을 하는 사람들에게 푸르스름한 흰 빛을 비춰주는 것은 미세한 발광식물 플랑크톤 때문이다. 일본에는 달빛 독버섯 중에 지름이 15센티미터나 되는 것이 있다.

반딧불이를 비롯한 발광체가 빛을 내는 것은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효소의 작용 때문이다. 루시페라제라는 효소가 루시페린이라는 물질을 변환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빛이 나는 것이다.

이 사실은 1887년 프랑스의 뒤부아(Dubois)는 갈매기 조개나 반디방아벌레에서 얻은 발광성분이 두 가지로 열에 안정한 성분불안정한 성분으로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안정한 부분을 루시페린(luciferine), 불안정한 효소 성분을 루시페라아제(luciferase)라 명명했다.

효소 작용에 의해 생명체를 가동시키는 화학 에너지인 ATP와 합성되어 중간 유도체인 아데닐루시페린이 생성된다. ATP의 나머지는 피루인산으로 떨어져 나간다. 이후에 산소와 결합하여 아데닐옥시루시페린으로 산화했다가, 여기에서 AMP가 분리되고 옥시데탄으로 산화한다. 또 다시 옥시데탄에서 옥시루시페린으로 산화하면서 빛(광자)을 내뿜게 된다. 이 빛은 화학적 반응을 통해 화학에너지가 빛 에너지로 전환되는 생물발광이다.

근래에 바다해파리(Aequorea) 등에서 발광 단백질도 발견되고 있어 이 루시페린-루시페라아제계가 유일한 발광 요소는 아닌 것이 발견되었지만 발광생물의 대부분은 이 계로 발광한다고 스즈키 마사히코는 설명했다.

생물의 발광에는 체외 발광세포 내 발광이라는 두 종류가 있다.

체외 발광을 하는 동물은 두 가지 형의 세포를 갖고 있다. 한 쪽 세포에는 루시페린이라는 커다란 황색 과립이 들어 있고 또 다른 한 쪽 세포에는 작은 발광효소 입자가 들어 있다. 동물이 근육을 수축시키면 이들 물질이 세포 사이나 체외로 밀려나온다. 이때 루시페린이 산화되어 빛을 내는 것이다.

체외 발광은 주로 바다 생물이 많이 이용하는데 바다반딧불이는 적이 오거나 어떤 자극이 있으면 발광물질을 내고 자신은 도망간다. 심해의 발광오징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암흑의 해저에서 오징어의 먹물은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발광물질을 내고 도망가는 것이다.

 

반딧불이

반면에 세포 내 발광의 경우는 반딧불이야광충과 같이 루시페린과 발광효소 두 가지가 세포 안에 들어 있다.

일부 지방을 포함한 많은 물질이 산화하면서 발광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식물의 조직이 계속 움직이면서 발광할 때에는 특히 그 빛이 강해진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가령 개구리의 심장이 수축할 때 그 심장의 표면은 늘 발광하고 있다. 인간의 경우도 미약하나마 발광을 하지만 인지할 수준은 아니다.

동물 조직의 발광은 주로 지방질의 산화로 인해 생긴다. 그때의 과정은 광합성과 정반대. 광합성의 경우는 빛이 전자를 보다 높은 준위의 궤도로 이동시키는데, 이때 생기는 에너지는 탄수화물의 합성을 위해 사용된다. 그러나 생물발광은 지방질이 이따금씩 산화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화학반응의 경우에도 일어난다.

발광생물의 효과가 예상보다도 높자 이 현상을 건물의 조명에 이용하려는 계획도 나왔다. 발광세균플라스틱 컵이나 유리컵 속에서 살게 하자는 것이다. 세균 한 마리가 내는 빛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1와트 정도의 빛을 내기 위해서는 컵 속의 세균수가 500조 마리 이상이 되어야 한다. 500조라는 숫자 자체는 대단하지만 세균은 대단히 미세하기 때문에 발광생물로 상당한 밝기의 램프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1935년에 파리의 해양연구소에서 국제 학회가 열렸을 때, 해양연구소의 큰 홀의 조명으로 발광세균이 사용되었다.

생물발광의 경우 장점이 많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우선 전선이 필요하지 않다.

에디슨에 의해 발명된 전등은 캄캄한 낮과 같이 만든 인류 최고의 선물이지만 효율이 가장 좋은 봉입한 2중 코일 전구의 경우에도 공급된 에너지의 약 12퍼센트만 빛으로 전환되고 나머지는 열로 손실된다. 결국 전등이 탄생된지 100여 년 만에 LED 등의 등장으로 퇴출되고 있지만 이런 문제점을 원천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발광생물이다.

발광생물은 열을 내지 않는 냉광(冷光)이므로 소비에너지의 거의 100퍼센트가 빛으로 변한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학교에서 알루미늄, 수은 및 그밖의 금속만 있으면 빛을 발하는 박테리아를 개발했다. 연구팀들은 이들 박테리아가 광산 내 금속탐지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루시페라제 효소를 만들어 내는 유전자를 식물 유전자와 재조합시켜 아름다운 빛을 내는 식물을 만들 수도 있다. 또 이 유전자를 미생물에 넣으면 어떤 특정한 물질이 있을 때 미생물이 빛을 내게 함으로써 특정 유해물질 또는 화학물질을 검출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

에드먼턴의 앨버타대학교에서는 한 박테리아의 발광 유전자를 콩의 뿌리혹을 형성하는 박테리아에 접합시켜서 그 식물에 질소가 부족하면 뿌리가 선명한 푸른빛을 내도록 만들었다. 이를 이용하면 곡물이 물이나 비료를 필요로 할 경우 또는 곡물에 해충이 생겼을 경우에 빛을 내게 할 수 있다. 농부들이 꼭 필요할 때에만 농작물을 돌보면서 보다 효과적으로 물과 비료를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딧불이가 빛을 내는 과정 등은 과학적으로 규명되었지만 이들이 빛을 어떻게 미세하게 조절하는지에 대해서는 미스터리였는데 미국 매사추세츠주 메드포드의 터프츠 대학 생물연구팀은 20018월 그 신비를 풀었다고 발표했다. 인간의 심장 박동과 혈압을 조절하는 산화질소가 반딧불이의 불빛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산화질소는 심장 박동 및 기억기능 조절을 돕는 등 인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이다.

베리 A. 트림머 박사는 산화질소는 반딧불이의 기관(氣管) 즉 공기가 지나는 통로에 나란히 위치한 세포에서 생성된다. 생성된 산화질소는 반딧불이의 뇌가 보내는 화학적 신호에 따라 인접한 세포조직인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잠시 정지시키게 되고, 그 결과 주기적인 산소 방출이 이뤄져 다른 세포가 빛을 발하도록 하는 효소가 만들어진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는 데 약 1,000분의 1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 때문에 1초에도 수백 번씩 빛깔이 변할 수 있다. 빛의 종류와 지속 시간은 뇌에서 조절하는데, 어떤 종은 한 가지 불빛을 오래 내는 반면, 어떤 종은 짧은 빛을 세 번 연속으로 내기도 한다.

새러 루이스 박사는 '반딧불이의 불빛은 짝을 짓기 위한 신호라며 전세계에 분포된 반딧불이가 각기 고유한 신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컷이 발광함으로써 짝짓기에 대한 암컷의 의사를 물을 때 암컷이 나름의 빛을 발하며 OK 의사를 밝히면 짝짓기가 성사되는 것이다.

반딧불이는 딱정벌레 반딧불이과로 분류되는데 애벌레로 2년을 살고 성충이 돼 빛을 발하며 날아다니는 기간은 약 2주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반딧불이들이 빛을 내며 춤추는 것은 이 작은 곤충들의 생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반딧불이는 발광용이 아니라 벽사적인 의미로 군사적인 용도에서도 많이 사용되었다.

로마에서는 전투에 앞두고 병사들은 반딧불이가 벽사의 힘이 있으므로 질병과 화살이나 창을 피해 목숨을 지켜주는 것으로 믿었다. 또한 양피 속에 반딧불이를 넣고 땅에 묻으면 적군의 말이 달려오다가 비명을 지르고 되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칠석날 잡은 반딧불이로 만든 고약은 백발을 흑발로 만든다하여 많은 의약품에 첨가되었다.

반딧불이로 하여금 빛을 내게 하는 효소를 포함하여 효소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들 모두가 생명체의 생명 유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학자들은 그것의 성질을 규명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인간에게 있어 효소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는 많은 학자들이 노벨상이라는 영광을 얻었다는 것으로도 증명된다.

섬너(James Batcheller Sumner)노스럽(John Howard Northrop), 스탠리(Wendell Meredith Stanley)1946년에 효소에 관한 연구로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으며 1962년에는 막스 페루츠(Max F. Perutz)노벨화학상, 1975년에는 콘포스와 프렐로그가 효소 연구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효소야말로 가히 노벨상의 보고인 셈이다.

근래 유전자연구가 급속도로 발전하자 가장 재미있는 연구 아이디어 중에 하나로 반딧불 가로수이다.

1986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헬린스키(D. R. Helinski) 박사는 북미 반딧불이에서 루시페라아제 유전자를 분리했다. 같은 대학 하우엘(S. H. Howell) 박사는 루시페라아제의 cDNA(상보 DNA)를 당근배양세포의 프로토플라스트에 일렉트로플레이션(전기 펄스로 세포에 도입하는 방법)으로 주입시켰다. 담배에도 아그로박테리아를 통해 도입시켰다. 그러자 어두운 데서 X선 필름을 대어 빛을 쪼이자 뿌리와 줄기, 잎의 일부가 빛났다.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셸 그룹은 반딧불이 대신 발광세균의 루시페라아제 유전자를 사용해도 담배와 당근을 빛이 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