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노벨상이 만든 세상/우주

우주 배경 복사(1)

Que sais 2020. 9. 1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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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배경 복사>

 

앨퍼, 베타, 가모프가 제창한 알파-베타-감마에 대한 논문우주가 팽창하는 역동적이라는 것을 알려주었지만 과학계의 최전선에 있는 주류 과학자들은 우주의 팽창을 여전히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 현재와 같은 거대한 우주가 폭발로 생겨났고 단 5(3) 모든 물질이 만들어졌으며 현재도 우주가 부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

'알파-베타-감마'에 대한 논문

하지만 그들이 르메트르의 우주 모형에 단단한 물리적 배경을 입혔는데 학자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지적에 앨퍼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를 만드는 일은 계산만으로 보이는 것이 미진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헬륨
리듐

문제는 헬륨 다음으로 무거운 리듐을 어떻게 만드느냐이다. 당시 원자핵물리학자엔리코 페르미우주 초기 200 안에 일어난 일을 계산하고 있었는데 그도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를 만드는 부분에서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엔리코 페르미(1901~1954)1938년 노벨물리학상

그런데 마침 이때 대형 컴퓨터가 등장했다. 컴퓨터는 전기만 공급하면 수많은 작업을 불평없이 수행하는데 이때 가모프는 그야말로 인생에 매우 중요한 도우미를 찾아낸다. 바로 유대인 로버트 허먼이다.

로버트 허먼(1914~1997)

그는 뉴욕주 브롱크스에 태어난 뉴욕 토박이 프린스턴에서 학위를 받았는데 가모프와 앨퍼의 이야기를 휴게실에서 흘려듣지 않았고 앨퍼허먼과 자주 만났다. 두 명은 5분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그 뒤의 일이 일어나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5이 막 지났을 때 수소와 헬륨의 핵은 생겼지만 아직 전자와 만나 온전한 원자를 이룰 수 없었다. 온도너무 높았기 때문인데 사실 우주가 팽창을 시작한 지 한 시간이 지났을 때에도 온도100K. 이 정도면 수소 원자핵이 전자를 낚아챌 수 있는가가 관건인데 전자가 아직도 너무나 빠르다는 것이 걸림돌로 우주는 아직 매우 혼란스러운 플라즈마 상태.

플라즈마 램프(Plasma Lamp) 안에서 만들어지는 플라즈마

우주플라즈마 상태라면 앞을 볼 수 없다. 그때도 은 있었지만 입자들이 빽빽하게 모여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므로 은 곧바로 나갈 수 없었다. 이 곧바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은 우주가 온통 뿌옇고 앞이 안 보인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30만 년 정도 흐르자 우주의 온도3,000K로 떨어진다. 그러자 너무나 빨라서 원자핵에 머무를 수 없던 전자들의 속도가 떨어져 짝을 만날 수 있었다. 수소와 헬륨 원자핵들은 속도가 떨어진 전자들을 포획했다. 이렇게 전자와 원자핵이 만나자 우주수소 원자와 헬륨 원자로 가득 찼다. 과학자들은 이때를 재결합 시기라고 부르는데 중요한 것은 드디어 플라즈마 시대가 끝났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욱 중요한 사건은 우주의 온도3,000K일 때 우주에 빈틈이 생겼다는 점이다. 그러자 어떤 입자와도 부딪치지 않고 곧바로 뻗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자유를 찾았는데 이 말은 순식간에 안개가 걷히고 투명해져 앞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허먼과 앨퍼는 이때 풀려난 빛이 지금도 우주를 여행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우주공간 자체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그때 생긴 빛의 파장도 고무줄처럼 늘어났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들은 이때 자유를 찾은 빛1/1,000mm 파장을 가졌을 것으로 예견했다. 당시 온도는 3,000K였고 현재 우주의 온도1,000분의 1로 낮아진 3K이므로 그 빛이 1,000배 길어졌다는 것이다.

감마선,엑스선,자외선,가시광선,적외선,테라헤르츠파,마이크로파,전파

그들의 설명이 맞는다면 지금 우주 전역에 이 밀리미터파가 골고루 깔려 있어야 하고 우주 어느 곳을 관측하든 발견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우주배경복사라고 하는데 누구든 이것을 찾는다면 우주태양계만 한 크기에 모여 있던 뜨겁고 조밀한 물질이 큰 폭발로 흩어져 오늘날 우주가 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

앨퍼와 허먼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알아내지 못했지만 우주배경복사라는 대어를 낚았다. 그런데 가모프조차 이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데 놀라운 것은 당시에 우주에서 날라 온 마이크로파를 찾을 수 있는 기술이 충분히 있었다는 점이다.

월터 애덤스(1876~1956)

오스트레일리아월터 애덤스와 앤드류 맥켈리1937년과 1942마이크로웨이브 수신기를 통해 절대온도 2.3K복사를 발견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것이 빅뱅의 잔해라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학자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빅뱅의 원전이라 볼 수 있는 가모프를 포함하여 3명이 우주배경복사에 대한 관측적 증거를 찾는데 관심을 기우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이 분야에 투신했다면 만약 2차 세계대전 전우주배경복사를 찾아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가모프과학의 대중화에 앞장 서며 저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그러자 보수적인 학계에서는 가모프가 너무나 인기를 받으려한다고 싫어했고 가모프우주론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DNA 연구 분야로 진로를 바꾸었다. 앨퍼제너럴일렉트릭의 연구원으로 갔고 허먼 제네럴모터스로 자리를 옮겼다. 가모프 팀은 더 이상 우주론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다.

 

우주론의 3인방이 더 이상 우주론에 신경을 쓰지 않는 사이 그들에 필적하는 슈퍼스타가 등장했다. 프레드 호일로 그는 가모프의 팽창하는 우주 모형에 맞서며 우주는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정상우주론자.

케임브리지 대학교 천문학 연구소에 있는 프레드 호일(1915~2001) 동상

다소 이상한 일이지만 프레드 호일팽창 우주를 극렬하게 반대하면서도 르메트르를 매우 좋아하여 평생 각별한 친분을 유지했다. 반면에 르메트르 우주 팽창설을 발전시킨 가모프르메트르와 교류한 일이 거의 없다.

프레드 호일1915년 영국 빙리에서 태어났고 처음부터 과학 분야에서 천재적인 재주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학교보다는 영화관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강조했는데 그가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얻어 우주 모형을 만들었는데 그것은 바로 정상우주론이다.

호일이 우주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으며 앞으로도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허블의 관측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빈 공간에 물질이 생겨야 한다는 것에 동조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지지할 수 있는 가설을 발표했다. 1949 호일1001수소 원자 1가 생기면 현재의 우주 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곧바로 호일의 논문에 이의가 제기되었다. 1001수소 원자 1가 생기면 된다고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수소 원자가 갑자기 어디에서 튀어나오느냐이다. 더구나 호일의 생각질량과 에너지 보존법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아기 은하에 관한 것이다. 1001년에 수소 원자 1가 생기면 이 물질들이 새로운 아기 운하아기 우주를 만들 수 있다는데 그렇다면 아기 은하가 우주 어디에든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 은하 근처에도 발견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이다.

7개의 붉은 점으로 관측된 지구에서 130억년 떨어진 아기은하들의 모습. 미국 우주항공국(NASA) 제공(2023.04.29)

그런데 당대의 천문학자들은 아기 은하를 단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당시의 천체 측정 장비로 볼 때 아기은하를 발견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호일 등은 천체 관측 경험이 전혀 없었다. 정상우주론을 극렬히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문제를 계속 물고 늘어졌다.

호일은 측정한 사실이 없다고 간단하게 인정하면 될 일임에도 천문학적 사실이란 사진 건판에 나타난 얼룩일 뿐이다라고 말하는 등 비아냥거렸다. 정상우주론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드는데 큰 공헌을 한 것이다.

그런데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1949년 호일은 과학 강연을 한 후 그 내용을 잡지 <리스너>에서 게재했다. 그런데 그 중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었다.

 

가모프의 이론은 우주의 물질들이 아주 먼 옛날 단 한 번의 큰 뻥(big bang)'에 의해 생겼다고 한다.’

 

빅뱅은 학문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로 호일이 이 단어를 사용한 것은 비아냥투로 말한 것이다. 그런데 복잡한 과학 용어를 싫어하는 일반인들은 역동적으로 진화한다는 우주 모델보다 빅뱅이 보다 역동적으로 들렸다. 빅뱅이란 말만으로도 우주가 폭발로 생겼다는 이미지가 저절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정상우주론자호일이 아이러니하게 경쟁자들의 이론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를 제공한 것이다. 이후 빅뱅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현대인의 상용 단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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