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획기적 진전>
스티븐 호킹 박사의 주장은 사실 과학의 획기적 진전에 근거한다.
지난 수백 년간 과학이 신의 존재를 믿게 하는 전통적인 기반을 조금씩 잠식해 온 것은 사실이다. 인간의 존재,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지구, 우주의 질서. 이 모든 것들이 한때 신비롭게 보였지만 지금은 생물과 천문학, 물리학, 또는 다른 과학적 영역에 의해 설명이 가능해 질 정도로 발전했다.
<캘리포니아기술연구소>의 션 캐럴 박사는 우주의 신비로운 영역이 계속 남아있을 수 있지만 과학이 궁극적으로 신이 존재할 여지를 전혀 남기지 않을 만큼 완벽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에 와서 우주의 진화와 기원을 설명할 수 있는 물리학과 우주론의 영역이 비약적으로 넓어진 반면 신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영역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인간들이 우주에 대해서 더 많이 알면 알수록 과학 외적인 것에 답을 구할 필요성은 점점 줄어들며 언젠가 초자연적인 영역은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과학이 언젠가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면 신이 존재할 여지도 사라지게 된다는 뜻이다. 즉 호킹은 우주가 신의 손이 아니라 현재까지 도출된 우주이론으로 충분히 무에서 저절로 생성되었다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빅뱅에 의하면 우주는 138억 년 전에 무한히 작은 한 점에 모든 물질이 모여 있다가 대폭발을 거쳐 지금의 우주처럼 팽창했다는 것이다. 빅뱅이 시작된 시점을 태초라고 부른데 태초는 어마어마한 밀도와 온도를 가진 특이점(singularity)을 가지고 있다. 이를 특이점이라고 부르는 것은 현재의 우주를 지배하는 물리학의 법칙이 전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여하튼 호킹은 로저 펜로즈와 함께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바탕으로 우주 탄생 순간에 크기가 0인 한계 상태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우주가 무한히 작은 점인 특이점에서 출발했다는 것인데 그 시점이 바로 우주가 빅뱅으로 탄생한 지 10^-43초가 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빅뱅 후 10^-43초 사이의 지극히 짧은 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직 모호한 상태로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짧은 시간을 ‘플랑크 시간’이라고 하는데 플랑크 시간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짧은 시간이다.
그런데 빅뱅이 일어나자 또 하나의 중요한 찰나가 이어진다. 바로 급팽창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이다. 빅뱅 후 플랑크 시간이 지난 바로 뒤에 우주가 가속적으로 부풀어 그 크기가 찰나보다 짧은 순간에 10^+30배 이상 커졌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이론에 따르면 빅뱅 후 10^-35~10^-32사이에 우주의 크기가 10^-33㎝ 정도에서 10^-3㎝ 이상으로 커졌다고 한다. 이 당시 즉 우주 초기에는 에너지 분포가 방향에 따라 달랐는데 엄청난 팽창을 겪으면서 이런 차이가 사라지고, 우주는 등방성(공간은 모든 방면에서 성질이 같음)을 갖게 된다. 또 초기의 우주는 평탄한 우주였다고 한다. 풍선을 엄청 크게 불면, 불기 전에 둥글게 보이던 풍선 표면이 평탄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우주 초기에는 물질과 빛이 뒤엉켜 있어 빛이 자유롭게 다닐 수가 없었다. 하지만 빅뱅 후 30만 년이 지나자 비로소 빛이 물질과의 상호작용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진다. 이때 출발한 빛이 현재 우주배경복사로 관측되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이론의 또 하나의 매력은 오늘날 여러 천체를 탄생시킨 씨앗을 자연스럽게 연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 이론에 따르면 대폭발 직후 찰나의 짧은 시간 동안 공간이 10^+30배 이상 급격하게 팽창하면서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때 위치마다 다른, 즉 급팽창 때 생긴 미세한 밀도의 차이가 중력으로 인해 점차 커지면서 별과 은하계 등 거대우주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주 초기에 인플레이션이란 엄청난 팽창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우주뿐 아니라 태양계는 물론 인간도 탄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연계에는 4가지 힘(강력·약력·전자기력·중력)이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한 순간부터 플랑크 시간 동안 이 4가지 힘이 하나로 통합돼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주가 탄생한 후 플랑크 시간이 지나자마자 4가지 힘 가운데 중력이 분리된다. 이때는 일반상대성 이론을 적용받는다. 그리고 10^-35초에 이르면 공간의 팽창과 함께 우주의 온도가 내려가면서 마치 수증기가 물로 변하듯 상태 변화가 일어난다. 이때 우주는 급격히 팽창하면서 원자핵을 뭉쳐있게 하는 강력이 분리된다. 그후 10^-11초에 이르면 다시 한 번 상태변화를 거치면서 전자기력과 약력이 분리되었다고 본다.
문제는 이 빅뱅 찰나를 정확히 설명하는 물리학이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즉 4가지 힘을 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찾아내는 것인데 이른바 이 ‘모든 것의 이론(TOE)’을 찾는다면, 빅뱅 당시 하나로 통일돼 있었던 모든 힘이 하나씩 분리되는 과정, 즉 우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비밀까지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도 이 문제에 도전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러 힘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대통일 이론(GUT·Grand Unified Theory)의 유력한 후보로 제시된 것이 바로 ‘초끈 이론’이다. 특히 제2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미국의 위튼 박사가 다양한 초끈 이론을 통합한 ‘M 이론’을 제안했는데 ‘끈 이론(string theory)’은 작은 끈의 진동으로 모든 입자와 힘을 설명하려는 이론이다. 우주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점이 아니라 고무줄과 같은 성질의 아주 작은 1차원 끈이라는 것이다. 이 끈은 길이가 10^-33㎝밖에 안 되지만 바이올린줄이 어떻게 진동하느냐에 따라 소리가 다르듯이, 일정한 에너지를 가진 끈의 진동에 의해 다양한 입자와 이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들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전자기력을 전달하는 광자와 중력을 전달하는 중력자도 모두 끈의 진동에 의해 생긴다는 것이다.
이 끈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4차원 시공간이 아니라 4가지 기본 힘들을 모두 포함하는 10차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4차원을 넘어선 그 이상의 추가적인 차원은 매우 촘촘하게 말려 있다는 것이다. 다소 이해하기 힘들지만 예를 들어 2차원의 종이를 돌돌 말면 원통 모양이 생기고 이것을 더 얇게 말면 1차원 선이 된다. 이 선의 양끝을 붙여서 고리를 만들고 이 고리의 크기를 역시 아주 작게 하면 0차원의 점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끈의 모양이 여러 개일 수 있고, 또 6차원이 축소되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이를 모두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등장한 것이 M 이론이다. 1995년 위튼은 1차원 끈들이 사실은 아주 가는 두께를 가진 2차원 막과 같은 형태라는 M(막을 뜻하는 Membrane의 첫 글자. 때론 모든 이론의 어머니라는 의미로 Mother라고도 함) 이론으로 5가지 초끈 이론을 모두 통합했다. 막을 둘둘 말아둔 것을 끈으로 착각했지만 끈 대신 막으로 설명하는 것이 보다 유효하다는 것이다.
M 이론에서는 시공간의 기본 구성물이 흔들리는 미세한 끈이고, 전체우주는 11차원으로 구성된다. 이 중 6차원은 미세한 필라멘트로 말려 있어 거의 보이지 않으며 나머지 5차원 공간에 완벽하게 평평한 4차원 막 두 개가 존재한다. 4차원 막 중 하나는 우리 우주이고 또 다른 하나는 ‘숨겨진’ 동반 우주 즉 다중우주다. 이 이론은 현재 가장 유력한 통일장 이론으로 알려져 있다. 호킹이 신이 우주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설명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일종의 끈 이론인 M 이론을 통해 이제 자연의 모든 특성을 완벽히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틀을 구성할 순간에 와 있다. M 이론은 아인슈타인이 발견하고자 했던 통일 이론이다.’
호킹이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지금 인식하는 우주는 수많은 우주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다중우주(multiverse)로 설명하는데 즉 우리가 사는 이 우주가 유일한 우주가 아니라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저 우주 너머로 무수한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주가 빅뱅, 또는 우주가 하나의 뜨겁고, 밀도가 무한대인 상태로부터 138억년에 걸쳐 지금과 같이 넓고, 보다 차가운 상태로 확장돼 왔다는 개념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은 수없이 발견되고 있다. 우주론자들은 빅뱅이 발생한 후 10^-43초 이후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모형화하여 제시한다. 그러나 빅뱅 후 10^-43초 사이의 지극히 짧은 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직 모호한 상태로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원용하여 몇몇 신학자들이 성경 속의 창세기나 다른 종교 교리와 빅뱅을 동일시하기도 한다. 즉 신을 비롯한 어떤 것이 우주의 대폭발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션 캐럴 박사는 우주론의 진보가 결국 빅뱅을 촉발하는 방아쇠를 누군가 당겨야 한다는 설정 자체를 불필요하게 만들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천문과학자들은 현대 물리학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초미립자에서부터 천문학 단위에 이르기까지 전체 우주를 하나의 단일한 틀 안에 기술하는 이론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이론을 양자중력이론(quantum gravity)이라고 하는데 목표는 빅뱅의 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일부 우주론자들은 양자중력론에서는 빅뱅이 시간의 시작점이 아니라 영원무궁한 우주가 변화하는 하나의 과도적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일례로, 어떤 우주 모형에서는 우주가 풍선처럼 자체의 힘에 의해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킹이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지금 인식하는 우주는 수많은 우주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다중우주(multiverse)로 설명하는데 즉 우리가 사는 이 우주가 유일한 우주가 아니라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저 우주 너머로 무수한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상당한 의미가 포함되는데 수많은 우주들은 서로 연결된 채 제각기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과정이 영원히 지속돼 새로운 우주는 계속 생겨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은 결국 신의 손으로 우주를 만들지 않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호킹이 지적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신의 의도가 인간을 창조하는 것이었다면, 결코 태양계와 유사한 환경의 많은 우주를 필요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잣대로 보면 호킹에게 성경의 창세기는 별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다른 양자중력론에서는 시간이 빅뱅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보는데 이 이론도 빅뱅의 시작을 신의 작품으로 보지는 않는다. 이 이론은 빅뱅 이후 우주의 진화 과정을 기술할 뿐 아니라 처음에 시간이 어떻게 시작될 수 있었는지도 설명한다. 즉 양자중력이론이 우주의 역사에 대해 그 자체로 완전하고, 독자적인 설명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시간의 시작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주를 탄생시키는 최초의 순간에 외부의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현대 물리학은 여전히 발전 과정에 있지만 초자연적인 설명을 끌어들이지 않고도 빅뱅이 왜 발생하는지는 설명할 수 있다. 바로 이런 과학의 발전을 근거로 호킹 박사가 우주를 만드는데 신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종교에서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는 것에 집착하는 것은 신의 또 다른 역할이 우주의 존재 자체로 보기 때문이다. 비록 우주론자들이 어떻게 우주가 시작되었고, 왜 생명이 존재할 수 있도록 미세조정이 되었는지는 설명할 수 있는 단계까지 과학이 발전했다. 그러나 왜 아무 것도 없는 것과 반대로 그 무엇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많은 사람들에 있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신’이기 때문이다.
호킹 박사는 물론 션 캐럴 박사의 주장에 의하면 이 대답이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질문에는 아무 답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우주에 대한 궁극적인 설명이 언젠가는 과학기술의 진전으로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주에 존재하는 특정의 어떤 것이 외부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처럼 우주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완전한 과학 이론도 외부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이 문제는 여기에서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다.
신이 우주를 창조했느냐 아니냐라는 의문과는 다른 내용이지만 스티븐 호킹박사는 외계생명체 존재설을 밝혀 또 한 번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도 외계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2008년 착륙한 피닉스호의 탐사로봇들이 화성의 '북극' 지역에서 과염소산염 성분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NASA 과학자들은 화성과 환경이 매우 비슷한 것으로 알려진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서 이런 성분이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 지 관찰한 결과 가열된 기체에서 이산화탄소와 염화메틸 성분을 검출했다. 물론 이 연구 결과로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을 것으로 단정짓는 것은 시기상조이지만 스티븐 호킹 박사의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주장했던 것과 맞물려 더욱 주목을 받았다.
호킹 박사는 외계생명체가 분명히 존재하며 외계 생명체들이 특별히 위험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들과 접촉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주장했다. 외계 생명체와 접촉하는 것이 인간의 면역 체계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참고문헌 :
「스티븐 호킹, “우주는 자발적으로 창조” 주장 논란」, 손현정, 크리스천투데이, 2010.09.07.
「스티븐 호킹의 ‘창조하지 않는 신’」, 김영환, 죠인스뉴스, 2010.09.07
「외계인 논란 '재점화'…미국 NASA과학자 주장」, 박주연, 마이스타뉴스, 2010.09.07.
「'신은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다?' 근거는?」, 조신희, 충청일보, 2010.09.08.
「태초에 神이 있었나 빅뱅이 있었나」, 김형자, 주간조선, 2010.09.27. 제2124호
「과학은 신이 없음을 입증하게 될까?」, 감일근, CBS노컷뉴스, 2012.09.19
『21세기에 풀어야 할 과학의 의문 21』, 존 말론, 이제이북스, 2003
『영화에서 만난 불가능의 과학』, 이종호, 뜨인돌, 200
『노벨상이 만든 세상(물리)』, 이종호, 나무의꿈, 2007
『열정의 과학자들』, 존 판던 외, 아이세움,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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