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노벨상이 만든 세상/우주

빅뱅과 혈투 중인 정상우주(1)

Que sais 2020. 9. 1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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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과 혈투 중인 정상우주>

 

그동안 축적된 연구에 의하면 빅뱅우주론천문학계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빅뱅이 모든 천문학자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빅뱅에 맞서 영원한 우주를 주장하는 정상상태 우주론도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빅뱅 에서는 팽창하는 우주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질을 희석시키는 반면, 정상 상태 이론에서는 지속적인 물질 생성으로 밀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정하게 유지

일반 사람들이 다소 혼란스러운 것은 두 우주론의 결론정반대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우주가 영원불멸하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것으로 맞선다는 점이다.

정상우주론(steady state theory)운동에너지인력에 의한 위치에너지가 같은 경우로 태초의 우주가 모든 면에서 지금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토마스 골드(1920~2004)

1948도에 영국의 토마스 골드(Thomas Gold), 헤르만 본디(Hermann Bondi) 그리고 프레드 호일(Fred Hoyle)가 제창했고 그 뒤로 아프(Arp), 버비지(Burbidge), 날리카(Narlikar) 등이 지지하고 있다.

헤르만 본디(1919~2005)

특히 당대는 우주의 나이지구의 나이보다 어리다는 측정 결과가 나오자, 빅뱅 자체가 모순이라고 반박하며 이어서 우주의 나이를 파악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빅뱅이론허블이 발견한 우주의 팽창속도로부터 역산하여 우주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허블 상수의 역수(1/H)가 우주의 대략적인 나이가 되는데 허블이 관측한 허블 상수 값H=500km/s/Mpc (2009년 HST 자료로 추정한 값은 74km/s/Mpc)였고, 이로부터 추정된 우주의 나이18억 년이었다. 당시 방사성 연대측정으로 얻어진 지구의 나이30억 년이 넘었으므로 우주의 나이가 지구나 별들의 나이보다 적은 모순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당시 허블의 거리 측정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천문학 연구소에 있는 프레드 호일(1915~2001) 동상

호일 박사의 주장은 명쾌하다. 우주천문학적 관측을 통해 알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오래 되었으며 항상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는 설명이다. 그는 은하들은 광대한 영겁의 시간을 통해 탄생, 성숙, 소멸하며 그 파편에서 새로운 은하가 태어나 예전 것을 대체한다고 주장했다. 새 은하가 반드시 옛날 것이 있던 자리에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우주 전체의 질량항상 균형을 이룬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현재 관측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은하들도 더 큰 상황 안에서는 사실 아주 새로운 은하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허블이 관측한 우주의 팽창이 명백하다면 시간이 감에 따라 우주의 밀도는 작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진화하면서도 변화하지 않는 우주모델이 되려면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은하 사이의 공간에서 새로운 물질이 나타나면 된다고 설명했다.

우주가 무한하다면 우주가 2로 커져도 역시 무한하다. 은하 사이에 물질이 만들어지기만 하면 우주 전체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이를 정상상태이론(Steady State theory, Infinite Universe Theory)라고 말한다. 정상상태이론은 영원하고 정적인 우주우주가 팽창하지만, 영원하고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동적이며 무한한 우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말한다.

코페르니쿠스(1473~1543)

고대인들이 생각한 우주지구우주의 중심이고 모든 천체가 지구주위를 돈다는 지구중심 우주모델이다. 그러나 이 모델은 코페르니쿠스태양 중심 모델로 부정되었고 지구는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후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이 발견되자 우주중심이 없으며 모든 은하는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우주는 어떤 방향으로도 동일하다는 우주원리’ 즉 대칭성 대두되었다. 이 원리는 우리 은하와 주변 환경은 우주의 다른 곳과 근본적으로 같다는 것으로 우리는 우주의 특별한 장소에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으로 아인슈타인일반상대성이론을 전체 우주에 적용할 때 적용한 원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상상태이론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주시간적으로도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주위의 우주다른 지역의 우주와 같을 뿐 아니라 우리 시대다른 시대와 같다는 말로 설명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우주의 특별한 장소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며 특별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아니라는 것이다.

정상우주론은 우주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감에 따라 은하가 하나씩 없어지면 빅뱅이론에서 주장하는 높은 밀도와 온도를 피할 수 있다는 줄거리를 갖는 우주론으로 반세기 동안 빅뱅 우주론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1948에 발표된 모형을 고전적인 정상우주론이라고 하는데 이 우주론의 기본 가정은 완벽한 우주원리(perfect cosmological principle)'이다. 우주공간적으로 균일하고 등방일 뿐만 아니라, 우주는 시간적으로도 균일 등방이라는 것이다.

다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주거시적으로 볼 때 어느 곳이나 어느 쪽으로나 똑 같으며, 시간적으로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미래나 늘 같은 꼴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우주에서의 진화는 없으며 빅뱅 모형처럼 떠들썩한 시작이나 비극적인 종말도 없다고 설명된다. 우주론에서는 시간이 제 방향으로 흐르면 은하가 하나씩 생겨야 한다. 그래서 이 우주론연속창생CC(Continuous Creation) 우주론이라 부른다.

정상우주론에서도 우주공간은 현재 모든 곳에서 일정한 비율로 늘어난다. 그러므로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빨리 멀어진다는 허블의 법칙이 성립한다.

허블 우주 망원경이 찍은 시리우스 A와 시리우스 B의 사진. 밝은 시리우스 A의 밑에 희미하고 작은 점처럼 보이는 백색왜성 시리우스 B가 보인다

공간이 팽창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즉 팽창하지 않았다면 무한한 시간동안 태어났던 별들이 계속 죽으며 쌓여 오늘날 우주는 백색왜성, 중성자별 등으로 꽉 차있어야 한다. 그러나 새 공간이 계속 생기므로 그런 염려가 없다는 설명이다.

빠르게 회전하는 중성자별, 펄사 PSR B1509-58로부터 오는 복사. 근처의 가스에서 X-선(금색, 찬드라 데이터)을 방출하게 만들고 나머지 성운을 밝히고 있다. 사진에서 적외선(청색 및 적색, WISE 데이터)도 보인다

공간이 팽창하면 밀도가 낮아진다. 따라서 우주의 상태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으려면 물질이 꾸준히 생겨나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 생긴 물질로부터 별과 은하가 태어나 우주를 밝혀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호일빅뱅 자체를 반대하지만 빅뱅에 관한 정보가 축적되자 본래의 정상우주론을 약간 개선하여 준정상우주론(quasi-steady state cosmology)을 제시했다. 새 모형에서는 우주는 항상 같은 모형이 아니고 짧은 시기 동안에는 약간씩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보면 우주역시 꼭 같은 모습을 유지한다. 물질의 생성우주공간 모든 곳에서 서서히 일어나지 않고 중력이 매우 강한 곳에서는 급격한 공간 팽창과 함께 폭발적으로 일어난다. 빅뱅이론에서의 급팽창과 같은 현상이라 할지라도 이미 존재하고 있는 우주공간 안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작은 빅뱅(mini Big bangs)들은 계속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작은 빅뱅이 일어날 때마다 물질과 공간이 창조되는 짧은 시기와 이들이 자유롭게 팽창하는 긴 시기가 있어 우주공간은 조금씩 진동하면서 팽창하고 있다는 설명된다.

이 작가의 인상은  우리은하 에서 예상되는 암흑물질의 분포를 은하를 둘러싼 물질의 푸른 후광으로 보여준다

이 모형은 우주배경복사와 물질의 원소비율(수소와 헬륨의 비가 3 : 1)도 설명해주는 것은 물론 빅뱅이론에서 필요로 하는 보통의 물질 이외에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암흑물질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까지 많은 학자들이 암흑물질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명쾌한 해답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데 준정상이론에서는 그 이유는 우주암흑물질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안드레이 린데(1948~)

한편 린데(Linde) 호일과는 다른 맥락으로 우주의 영원성을 주장한다.

그가 주장하는 요지는 우주에는 급팽창 거품들이 끊임없이 생겨나 자식우주들을 만들어내었고 개개의 소우주에서 서로 다른 물리법칙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창범 교수는 이것을 마치 한 개인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짧은 삶을 누리나 인류는 장기간 지속되는 것과 같은 비유라고 적었다. 이를 더욱 확장시켜 생각한다면 지구에서 발생한 인류문명은 결국 사라지더라도 우주의 다른 곳에서 새로운 생명체가 태어나 또 다른 문명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낙관론도 포함한다.

 

<빅뱅의 새로운 문제점>

정상상태 우주론으로도 풀리지 않는 의문은 존재한다.

이 우주론을 설명하기 위해 변형된 우주 상수를 사용하는데 이것은 아인슈타인정적인 우주를 나타내기 위해 일반상대성 이론에 도입했던 수학적 허수와 다름없다.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최대의 실수라고까지 말한 바로 그 상수.

우주 상수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우주상수에 반감을 갖고 있는데다 우주배경복사의 발견으로 호일의 정상우주론은 폐기 상태까지 몰렸다. 그러나 호일자신의 이론에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빅뱅에 훨씬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빅뱅새로운 문제점들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그 중 한 가지우주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들이 쌓이자 초기 우주현재의 물리법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폭발 이후 50만 년 전까지 즉 충분히 냉각되어 물질생성빛의 방출(광자가 빛을 운반함에 따라 생기는 빛의 분리)이 가능하게 된 시점에 이르기까지는 현재의 우주 물리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지적 때문에 빅뱅 이론가들은 최초의 우주는 유일하며 순간적인 사건이었다고 이론을 일부 수정했다. 호일과 그의 추종자들은 이를 맹렬히 비난했다. 한마디로 문제점이 나왔음에도 빅뱅을 원천적으로 재고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위배하는 특별한 예외를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1990 보다 중요한 빅뱅의 문제점이 제시되었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혼턴 아프지구로부터의 길이와 일치하지 않은 많은 수의 적색이동이 관찰된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빅뱅에 치명타를 안기는 요소가 될 수 있는데 적색 이동팽창하는 우주 속력을 나타내는 믿을 수 없는 지표라면 그것은 바로 빅뱅의 존재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말이 된다. 은하들이 빠른 속도로 서로 멀어져 가는 것이 아니라면 그런 운동을 확립시킨 빅뱅도 필요없게 된다.

기매 효과의 원리. 광원이 접근하면 파장이 짧아 보여 푸른빛으로, 멀어지면 파장이 길어 보여 붉은빛으로 보이는 현상

더불어 빅뱅의 문제점은 일반인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도출해 낼 수 없는 팽창(인플레이션) 이론을 검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이론은 상당한 매력적이지만 순간적으로 핀 머리만하던 것이 오렌지나 소프트볼만한 크기로 단숨에 변했다는 내용은 부피 한순간에 10^+50, 다시 말해 1050개 붙는 비율로 증가한다는 것이 정말 가능하느냐이다. 물론 이 숫자를 10^+40으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엄청난 숫자이다.

우주-중력파의 역사는 우주 급팽창, 즉 대폭발 직후에 초광속 팽창에서 비롯되었다고 가정

정상우주론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있었다면 상식적으로 많은 별개의 거품이 생겨났어야 정상인데 현재 그런 거품 벽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 문제가 빅뱅에 상당히 큰 치명타를 안겼는데 러시아의 안드레이 린데영역(domain)이라 재명명한 거품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발달했다고 가정하면 된다고 발표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현 우주영역중 겨우 하나로 그것도 천억 분의 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거품벽들이 너무 멀리 있기 때문에 현 인간들의 관측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프랑스 트린 슈안 트완도 이를 지지했다.

트린 슈안 트완(1948~)

 

우리 우주는 아주 작은 하나의 거품에 불과하며 그보다 수억 수천 배나 더 큰 또 다른 거품인 메타-우주, 혹은 슈퍼-우주의 광대함 속에 무쳐 버린다. 그리고 그 메타-우주조차 팽창의 시기 동안 아주 극도로 작은 공간에서 함께 생성된 후 서로 연결이 끊어져 버린 다른 여러 메타-우주들 속에서 보이지 않는 점으로 사라진다.’

 

정상우주, 빅뱅 우주가 얼마나 색다른 우주론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정상우주론자들은 또 다시 빅뱅론자들이 특별 예외를 만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빅뱅 우주론과 정상상태 우주론은 우주의 미래에 대해서도 서로 전혀 다른 예측을 하고 있다. 정상상태 우주론에서는 새로운 물질은 우주의 모든 곳에서 만들어지며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은하를 형성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초기 은하는 우주 전체에 흩어져 있게 된다. 반면에 빅뱅 우주론에서는 전체 우주가 동시에 창조되었고 모든 것은 비슷한 방법으로 진화해왔으므로 모든 은하초기은하에서 발전해 아주 먼 곳을 보면 초기 은하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먼 은하의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새로운 과학이론올바른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가지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하나관측결과와 일치해아하며 다른 하나한 번도 예측되지 않은 사실을 예측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자들은 정상상태우주론빅뱅우주론이 팽팽하게 맞서자 천문학자들 중 어느 우주론이 옳은지를 판정하는 것을 유보하고 지구인들의 과학 기술 즉 관측을 통해 판별될 때를 기다리자는데 동의한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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