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밤이 되면 발광기가 빛을 발하는 반딧불 특유의 발광 유전자를 빼내 은행나무 유전자에 도입하는 것이다. 은행나무는 도입된 개똥벌레의 발광 유전자의 지시에 따라 해가 지면 스스로 빛을 발하는 ‘반딧불 가로수’가 되는 것이다. 이 기술은 동물의 유전자를 식물에 도입시키는 소위 생체 융합력을 향상시키는 다소 난해한 작업이 필요하지만 이와 유사한 연구는 성공하여 반딧불이 가로수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의대 김태완 교수팀은 해파리의 녹색형광유전자(GFP)를 닭에 주입, 평소에는 부리나 머리가 여느 닭과 다름없지만 세계 최초로 어둠 속에서 자외선을 비추면 밝은 녹색을 띠게 하는데 성공했다고 2004년 7월 발표했다.
연구팀은 동물의 체내에 유전자를 넣을 때 일종의 운반체 역할을 하는 `레트로바이러스벡터 시스템'를 자체 개발, 녹색형광유전자를 유정란(병아리가 될 수 있는 알)에 주입, 21일 만에 알에서 부화한 닭들을 자외선에 노출시킨 결과 부리와 머리 등 여러 신체 부위에서 형광유전자가 발현되도록 한 것인데 이 연구는 닭에 원하는 유전자를 삽입할 수 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달걀에서 사람의 조혈촉진단백질이나 혈액응고단백질과 같은 고가의 치료용 단백질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와 같은 연구는 각국에서 진행되어 2006년 온몸은 물론 심장 등의 장기까지도 초록색인 돼지가 대만에서 개발됐다. 국립대만대학의 우신즈 박사는 해파리에서 채취한 형광 초록단백질을 돼지 배아 265개에 주입한 후 이들을 돼지 8마리의 자궁에 착상시켜 초록돼지 3마리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이 돼지는 밝은 곳에서는 입 주위와 이빨, 발 부분만 초록빛이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온몸이 형광초록빛을 낸다. 의학자들이 초록돼지를 주목하는 것은 이 돼지의 줄기세포를 다른 동물에 주입하면 생체 검사 등을 거치지 않고 줄기세포의 발달 과정을 쉽게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딧불이로 노벨상>
효소의 중요성으로 노벨상 수상자가 계속 이어졌는데 2008년 노벨화학상은 바로 반딧불이의 효소를 연구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그들은 녹색형광단백질(GFP) 즉 발광에 관련되는 단백질에 관한 연구를 한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는데 그들의 논제는 반딧불이의 신비를 규명한 것으로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시모무라 오사무(Shimomura Osamu) 박사는 1960년 나고야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나고야 대학과 프린스턴 대학교, 보스턴 대학교, 우즈홀 해양생물학연구소에서 활동하였다. 해파리에서 녹색형광단백질(GFP)을 발견하였고, 이 연구 성과로 다른 단백질의 유전자에 융합시켜 세포 내에 주입하여 원하는 장소에 형광을 만들어내었다.
마틴 챌피(Martin Chalfie) 박사는 미국의 신경생물학자로 1977년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로 활동하였고 2004년 미국 과학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정되었다. 1994년 녹색형광단백질(GFP)를 이용하여 이웃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추적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로저 Y. 첸(Roger Y. Tsien) 박사는 하버드대학교에서 물리학과 화학을 전공하여 최우등(숨마 쿰 라우데)으로 졸업하였다. 1977년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교수이자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연구 주제도 녹색형광단백질이 어떻게 해서 빛을 내는지를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이다. 그들의 수상 업적은 「녹색형광단백질 GFP(green fluorescent protein)의 발견 및 개발」이다.
만물의 색은 빛에서 온다.
물질 속 분자가 빨강, 파랑, 초록이라는 세 가지 빛의 기본색을 흡수하거나 반사하면서 세상을 천연색으로 만든다. 분자가 자외선이나 가시광선을 흡수하게 되면 바닥 상태에 있는 전자가 높은 에너지 상태로 들뜨게 된다. 흡수한 빛 에너지가, 결합에너지나 구조 변화를 일어나게 하는데 필요한 에너지 보다 크다면, 일부 분자는 분해되거나 광분해 구조 변화 즉 광이성질화를 일으킨다. 그렇지 않다면, 분자는 흡수된 빛 에너지를 보통 열에너지로 내어놓으면서 다시 바닥 상태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형광물질은 이와 다르다. 형광물질은 특정한 양만큼 에너지를 흡수하고, 방출할 때 에너지 대부분을 빛으로 바꾸기 때문에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총천연색을 나타내는 것이다. 분자의 진동 상태 때문에 형광 에너지는 흡광 에너지보다 적고, 따라서 흡수한 빛 보다 긴 파장에서 형광이 나온다. 여름밤을 화려하게 수놓은 ‘반딧불이’가 형광물질을 이용하는 대표적이다.
들뜬 분자 A 주위에 다른 분자 B가 있을 때는, A와 B 분자의 특성에 따라 여러 가지 분자간 과정이 일어날 수 있다. 그 중 한 가지는 광유발 전자 전달(Photoinduced Electron Transfer) 반응이다. 한 예는 분자 B의 전자가 들뜬 A 분자의 바닥 상태에 생긴 빈자리로 이동하는 경우이다. 결과적으로 빛에 의해 A는 전자를 받아 환원되고, B는 전자를 잃어 산화된다. 반대로 들뜬 분자 A 에서 분자 B로 전자가 이동하여, A는 산화되고 B는 환원되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에너지 전달이다.
A 분자의 형광 파장대와 B 분자의 흡광 파장대가 겹치는 경우, 들뜬 A 분자는 이의 에너지를 B로 전달하여 B를 들뜨게 하고, A는 바닥 상태로 돌아간다. 이때 B가 형광을 내는 분자라면, B의 형광이 A의 형광보다 장파장에서 나온다. 들뜬 분자에서 에너지를 전달 받아 들뜬 분자도 직접 빛을 흡수하여 들뜬 분자와 마찬가지로, 다른 분자에게서 전자를 받을 수 있고, 또 다른 분자로 전자나 에너지를 줄 수도 있다.
전자 전달이나 에너지 전달이 일어나는 경우, 분자 B에 의해 A의 형광은 감소한다. 이를 소광(quenching)이라 하고, B를 소광제(quencher)라 부른다. 소광 효율은 A와 B의 화학적 특성은 물론, 이들 간의 거리에도 민감하게 변한다. 특히 에너지 전달은 몇 나노미터 (1 nm = 10^-9 m) 거리에서도 일어날 수 있어, 특성을 알고 있는 A와 B사이의 에너지 전달 효율로 이들 간의 거리를 알 수 있다. 거대 생물 분자의 특정 위치에 A와 B를 결합시킨 후 이들 사이의 에너지 전달 효율을 측정함으로써 결합된 위치 사이의 거리를 구하고, 분자의 공간적 구조를 연구하기도 한다.
광유발 전자 전달은 빛으로 물을 분해시키는 반응이나, 식물의 광합성에서 중요한 과정이다. 빛을 받는 분자와 이 분자에서 전자나 에너지를 받는 분자들을 공유결합이나 착물 형성을 통해 특정한 구조를 갖도록 조립시키면, 빛 에너지나 전자를 특정 방향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이를 활용하여 물의 광분해에서와 같이, 빛을 써서 높은 에너지의 화학물질을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다.
빛을 흡수하여 들뜨는 분자에서, 들뜨는 부분에 분자내적으로 전하를 줄 수 있는 원자가 결합되어 있으면, 들뜬 상태에서 분자 내 전하이동이 일어난다. 이 분자는 바닥 상태와 들뜬 상태의 전자 분포가 다르고, 따라서 극성이 다르다. 분자가 들뜬 상태에 머무는 시간은 대략 1 나노초(10^-9 초)이다. 용액에서 분자 주위의 용매 분자가 재배열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이보다 월등히 짧아, 들뜬 분자의 극성에 따라 용매의 배열이 달라진다.
용매의 극성에 따라, 들뜬 분자와 용매간의 상호작용 에너지가 다르므로 들뜬 상태의 에너지가 달라지고, 따라서 나오는 형광 파장이 달라지게 된다. 즉 형광 파장은 형광 분자가 놓여있는 주위의 극성을 나타낸다. 예로, 들뜬 상태가 바닥 상태보다 더욱 극성이라면, 들뜬 상태의 에너지는 비극성 용매에서 높고, 높은 에너지 즉 단파장의 형광이 나오게 된다.
또 어떤 분자는 주위 극성에 따라 나오는 형광 세기가 크게 다르다. 세포막이나 단백질에 이런 형광 분자를 결합시키면, 형광 분자가 내는 형광으로 형광 분자가 있는 부분의 극성을 알 수 있다. 형광 분자의 다른 특성을 이용하면 형광 분자 주위의 점성도도 알 수 있다. 또한 단백질의 구조 변화가 이에 결합된 형광 분자의 주위 환경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형광으로 단백질의 구조 변화를 용이하게 추적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형광 분자로 조직이나 세포를 염색시키면, 염료 분자가 결합된 부위에서 강한 형광이 나온다. 많은 생명과학적 이미지 사진은 이를 형광현미경을 이용하여 얻은 것으로 만들어 진 것이다.
형광 측정은 빛의 세기를 측정하는 것이며, 흡광은 쪼여준 빛과 흡수되지 않고 투과된 빛의 비를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형광은 흡광 보다 월등히 민감하게 검출된다. 보통 빛의 흡수로 검출되는 물질의 농도는 10^-5 M 이상이나, 형광은 이보다 1,000 배 이상 낮은 농도도 검출할 수 있다. 검출하고자 하는 분자에 형광을 내는 분자를 결합시켜 형광을 추적하면, 아주 낮은 농도에서도 이를 검출할 수 있다. 이처럼 형광을 내는 분자로 꼬리표를 붙여 분석하는 방식이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분석, DNA의 염기서열 분석, 항원-항체 분석 등에 이용되고 있다. 착물 형성으로 흡수하는 파장(색)이 변하듯, 분자의 형광도 착물 형성에 따라 민감하게 변한다. 따라서 우리가 분석하고자 하는 분자나 이온과 강하게 결합하고 이에 의해 형광 특성이 크게 변하는 형광 분자는 이 분자나 이온을 검출하는 형광센서로 사용된다.
지폐나 여권 등에는 위조 여부를 감식하기 위해 비밀스런 글이나 그림이 형광 물질로 그려져 있다. 여기에 사용되는 형광 잉크는 가시광선을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색을 띠지 않아 그냥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자외선을 쪼이면 이를 흡수하여, 이보다 장파장인 가시광선을 내어놓아 보이게 된다.
많은 바다 생물체들이 녹색 형광을 낸다. 어선들이 물고기를 모으기 위해 강한 불 빛을 바다에 비추면 이들 녹색 형광이 보인다. 1960〜1970년 대 시모무라 오사무 박사는 투명한 해파리에서 녹색형광 단백질(GFP)을 분리하였다. 1992년에는 이 단백질의 유전자를 클로닝(cloning)하고 유전자 염기 서열을 분석했다. 1995년에 마틴 챌피 교수는 이 유전자를 대장균 등에서 발현시켰고, 로저 Y. 첸 박사는 돌연변이체를 만들었다.
변이체 GFP는 야생종에 비해 생물학 연구에 적합한 여러 바람직한 특성을 갖고 있다. 이후 여러 다른 변이체, 특히 다른 색의 GFP가 만들어졌다. 일반적인 합성 형광 물질들은 일반적으로 강한 독성을 나타내어 살아있는 세포에 사용하기가 어려웠으나, GFP는 독성이 적어 살아있는 세포 연구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단백질 유전자에 GFP를 생성하는 유전자를 결합시키면, 세포나 조직에서의 유전자 발현을 GFP 형광으로 추적할 수 있다. 특히 각각 다른 색의 GFP 유전자를 여러 종류의 연구 대상 세포나 조직에 붙이면, 이들이 형광센서가 되어 형광을 일으키거나 색깔을 변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센서를 이용하면 특정 요소에서 빛이 나타나게 할 수 있어 질병을 진단할 수 있고, 세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쉽게 살필 수도 있다. 즉 GFP 유전자 결합을 통해 신경회로의 분석, 세포막 연구, 바이러스 감염 메커니즘 등 아주 다양한 생명과학적 연구가 가능하다. 또한 살아있는 동물에 GFP를 도입한 형광성 동물도 유전자 변형으로 만들어 졌다.
빛으로 들뜬 분자의 물리적 현상에 불과한 형광이, 화학 분석, 생물학 연구, 빛 에너지 전환, 분자로 조립된 미래의 광분자 소자 개발, 위조 방지 등 얼핏 보면 관련이 없는 듯한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는 점에서 2008년 노벨화학상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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